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다 칼로, 내 영혼의 일기
프리다 칼로 지음, 안진옥 옮기고 엮음 / 비엠케이(BMK)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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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예술의 전당에서 프리다칼로&디에고리베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고 들었다. 오래 전 우연한 계기로 만나게 된 프리다 칼로의 작품인데, 수많은 작품 중 가장 먼저 접하게 된 것이 그녀의 자화상을 그린 <부서진 기둥>이다. 굉장히 강렬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아픔이 느껴지는 그녀의 작품에 사로잡혀 그렇게 프리다 칼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역시나 웬만한 사연은 축에도 끼지 못할 안타까운 이야기들이 그녀의 삶에 놓여있었다. 10대였던 그녀는 당시 남자친구와 함께 버스로 멕시코 시티 여행을 하고 있었다. 그 때 버스가 전차와 충돌하면서부터 비극은 시작된다. 거의 죽을뻔한 경험이었다. 날카로운 칼과 같은 금속이 그녀를 관통했고, 결국 그녀의 몸은 말그대로 만신창이가 되었다. 사고의 충격으로 거의 부서지다시피한 척추와 갈비뼈, 그리고 골반과 다리, 발까지 여러군데의 골절로 심각하게 훼손되었다. 



 몇 달 동안 침대에 누워 회복하던 그녀는 어머니가 만들어준 이젤과 아버지의 그림도구를 이용해 그림을 그려나갔다. 1926년부터 47세의 나이로 1954년에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그녀는 약 60점에 달하는 초상화를 포함해서 많은 작품을 남겼다. 왜 그녀를 고통의 여왕이라고 칭하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20세기 가장 특출난 여성 화가들 중 한명으로 꼽히는지 그녀의 삶이 말해주고 있었다. 그녀에게 있어 고통은 단순한 신체적 고통을 넘어섰다. 스물 한살의 나이차가 나는 일생일대의 운명 디에고 리베라를 만나게 된다. 그러나 그와의 삶도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반복되는 유산과 불임, 그리고 남편의 외도는 그녀를 더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이 모든 아픔을 예술로 승화시킨 천재적인 화가, 그녀가 바로 프리다 칼로다. 이 책은 피카소마저 눈을 뗄 수 없다면 극찬한 그녀의 작품들을 일기와 함께 만나볼 수 있다. 



 



 펼치면 그녀의 자화상을 전체적으로 볼 수 있는 표지부터 마음에 쏙 들었던 책이다. 그녀의 자화상의 특징, 두 눈썹의 가운데가 마치 갈매기 처럼 하나로 이어져있다. 자신을 투영해 그렸던 많은 작품들이 있는데, 저 독특한 눈썹 하나면 그녀의 자화상을 쉽게 구분해낼 수 있다. 고통을 일종의 통과의례라고 여겼을만큼 강인한 그녀에게 그림은 온전한 희망, 그 자체였다. 그녀의 일기장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책을 보면 그녀의 삶 전반을 느낄 수 있다. 읽으면서 놀라웠던 점은 그런 고통속에서도 그녀는 오로지 디에고만을 생각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기장은 그녀의 신념, 죽음, 좌절, 희망 등 여러 주제가 있었지만, 가장 많은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었던 것은 디에고와 그에 대한 사랑이었다. 



 




 그녀에게 디에고 리베라란 단순한 남자 그 이상이었을 것이다. 벽화운동의 리더였던 그는 그녀에게 스승이자, 같은 신념을 좇는 동지인 동시에 인생을 공유하는 배우자였던 것이다. 그녀의 그림 <예상치 못한 현상>을 보면, 그 때의 사고와 디에고와의 결혼이 연상된다. 그만큼 그녀의 인생에 있어서 중대한 두 가지의 사건이 아닐까 싶다. "나는 디에고를 사랑한다, 그 말고는 아무도 없다." 그런 그의 외도를 마주할 수밖에 없던 프리다 칼로의 심정은 어땠을까? 감히 상상이나 해볼 수 있을까. 일기장 앞 장의 번진 얼룩을 그대로 다음 장 작품에 담은 그림들도 특색있었고, 그림과 일기 속의 숨은 신화이야기를 듣는 것도 꽤나 흥미로웠다. 


 

 


 실제로 조국에 대한 사랑이 깊었던 디에고는 프리다 칼로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다. 그를 사랑하면서 멕시코를 사랑하게 되었고, 그들은 멕시코 전통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6,000여종의 유물을 사비로 수집해 박물관을 설립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그에게서 트로츠키주의라는 사상도 전수받게 된다. 레닌과 스탈린의 사회주의 이론에 반대되는 이론으로 러시아 혁명가인 트로츠키의 사상과 운동을 따르는 주의이다. 그러나 그녀는 디에고의 영향으로 자신을 트로츠키주의자로 착오한 것이지 실제는 아니었고 트로츠키주의와 공산주의를 구분지었다. 위의 일기는 그녀의 공산주의에 대한 이상을 표현한 것인데, 스탈린의 죽음이 얼마나 충격으로 다가왔는지를 알 수 있다. 

 


 


 끝없는 외로움에 시달렸던 그녀였지만 많은 부분에서 그녀의 강인함이 그대로 느껴졌다. 진통제 없이는 작품을 그릴 수 없는 상태에까지 도달했으나 그럼에도 그녀는 붓을 놓지 않았다. 그래서 일기장 뒤로 가면 갈수록 점차 붓놀림이 흐릿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초록색 날개를 단 천사를 표현한 위의 그림은 그녀가 죽기 직전에 그렸던 것으로 추정되는 일기장 마지막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그림들이다. 그 어떤 역경에도 굴하지 않았던 그녀이지만, 역시나 죽음은 두려움으로 다가왔던걸까? 오늘날 초현실주의자로 널리 이름을 떨치고 있는 프리다 칼로. 적장 자신은 자신의 인생을 그래로 현실만을 담았다고 말했다. 일기장으로나마 그녀의 삶과 예술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어 행복했다. 강렬한 색채와 표현으로 눈길을 끄는 그녀의 작품이지만, 한꺼풀 벗겨보면 고통속에 외롭고도 쓸쓸했던 한 여자의 마음 상태가 보이기도 한다. 처절했던 그녀의 삶과 그만큼 매력적인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책이다. 프리다 칼로, 그녀에 대해 더 알고싶다면 일기를 담은 이 책을 추천한다.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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