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키드의 추억
신윤동욱 지음 / 개마고원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불광불급(不狂不及)이라 했다.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는 말이다.

남이 미치지 못할 경지에 도달하려면 미치지 않고는 안된다.미쳐야 미친다.미치려면(及)미쳐라(狂). 

-'정민' 미쳐야 미친다 中



살아가면서 마니아적 기질을 갖춘 사람. 즉 뭔가에 제대로 미친 사람을 만나는 일은 반가운 일중에 하나임이 틀림없다.그리고 그런 사람을 만나서 그의 이야기를 듣는 일은 제법 흥미롭다.

비록 그가 미쳐있는 분야가 나와는 상관없는,또는 그동안 내가 관심조차 갖지 않았던 분야라 할지라도 상대방이 그동안 차곡차곡 쌓아두었던 지식과 애정에 열정을 플러스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자면 나도 모르게 그만 그가 뿜어내는 어떤 ‘광기’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스포츠에 ‘제대로’ 미쳐있는 [한겨레21]의 기자 신윤동욱이 쓴 <스포츠 키드의 추억>이란 책을 만났다.

저자가 2005년5월부터 2007년 3월까지 [한겨레21]의 [스포츠 일러스트]로 연재했던 칼럼에 <그 후로도 오랫동안>이라는 뒷 담화까지 첨가해서 엮은 책으로‘2007년8월31일 초판1쇄 펴냄’-손끝이 데일만큼 아직 따끈따끈한 신간이다.

사춘기시절에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내일처럼 치러내고 90년대 농구대잔치에 열광하며 이승환의 덩크슛을 흥얼거리고 마지막승부의 다슬이 심은하를 기억하는 세대.이른바 스포츠키드라고 스스로를 명명하는 저자가 스포츠에 대한 애정하나만으로 스포츠 이상의 ‘읽을꺼리’를 거침없는 글빨로 서슴없이 써내려간 글들이 단연 돋보이는 책.

이 책에서 저자는 허재,이상민등 90년대의 별들에 그치지 않고 김윤아,로저 페러더까지 잘나가는 현역 스포츠선수들까지 또,이름만으로도 그가 개그맨인지 스포츠선수인지 분명히 누구나 알수 있는 나카타나 이치로,베컴과 지단 ,애거시, 설기현, 김병철등의 스포츠스타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스포츠를 통한 세상보기로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또한 책을 읽다보면 저자가 드러내는 스포츠에 대한 애정 때문은 아니더라도 스포츠라는 것이 비록 ‘기록과 결과중심의 게임’일지언정 그 게임의 내면에는 기록과 결과 외에도 수많은 히스토리가 존재하는 것과 그것의 의미에 대해서 한번쯤 생각해보게 된다.

사람마다 독서하는 습관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나 같은 경우는 책을 읽을 때 노트와 연필을 준비하고 책을 읽는 편이다.

읽으면서 밑줄을 긋기도 하고 노트에 옮겨 적기도 하면서.

이 책 <스포츠 키드의 추억>을 다 읽고 다시 펼쳐보니 밑줄이 그어진 부분이 꽤 된다.

저자가 이야기 하는 스포츠 속으로 찬찬히 발을 들여놓다 보면 삶의 철학 같은 것을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일까.

결코 가볍게 풀어내지 못할 진지하고 무거운 문제들이 스포츠라는 놀이를 통해서 우리에게 아주 가볍고 친근하게 접근하며 삶의 다른 이면들을 생각하게 해주는 것 같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 ‘스포츠 키드의 추억’이라는 제목만을 보고 내가 과연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 약간의 부담감을 안고 있었다는 것을 고백한다.

비록 저자와는 동시대를 살았다고 하더라도 그것 하나만으로 함께 공유할 스포츠에 관한 추억이란 게 과연 몇 개나 될까 싶게 나라는 인간이 스포츠를 그다지 즐기는 편에 속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아니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늘 스포츠 보다는 차라리 스포츠‘외’의 것을 좋아했던 것 같다.(내친김에 더 솔직해 지자.-스포츠‘만’ 아니라면 다 좋았다,라고. 끄응..)같은 세대의 저자가 어린 시절 아홉시 뉴스가 끝나고 방송하는 스포츠뉴스를 목이 빠져라 기다릴 때 난 그 스포츠뉴스가 끝나고 하는 드라마를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었고 ,한술 더 떠서 어떻게 하면 어른들 틈에 낑겨서 드라마를 조금이라도 더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만으로 뉴스와 드라마사이에서 시간만 잡아먹는 스포츠뉴스가 차라리 왠수 같기만 했다고나 할까.

이렇게 나의 왠수를 그토록 사랑했던 저자의 글이었으니 이 책을 펼치면서 내가 과연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까하는 걱정을 했던 것 도 무리는 아니지 싶다.

그런데 책을 펼치고 저자의 머리말을 읽으면서 그런 걱정은 반절정도로 줄어들었다. 본문을 읽으면서는 어라?이거봐라..몇 차롄가 끄덕끄덕하기도 했고 또 몇 차례 소리 내서 킥킥거리기기도 했다.

책이 손에 들어오고 그 자리에서 꼼짝도 않고 다 읽어치웠을 만큼 읽는 재미가 톡톡했다.그러고 보면 이책은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스포츠 라고는 월드컵 축구가 스포츠의 전부인줄 알고 살 정도로 스포츠에 그다지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는 사람들 에게까지도 쉽고 재미있게 읽힐 수 있는 책이지 싶다.

물론 스포츠에 미친 또 다른 미친분(?)이 읽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재미있는 책이다.게다가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덤으로 2008년의 베이징 올림픽 때는 티브이에서 보내주는 스포츠중계를 책을 읽기 전 보다는 적어도 40프로 이상 나름 즐길 수 있게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생각하는 스포츠,그것은 선수들만의 전유물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스포츠를 보면서 느꼈던 아저씨의 잡생각을 쓰다보니 스포츠 중계에,

스포츠 뉴스에는 제대로 나오지 않는 얘기의 묶음이 되었다.

쓰다보니 호불호가 들통났고,내친 김에 좋아하는 선수들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앙골라 핸드볼팀에 대한 나의 ‘응원심’을 마음껏 드러내고,

나브라틸로바에대한 ‘존경의 념’을 표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러니까 이 책은 비너스 윌리엄스 같은 흑인선수,나브라틸로바 같은 성 소수자,

앙골라 대표팀 같은 소외받은 팀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생각해온 아저씨의

스포츠 중계이자 검은 활자로 부르는 마이너리티 응원가이다.

-머리말 中-


아,참!책을 읽으면서 든 쓸데없는 생각.

임오경과 오성옥의 이야기를 김정은과문소리가 연기하고 임순례가 감독한다는 <우리생에 최고의 순간>이라는 영화는 2008년에 정말 개봉할까.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은메달이 아니라 금메달을 목에 걸고 웃는 장미란을 보고 싶다는 저자의 소망이 이루어질까 .

정말 베이징 올림픽에서 앙골라 여자 핸드볼팀이 출전해 선전 할 수 있을까.

정선민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참가한다 안한다,한다에 건다는 신윤동욱이 머니라도 건다면 과연 한다에 걸 수 있을까.

두 번이나 뺀찌를 먹인 승현오빠를 꼭 한번 만나고 싶다는 추신을 덧붙인 저자는 과연 이 책이 출간한 후에 승현 오빠를 만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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