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다 칼로, 내 영혼의 일기
프리다 칼로 지음, 안진옥 옮기고 엮음 / 비엠케이(BMK)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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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예술의 전당에서 프리다칼로&디에고리베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고 들었다. 오래 전 우연한 계기로 만나게 된 프리다 칼로의 작품인데, 수많은 작품 중 가장 먼저 접하게 된 것이 그녀의 자화상을 그린 <부서진 기둥>이다. 굉장히 강렬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아픔이 느껴지는 그녀의 작품에 사로잡혀 그렇게 프리다 칼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역시나 웬만한 사연은 축에도 끼지 못할 안타까운 이야기들이 그녀의 삶에 놓여있었다. 10대였던 그녀는 당시 남자친구와 함께 버스로 멕시코 시티 여행을 하고 있었다. 그 때 버스가 전차와 충돌하면서부터 비극은 시작된다. 거의 죽을뻔한 경험이었다. 날카로운 칼과 같은 금속이 그녀를 관통했고, 결국 그녀의 몸은 말그대로 만신창이가 되었다. 사고의 충격으로 거의 부서지다시피한 척추와 갈비뼈, 그리고 골반과 다리, 발까지 여러군데의 골절로 심각하게 훼손되었다. 



 몇 달 동안 침대에 누워 회복하던 그녀는 어머니가 만들어준 이젤과 아버지의 그림도구를 이용해 그림을 그려나갔다. 1926년부터 47세의 나이로 1954년에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그녀는 약 60점에 달하는 초상화를 포함해서 많은 작품을 남겼다. 왜 그녀를 고통의 여왕이라고 칭하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20세기 가장 특출난 여성 화가들 중 한명으로 꼽히는지 그녀의 삶이 말해주고 있었다. 그녀에게 있어 고통은 단순한 신체적 고통을 넘어섰다. 스물 한살의 나이차가 나는 일생일대의 운명 디에고 리베라를 만나게 된다. 그러나 그와의 삶도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반복되는 유산과 불임, 그리고 남편의 외도는 그녀를 더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이 모든 아픔을 예술로 승화시킨 천재적인 화가, 그녀가 바로 프리다 칼로다. 이 책은 피카소마저 눈을 뗄 수 없다면 극찬한 그녀의 작품들을 일기와 함께 만나볼 수 있다. 



 



 펼치면 그녀의 자화상을 전체적으로 볼 수 있는 표지부터 마음에 쏙 들었던 책이다. 그녀의 자화상의 특징, 두 눈썹의 가운데가 마치 갈매기 처럼 하나로 이어져있다. 자신을 투영해 그렸던 많은 작품들이 있는데, 저 독특한 눈썹 하나면 그녀의 자화상을 쉽게 구분해낼 수 있다. 고통을 일종의 통과의례라고 여겼을만큼 강인한 그녀에게 그림은 온전한 희망, 그 자체였다. 그녀의 일기장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책을 보면 그녀의 삶 전반을 느낄 수 있다. 읽으면서 놀라웠던 점은 그런 고통속에서도 그녀는 오로지 디에고만을 생각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기장은 그녀의 신념, 죽음, 좌절, 희망 등 여러 주제가 있었지만, 가장 많은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었던 것은 디에고와 그에 대한 사랑이었다. 



 




 그녀에게 디에고 리베라란 단순한 남자 그 이상이었을 것이다. 벽화운동의 리더였던 그는 그녀에게 스승이자, 같은 신념을 좇는 동지인 동시에 인생을 공유하는 배우자였던 것이다. 그녀의 그림 <예상치 못한 현상>을 보면, 그 때의 사고와 디에고와의 결혼이 연상된다. 그만큼 그녀의 인생에 있어서 중대한 두 가지의 사건이 아닐까 싶다. "나는 디에고를 사랑한다, 그 말고는 아무도 없다." 그런 그의 외도를 마주할 수밖에 없던 프리다 칼로의 심정은 어땠을까? 감히 상상이나 해볼 수 있을까. 일기장 앞 장의 번진 얼룩을 그대로 다음 장 작품에 담은 그림들도 특색있었고, 그림과 일기 속의 숨은 신화이야기를 듣는 것도 꽤나 흥미로웠다. 


