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퍼레이드 ㅣ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9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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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는 아주 부지런한 작가이다. 오랜 세월 부지런하게 작품을 낸다. 시리즈도 많다.

부지런한 독자가 되려고 노력하는 나에게는 너무나 고마운 작가이다.

그는 많은 작품을 발표했지마나 어느 정도 다 재미있다.

 

여러 가지 시리즈가 많지만 그 중 나는 가가 형사 시리즈는 빠지지 않고 챙겨 읽고 있고 호텔 시리즈도 좋아하고 요즘 나오는 블랙 쇼맨 시리즈, 녹나무 시리즈, 한 때 빠져 들었던 ‘라플라스의 마녀’시리즈라던가.. 제법 많은 시리즈 물이 있다. 그 중에서 오랜된 것 중에 하나가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구사나기 형사와 그의 친구 천재 물리학자 유가와교수 나오는 거)도 있다. 그런데 나는 그 시리즈는 아직 못 읽은게 제법 있다는 걸 발견하고 이번에는 얘네들을 파보려고 한다. 그런 계기를 준 것이 바로 이 작품이다.

 

<출판사리뷰>갈릴레오 시리즈는 ‘가가 형사 시리즈’와 함께 히가시노 월드의 쌍벽을 이루는 인기 시리즈로,천재 물리학자 유가와 마나부가 대학 동창인 경시청 수사1과 엘리트 형사 구사나기를 도와 미궁에 빠진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내용이다.
유가와는 첨단 과학 지식을 바탕으로 한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늘 궁지에 빠진 구사나기 형사를 극적으로 구해낸다. 구사나기 형사가 도움을 청해도 겉으로는 무심한 척 투덜거리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손을 내미는 츤데레인 것이다. 하지만 이번 『침묵의 퍼레이드』에서는 뜻밖에도 자진해서 사건에 적극 개입한다.
지방의 소도시 기쿠노에서 예쁘고 노래도 잘해 마을 사람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던 소녀 사오리가 실종된다. 3년 후 사오리는 불에 탄 시신으로 돌아오고, 조용했던 마을의 공기는 그때부터 술렁이기 시작한다.
용의자는 하스누마라는 건달로, 그는 구사나기 형사가 경시청 부임과 동시에 담당했던 아다치구 소녀 살해 사건의 용의자였다. 당시 하스누마는 유력한 범인으로 체포됐지만 철저한 묵비권 행사 끝에 무죄로 풀려나 국가로부터 배상금까지 타낸 바 있다. 구사나기로선 결코 잊을 수 없는 인물.
구사나기는 수사 끝에 하스누마를 어렵사리 체포하지만, 하스누마는 이번에도 과거와 같이 묵비권을 행사하고, 경찰은 또다시 증거불충분으로 그를 놓아주고 만다. 한술 더 떠 하스누마는 사망한 사오리의 부모가 운영하는 식당을 찾아가 자신이 억울하게 범인으로 몰렸다면서 보상금을 내놓으라고 협박한다. 그의 등장으로 마을 전체는 증오와 울분에 휩싸이고, 사오리를 사랑했던 유족과 마을 사람들은 사법권으로는 정의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깊은 회의에 빠진다.
그러던 중 마을의 가을 축제 퍼레이드가 열리던 날, 하스누마가 누군가에 의해 살해된 채 발견되고, 당황한 경찰은 하스누마를 살해할 만한 동기가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펼치지만 이들에게는 모두 알리바이가 있다. 유가와 마나부, 일명 탐정 갈릴레오는 우연한 계기로 사건에 뛰어들게 되고, 침묵에 빠진 마을 사람들은 그를 경계하기 시작한다. 작품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사상 가장 강력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는 마지막까지 독자들은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다.
이번 작품에서도 히가시노 게이고는 자신의 장기인 ‘복잡한 인간관계가 빚어내는 인간의 무늬’를 탁월한 솜씨로 그려냈다. 각각의 등장인물이 안고 있는 희로애락과 그 감정의 배경이 한 꺼풀씩 벗겨지고 그 속에 담긴 저마다의 사정이 드러나면서 독자들은 소설 속 인물에 깊숙이 감정을 이입하게 된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지키기 위한 침묵과, 마을의 떠들썩한 퍼레이드가 보여주는 비일상적인 풍경이 서로 교차하면서 작품은 절정을 향해 치닫는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한 인터뷰에서 이번 작품에 대해 “피해자인 소녀를 사랑하는 선량한 보통 사람들이 힘을 합해 탐정 갈릴레오를 움직이게 하는 미스터리가 작동했다.”라고 설명한다. 『침묵의 퍼레이드는』 보통 사람들이 사법권이 실현하지 못하는 정의를 지키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침묵의 성채’를 쌓고, 그에 맞서 탐정 갈릴레오와 구사나기 형사가 은폐된 진실을 밝히려고 애쓰는 과정에서 그 어디서도 마주치기 힘들었던 휴머니즘의 정수를 경험하게 하는 작품이다.

