그가 진짜로 거기에 갔었더라도 과연 그의 텍스트가, 여행 이야기는 픽션 연습의 특별한 장이라는 이 중요한 사실을 이토록 힘차게 예시할 수 있을까 싶다. 왜냐하면 그의 여행의 실상이 도무지 사실 같지 않은 장면들을 목격하거나, 이야기를 기술할 때까지도 계속 그의 뇌리를 사로잡고 있을 만큼 강렬한 환각들에 사로잡히는 것을 가로막지 않은 것으로 가정해야 하니 말이다. - P37
솔직이 내용이 쉽지는 않다.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심지어는 앞과 뒤의 말이 바뀌는 경우도 있다(작가도 그 사실을 인정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같이 모든 사람들이 (핸드폰에 달려있는)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시대에 한번쯤은 읽어볼만한 내용인 것 같다.
1910년 어느 암살자가 총을 쏜 바로 그 순간, 뉴욕시장 윌리엄 게이너의 사진. 미국의 신문사 사진기자가 도착했을 때, 시장은 마침 유럽으로 휴가를 떠나기 위해 배에 승선하고 있었다. 사진기자가 시장에게 사진을 위한 자세를 부탁하고 난 뒤 사진기를 든 순간, 군중들로부터 두 발의 총탄이 발사됐다. 이 혼란 와중에서 사진기자는 침착했다. 그리고 피를 튀기며, 한 측근의 품안으로 쓰러지는 시장의 이 사진은 생생한 역사의 일부가 됐다.
˝사진은 피사체와 닮았을 뿐만 아니라 피사체에 대한 일종의 봉헌물이다.˝ 히틀러의 얼굴 사진이 들어 있는 ‘엽서 컬렉션‘을 들고 미소짓고 있는 저 히틀러 추종자에게도 이 말은 진실이리라. 히틀러와 비슷한 콧수염까지 기르고 있는 이 사람에게는 히틀러야말로 세속화된 신이며, 자기가 모아놓은 히틀러 엽서야말로 세속화된 예배당일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1930년 이전까지의 임정의 역할이 독립운동사에서 생각보다 크지 않아서 놀랐고, 공산당의 역할이 생각보다 커서 또 놀랐다. 그러나 독립운동 단체들의 분열이 교과서에서 배운 것과는 달리 상당히 심각했다는 점은 안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