 

 


 실제로 조국에 대한 사랑이 깊었던 디에고는 프리다 칼로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다. 그를 사랑하면서 멕시코를 사랑하게 되었고, 그들은 멕시코 전통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6,000여종의 유물을 사비로 수집해 박물관을 설립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그에게서 트로츠키주의라는 사상도 전수받게 된다. 레닌과 스탈린의 사회주의 이론에 반대되는 이론으로 러시아 혁명가인 트로츠키의 사상과 운동을 따르는 주의이다. 그러나 그녀는 디에고의 영향으로 자신을 트로츠키주의자로 착오한 것이지 실제는 아니었고 트로츠키주의와 공산주의를 구분지었다. 위의 일기는 그녀의 공산주의에 대한 이상을 표현한 것인데, 스탈린의 죽음이 얼마나 충격으로 다가왔는지를 알 수 있다. 

 


 


 끝없는 외로움에 시달렸던 그녀였지만 많은 부분에서 그녀의 강인함이 그대로 느껴졌다. 진통제 없이는 작품을 그릴 수 없는 상태에까지 도달했으나 그럼에도 그녀는 붓을 놓지 않았다. 그래서 일기장 뒤로 가면 갈수록 점차 붓놀림이 흐릿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초록색 날개를 단 천사를 표현한 위의 그림은 그녀가 죽기 직전에 그렸던 것으로 추정되는 일기장 마지막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그림들이다. 그 어떤 역경에도 굴하지 않았던 그녀이지만, 역시나 죽음은 두려움으로 다가왔던걸까? 오늘날 초현실주의자로 널리 이름을 떨치고 있는 프리다 칼로. 적장 자신은 자신의 인생을 그래로 현실만을 담았다고 말했다. 일기장으로나마 그녀의 삶과 예술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어 행복했다. 강렬한 색채와 표현으로 눈길을 끄는 그녀의 작품이지만, 한꺼풀 벗겨보면 고통속에 외롭고도 쓸쓸했던 한 여자의 마음 상태가 보이기도 한다. 처절했던 그녀의 삶과 그만큼 매력적인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책이다. 프리다 칼로, 그녀에 대해 더 알고싶다면 일기를 담은 이 책을 추천한다.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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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이 모든 것을 바꾼다 - 무일푼에서 연 매출 100억 신화를 이룬 청년 이인규의 특별한 선택
이인규 지음 / 레드베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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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일푼에서 연 매출 100억의 신화를 이룬 청년 이야기라는 말에 무작정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다. 어느 정도의 닦아놓은 기반 위에서 시작하는 것과 정말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기에 저자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어려움을 극복하고, 어떤 선택이 저자를 바꿔놓은걸까? 다 읽고나니 어쩌면 저자는 그냥 목표를 이룰 수밖에 없는 사람같았다. 정말 열심히 살았다. 가난했던 어린시절, 절대 아버지처럼은 살고 싶지 않았다. 그런 마음에 친구들과 함께 가출도 해보고 남다른 어린시절을 보낸다. 열 두살 짜리의 가출이 오래가면 얼마나 오래갈까. 곧 집으로 돌아오겠거니 예상했다. 역시나 얼마 지나지 않아 집으로 돌아오는데, 그 속에서 삶의 어려움을 마주하고 큰 교훈을 얻게되었다. 


