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란 무엇인가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단순한 불평이나 개인적인 불만의 시대가 저물어 갑니다. 

근거라고 하기에는 너무 거창한  하니 '징조'라고 부를만한  하나 예로 들어야겠습니다.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정치가나 일부 시민이 아니라 다수의 시민이, 거의 누구나가 던지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오래된 질문은 아니지만 과거에도 '국가란 무엇인가'와 유사한 의문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의문의 뿌리 혹은 기대하는 결과는 지금과 달랐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질문은 한탄, 원망, 좌절, 무력함에서 시작되어 어떤 변화도 만들지 못하고 흩어졌습니다. 

지금의 질문은 시민의 힘이 국가를 변화시킬  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정당한 '분노'를 기반으로 합니다. 그래서 힘이 있습니다. 단순한 한탄에서 그치지 않고 변화를 완성할  있는 힘이요.


 유시민 작가의 <국가란 무엇인가>는 스스로에게 던져본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나는 어떤 국가를 원하는가?'

유시민 작가는 스스로를 '진보주의자'라고 정의합니다. 

<국가란 무엇인가>는 진보주의자 유시민이 생각하는 국가를 담고 있습니다. 

잊지 말아야 하는  '국가란 이것이다'가 아닌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입니다. 유시민 작가는 자기의 생각을 정답이라고, 이래야 한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개인 유시민을 위한 나라가 아닌 시민 모두를 위한 나라를 생각하고 고민하는 과정, <국가란 무엇인가>는 결론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국가란 무엇인가>를 읽은  지난해 12월이라, 희미한 기억을 더듬어 적으려다 보니 부실해질  분명한지라 짧게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책을 읽고 남겨둔 메모를 보니  줄이 적혀 있었습니다.


"단순한 불평이나 개인적인 불만의 시대가 저물다."


어떤 의미로 적었을까 곰곰 생각해봤습니다. 

'불평'이나 '불만'이라 함은 무력한 상태를 의미합니다. 아무것도   없을  그나마   있는  불평하는 일입니다. 불만을 표하는  조금  적극적이기는 하지만 상대방이 받아들여주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마찬가지죠. 

 시민이 국가에 어떤 요구를 했을 때, 지금까지는 국가가 받아들여주지 않으면 어쩔  없다며 포기해왔습니다. 어차피  되는  신경 써서 무엇하냐며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죠. 하지만 시민들은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를 겪으며 무관심해졌을  국가가 얼마큼 부패할  있으며, 무능해질  있는지 깨달았습니다. 동시에 국가의 권력이 시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국가가 국민의 위에 있지 않다는 사실, 시민이야 말로 국가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절실히 느꼈기에 과거와 결별하는 시기를 맞게  겁니다.


 책 속으로 들어가서  군데 들여다보기로 합니다.

풍요로운 사람들은 오늘의 상황에 불만을 느낄 기회가 없어서 보수적인 반면, 가난한 사람들은 내일을 생각할 여유가 없어서 보수적인 것이다.
<국가란 무엇인가> 중

 '보수적'이라는 말은 변화를 원하지 않는 성향을 의미합니다. 지금 상태에 불만이 없고, 충분히 만족하는 사람들은 보수적인  자연스러운  당연합니다.  해봐야 본전이라고 생각할 테니까요. 이해하기 어려운  가난한 사람들입니다. 오래전부터 '왜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하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대한민국뿐 아니라 세계 어디에나 있는 질문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기대하는 바가 크지 않습니다. 지금 있는 것, 가진 것까지 잃어버리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죠. 그래서 변화를 일으켜 가난에서 구제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나도 쉽게 믿지 않습니다. 보수 집회에서 태극기를 흔드는 사람들 대부분이 가난한 사람들인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유시민 작가는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보수적인 성향을 띠게 된다고도 말합니다. 마찬가지 이유인데,  나은 삶을 기대하기보다 지금보다 나빠지지 않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라는 거죠.


 흔히 하는 말로 집단에는 양심이 없다. 
<국가란 무엇인가> 중

  줄에 불과한  문장이 너무 당연하게 여겨지면서도, 안타까움을 금할  없는  현재 대한민국이 경험하고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사건은 벌어졌지만 책임이 있는 사람은 없는 일,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할 거라는 믿음을 져버린 일, 위안부 합의와 싸드 배치로 대표되는 굴욕적이고 기만적인 일. 

 하이에나에게 양 떼를 맡기는  낫지 국가를 믿고 우리 삶을 내놓을 수는 없습니다.

 

<국가란 무엇인가>에서 유시민 작가가 말하는 건 국가의 미래가 아닙니다. 국가를 규정하는 정체성, 국가를 구성하는 시민들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있죠. 식민지와 한국 전쟁을 거쳐 분단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대한민국에는 이데올로기 대결 구조가 고질병처럼 뿌리를 내렸습니다. 나날이 커지는 빈부 격차도 불안을 키우고 있습니다. 

  유시민 작가는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바람직한 국가상을 그리는 동시에 시민들의 책임을 이야기합니다. 

 망각과 용서, 진보와 보수, 국가와 정치.

어디에서든 국민, 시민들은 국가의 구성원으로서 책임에서 자유로울  없습니다. 

'모든 국가는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갖게 된다'는 말을  어느 때보다 무겁게 여겨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나라를 탓하고 정치인을 탓할  있는 시기는 단순한 불만이나 개인적인 불평의 시대와 함께 끝을 맞이했습니다. 

주권자로서 시민은 감시하고, 요구하며 관심을 기울여야만 합니다. 갈등을 조장하고 지속하기보다 이해하고 화합할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시민이 국가를 두려워할  아니라, 국가가 시민을 두려워해야 합니다. 

 

 화해와 용서를 이유로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을 '받아들이자'라고 말하는  갈등의 골만 깊어지게 할 뿐입니다. 청산되지 않는 과거는 언젠가 곪아   상처가 됩니다. 깨끗이 도려내고 씻어내는 일,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피해갈  없는 과정입니다.


 30년 넘는 시간을 살아오면서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진지하게 던지고 답해본 기억이 없습니다. 지금도 국가가 무엇인지, 어떠해야 하는지 확실한 생각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국가가 어떠해서는  되는지는 알아가고 있습니다. 적어도 국가는 국민 위에, 시민 위에 군림해서는  된다는 것만은 분명히 알게 됐죠. 

 앞으로도 이 물음을 잊어버리는 일은 없을 겁니다. 

우리가 곧 국가이며, 우리가 곧 주인이기에 살고 싶은 나라를 고민하는 일을 그만두지 않겠다는 다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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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틈에 2017-04-20 0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몸이 안좋아서 일을 쉬게 되었는데 미뤄두었던 유시민 대표저서 읽기를 해볼까 합니다. 할까 말까 어제까지 고민했는데 이 글이 결심을 굳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대장물방울 2017-04-20 07:56   좋아요 0 | URL
건강이 정말 중요한데 몸조리 잘하셔서 좋은 책 많이 읽을 수 있게 되길!
계기가 되었다니 미흡하나마 영광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