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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 클로징 - 평범하지만 특별한 나만의 하루
강혜정.이고운 지음, 서인선 그림 / 프런티어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최근 읽었던 『이 노래 듣다가 네 생각이 나서』와 비슷한 구성이다. 두명의 라디오 작가가 집필한 책으로, 라디오의 오프닝과 클로징 멘트를 함께 들으면 좋은 노래와 같이 담았 놓았다. 이 둘의 약간의 차이가 있다면 이 책은 음악 위주라기보다는 에세이 위주라는 점이 아닐까 싶다. 나도 그 때 그 시절 라디오를 들으며 많은 위로를 받았다. 유독 희망찬 오프닝멘트와 감성적으로 마무리하는 클로징멘트. 라디오를 통해 나누던 이야기들을 마주하니 저절로 라디오에 손이 갔다. 물론 지금은 그 때의 라디오가 아닌 휴대폰 어플을 이용해 듣는것이지만 말이다.
현재 나에게 필요한 말들도,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은 위로도 유독 많이 담겨져 있던 책이다. 따뜻한 이야기와 더불어 자리잡고 있는 차분한 일러스트 또한 매력적이다. 가만히 읽고 있으면 누구라도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책. 페이지마다 감성적인 말들로 용기를 주는가 하면, 또 다른 페이지에서는 색다른 시선으로 깨우침을 전하기도 했다.

바쁘게만 살아가는 주변 사람들을 포함한 현대인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이다. '시간은 금이다.'라는 말을 익히 들으며 자라왔다. 물론 내가 보내고 있는 지금, 현재는 다시 돌아오지 않기에 알차게 써야하는 건 맞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시간은 단 몇 분이라도 허투루 쓰면 안되는 것 처럼 관리의 대상이 되었다. 심지어 재충전을 위한 휴식에 게으르고 나태하다는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위의 멘트처럼 사람도 플러그 자체를 뽑아버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가만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온전히 쉬는 것에만 집중하는 상태말이다. 나태함도 내일을 위한 에너지가 될 수 있다는 말이 참 신선하게 들려왔다. 어찌 모든 일을 계획한대로만 행할 수 있겠는가. 멍하니 창밖을 보기도 하고, 그냥 흘려보낸 시간을 반성하기도 하면서 조금 더 단단한 내일의 결심을 만들어 나가면 된다. 조금 느슨한 하루를 보냈다고 해서 크게 자책할 필요는 없다.

이 페이지에서 말하는 것 처럼, 때론 마음 놓고 쉬어도 괜찮다. 죄책감을 내려놓고, 이런 저런 걱정과 불안도 모두 뒤로한 채 말이다. 홀로 여유롭게 누워있는 사진처럼 마냥 뒹굴어도 그래도 괜찮다. 돌이켜보면 내가 쉬는 이 짧은 순간보다도 더 많은 일을 해왔고, 앞으로 더 많은 일을 해야할 것이다. 그러니 지금 잠깐의 휴식에 크게 마음쓰지 않아도 된다. 가만보면 빨리빨리가 생활화 된 우리 사회는 여유를 즐길 줄 모르는 것 같다. 조금만 늦거나 뒤쳐지면 빨리 따라잡으라고 재촉하기 일쑤다. 그래서 그런지 평화로워보이기만 하는 일러스트와 이 글이 와닿았던 것 같다.
"우리 눈에 보이는 별들이 사실은 굉장히 멀리 있다는 거, 다들 과학 상식으로 알고 있잖아요. 몇 만 광년, 몇 억 광년 하는데 대체 얼마나 멀리 있는 건지 감도 잡히지 않습니다. 그냥 그걸 조금 바꿔서 생각해보면 지금 보이는 별빛이 오래 전 과거의 어딘가에서 온 거라는 거죠. 거기서는 이미 사라졌을지 몰라도 어쨌든 지금 내 눈앞에서는 반짝이고 예쁘게 빛나고 있습니다. 괜히 좀안심이 되요. 지금 당장은 보이지 않더라도 언젠가, 어디선가 빛이 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아서." 우리 모두 언젠가는 빛날 별과 같으니 조급함은 멀리두어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물론 눈으로 글씨를 읽고, 그림을 감상하지만 마음으로도 느낄 수 있었다. 책 아래의 함께 들으면 좋을 곡과 어우러져 우리의 삶을 가만히 위로해주는 따뜻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