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조국의 법고전 산책 - 열다섯 권의 고전, 그 사상가들을 만나다
조국 지음 / 오마이북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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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이라는 한 개인에게 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빚이 있습니다. 저도 그런 사람 중 하나입니다. 전법무부장관으로 그가 바랐던 사회의 구상을 이 책에서 살짝 엿볼 수 있습니다. 법은 강자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것이 아닌 약자의 고난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그의 고민에 동감합니다. 그러면서도 입법을 하는 국회가 과연 그의 이상을 따라주었을까라는 의문은 여전합니다.
제가 주목한 부분은 예링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권리를 위한 투쟁>>의 첫 부분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법의 목적은 평화이며, 평화를 얻는 수단은 투쟁이다. 법이 부당하게 침해되고 있는 한—그리고 세상이 존속하는 한 이러한 현상은 계속된다—법은 이러한 투쟁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된다. 법의 생명은 투쟁이다. 즉 민족과 국가권력, 계층과 개인의 투쟁이다.˝
즉 기존의 법을 개정하거나 새로운 법을 만들 때에는 그 법의 이익을 받는 집단과 피해를 받는 집단의 투쟁이 필연적이라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남는 부분은 이 구절입니다.
“이 세상의 모든 권리는 투쟁에 의해 쟁취되며, 중요한 모든 법규는 무엇보다도 이러한 법규에 반대하는 사람들에 맞서 투쟁함으로써 쟁취된 것이다. (…) 권리는 단순한 사상이 아니라 살아 있는 힘이다. (…) 법규나 제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행위는 이 같은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선전포고를 하는 것과 같으며, 수많은 촉수로 단단히 들러붙은 해파리를 제거하는 일과 같다.˝
‘수많은 촉수로 단단히 들러붙은 해파리를 제거하는 일‘은 지난하고 고통스러우며 포기하고 싶지만 결고 포기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에게 이로운 법을 제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이익집단간의 첨예한 대립으로 더 큰 목소리를 내거나 (우리 나라에서는 불법이지만) 더 많은 로비를 하는 쪽을 위한 법이 만들어지기 쉽습니다.
법무부장관으로서 조국 한 사람이 그 해파리의 촉수를 모두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좀더 상식적이고 많은 사람에게 이익이 되는 법이 제정되고 시행되기 위해서는 입법을 하는 국회의원에게 좀더 많은 압력이 필요하다고 여겨집니다. 혹은 선거제도의 개편(완전비례대표제)를 목표로 해야할 수도 있겠지요.
선거 제도에 대한 법고전이 부록으로라도 수록되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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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23-02-20 10: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알바하는 곳에 윤지지하는 분이 계신데 이번에 티비에섣조국 판결 나올 때 조국보고 교수나 하지 무슨 정치를 해서.. 이렇게 말해서 저는 윤도 검찰총장이나 하지 무슨 대통령까지 해서 나라 이렇게 망치냐고 대답해 주고 싶었어요. ㅠㅠ
전 비례 대표제, 이번에 조정훈이나 민주당 비례 보고 너무나 실망해 완전 비례 대표제는 반대하는데… 저는 헬마 좋아해서 청정구역 매주 듣는데 지난 주에 청정구역에서 임경빈 작가가 비례 대표제에 대해 얘기 잠깐 해요. 정당한테 유리한 것만 취한다고…

DYDADDY 2023-02-20 11:06   좋아요 0 | URL
정치적 사안에서 어느 해결책이나 갑론을박이 가능하고 또한 그것이 권장되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완전비례대표제다 나름의 장점이 있어서 생각을 해봤습니다. 헬마우스 팬이셨군요. 저도 유튜브때부터 꾸준히 좋아했는데 요즘 정치에서 한발 물러서 있어 측면승부 3부나 그알싫에서 잠깐씩 목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

기억의집 2023-02-20 11:33   좋아요 1 | URL
ㅎㅎㅎ 저도 측면 3부만 완전 팬입니다. 임경빈 작가 들어오고 더 유익해졌죠!!
 

우르수스가 그렇게 말하는 동안, 호모가 난로 가까이로 미끄러지듯 다가왔다. 잠든 아기의 손 하나가 난로와 고리짝 사이로 늘어져 있었다.
늑대는 아기의 손을 핥았다.
굉장히 부드럽게 핥았기 때문에, 어린것은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우르수스가 호모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래, 호모. 나는 아버지, 너는 삼촌이 된다." 그러고는 혼잣말을 계속하면서, 불을 돋우는 일을 이어 갔다.
"입양은 결정됐어. 게다가 호모도 원한다고." 그가 다시 몸을 일으켰다.
"나는 과연 누가 이 죽음에 책임이 있는지 알고 싶어. 인간들일까? 혹은.."
그의 눈이 천장 너머의 허공으로 향했다. 그의 입이 우물거렸다.
"당신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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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02-19 23: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DYDADDY님, 편안한 주말 보내셨나요.
2월은 짧은 달인데, 잠깐 사이에 절반 지나서, 이제는 한주 조금 더 남았습니다.
좋은 일들 가득한 한 주 보내시고, 따뜻한 밤 되세요.^^

DYDADDY 2023-02-20 05:46   좋아요 2 | URL
최근 페이퍼 쓰셨던 내용들이 대부분 바쁨에 대한 것들이어서 혹여 서니데이님의 체력에 악영향이 있을지 걱정이에요. 맛난 것도 드시고 식사는 거르지 마시고 잠도 푹 주무시길 바라요. ^^
 

