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려 가면 어떻게 되는데?""뱀한테 잡아먹히지."어른들도 물론 그런 분위기를 감지하고 있었지만 그 일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아니, 얘기할 여유조차 없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들에게 인생이란 더는 짜낼 것 없는 사탕수수 찌꺼기와 같았다.p.106인간은 죽음에 대해 오래도록 슬픔을 느끼므로 다른 동물과 완전히 같을 수 없다. 그 때문에 인간은 살아감에 있어서 망설이고 주저하고, 미련을 느낀다. 때때로 인간이 두려워하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 소멸일지도 모른다.p.126그는 위평이 예전에 해준 소중한 조언을 떠올렸다.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서 마음이 모질어지지는 못할지라도 단단해지기는 해야 한단다."p.262우리가 우리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앞으로 누구도 이 일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어쩌면 나중에 공장 사람들이 이곳에 기념관 같은 걸 세우고 트루쿠가 시멘트 공장을 열렬히 환영했다는 둥, 시멘트 공장이 이 지역을 번영시켰고 일자리를 만들어줬으므로 부락 사람들이 행복하고 부유해진 것은 다 시멘트 공장 덕분이라는 말을 적어놓을지도 모른다. 그런 일이 일어날 리 없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p.379완전 속았다!표지만 보고서 일본힐링소설등에서 많이 본 것같은 사람들이 주점에 와서 술한잔과 함께 하루의 일상을 얘기하고 걱정거리를 얘기하며 서로 위로가 되는~~그런 소설일줄 알았는데~~이게 뭐고! 처음 접해보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동화같이 거인이 나오기도 하고 미서부 개척시대의 인디언들과 닮은듯한 원주민들이 나오기도 하는데 시대는 불과 얼마 안된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시대이고..일제강점기 시절이야기부터 근대화시대로 들어와서 자연을 훼손시키는 공장설립과 마을 사람들과의 갈등..가부장적인 아버지와 자연친화적인 원주민들의 아버지등의 다양한 모습이 이 책 한권안에 가득 담겨져 있다.대만을 여섯번이나 다녀와서 대만 원주민들의 이야기도 들어본적 있고 화롄쪽 여행하면서 그 험한 산에 길을 내면서 희생된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도 접했었는데..내가 직접 눈으로 봤던 대만의 모습을 떠올리며 이 책을 읽어나갔다.세상에 남은 유일한 거인 드나마이가 산의 모습으로 살고 있는 해풍촌..한번씩 등장하는 이 거인의 심오한 이야기가 완전 취향저격이었다.한쪽팔을 잃고나서 노름과 술에 빠져 폭행을 일삼는 아버지와 방관하는 어머니 밑에서 냄새나는 아저씨에게 팔려갈 처지에 놓인 어린 수쓰는 가출을 결심하고 집을 나와 산속 동굴로 들어간다.목에 고무줄이 걸려 죽어가는 흰 강아지를 구하기 위해 동굴에 들어가게된 투누흐..두 아이는 동굴안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각자의 마을 사람들이 찾는 소리에 상대방의 마을로 가기로 하는데..물리적으로는 어린 아이들이 걸어서 갈수 없을 거리였던 이 동굴은 사실 거인의 몸 속이었고 거인은 이 아이들의 이야기도 모두 들을수 있었다.이렇게 동화같던 이야기는 시간이 흘러 자신을 잠깐 돌봐줬지만 너무도 따뜻했던 해방촌으로 돌아온 수쓰가 옥자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딸과 함께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타이페이로 떠났다가도 결국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오는 해방촌 마을 사람들..