 

 이러한 모든 경험들이 부자가 되겠다는 결심의 원동력이 되었다. 초등학교 정규 학력이 전부인 CEO라. 요즘같아선 꽤 있는 일이지만 그 당시에는 엄청난 일이지 않았을까. "세상 속에 모든 진리가 숨어있다." 우리나라도 현재 많은 변화를 통해, 대학 진학을 하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찾아 가는 사람들이 많다. 저자도 이들 중 하나였다. 책이나 공부가 아닌 세상에 직접 뛰어들어 일하며,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인생공부를 했던 것이다. 쉬지 않고 배달일을 하며, 배울 수 있는 일을 끊임없이 찾아 나섰다. 새벽같이 일찍 일어나 취업정보를 모으는 것은 물론, 틈만나면 이력써를 쓰고 면접을 봤다. 그런 저자의 마음이 통했었는지 여기저기 많은 회사에서 경험을 쌓고 스물 여섯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런 앞뒤 가리지 않고 쏟는 열정을 보면 대단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때로는 좌절과 절망으로 모든 것을 놓고 싶어질 때도 있었을텐데 그마저도 발판으로 삼아 결국엔 CEO로 우뚝 서게 되었다. 역시나 한 순간 그냥 만들어지는 성공은 없다. 이런 저런 많은 꿈을 꾸면서도 정작 노력과 실천은 그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내 행동을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렇게나 내던져진 존재다 그가 어느 길을 가거나 자유다. 그러나 그 선택에는 책임을 져야 한다." 그렇다, 결국 삶의 끝에 모든 책임은 나에게로 돌아오게 되어있다. 넘어지고 더디게 나아갈지언정 뭐든 끝까지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강력한 동기부여가 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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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가다 - 작가가 되어야만 하는 단 하나의 이유 나는 작가다
최서윤 외 지음 / 레드베어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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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실히 예전보다는 작가의 문턱이 낮아짐을 느끼는게 여러 분야에 걸쳐 많은 사람들의 책이 쏟아지고 있다.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정보위주의 책을 넘어 자신만의 독특한 삶의 경험을 나누는 책들이 눈에띈다. 그런 작가와 책들을 만나면서 나 또한 나중에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만한 내 이름의 책 한 권을 내는게 꿈이다. 아직 특정한 주제도, 구체적인 계획도 정해지지 않았지만 꼭 이루고 싶은 꿈이다. 그렇기에 이 7명의 작가들의 이야기도 궁금했다. 어렸을 때 부터 꿈이 줄곧 글쓰는 작가였는지, 아니면 우연한 계기로 글을 쓰게 되었는지 등 작가가 된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본문에 앞서 추천사를 읽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을 수 있던 책이다. 글을 쓰는 것, 책을 내는 것은 특별한 사람들만의 영역이 아니라 책을 쓰겠다는 마음만 있으면 누구든지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용기를 붇돋아준다. 그럼에도 정말 아무나 낼 수 없는 것이 책이 아니던가. 자신만의 독특한 스토리나 소재를 찾는 것도 쉬운일은 아닐거란 생각이 들었다. 계속 읽어나가다 보니 이 또한 의지와 실천의 문제였음을 깨달았다. 막연하게 '언젠가는'이라고 생각을 하니, 점차 후순위로 밀리고 때때로 잊혀져가며 그렇게 꿈으로만 자리잡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이 좋았던 이유 중 하나는 주변에서 어떤 말을 하던 굽히지 않고, 자신의 믿음과 확신대로 꿈을 찾아나가라는 최서윤 작가의 프롤로그다.