 

제법 두께가 있는 작품으로 시간은 제법 걸렸지만 굉장히 흡입력 있게 재미있게 읽었다.

 

그리고 반전으로 드러나 부분이 아프다.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는 반전이 밝혀지는게 이상하게 개운하지가 않고 몰랐으면 좋을 것 같은 것들이 많은 것 같다. 꼭 그렇게까지 다 밝혀야 하나.... 아픈 진실... 그건 누가 원했지? 유가오 탐정은 무슨 자격이 있는 걸까... 그런 씁쓸함이 남던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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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같은 춤을 추자 ㅣ 위픽
서이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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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 있는데 어느 순간 보이지 않게 된 사람들

‘그것’은 시인, 화가, 소설가, 영화인, 락커, 모든 예술을 사랑한 많은 사람들이었다.

어쩜 나도 그것이 되어 버릴지도 모르는 걸까? 그래도 알아볼 사람들은 서로 알아본다니 좋은 건가?

너무나 재미있는 발상과 이야기들은... 이렇게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들 것 같다.

 

줄거리를 출판사 리뷰에서 가져올게. ‘해담’은 두 번째 시집 출간 기념 낭독회에 갔다가 빈 의자 밑에서 꿈틀거리는 그림자를 목격한다. 그리고 그날 이후 그림자가 자신의 주변을 맴돌고 있다는 사실 또한 알아차린다. 정신과 의사가 처방해준 약에도 효과를 못 본 해담은 ‘그것’을 없애고자 무당을 찾아가지만, 무당으로부터 ‘그것’이 죽은 사람이 아닌 ‘산 사람’이라는 이야기마저 듣게 된다.

또 다른 주인공 ‘그것’은 우연한 계기로 동경하던 시인의 지척에서 술을 마시게 되고, 의도치 않게 시인의 실체를 알아차린다. 왠지 속이 텅 빈 듯 실연당한 기분에 빠진 ‘그것’은 그날 이후 몸이 점점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거울 앞에서도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어버린다. 문제의 실마리를 찾겠다는 마음으로 시인을 따라다니길 며칠. 바람이나 쐴 겸 나가 앉은 한강 벤치에서 ‘그것’은 긴 머리에 해골 두건을 두르고, 딱 달라붙는 가죽 바지를 입은 정신 나간 아저씨를 만난다. 낯선 사람이지만 ‘그것’을 볼 수 있고, 자신과 같은 처지라는 아저씨의 말에 홀린 듯 따라 들어선 홍대의 어느 지하 펍. 수상하지 않은 게 수상할 만큼 수상한 그곳에서 ‘그것’은 모히칸 머리에 빨간 인조가죽 바지를 입은 늙은 로커 무리, 화려한 무대 의상에 짙은 아이라인이 인상적인 재즈 가수, 칠흑처럼 어두운 구석에서 혼자 글 쓰는 시네필 등. 하나같이 두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미친 사람들, 정작 세상 밖에서는 없는 취급을 당하는 사람들, 그러니까…… 알아볼 사람들만 알아보는 존재들을 마주하게 된다. 한편, 무당에게 이십만 원짜리 부적을 쓴 다음부터 ‘그것’을 볼 수 없게 된 해담은 또 한 번 무당을 찾아가 ‘그것’을 다시 불러들이는 새로운 부적을 쓰게 되는데…… 과연 두 존재는 서로를 알아볼 수 있을까?

