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야, 너도 조심해

늑대야, 너도 조심해
시게모리 지카 글.그림, 최용환 옮김 / 미운오리새끼 / 2015년 7월

그림동화나 애니메이션을 보면 항상 악당 역할로 등장하는 캐릭터 중 하나인 늑대!

매번 악당은 좌절하고 좋지 않은 결말로 끝을 맺는데 이번에는 그런 늑대를 위해 미리 조심하라고 일러두는 그림동화 <늑대야, 너도 조심해>를 만나봤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아기돼지 삼형제나 빨간모자 이야기를 보면 늑대는 언제나처럼 무시무시한 악당으로 등장해 돼지 친구들과 빨간모자를 잡아먹을 계획을 세우면서 무섭게 묘사되어지는데..

이 이야기는 늑대를 주인공으로 하여 그간 알고있던 늑대의 모습이 전부가 아니라는 듯 새로운 시각으로 묘사함으로써 한층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옛날 옛날 할머니로부터 무서운 그 녀석들을 조심하라는 말을 듣고 자란 늑대는 배가고파 사냥을 나간다.

할머니의 말씀대로 그 무서운놈들을 조심해서...

그림책을 들고 다니며 항상 조심 또 조심 계획대로 실행하지만 아기돼지 삼형제와 빨간모자 소녀, 아기염소들까지~ 모두 그림책의 내용을 알고 있는지 좀처럼 늑대의 먹잇감이 되어주질 않는다.

번번이 사냥에 실패한 늑대는 지쳐 빈손으로 집에 돌아오지만 펄펄 끓는 뜨거운 물에 풍덩! 하지 않아서, 배를 가르지 않게되어서 다행이라 생각하며 잠자리에 든다.

 오늘도 무사히 넘겨서 다행이다.

꼬르륵, 꼬르륵....

내일도 사냥하러 나가야지.

무서운 놈들을 조심해서.

마지막 페이지를 읽는 순간에는 늑대가 안쓰럽기까지 했다.

언제나처럼 그림책을 읽다 잠들었는지 침대맡에는 책이 펼쳐져있고 식탁위에는 저녁으로 해결한것처럼 보이는 먹고 남은 사과심지가 보이고.. 늑대라기 보다는 그냥 커다란 개가 자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무엇보다 스토리도 흥미롭지만 그림책이다보니 늑대는 물론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의 표정이 이야기와 잘 어우러져 보는 재미를 더한다.

빨간모자 소녀의 무심한 듯 하면서 늑대를 겁내지 않는 장면도 그렇고 이미 시뮬레이션을 통해 늑대인형의 배를 갈라본 아기염소들까지~ 

정말 할머니가 일러준 대로 무서운건 그 녀석들이었다.

펼쳐진 책을보니 다음 이야기는 양치기 소년같은데~ 과연 다음번에는 무사히 사냥에 성공해 배부르게 먹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장례식은 필요 없다

장례식은 필요 없다
베른하르트 아이히너 지음, 송소민 옮김 / 책뜨락 / 2015년 6월

어딘가 모르게 제목에서 단호함이 느껴지는 듯 하다.

더불어 토막난 사람의 시체같기도 한 표지가 책의 주인공인 블룸이 얼마나 거침없고 냉철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이야기는 8년전으로부터 시작된다.

양부모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그날, 블룸은 한 남자를 만나게 되고 운명처럼 그와 사랑을 하게되고 어엿한 엄마가 된다.

주인공 블룸은 여자 장의사이자 두 아이의 엄마이며 형사인 남편 마르크와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고 남편이 뺑소니 차량에 치여 죽은 뒤 그녀는 모든것을 잃었다.

그렇게 남편을 떠나보낸 뒤 어느날 블룸은 남편의 죽음이 뭔가 석연치 않다는 것을 알게되고 남편의 교통사고 사망 배후에 무언가 있음을 알게된다.

다섯 명의 잘나가는 남자들이 남편의 죽음과 관계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되고 블룸은 차가운 복수를 결심하기에 이르는데...

이야기가 초반부터 빠르게 전개되다보니 블룸이 복수를 하는 과정 역시 순식간이며 참으로 거침없다.

오로지 남편을 죽인것에 대한 복수심과 단호함, 거기에 걸맞는 빠른 판단만이 있을 뿐이다.

