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죽은 이는 모두 날아오른다
요아힘 마이어호프 지음, 박종대 옮김 / 사계절 / 2026년 1월
평점 :
물론 내가 거짓말을하고 있다는 건 나 자신이 너무 잘 알고 있었지만, 이야기는 마치 자기만의 삶이 따로 있는 듯 스스로 발전해나갔고 내게는 그를 충분히 존중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p.027
지금 돌아보니 어쩌면 우리 가족도 아버지에게는 항상 하나의 관념이었을 뿐인지도 모르겠다. 정신병원장으로서의 삶과 요트 선장으로서의 삶, 자급자족하는 농부로서의 삶은 물론이고 한 가정의 아버지이자 남편으로서의 삶, 그리고 우리 가족조차 아버지가 안락의자에 않아 책에 몰두하거나 우리와 멀리 떨어져서 만들어낸 하나의 이론일 수 있었다.
p.295
난 항상 이 일을 정말 좋아했어. 여기 있는 아이들이 너무 좋아. 그냥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거칠고 활달한 아이들의 꾸밈없는 모습이. 이 아이들은 행복하면 그냥 행복해하고, 화가 나면 그냥 비명을 질러.
p.456~457
아버지는 어머니를 한 팔로 감쌌고, 어머니는 아버지 가슴에 머리를 묻고 있었다. 두 분이 이렇게 가깝게 붙어 있는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 나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두 분을 보았다.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이게 네 부모야. 잠든 부모, 너한테는 항상 아버지와 어머니만 있었지, 부모는 없었어.'
p.464
그래, 나는 이제 믿는다. 내가 기억의 꾸러미를 다시 하나하나 풀어 꺼내놓을 때, 겉으로 확실해 보이는 과거에 대한 믿음을 접고 과거를 혼돈으로 받아들이고 형상화하고 꾸미고 기념할 수 있을 때, 그리고 나의 죽은 이들이 모두 다시 살아나 친숙하면서도 내가 지금껏 인정한 것보다 더 낯설고 자율적인 존재가 될 때 비로소 나는 현재 삶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때야말로 미래는 그 영원한 약속을 이행하고 불확실해지고, 하나의 선이 하나의 면으로 넓어질 것이다.
p.479
죽은이는 모두 날아오른다 라는 제목이 어떤 의미일지 궁금했다.
책을 다 읽고나서야 아~~ 이런 의미였구나 하며 완전 이해가 갔다.
개인적으로 쉬운 소설은 아니었다.
스펙타클한 사건들이 발생하는것도 아니고..유머가 있는것도 아니고..반전이 있는것도 아니고..그렇다고 로맨스 소설도 아니고..엄청나게 슬퍼서 눈물나게 하는 소설도 아니다.
작가님의 자전적 소설이라는 얘기에 큰 충격을 받기도 했다.
정신병원 원장인 아버지로 인해 정신병원의 한 가운데 위치한 집에서 생활한 가족들..
문을 열고 나가면 환자들이 바로 보이고. 밤에는 누군가의 고성과 울음소리 등으로 항상 시끄러운 상태로 잠을 자야했던..
아버지가 정신과 의사였는데 책을 읽으면서 정신과 의사가 저렇다고?하며 의아한 부분들도 많았다. 오히려 책에 등장하는 모두가 다 제정신이 아닌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나 할까..
하지만 과연 우리들 모두 제정신인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들이나 정신병원 밖에서 일상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나..요키가 보는 사람들은 그냥 다 같은 사람들이었고.. 마지막에 아버지가 꾸밈없는 병원의 아이들이 일반사람들의 잰체하고 그런 모습보다도 더 좋았다는 말에..오히려 그를 이해할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특수한 환경에서 자란 열세살의 소년이 어떤 마음이 마냥 아무렇지 않았을리는 없겠지.
아빠와 엄마는 있었지만 부모가 없었다고 말한 그의 고백에 그 가정의 분위기가 어땠을지..툭 뱉는 고백에 가슴이 아팠다.
과거는 이미 지나온 확실한 일이고 미래가 불확실하다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과거는 확실한 일이 아니고 오히려 불확실하기에 다시 한번 되돌아보고 기억하고 그 기억속에서 죽은 이들이 살아나 그들을 추억하고 떠올리며..그런 과거의 일들을 바탕으로 앞으로를 결정지으며 나아간다는 주인공의 말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엄청 재미있거나 시간이 순삭이거나 그런 책은 아니었지만 너무너무 읽어볼 가치가 충분한 책이지 않을까 싶다.
#죽은이는모두날아오른다 #요아힘마이어호프 #사계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