 가장 궁금했던 것도 그녀의 삶이었다. 그녀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녀는 지구 반대편인, 프랑스에서 삶을 꾸려나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의 부러워할만한 몽마르뜨 언덕이 내려다보이는 곳에서의 삶이다. 그러나 타지에서의 생활은 그렇게 녹록지만은 않을텐데 그 와중에 어떻게 책을 쓸 생각을 했을까? 작가도 많은 사람들처럼 꿈을 찾아나서는데 꽤나 열병을 앓았던 모양이다. 수학선생님을 좋아하면서 과학자의 꿈을 꾸고, 그렇게 물리학과에 입학했지만 그녀에게 남는 것은 텅 빈 공허함이었다. 그러나 "당장 해답을 구하려 들지 말고 집접 살아 가다보면, 먼 어느 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해답 속에 살고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 이라는 한 권의 책 속의 글귀를 만나며 그녀는 뜨거운 열정속에 살게된다. 그렇게 가슴에 별을 품어온 그녀는 작가가 된다는 자신만의 별을 발견해 글을 쓰게 되었고, 작가로 새로운 출발을 하고 있다. 내가 품어왔던, 그리고 품고 있는 별은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녀의 말처럼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고 현재를 살아가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힘들었던 십대를 보냈던 신서우 작가의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그녀의 어린시절을 들여다보면 살아가는 것 자체가 용기란 말이 저절로 떠오른다. 위태로운 가정과 이 때문이었는지 학교에서는 왕따문제로 적응하지 못했다. 어린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벅찬 환경속에서 그녀는 살기 위해 가출을 결심하고, 쉼터에서 삶을 시작한다. 그러나 상처는 쉽게 잊혀지지 않는 법. 그 때의 상처가 이십대에도 고스란히 상처로 남아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불우했던 경험속에서 빛을 발견했다. 아프고 고통스러웠기에 감추고만 싶었던 기억이지만, 오히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들을 도울 수 있었다. 현재 그녀는 청소년들을 위한 강의와 집필을 하며 한 상담소의 소장으로 십대들과 소통하고 있다. 아픔을 딛고, 많은 청소년들에게 힘이 되어주는 그녀가 대단해보였다. 



 저마다 각자의 사연이 있는 작가들의 이야기는 그자체로도 굉장히 흥미로웠다. 그리고 만약 내가 책을 낸다면 나는 어떤 식으로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 이런저런 생각도 해봤다. 때때로 책은 읽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되는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 또한 그런 책 한권을 내는게 꿈이다. 책을 통해 받았던 용기와 위로들을 나의 글로 많은 사람들에게 돌려주고 싶다. 작가를 꿈꾸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이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여러 작가들의 이야기 속에서 용기를 얻고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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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니 2016-06-30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몇 줄 쓰는것도 지웠다 썼다를 반복하는 저로써는 글을 쓰는게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책 한권 읽을때 마다 느끼지만
글을 쓴다는것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일인것 같습니다
작가님들 존경합니다 ^^

pepeto 2016-07-16 22:22   좋아요 0 | URL
쭈니님 의견에 공감합니다.
서평 쓰기도 만만치 않은 일이지요 ^^
저도 예전엔 어떻하면 잘 쓸까 오랜기간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썼는데,
서평은 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편하게 풀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꽤 늦은 댓글을 쓰네요. 좋은 하루 되세요!
 
오프닝 & 클로징 - 평범하지만 특별한 나만의 하루
강혜정.이고운 지음, 서인선 그림 / 프런티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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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읽었던 『이 노래 듣다가 네 생각이 나서』와 비슷한 구성이다. 두명의 라디오 작가가 집필한 책으로, 라디오의 오프닝과 클로징 멘트를 함께 들으면 좋은 노래와 같이 담았 놓았다. 이 둘의 약간의 차이가 있다면 이 책은 음악 위주라기보다는 에세이 위주라는 점이 아닐까 싶다. 나도 그 때 그 시절 라디오를 들으며 많은 위로를 받았다. 유독 희망찬 오프닝멘트와 감성적으로 마무리하는 클로징멘트. 라디오를 통해 나누던 이야기들을 마주하니 저절로 라디오에 손이 갔다. 물론 지금은 그 때의 라디오가 아닌 휴대폰 어플을 이용해 듣는것이지만 말이다. 