 어린시절부터 냉혹한 양부모로부터 사랑은 좀처럼 받지 못하고 대를 이어야하기 때문에 강제로 장의사에 대한 교육을 받아왔던 그녀는 그 어마어마한 공포심을 이겨내고 현재까지 왔기에 더욱 대단한 여인이라 생각한다.

더불어 그 때문인지 그녀의 행동은 더없이 거침없고 두아이의 엄마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냉정하고 싸늘했다.

여자 장의사라는 직업이 주는 위압감과 그녀의 행동들이 블룸의 캐릭터를 잘 보여주는 듯 했다.

또한 잔인하게 묘사되어지는 부분들도 더러 있다보니 덱스터에 비유하며 소개되어진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평소 잔인하거나 공포보다는 약간의 소름을 동반하는 정도의 스릴러 장르를 선호하는 나로썬 미드처럼 영상으로 즐기는 게 아니어서 조금은 다행이었지만 썩 유쾌하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게다가 처음에는 한 여인이 많은 남자를 상대로 복수를 한다기에 어떨까 싶었는데 스토리상 나쁘지는 않았지만 방법과 계획들이 너무 생각처럼 흘러가는 듯한 느낌이라 이 부분은 살짝 아쉬웠다.

짜샤

짜샤
이찬석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15년 6월

짜샤 : 자유를 찾아 날아간 한 소년의 이야기

이 소설은 왕따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지극히도 현실적이다.

더이상 청소년들의 왕따문제는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느덧 사회의 큰 문제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는 따돌림.

과거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문제가 없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날이갈수록 왕따, 그 형태는 종잡을 수 없고 은밀하게 세력을 키워나간다.

더불어 피해자 역시 쉽사리 입을 열지 못하고 그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할 수 없다.

이야기에서도 그렇듯 자신때문에 부모에게 또다른 상처와 짐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과 보복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피해학생들은 또다시 자신의 상처와 아픔을 저 구석진 자리로 꽁꽁 숨겨둔다.

내가 버티면 되겠지, 이렇게 지나가겠지 하며 이야기속의 주인공인 짜샤 역시 사랑하는 어머니를 위해 걱정하며 묻는 엄마에게 애써 괜찮은 척하며 구타당한 흔적을 숨기기 바쁘다.

괴롭힘을 당하기 전까지만 해도 주인공은 학교가는 것이 너무나도 좋고 하루하루가 즐거웠지만 동식이라는 아이로부터 단짝친구가 구타와 온갖 욕설을 들어도 참아야만 하는 것이 분하기도 했다.

하지만 단짝친구는 물론이고 반 아이들 모두는 동식이에 대한 위협과 공포감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고 주인공 역시 그의 말에 대꾸할 수 없었다.

그러다 자신이 왕따로 지목당하게 되고 처음으로 집탄 폭행이라는 것을 경험한 뒤 주인공은 더없이 비굴해지고 맞지 않으려고 그의 물음에 순순히 답하고 굴욕적인 순간에도 그에게 충성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렇게 끝없는 괴롭힘속에 방학을 했지만 그 시간조차 성근에게는 불안과 초조함의 연속이었고 언제 또 시작될지 모르는 동식과 그 무리들의 괴롭힘에 하루하루 말라간다.

결국 성근은 이 싸움을 끝낼 수 있는 방법은 죽음뿐이라는 결론에 이르고 자신이 동식을 죽이고 자신 역시 자살로 이 모든것을 끝낼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실행에 옮기려한다.

하지만 동식의 눈을 마주하는 순간 어느새 공포감이 그를 덮치고 결국 살인계획은 수포로 돌아간다.

그렇게 계획에 실패하고 성근은 이 지옥같은 삶을 끝낼 수 있는 희망이 죽음이라 생각하고 스스로 몸을 던지고야 말았다.

이 이야기는 실제 있었던 사실을 바탕으로 쓰여진 소설로 한 아이가 왕따로 인하여 겪은 고통과 아픔을 낱낱이 보여준다.

우리 사회가 안고있는 왕따의 심각성과 현실을 잘 보여주는 이야기라 너무 안타깝고 속상했지만 한편으로는 나 역시 방관자의 입장이아닐까라는 생각에 뜨끔했다.