해방촌은 단순히 시골마을이 아닌 몸과 마음을 편안히 쉴수 있는 떠나는곳이 아닌 돌아오게 만드는 마을이었다.자연과 함께 살아온 이 마을에 국가사업으로 시멘트공장이 세워지게 되면서 마을 사람들은 격하게 반대도 하지만 결국 공장은 세워지고 그로인해 해방촌도 새로운 모습으로 변할수밖에 없는데...한편 산자체인 거인 드나마이는 자신의 몸속을 관통하는 개발로 인해 죽음에 다다르게 된다.대만 원주민들의 언어와 이름들도 독특해서 처음에는 흐름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는데..등장인물 개개인의 가족이야기부터 마을이 변화되는 과정들이 세대별로 어땠는지를 따라가다보니 눈깜짝할 사이에 성인이 되어버린 수쓰의 딸의 모습까지 보게 되었다.죽음은 소멸이 아니라 잊혀지는게 소멸이라는 거인의 이야기처럼..해풍촌의 모습은 이제 찾아볼수 없고 해풍주점도 이미 사라지고 없지만..그곳에서 함께 했던 이들의 기억속에 남아있기에 해풍주점은 계속될것이고..드나마이를 기억하고 기록을 남기는 이가 있기에 우리의 거인도 영원할거다!#해풍주점 #우밍이 #비채 #타이완문학
하나 심었던 것들이 모여 풍경을 만듭니다. 풍경은 빛을 받아 돋보이고, 나는 이 짓을 하는 보람을 느낍니다. p.013정원은 감히 천국을 만드는 취미입니다p.014덥고 습하고, 모기 많고 뱀 나오고, 응원해주는 사람보다 "왜 이렇게까지 하냐"는 사람이 더 많고 '우와' 소리 나오는 꽃밭을 만들어도, 피어난 꽃은 입에 들어가는 것 하나 없이 야속하게 사라져만 갑니다. 아, 이 우아한 취미 가드닝ㆍㆍㆍㆍㆍㆍ.p.084~085누구에게 봄은 온도의 변화지만 정원사에게 봄은 '님'입니다. 점점 가까이 오고 있습니다. 마주할 그날을 손꼽아 기다립니다.p.127나도 가보고싶다 '덕암재'2000평의 정원은 대체 어떤 모습일까?집에 딸린 50평 정원을 매일 둘러보는것도 힘든데..주말에만 내려가셔서 돌보는 2000평의 땅을 저렇게 잘 가꾸시다니 그저 존경스럽다.2천평의 정원을 가꾸는 정원사라고 하면 엄청 화려하고 빠르고 바쁠꺼 같은 느낌인데..덕암재의 주인은 덕암재라는 이름이 주는 편안함과 익숙함을 닮은듯 하다.계절이 알려주는 시간에 맞춰 그 계절에 피어날 꽃들을 돌보고 계절이 끝난 아이들을 거두고..다가올 계절을 위해 파종하며 기다리고..정원을 가꾸는 사람들만큼 1년의 사계절을 뚜렷하게 경험하는 사람들도 없을듯하다.눈이 녹기도 전 하얀 눈 사이로 노랗고 보라색의 꽃을 피우는 크로커스를 보면 봄이 왔음을 실감하는데..정원사님의 글을 읽으면서 맞아!맞아!를 외치며 공감하기도 하고..초보 정원사는 상상도 못할 파종의 세계와 계절별로 준비하는 그 부지럼함이 너무 대단했고..식물을 대하는 자세만 봐도 사람에게는 얼마나 다정하실지가 절로 느껴졌다.휘양찬란한 미사여구 없이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들을 적어 내려가신 글이 이토록 편안하고 부드럽게 읽히는게..풀한포기 꽃한송이 나무 한그루..그저 그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아름다운 존재들인지를 더 돋보이게 만든 느낌이었다.삶을 대하는 태도를 본받기에도 너무 좋은 책이었는데 정원을 가꾸는 사람으로써 계절별로 정원에 해야할 일들도 자연스럽게 나와있어서 배울 점들이 너무 많아 아주아주 만족스러웠던 책이었다.#백년의정원사 #김용철 #덕암재 #달출판사
"무슨 소리를병원에 안 간다는 게 제정신이라는 의미는 아니야. 진단명이 없을 뿐이지, 너도 진작 검사를 받았으면 약을 네 개쯤 먹고 있을걸."p.201와우~~단요!당신의 머리속에는 대체 얼마나 많은 상상력이 존재하는건가요!나처럼 창의력도 없고 상상력없는 사람의 눈에는 천재로 보일수밖에 없는거 아니냐고~~소설집인지 모르고 하나의 장편소설인줄 알았는데 읽다보니 소설집이었다는^^;첫번째 이야기는 부모님에게서 마땅히 받고 자랐어야할 애정을 받지 못한채 어른이 된 유하..여러번의 연애를 했지만 항상 마지막은 같은결론이었는데..진정한 감정이 없이 배려만 있는 관계가 오래 지속될리가 없지.그런 유하가 아버지 유품을 정리하다 오래된 전화기를 발견하고..수화기 너머에서 들리는 자동응답기 소리 '본좌는 가이우스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 게르마니쿠스, 가이우스 황제다.