 현재 나에게 필요한 말들도,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은 위로도 유독 많이 담겨져 있던 책이다. 따뜻한 이야기와 더불어 자리잡고 있는 차분한 일러스트 또한 매력적이다. 가만히 읽고 있으면 누구라도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책. 페이지마다 감성적인 말들로 용기를 주는가 하면, 또 다른 페이지에서는 색다른 시선으로 깨우침을 전하기도 했다.



 


 바쁘게만 살아가는 주변 사람들을 포함한 현대인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이다. '시간은 금이다.'라는 말을 익히 들으며 자라왔다. 물론 내가 보내고 있는 지금, 현재는 다시 돌아오지 않기에 알차게 써야하는 건 맞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시간은 단 몇 분이라도 허투루 쓰면 안되는 것 처럼 관리의 대상이 되었다. 심지어 재충전을 위한 휴식에 게으르고 나태하다는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위의 멘트처럼 사람도 플러그 자체를 뽑아버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가만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온전히 쉬는 것에만 집중하는 상태말이다. 나태함도 내일을 위한 에너지가 될 수 있다는 말이 참 신선하게 들려왔다. 어찌 모든 일을 계획한대로만 행할 수 있겠는가. 멍하니 창밖을 보기도 하고, 그냥 흘려보낸 시간을 반성하기도 하면서 조금 더 단단한 내일의 결심을 만들어 나가면 된다. 조금 느슨한 하루를 보냈다고 해서 크게 자책할 필요는 없다. 




 


 이 페이지에서 말하는 것 처럼, 때론 마음 놓고 쉬어도 괜찮다. 죄책감을 내려놓고, 이런 저런 걱정과 불안도 모두 뒤로한 채 말이다. 홀로 여유롭게 누워있는 사진처럼 마냥 뒹굴어도 그래도 괜찮다. 돌이켜보면 내가 쉬는 이 짧은 순간보다도 더 많은 일을 해왔고, 앞으로 더 많은 일을 해야할 것이다. 그러니 지금 잠깐의 휴식에 크게 마음쓰지 않아도 된다. 가만보면 빨리빨리가 생활화 된 우리 사회는 여유를 즐길 줄 모르는 것 같다. 조금만 늦거나 뒤쳐지면 빨리 따라잡으라고 재촉하기 일쑤다. 그래서 그런지 평화로워보이기만 하는 일러스트와 이 글이 와닿았던 것 같다. 



 "우리 눈에 보이는 별들이 사실은 굉장히 멀리 있다는 거, 다들 과학 상식으로 알고 있잖아요. 몇 만 광년, 몇 억 광년 하는데 대체 얼마나 멀리 있는 건지 감도 잡히지 않습니다. 그냥 그걸 조금 바꿔서 생각해보면 지금 보이는 별빛이 오래 전 과거의 어딘가에서 온 거라는 거죠. 거기서는 이미 사라졌을지 몰라도 어쨌든 지금 내 눈앞에서는 반짝이고 예쁘게 빛나고 있습니다. 괜히 좀안심이 되요. 지금 당장은 보이지 않더라도 언젠가, 어디선가 빛이 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아서." 우리 모두 언젠가는 빛날 별과 같으니 조급함은 멀리두어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물론 눈으로 글씨를 읽고, 그림을 감상하지만 마음으로도 느낄 수 있었다. 책 아래의 함께 들으면 좋을 곡과 어우러져 우리의 삶을 가만히 위로해주는 따뜻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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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비앤비 서울 아트숙소 11 - 여행자를 부르는 아름다운 집과 사람들
임지선 지음 / 미래의창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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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리 여행을 다니다보면 숙소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불편한 숙소로 인해 여행을 망친 기억도 있기 때문에 숙소를 무엇보다도 신중하게 고르게 되었다. 내가 가고자하는 여행지와 최대한 가까운 곳이면서도 적절한 가격, 청결도, 편의시설, 서비스 등 고려해야 할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그래서 주로 해외여행을 가게되면 안락한 호텔 위주로 묵었는데, 우연히 여행 카페에서 카우치서핑과 에어비앤비에 대한 글을 보고는 새로운 숙박형태의 매력에 빠졌다. 여행의 묘미는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데에 있다고 생각하기에 언제부턴가 호텔보다 더 선호하게 되었다. 