『0%를 향하여』로 “얼마간은 찌질하고, 얼마간은 숭고하고, 또 얼마간은 유머러스한 이야기에 걸맞은 형식을 찾아내는 데 성공”한 작가는 “사랑과 가능성의 실재도 이젠 다 ‘사라짐’ 속에 존재한다”라는 박혜진 문학평론가의 말처럼, 수면 위로 나오지 못하고 사라지는 취향들, 서로의 진가를 모르는 존재들, 있었는데 없었던 관계들의 헛헛한 진심을 더욱 또렷하게 직시한다. 그렇게 서이제는 기어이, “문명의 구성체로서 우리의 시력을 측정하게 해주는 공인된 검사표”에서 한 걸음 나아가 『바보 같은 춤을 추자』라는 ‘다초점 렌즈’를 우리 눈에 씌운다. 이래도 문학에, 영화에, 록에, 예술에, 당신의 진심에 흐린 눈길을 보낼 수 있겠냐는 듯이.

 

예술을 사랑하는 자가 설 곳은 없는가?

 

나의 취향은 수면 위로 올리면 안 되는 걸까? 그냥 바보 같은 춤을 춰버릴까...

그래도 언젠가 서로 알아볼 존재들을 위해서 진심을 가지고 나의 취향을 사랑하고 싶다.

 

짝사랑만 하다가 언젠가는 만나게 되는 작가와 독자처럼 나는 그런 판타지를 꿈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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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미술관 - 풍속화와 궁중기록화로 만나는 문화 절정기 조선의 특별한 순간들
탁현규 지음 / 블랙피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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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람회의 그림]독서모임 선정도서

 

그림 관련 독서모임 덕분에 나의 삶이 풍요로워지고 있다.

지난 민화 책 덕분에 우리나라의 좋은 그림들을 엄청 만났는데 이번에는 대중적인 베스트셀러로 다시 만나게 되었다.

고미술 최고 해설가 탁현규가 문화 절정기 조선의 풍속화와 궁중기록화를 한 권에 담아낸 책 『조선 미술관』

겸재 정선,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 등 조선의 천재 화가 7인의 작품과 숙종과 영조대의 궁궐 행사를 그린 기록화를 함께 소개함으로써 균형감 있는 시선으로 조선사회를 바라보게 돕는 특별한 미술책이다.

 

『조선 미술관』은 1관과 2관으로 나누어 풍속화와 궁중 기록화를 설명하고 있다. 작가 님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구성한 의도를 말한다. “지금도 사람들의 생활은 사생활과 공공 생활로 나뉩니다. 옛사람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생활과 공공 생활을 모두 살펴보아야 한 시대 생활상 전체를 볼 수 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사생활은 은밀하고 좀 더 자유로운 반면 공공 생활은 투명하고 좀 더 격식을 잘 갖춥니다. 조선시대 사생활을 담은 그림인 풍속화는 오늘날 드라마이고, 공공 생활을 담은 그림인 기록화는 오늘날 다큐멘터리입니다. 기록화 가운데 으뜸인 궁중 기록화는 왕실 다큐멘터리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라고 말씀해 주셨다.

 

풍속화 속에서는 그 시대 생활상이 보인다. 독서 모임 사람들과 오늘날의 모습으로 풍속화를 그린다면 어떤 모습을 담을 것인지 이야기를 나눠본다. 지하철 안, 카페 안, 도서관... 밑도 끝도 없이 휴대폰만 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겠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나는 언제나 맛집, 먹거리를 찍고 싶다.

 

이 책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다 그리면 재미없다’는 진경산수화 제1법칙~!

그림 속 모든 요소에는 ‘의도’가 있고, 뛰어난 관찰력으로 감각적인 연출을 해온 조선시대 화가들을 새롭게 주목하게 해주셔서 넘 흥미롭고 즐거운 독서였다. 탁현규 님 강연도 너무 듣고 싶다!!!

 

책을 읽다 보면 고미술계 스타 도슨트 탁현규님의 강연이 인기를 끄는 데는 이유를 알 수 있는데 책소개에서 설명하듯이 그중 하나는 조선시대 화가들의 뛰어난 연출력을 현대의 기준으로 재해석해 새롭게 들려주는 데 있다. 한 예로 그는 신윤복을 ‘드라마 연출가이자 다큐멘터리 감독, 로드무비 연출의 대가’라고 소개하는데, 길 위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생동감 있게 포착해내는 것은 물론 인물의 눈빛과 시선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특유의 연출법 때문이다. ‘붉은색과 푸른색 옷의 대비, 담장 바깥 높은 곳에서 집 안 들여다보기, 열린 방 안과 마당을 이어주는 마루를 무대로 삼기, 담장을 꺾어 무대를 양쪽으로 나누기’ 등 현대 영화나 드라마에 적용해도 손색없는 연출법을 발견한 것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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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우리가 열 번을 나고 죽을 때 ㅣ 위픽
성해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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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해나 님을 ‘두고 온 여름’에서 만나 ‘혼모노’로 빠져들었고 ‘빛을 걷으면 빛’에서 사랑하게 되었다.