얼마나 괴롭고 힘들었으면 어린 나이의 소년이 할 수 있는 선택이 자신의 생을 마감하는 것일 뿐이었는지.. 

그저 안쓰럽고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가해자는 별 생각없이 장난으로 혹은 우발적으로 그랬다고 하지만 당하는 입장이라면 어찌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을까-

그들에게는 평생 마음속에 남을 일이고 그 트라우마로 인해 한 목숨이 세상에서 영원히 빛을 잃고 말았다.

더 안타까운건 위같은 일이 일어나고 뉴스에서 떠들석거리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우리는 태연하게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렇게 금세 많은 이들에게서 잊혀지고 이 끔찍한 장면은 반복이 되고있다.

어찌보면 미치치 않고서는 살아가기 힘든 삶속에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텨가고 있는 피해 청소년들과 더불어 우리사회가 하루빨리 이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제시하고 실행에 옮겼으면 한다.

첫사랑

첫사랑
이순원 지음 / 북극곰 / 2015년 6월

일단 책의 제목과 같이 <첫사랑>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은 언제 들어도 묘하게 설레고 기분좋은 단어다.

물론 첫사랑이 성공적이었다면 더욱이 그랬겠지만 굳이 그렇지 않더라도..

뭐랄까 - 옛시절을 추억하고 맘껏 그리워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입가에 웃음이 지어진다.

막연하게 첫사랑이라 하여 2-30대의 풋풋한 사랑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소설 속 이야기는 중년의 남자와 그의 친구인 주변인물들을 통해 어린 시절의 순수하고도 예뻤던 첫사랑을 얘기하고 있다.

표지에도 적혀있듯이 누구에게나 첫사랑이 있다.

굳이 얘기하자면 있었다라는 말이 맞을까 - 

어쨌든 누구나 첫사랑의 경험은 있을 것이고 그 사랑의 결실이 좋던 혹은 그 반대였건 쉽사리 잊혀지지 않는 기억임에는 틀림없다.

처음으로 누군가를 좋아하고 그 마음을 표현하고, 애타고 설레기도 하고.. 복잡미묘한 여러 감정들을 수도없이 겪어가며 한없이 순수하게 한사람만을 좋아했던 기억이 어찌 쉽게 잊혀지겠나..

그렇기 때문에 오래도록 간직하고 추억하고 싶은 기억 중 하나일 것이다.

또 그와는 반대로 나 역시 누군가의 첫사랑이기 때문에 그 기억은 참으로 소중한 듯 싶다.

내가 어렴풋이더라도 상대를 기억하듯 누군가 나를 기억해준다는 것은 나를 한번쯤 생각해준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좋은 것이지만 같은 시절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책 속의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순수하면서도 차분하고 예쁘게 그려진다.

어린 시절 만인의 첫사랑인 자현과 그녀를 좋아했던 동창생 남자들 여럿이 그 시절 서로의 추억을 이야기하며 자신의 방식대로 소중하고 아름다웠던 그래서 담담하기도 했던 첫사랑을 이야기한다.

동창모임을 통해 우연히 알게된 친구의 소식부터 현재의 근황과 안부, 그리고 그 시절의 첫 사랑 이야기까지..

이렇게 시작하여 어린시절에는 차마 하지 못하고 담아두었던 이야기를 시간이 흐른 뒤에야 털어놓기도 하며 같은 시대를 살아오면서 같은 시절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이들이 그 때를 공유한다.

그래서 책을 읽다가도 이 점이 참으로 부러웠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뒤에 다시만난 동창들이지만 어색함이 없었고 사투리를 사용해서인지 어딘가 더욱 친숙한 느낌에 마음이 한없이 차분해지기도 했다.

또한 그 추억을 안주삼아 이야기하고 서로의 마음을 새로이 알아가고 위해주는 이들의 모습이 예뻤다.

나도 그들과 같은 나이가 되었을 때 같은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한사람이 되고 싶다.

상상 친구

세상에 없지만 완벽한 상상 친구 ㅣ 책꿈 1
A. F. 해럴드 지음, 에밀리 그래빗 그림 / 가람어린이 / 2015년 7월

<세상에 없지만 완벽한 상상 친구>

소녀 아만다의 눈에만 보이는 루거.

