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 김홍도의 풍속화를 보고 있으면 서민사회의 구수하고도 익살스러운 흥겨움이 화면에 넘쳐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예쁘다든지 미끈하다든지 하는 느낌보다도 이렇게 익살스러운 표현이 앞선다는 것은 단원이 서민사회의 생태를 너무나 잘 보고 잘 알고 또 사랑했던 까닭이라고 할 수 있다.
겸재 정선은 서울의 인왕산과 북악산 사이의 자연을 매우 즐겨서 사생 대상으로 삼았던 모양이다. <인왕제색도>를 비롯해서 지금의 서울 청운동 일대에 널려 있었던 계곡을 그린 가작들이 유달리 많이 남아 있다. 즉 장동팔경이라고 일컫는 일련의 대소 작품군이 그것이며, 이 <청풍계도>도 바로 이 장동팔경 중의 일경을 그린 것이다. 이제까지 알려진 장동팔경 그림 중에서도 이것이 가장 큰 작품이어서 소위 겸재체 진경산수(眞景山水)가 지닌 본바탕을 혼연하게 드러내주는 회심의 작품이라는 느낌이 깊다.
이 <맹호도>는 현재 심사정(1707~69)이 갑오년에 그린 것이라 화제에 쓰여 있으나 심사정 생전의 갑오년은 서기 1774년이며 그는 1769년에 돌아갔으니, 이 그림은 후세 사람이 화제를 쓴 것인지 필자를 몰라서 심사정으로 해둔 것인지 모르지만, 영맹스러운 한국 범의 생태를 너무나 실감나게 표현한 걸작품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큰 암벽 아레 바위에 엎드려 흐르는 물을 진종일 바라보며 사색에 잠겨 있는 한 사람의 백의거서를 그린 것으로, 말하자면 인재 자신의 모습을 그렇게 그림 속에 들어앉힌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