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웹의 불편한 진실
김기창 지음 / 디지털미디어리서치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나는 웹기획자다.  

 '전문가'라는 자신이 아무생각없이 잘못된 업계의 관행을 그대로 따라한 것을 알게 되었을 때는 얼굴이 화끈 거렸고, 마음속에 느끼는 것이 정말 많았다.  한때, 공공 사이트 구축을 주로하는 회사에서 일하면서 사이트를 만들때 나도 똑같이 '시각장인애전용 사이트'를 별도로 만들었고, 오직 인터넷 익스플로러에만 최적화된 '파이어폭스'나 '크롬' 등 다른 웹브라우저를 고려하지 않은 사이트를 만들었고, 웹아이덴티티'나 '브랜드'라는 미명하에 플래시로 도배가 되고, 텍스트도 대부분 이미지화 한 사이트를 양산해 내고 있었다.   

참으로 부끄럽다. 실제 사이트 사용자의 만족도, 사용환경 등에 대한 고려없이 '싸게','빨리','화려하게' 만드는 것에만 몰두해 있었던 것이다. 웹표준이 제정, 발표된 지 3년이 넘은 지금도 업계는 많이 바뀌지 않았다. 이건 모두가 함께 인식을 바꾸고 노력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다.

 나도 리눅스도 사용해 보았으나, 주로사용하는 용도가 '게임'이나 엔터테인먼트' 쪽이었기에 잠깐 공부하는 정도에 그쳤고  파이어폭스나 크롬은 오히려 익스플로러 보다 잘 만들어진 프로그램이었기에 기대감을 갖고 사용해 보았으나 오래가지 않아 곧 익스플로러로 다시 돌아오고 말았다. 대부분 사이트에서 무언가를 좀 해보려고 하면, 로그인부터 시작해서 안되는 것이 투성이 였다. 대부분의 사이트들이 익스플로러에 최적화되어 있어서 다른 브라우저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것이 많아서 이다.  

그럼, 왜 대부분의 사이트들이 M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에 최적화 되어 있을까?  

다른 프로그램까지 호환되도록 만들려면 돈과 시간이 더 들 뿐만 아니라, 다른 프로그램 사용자는 기껏해야 5%정도도 안된다. 거기다, 인터넷 뱅킹이나 공인인증이 필요한 사이트는 호환시킬래야 그럴수도 없다. 추가 설치해야 하는 프로그램이 모두 익스플로러에서만 지원하는 ActivX로 설치되기 때문이다.  

그럼, 단지 우리 인터넷 환경에서의 다양한 프로그램 선택의 권리와 업체간의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만 일방적인 'MS사랑' 이 끝나야 하는걸까? 

만약, MS사가 어느날 우리나라만 윈도우나 관련 어플리케이션 라이센스의 가격을 정가의 10배로 올린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가 아무생각없이  '예'를 클릭하는 윈도우 보안 경고의 '팝업'을 위장해서 해커가 악성코드를 퍼트리는 경로로 사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실제로도 MS OFFICE프로그램의 국내 판매가격은 이웃나라 일본보다 비싸고, 얼마전에 있었던 DDOS 공격이 다시 발생하기 아주 쉬운 환경이 되어버렸다. 우리 스스로 MS의 독점 구조를 만들어줄 필요는 없지 않은가? 

중국은 15만명의 해커를 사이버부대로 운용하고 있다고 하고, 우리도 '10만 해커 양병설'을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그전에 국민들 모두가 올바른 인터넷 사용문화와 철저한 보안의식을 가지고 있고, 운영되는 모든 시스템이 보안 취약점을 개선하여 운영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김기창 교수님은 전공자도 아니시고 나름 자신의 스타일 대로 예전부터 컴퓨터를 사용해 오신 '파워 유저' 인것 같은데, 이렇게 인터넷업계의 올바른 변화를 위해서 소송까지 진행하실 수 있었는지, 그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조금 깊이 생각해 보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 라고 생각된다. 이 문제들이 '인터넷 업계'의 문제 이기도 하지만, 이미 우리 생활에서 인터넷을 빼고 생각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 되었기때문이다. 인터넷은 우리의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해주는 '미디어' 이기에... 몇 몇 이익 집단에 의해 유독 우리나라만 이렇게 기형적으로 원하지 않았음에도 MS사의 '마니아'가 되어 가는 상황을 바로 잡고자 자신의 전문분야인 '법'을 이용해 소송을 진행하신 것이다. 그리하여 개설된 사이트가 '오픈웹'이다(www.openweb.or.kr) 책에서 언급된 대부분의 내용들이 있으며, 소송 진행 상황도 모두 공개되어 있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한번 방문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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