그는 아만다의 상상친구이며 자신을 만들어낸 소녀만이 그를 볼 수 있다.

어느날 아만다는 옷장속에서 자신과 똑같은 신발을 신고 있는 소년을 발견한다.

소녀는 친구들에게 루거를 소개하지만 이내 그 소년이 자신의 상상으로 인해 생겨난 상상 친구임을 알게된다.

루거를 볼 있는 사람은 아만다뿐이었고 그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는 아만다만의 친구였다.

그런데 어느날 상상 친구를 잡아먹는 무시무시한 번팅씨가 루거의 냄새를 맡고 둘의 곁에 나타난다.

결국 번팅씨와 그의 상상 친구인 소녀의 공격으로 아만다와 떨어지게 된 루거.

자신을 만들어준 사람이자 유일한 친구인 아만다에게서 그렇게 잊혀져 갈 것인가...

자신을 상상해 줄 친구가 없이 루거는 자신을 지켜낼 수 있을까?

한 소녀의 눈에만 보이는 상상 친구라는 존재.

신기하고 재밌는 설정이기도 하지만 자칫하면 미친사람으로 취급을 받겠지 싶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이야기일 뿐이고 이 역시 상상이 만들어낸 동화일 뿐이다.

개인적으로 그림동화와 청소년 소설을 좋아해서 자주 읽곤하는데 간략한 스토리를 알고나니 무척 궁금해지는 책이었다.

거기다 이야기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신비하면서도 어두운 분위기가 가득한 그림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이 책이 이렇게나 사람을 놀래킬 줄이야.. ㅠㅠ

상상 친구에 등장하는 또다른 주인공이자 루거를 위험에 처하게 하는 인물인 번팅씨와 그의 상상친구인 창백한 소녀가 등장을 해주었으니!

아만다와 루거, 보모가 숨바꼭질을 하고 있을 때 그들의 앞에 오싹한 모습으로 소녀가 자신을 드러냈다.

평소 겁이 많은 편인지라 .. 이야기속에서 불이 꺼졌을 때부터 완전 긴장한 상태...

그리곤 무심결에 책장을 넘겼는데 눈알이 없는 소녀와 딱 마주쳤다. 으아.. 마치 날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라 너무 놀랬다.

그래서 황급히 손으로 소녀의 얼굴을 가리고 옆의 글을 재빠르게 읽어내려 갔다. ㅎㅎ

새벽에 읽다가 얼마나 놀랐는지.. 나처럼 겁많은 아이들이 봤다면 정말이지 까무러쳤을지도 모르일이다.

어쨌든 번팅씨가 등장하면서부터 이야기는 점점 흥미로워졌는데 루거와 아만다에게는 너무나도 위험한 상황들이 계속되고,

결국 아만다는 차사고를 당하게 되고 루거와 떨어지게 되면서 그는 사라질 위기에 처하기도 하지만 아만다가 아닌 다른 아이의 상상 친구로 여자아이가 되었다가 결국 다시 루거로 돌아온다.

이야기는 한 소녀의 풍부한 상상력이 만들어낸 존재인 상상 친구에 대한 이야기로 이 세상 어느곳에도 없는 특별한 친구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더불어 루거 자신은 상상으로 만들어진 아이에 불과했지만 자신과 자신을 만들어준 소녀를 위해 떨어져 있어도 그녀를 잊지 않으려 애썼고 결국 그녀를 찾아가는 모습에서 우정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나도 어릴때 이런 상상친구를 만들어 낸 적이 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해봤는데, 물론 기억에는 없지만 인형놀이나 소꿉놀이 같은 걸 하면서 다른 사물에 한번쯤은 생명이 있다고는 믿었겠지 생각한다.

나이를 한두 살 먹어가면서 동심도 사라지고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이런 기억들은 저멀리로 사라지겠지만 그때 그 순간만은 참 행복했을 것 같다.

하지만 만약 이야기속에 등장하는 루거가 나 자신이라면 어느 순간 잊혀지고 사라지는 것에 대한 불안감도 따랐을 것이다.

그렇기에 누군가의 추억속에 내가 존재하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고마운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희미한 기억이고 나의 느낌에 불과하지만 어린시절 행복했던 순간을 잠시나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되어서 더욱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