 호스트와 함께 지내며 현지인의 시선으로 여행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소 전체를 빌려 내 집처럼 이용해보기도 하고, 방 하나만을 빌려 호스트와 즐거운 시간을 보낸적도 있기에 주변 사람들에게 에어비앤비를 적극 추천한다. 그런데 국내에도 심지어 아트숙소라 불리는 아름다운 에어비앤비 숙소가 있다니 구경해보고 싶었다. 때마침 프랑스에서 여행차 한국을 방문한다는 친구들도 있었고, 나중에 국내여행을 갈 때, 조금 특별한 장소에서 머무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책에는 예술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서울의 아트숙소 열 한 곳을 담고 있다. 각각 사연이 있는 집 이름도 레몬하우스부터 엘리스앤폴의 이층집까지 다양하고 개성이 넘친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띈 건 '모티프원'이라는 이름의 숙소였다. 언젠가 잡지에서 예술가의 마을인 파주 헤이리 마을을 보고 꼭 한 번은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모티프원이 바로 여기에 위치해 있었다. 모티프원이라 어딘가 모르게 독특한 이름이다. '나를 살아 있게 만드는 최고의 이유'라는 뜻으로 누군가에게 무언가의 동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 헤이리 마을 촌장인 주인이 지었다고 한다. 이 집은 무엇보다도 여러 색으로 이루어진 공간들이 돋보였고, 집안에 숨겨진 '비밀의 문' 또한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에서만 보던 비밀의 문이 실제로 존재하다니 생각만으로도 흥분되는 장소였다. 책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탁 트인 독서 공간도 따로 마련되어 있어, 여유롭게 휴식을 취하기에 좋아보였다.



 


 또 하나의 아트숙소를 꼽자면 이태원에 있는 러블리 밤부 하우스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자연친화적인 공간이다. 유독 녹색을 좋아하는 나이기에, 침실 밖 베란다의 대나무 숲은 꿈만 같았다. 자연속에, 자연과 함께 숨쉬며 공존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이런 공간에서 아침을 맞이한다면 매일 저절로 기운이 샘솟지 않을까. 이 공간은 집도 집이지만 함께 여행을 다니는 부부의 라이프 스타일도 멋있었다. 피렌체를 시작으로 바르셀로나, 코펜하겐까지 여행자의 삶을 살며 집은 잠시 머무르는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진정한 글로벌 노마드라는 말이 꼭 맞는 부부같다. 세계 곳곳의 에어비앤비를 경험하며 그곳의 아이디어를 얻어 밤부하우스에 적용하기도 한다고 한다. 문화든 집이든 나누면 삶이 더 즐거워 진다는, 현재에 충실한 삶을 살고 있는 부부가 부러워지는 집이었다. 




 실제 위에 언급한 두 곳 모두를 방문해보고 싶어 에어비앤비 사이트를 찾아으나, 러블리 밤부하우스는 찾을 수 없었고, 모티프원은 예술적인 면모는 좋지만, 여행하면서 머물 숙소로는 아쉬웠다. 에어비앤비 선택 기준으로 시설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편인데 부엌과 세탁기를 사용할 수 없었고, 헤어드라이어와 같은 물품도 일일이 들고다녀야 한다니 조금은 망설여졌다. 여행보다는 휴식 차원으로 방문하기에 알맞은 장소 같았다. 이외에도 각자의 이야기를 담은 환상적인 숙소들을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깔끔하게 정돈된 호텔룸도 좋지만 집주인들의 정성과 손길이 깃든 에어비앤비 숙소를 이용한다면 좀 더 색다른 여행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집 자체가 예술인, 아트숙소! 특별한 날, 특별한 공간을 원한다면 한 번쯤 경험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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