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으니 신호음이 울리면 메시지를 남겨주길 바란다. 고맙다. 좋은 하루 보내길.'가이우스 황제? 세계사 1도 모르는 나. 검색시작 ㅋㅋ로마의 세번째 황제인데 일찍 죽었단다. 그런 칼리굴라에게 음성을 남길수 있다고?친한친구도 없고 애인도 없고 감정을 나눌지 모르는 유하가 유일하게 자신의 속마음을 터놓는 곳이 바로 칼리굴라에게 전화하는것이었는데 어느순간 역사책에서 자신의 이름인'유하'를 발견하게 되고 유하는 칼리굴라가 암살당하기 전날 큰 결심을 하게 되는데..과거의 사람과 전화통화를 하게 되는 설정은 가끔 많이 접할수 있었지만 단요의 작품에는 그만의 색깔이 잘 드러나 있는것 같다.기린이야기와 시각으로 온도만을 구별했던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환상통과 책 제목과 같은 존재의 대연쇄.개인적으로 칼리굴라 이야기와 환상통에 대한 이야기가 재미있었고..마지막 존재의 대연쇄는 아주아주 독특하다고나 할까?알수없는 수식들과 듣도보도 못한 용어들이 살벌하게 나오는데..내 머리로는 아예 이해할수 없는 것들이기에 그런 용어들을 제쳐두고 내용만 읽어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수 있는 소설이었다.개인적으로 이번 소설들을 읽고 느낀건 과정들은 너무 재미있는데 결말들이 과정에 비해 살~~짝 아쉽다고나 할까?결말까지 우와~~ 했으면 좋았을텐데 그건 개인적 의견일뿐이고..독특한 단요님의 상상력 가득한 세계에 푹 빠질수 있었던 시간이었다.#존재의대연쇄 #단요 #사계절 #sf소설집
양반이라는 건 어디나 다 똑같았다. 천한 백정이 가까이만 와 도 경을 치면서, 매 끼니 육고기는 입에 대어야 하는. 천한 무당 따위 모두 몰아내야 성에 차지만. 정작 기이한 변고가 있을 때는 불러들여 일을 시켜야 하는.p.104그저 어딜 가든 천대받지 않고, 목이 달아날 걱정도 하지 않고 사는 것이 사람답게 사는 것일 테지요. p.240이런 내용의 소설 너~~무 좋다!가독성도 좋아서 한호흡에 바로 읽어내려갈수 밖에 없게 만든 책.요즘 넷플 동궁이 한참 핫한데 동궁 다 보고나서 이 책을 읽으니 괜시리 연결되는 분위기여서 너무 좋았다 ㅋㅋ소문난 만신 희란..그리고 그녀의 아들 환령. 환령은 신기를 물려받지 못했는데..희란에게 신이 찾아가라 했던 산속에 가족에게 죽임을 당할뻔하고 힘들게 살고 있던 이름도 없는 소녀가 있었고 그 아이를 신딸로 데리고와 여우라는 이름도 지어주었는데..환령은 처음부터 자신의 누이를 지켜주겠노라 다짐을 하고..여우는 송가의 문지방을 넘을때부터 가택신들에 의해 당장 떠나라고 집안 말아먹을 아이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희란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게 되고 송가에서 나와 전국을 떠돌던 여우가 3년만에 다시 찾은 도성에는 어두운 기운이 가득한데..신기도 없이 사람이 해결할수 있는 일들만 의뢰받아 송가를 일으켜세운 환령은 다시 돌아온 여우가 그저 반갑기만하고..이제는 남장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여인의 모습에 마음은 점점 커져만가는데..어설픈 무당이 아닌 만신 여우는 환령의 미래를 이미 보았고 자신이 송가를 떠나야 환령의 명이 길어진다는걸 알고 있지만..환령의 의지를 막을수가 없다.이놈의 양반것들..사특한 것들에 의지하면 안된다고 겉으로는 멸시하고 천대하면서도 지들은 잘먹고 잘살고 싶어서 몰래 데려다 맘껏 부려먹는 못된것들!이조판서 나쁜노므자식! 무당한테 굿해달라고 하면서 지가 그렇게 나쁘게 살면 벌받는다는걸 몰랐던거냐고~~ 당췌 이해 할수가 없다 에휴~~예전이나 지금이나 돈과 권력이 사람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문제라고!워~~워~~ 진정하자!그만큼 소설이 재미있다는 이야기~~ㅋㅋ정인을 위해서 서로의 목숨을 내놓으려하는 이 의붓남매..그냥 사랑하게 해주세요!