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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서 우리는 잠시 매혹적이다
오션 브엉 지음, 김목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12월
평점 :
전쟁은 언제 끝나지요? 언제가 되어야 제가 엄마의 이름을 부르면, 그게 엄마가 두고 온 것이 아닌, 오로지 엄마의 이름을 의미하게 될까요?
p.025
언젠가 엄마는 제게 사람의 눈이야말로 신이 만든 가장 외로운 피조물이라고 하셨죠. 어떻게 세상의 그 많은 것들이 안구 위를 스쳐 가고도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느냐고. 눈은, 구멍 속에 혼자 머물며, 1인치 떨어진 곳에 똑같이 생긴, 자기만큼이나 굶주리고 팅 비어 있는 또 하나가 있다는 것조차 모르죠. 제 생애 처음 눈이 내렸을 때 엄마는 현관문을 열고 속삭이셨어요. '봐'
p.026
새로운 이민자는 2년이면 알게 되죠. 숍이란 곳이 결국에는 꿈이 경직된 앎으로 변하는 곳이라는 것을. 미국인의 뼈를 지니고 깨어 있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앎 말이에요. 시민권이 있든 없든, 그것은 뼈마디 쑤심, 중독, 저임금이라는 것을요.
저는 엄마의 닳고 닳은 손을 미워하고 사랑해요. 그 손들이 결코 될 수 없었던 것들 때문에요.
p.114
'죄송해요'는 이 사람들에게 있어,남아 있기 위한 여권이었어요.
p.130
그날이, 제가 색이 어떻게 위험이 될 수 있는지를 배운 날이었어요. 한 명의 소년을 그 색으로부터 밀쳐 떨어뜨릴 수 있고, 자신의 무단 침입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비록 색이라는 것이 빛에 의해 드러나는 무형의 것에 불과하지만, 무형에도 규칙이 있고, 분홍 자전거를 탄 남자애는 다른 무엇보다도 중력의 법칙을 배워야 한다는 것을.
p.187
그래요, 전쟁이 있었죠. 그래요. 우리는 그 진원지에서 왔고요. 그 전쟁에서 한 여인이 스스로에게 새로운 이름을 선물했어요. 란. 여인은 그 이름을 지으며 스스로가 아름답다는 것을 주장했고, 그다음 그 아름다움을 지킬 만한 가치가 있는 무언가로 만들었어요. 그로부터 딸 하나가 태어났고, 그 딸에게서 아들 하나가 태어났어요.
지금껏 저는 저 스스로에게 우리가 전쟁으로부터 태어났다고 얘기했어요. 하지만 제가 틀렸었어요, 엄마. 우리는 아름다움으로 부터 태어났어요.
누구도 우리를 폭력의 열매로 오인하도록 내버려두지 마세요. 그 폭력, 그 열매를 관통했던 폭력은 열매를 망치는 데 실패했어요.
p.310
되게 오묘한 감정이다.. 문장이 너무 아름다워 감탄하다가..그 문장에 담겨 있는 작가님의 감정이 어땠을지 오롯이 느껴져 가슴아프기도 하고..
그냥 소설이기보다 작가님의 자전적 소설이라는걸 알고 봐서 그런것 같다.
베트남 전쟁의 직접적인 피해자인 할머니 란의 이야기부터..란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왔지만 영어를 전혀 하지 못하는 이민자로써의 힘든 삶을 살아야 했던 엄마 로즈..그리고 전쟁 트라우마로 인한 폭력성을 가진 엄마에게 폭력을 당하며 자라왔던 성소수자 나..
3대에 걸친 이 가족의 이야기가 주인공이 영어를 전혀 읽거나 말하지 못하는 엄마에게 쓴 편지 형식으로 그려져 있다. 그래서 엄마는 절대 이 편지를 읽을 수 없을것이기에..편지라기보다 주인공의 독백이라고나 할까..
전쟁이라는게 사람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주는지..
이민자로써의 삶이라는게..특히 여성 이민자가 겪는 인생이 얼마나 고달픈일인지..
색이 뭐라고.. 그 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당하는 차별이 참...심지어 열살도 안된 아이들이 하는 행동이 그렇게까지 남에게 상처를 줄수 있는지..
그리고 폭력속에서 자란 주인공이 올바른 자아가 생기지 않고..고통은 묵묵히 받아들이는거라고 느끼는게 속상했고..
그런 폭력과 고통속에서도 사랑을 찾는 리틀독..
트레버를 통해서는 미국에서의 약물중독의 심각성까지 알수 있어서 전쟁.이민자.성소수자.약물중독 등 사회적 이슈들을 모두 담고 있는 작품이었다.
트레버와 리틀독의 정사장면이 적나라해서 호불호가 좀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드는데.. 개인적으로는 리틀독이라는 한 사람을 설명하기위해 꼭 필요한 장면이라고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로즈.당신은 아름다움에서 태어난 사람이 맞아요!
#지상에서우리는잠시매혹적이다 #오션브엉 #인플루엔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