페인은 말합니다.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을 때 우리는 헌법과 국가를 자랑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이 세상 어느 나라보다도 우리의 빈민은 행복하고, 그들에게 무지와 불행이 없으며, 감옥에는 죄수가 없고, 거리에는 거지가 없으며, 노인들에게는 부족한 것이 없고, 세금이 과중하지 않으며, 우리는 세계의 행복과 친구이기 때문에 합리적인 세계가 우리의 친구라고 말할 수 있을 때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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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는 세상 모든 게 다 있다. 버려지고 소외된 자들의 이야기, 인간과 인간 사이에 오고가는 감동과 따뜻한 마음, 그것들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문장들. 도대체 이런 소설을 읽지 않고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고 또 버텨낸단 말인가. 소설이야말로 우리가 끝까지 쥐고 있어야 할 거룩한 예술이다. - P22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선물한다는 것은 나의 내밀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드러낸다는 뜻인 것 같다.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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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님, 그건 성희롱입니다!
무타 카즈에 지음, 박선영 외 옮김 / 나름북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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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념이 아닌 실재하는 세계에서 밝음과 어두움이 완벽하게 나뉘는 것은 불가능하듯이 인간 관계도 마찬가지다. 그 중에 가장 난해한 것이 남녀의 관계가 아닌가 싶다.
지금은 조금 덜하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 가부장적, 남성적인 문화가 주류인 사회에서 남성은 여성에 비해 타인의 감정에 덜 예민하거나 혹은 무관심하거나 심한 경우 자신의 감정을 강요하기까지 한다. 그러한 사회일수록 밝음과 어두움의 중간 단계인 성희롱의 회색 지대는 더 넓고 기울기도 가팔라질 수 밖에 없다.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무관심하여, 혹은 재미로 그 회색 지대에 발을 들이면 남성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미끄러져 어두움(범죄)으로 빠질 수 있기에 가장 현명한 방법은 회색 지대를 알아보고 조심하는 것이고, 혹여 발을 들였다면 상대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그 지대를 벗어나야 한다.
종종 남성들의 불평을 듣는다.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 몰랐다 등등. 같은 예로 그럴 의도가 아니었거나 부주의하여 차량 사고로 인명 피해가 난다면 그런 변명이 통할까 싶다. 여성들이 느끼는 성희롱에 대한 감정은 차량 사고와 같아서 단기간 혹은 장기간의 정신적 피해, 경력의 피해, 심할 경우 일생동안의 트라우마이다. 누구나 사고를 피하기 위해 안전운전을 하듯이, 남녀간의 안전한 의사소통을 위해 두세번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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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02-17 20: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남들은 대디님을 본받도록....

DYDADDY 2023-02-17 23:38   좋아요 2 | URL
저도 전에는 일명 한남이었지만 어떤 책을 읽고 생각을 많이 바꿨어요. 아직 멀었지만 절뚝거리고 절름거리며 한발씩 나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칭찬받을만한 일은 아닌데도 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서니데이 2023-02-17 21: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DYDADDY님, 편안한 하루 보내셨나요.
프로필 이미지 사진이 달라진 것 같은데요. 흑백사진 느낌이예요.
일본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세크하라‘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그게 성희롱이더라구요.
여성의 피해가 더 많지만, 피해자의 성별을 한정할 수는 없을 거예요.
말씀하신 것처럼 그럴 의도가 아니었을 수도 있지만, 피해자에게는 큰 상처가 되니까,
조심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상대의 의도를 잘 이해하고 대처하는 것도 좋을 것 같고요.
잘읽었습니다. 따뜻한 주말 보내세요.^^

DYDADDY 2023-02-18 15:27   좋아요 2 | URL
프로필 사진은 저를 여성으로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아 바꿨어요. 사실 라떼보다는 에스프레소를 좋아하거든요. ㅎㅎㅎ 가부장적 사회는 남성 위주의 사회다보니 여성에 대한 공감이 부족해서 성희롱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아요. 상대의 감정을 잘 읽고 공감하면 성희롱은 많이 줄어들겠죠. 저녁 식사는 즐거우셨는지요. 바쁘시더라도 식사는 거르지 않으시길 바라요. ^^

기억의집 2023-02-28 11: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유튜브에서 클리어밴저스인가하는집청소 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유튜브 영상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이 직장 상사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그 사실을 폭로하는 과정에서 직장에서 짤리고 원룸에서 지내며 분노로 우울증이 오면서 무기력해져 원룸이 쓰레기로 가득찼었는데.. 그때 아 이 분이 요새 이 일이 일어났다면 저렇게 당하지 않었을 것인데.. 아 이판사판 깽판을 치고 그 상사도 같이 직장을 못 다니게 했다면 지금처럼 우울증에 빠지지 않었을 것인데 싶어 안타까웠어요. 성폭행은 미투 이전에 일어나서 본인 편에 서 준 분들이 없었나 보더라고요. 딸 같아서.. 맘이 아펐고 다시 일어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우리가 정말 목소리를 내고 이판사판하는 맘으로 덤벼야 남자들도 함부로 못 할 겁니다. 진짜 목소리 크게 내야 해요…

DYDADDY 2023-02-28 11:41   좋아요 0 | URL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성에 관련된 문제(꼭 성폭행, 성추행, 성희롱뿐만 아니라 생활상의 문제들과 성 담론까지 포함해서)를 여성이 거론할 수 없었죠. 그런 문제를 수치스럽고 부끄럽고 수동적이어야한다고 교육받았으니까요. 하지만 인간이라는 평등한 개체를 놓고 보았을 때 그런 공교육이나 가정교육은 잘못되었음을 지금은 인지하고 조금씩 바뀌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하는 문제이다보니 속도가 더딘 것이 답답하기는 해도 기억의집님의 의견처럼 꾸준하게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생각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