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하지만 지금이 조선시대도 아닌데 여전히 사람들은 직업에 등급을 나누는거 같다.이놈의 인간들아..무슨일을 하든 떳떳하게 내힘으로 일해서 돈버는건데 왜 등급을 나누고.. 다 같이 먹고 자고 싸는 사람인데 왜 무시하는것이냐! 서로 존중하며 살아가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워지겠냐고요~~막년이도 겉으로는 자기 집안 위하는척이지만 결국 지 잘먹고 잘살고싶어 남의 감정 다 무시하고 독불장군처럼 하는거 아니냐고~~다 벌받아라!환령이랑 여우는 행복해라!#여우비나린다 #김단비 #달다 #현암사
재온은 말끝을 한참 늘어뜨리더니 마침내 말했다. "왜냐하면 수녀님 머릿속에 있는 건 평범한 신경세포가 아니거든요. 수녀님께는 고분자 합성뉴런으로 만들어진 합성뇌가 있어요. 혹시나 했는데, 정말 모르셨던 거군요?'"p.059이레는 차라리 준을 미워하고 싶었다. 잊어버리고 싶었다. 함께했던 시간 자체를 지워버리고 싶었다. 아예 없었던 일로 되돌리고 싶었다.도저히 그럴 수가 없다는 게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의 비극인지도 몰랐다.p.153생물은 쉽게 죽지만 또 한편 쉽게 죽지 않는다. 죽음은 연속적인 동시에 이산적이다. 살아있는 내내 죽음을 향해 접근하고 또 접근하다가, 어느 순간 뚝 끊겨버린다. 누구도 그 단절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말해줄 수 없다. 단절을 겪은 존재라면, 말할 수 없기때문에.p.292으악~~~작가님!작가님같은 천재분들은 쉽게 이해하실지 몰라도 저같은 머글들은 너무 어려워요 ㅠㅠ전도성 폴리머? 뉴로모픽 웨트웨어?스캐폴딩?가제본이라 따로 설명이 없었던걸까? 네이버 검색창 완전 열일했다..하지만 단어를 해석하는 내용조차 이해를 못하겠는데 어쩌냐고요 ㅠㅠ그들에게는 필요없는 '설명적 잉여'가 당신에게는 절박하다는 말처럼 나한테도 절박하다!김초엽이라는 이름만으로도 믿고 읽었던 소설인데..음..개인적으로는 이번 작품이 좀 어려웠달까?재미적으로는 좀 아쉬웠달까?스포하지 말아달라 신신당부를 하시길래 완전 완전 기대했었는데..음..어떤부분을 스포하지 말라는거지?싶은건 나 혼자인건가?sf 가득한 재미를 찾으시는 분들은 이게 뭐지? 라고할텐데..우리가 실제로 마주하고 함께 생각을 해봐야만할 sf 이야기여서 묵직한 소설이었다.푸른아녜스 수녀회 소속의 이레..베로니카 수녀님..우연한 계기로 8년전 룸메이트이자 학생때부터 유일한 절친이었던 솔민을 만나게 되고..둘은 이레에게 접근하는 이상한 사건들로 인해 이레와 함께 준 이모를 찾아 태국으로 떠나는데...8년만에 다시 만난 둘은 과거 회상을 통해 둘사이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를 알게되고.. 준이모를 찾아 떠나는 과정에서 정체모를 괴한들에게 쫒기게 된다.온몸이 로봇으로 만들어졌지만 뇌는 인간인 존재와 인간의 육체이지만 인공지능으로 이루어진 존재중에 과연 사람들은 누가 더 인간답다고 말할것인가...ai는 인간적인 감정을 가질수 없는건가?라는 주제의 수많은 소설들을 읽으면서도 인간과 ai는 같을수 없어! 그저 인간답게 프로그래밍된 것 뿐이야 라고 생각했었다.음.. 마음이라는게 뭘까? 생각한다는게 뭐고..영혼이라는게 정말 존재하기는 하는걸까?물론 존재한다고 믿지만^^;모태신앙인 집안에서 자란 나같은 사람에게 훨씬 더 생각할 거리를 투척하는 소설이라구!이런 주제를 다룬 소설중에서 가장 현실적으로 확 와닿게 하는 소설이었다.올리브밭이 아닌 길바닥 틈 사이에 뿌리내린 올리브 나무는 존재 가치가 없는건가? 어느곳이었든 살아가겠다고 뿌리를 내린 올리브나무는 올리브밭이 아니라고 올리브나무가 아닌게 되는건 아니잖아. 자신이 꼭 그 올리브나무 같다고 느낀 이레는 다시 찾아간 곳에 그 올리브나무는 사라지고 없었지만..자신은 이 태양아래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존재가 되었기를...#태양아래올리브 #김초엽 #자이언트북스 #김초엽신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