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풍주점
우밍이 지음, 허유영 옮김 / 비채 / 2026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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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려 가면 어떻게 되는데?"
"뱀한테 잡아먹히지."
어른들도 물론 그런 분위기를 감지하고 있었지만 그 일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아니, 얘기할 여유조차 없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들에게 인생이란 더는 짜낼 것 없는 사탕수수 찌꺼기와 같았다.
p.106

인간은 죽음에 대해 오래도록 슬픔을 느끼므로 다른 동물과 완전히 같을 수 없다. 그 때문에 인간은 살아감에 있어서 망설이고 주저하고, 미련을 느낀다. 때때로 인간이 두려워하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 소멸일지도 모른다.
p.126


그는 위평이 예전에 해준 소중한 조언을 떠올렸다.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서 마음이 모질어지지는 못할지라도 단단해지기는 해야 한단다."
p.262


우리가 우리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앞으로 누구도 이 일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어쩌면 나중에 공장 사람들이 이곳에 기념관 같은 걸 세우고 트루쿠가 시멘트 공장을 열렬히 환영했다는 둥, 시멘트 공장이 이 지역을 번영시켰고 일자리를 만들어줬으므로 부락 사람들이 행복하고 부유해진 것은 다 시멘트 공장 덕분이라는 말을 적어놓을지도 모른다. 그런 일이 일어날 리 없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p.379

완전 속았다!
표지만 보고서 일본힐링소설등에서 많이 본 것같은 사람들이 주점에 와서 술한잔과 함께 하루의 일상을 얘기하고 걱정거리를 얘기하며 서로 위로가 되는~~그런 소설일줄 알았는데~~
이게 뭐고! 처음 접해보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동화같이 거인이 나오기도 하고 미서부 개척시대의 인디언들과 닮은듯한 원주민들이 나오기도 하는데 시대는 불과 얼마 안된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시대이고..
일제강점기 시절이야기부터 근대화시대로 들어와서 자연을 훼손시키는 공장설립과 마을 사람들과의 갈등..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자연친화적인 원주민들의 아버지등의 다양한 모습이 이 책 한권안에 가득 담겨져 있다.
대만을 여섯번이나 다녀와서 대만 원주민들의 이야기도 들어본적 있고 화롄쪽 여행하면서 그 험한 산에 길을 내면서 희생된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도 접했었는데..
내가 직접 눈으로 봤던 대만의 모습을 떠올리며 이 책을 읽어나갔다.
세상에 남은 유일한 거인 드나마이가 산의 모습으로 살고 있는 해풍촌..한번씩 등장하는 이 거인의 심오한 이야기가 완전 취향저격이었다.
한쪽팔을 잃고나서 노름과 술에 빠져 폭행을 일삼는 아버지와 방관하는 어머니 밑에서 냄새나는 아저씨에게 팔려갈 처지에 놓인 어린 수쓰는 가출을 결심하고 집을 나와 산속 동굴로 들어간다.
목에 고무줄이 걸려 죽어가는 흰 강아지를 구하기 위해 동굴에 들어가게된 투누흐..
두 아이는 동굴안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각자의 마을 사람들이 찾는 소리에 상대방의 마을로 가기로 하는데..
물리적으로는 어린 아이들이 걸어서 갈수 없을 거리였던 이 동굴은 사실 거인의 몸 속이었고 거인은 이 아이들의 이야기도 모두 들을수 있었다.
이렇게 동화같던 이야기는 시간이 흘러 자신을 잠깐 돌봐줬지만 너무도 따뜻했던 해방촌으로 돌아온 수쓰가 옥자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딸과 함께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타이페이로 떠났다가도 결국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오는 해방촌 마을 사람들..해방촌은 단순히 시골마을이 아닌 몸과 마음을 편안히 쉴수 있는 떠나는곳이 아닌 돌아오게 만드는 마을이었다.
자연과 함께 살아온 이 마을에 국가사업으로 시멘트공장이 세워지게 되면서 마을 사람들은 격하게 반대도 하지만 결국 공장은 세워지고 그로인해 해방촌도 새로운 모습으로 변할수밖에 없는데...
한편 산자체인 거인 드나마이는 자신의 몸속을 관통하는 개발로 인해 죽음에 다다르게 된다.
대만 원주민들의 언어와 이름들도 독특해서 처음에는 흐름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는데..
등장인물 개개인의 가족이야기부터 마을이 변화되는 과정들이 세대별로 어땠는지를 따라가다보니 눈깜짝할 사이에 성인이 되어버린 수쓰의 딸의 모습까지 보게 되었다.
죽음은 소멸이 아니라 잊혀지는게 소멸이라는 거인의 이야기처럼..해풍촌의 모습은 이제 찾아볼수 없고 해풍주점도 이미 사라지고 없지만..그곳에서 함께 했던 이들의 기억속에 남아있기에 해풍주점은 계속될것이고..드나마이를 기억하고 기록을 남기는 이가 있기에 우리의 거인도 영원할거다!

#해풍주점 #우밍이 #비채 #타이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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