요즘 위픽 시리즈에 꽂혀 찾아 읽고 있는데 이번에는 심지어 성해나 님 작품이다.

한마디로 우선 말하자면 너~~~무 좋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만큼...

 

옛것에 대한 사랑과 건축에 깊은 조예가 느껴지는 작가 님의 글. 이렇게 어울리는 주제라니...

 

건축학도인 재서는 이번 대학교 문교수님 서머스쿨에 강제로 참여하게 되었다. 문 교수는 캐드와 스케치업 같은 3D 프로그램이 일반화된 시대에 80~90년대에나 유행하던 연필 제도를 고집하는 사람이다. 한 학기 내내 등고선만 그린 재서는 뜻밖에도 이 수업에서 A플러스를 받는다. 최고점을 받고도 성적 이의서를 낼 만큼 자기 의심이 많고, 확신도 부족한 재서와는 달리 이본은 무엇이든 똑 부러지게 해내는 우등생이다.

누군가의 숙제인 재서와 모두의 귀감 이본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의 과제는 경주의 이백 년 된 낡은 고택을 수리 보수하는 일.

두 번의 지진을 겪으며 무너졌던 지붕과 비효율적인 동선, 기둥과 보를 연결하는 접합부의 실금까지……. 집을 고쳐서 다시 쓰기를 원하는 의뢰인 권정연 씨의 의사와는 달리 두 사람의 의견은 “기둥이랑 보는 무너트리고 주요 구조부를 철근으로 재시공”(66쪽)하는 것, ‘재건’으로 기운다. 문 교수는 실측과 연필 제도를 권유했지만 시간에 쫓긴 재서와 이본은 고택의 기존 도면을 참고해 캐드로 옮긴 결과를 제출한다. 문 교수의 싸늘한 비판을 받고 그제야 고택이 놓인 풍경, 경주라는 도시를 찬찬히 둘러본다.

 

그러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경주라는 도시를 이해하게 된다. 소설은 한 채의 집을 지어 올리듯 꼼꼼하고 빈틈 없는 문장들로 ‘잠깐 들렀다 가는 손님’인 재서와 이본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서 운명처럼 살아가는 권정연 씨 모녀와 첨성대 길라잡이 할아버지, 마을 사람들까지 샅샅이 짚어낸다. 집 그 자체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장 아름다운 경치를 빌려주고, “잘 살거라, 속으로 비는”(85쪽) ‘짓는 마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쩜 이렇게 글들이 사랑스러울까?

옛 고택에 대한 사랑과, 오해에서 시작되었지만 이해하며 풀어가는 이웃들의 정도 사랑스럽고. 재서가 이본에 대해서 유독 자주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필연적으로 얘네들은 친구가 되겠구나 짐작을 했지만 진짜 좋은 친구가 될 것 같고... 나도 그들이 정성을 다해 지을 그 고택을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보며..

 

제목이기도 한 이 책의 한 문장을 넣어본다.

 

사람의 수명을 백 년이라 가정할 때, 우리가 열 번을 나고 죽어야 비로소 천 년이 흐르는 셈입니다. 참으로 아득한 세월이지요? 이 탑은 그보다 더 긴 세월을 버텨주었어요. 흔들리기도 하고 기울어지기도 하면서요. 대견하지 않습니까? - p.88

이 자리에서 나는 ‘차경’을 배웠다. 경치를 빌린다는 뜻의 차경은 건축학과에서 ‘과제’ 다음으로 자주 쓰이는 단어 중 하나였다. 그 뜻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는데, 뭉게구름이 방향을 바꾸며 흘러가고, 나무는 계절마다 색을 달리하고, 겨울에는 눈이 조용히 쌓이는 이 창가 자리에서 풍경은 소유가 아니라 잠시 빌리는 것이며 그 누림이 건축에서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p.50-51

비름이 말이야. 잡초지만 신통해. 영양분을 끌어모아서 농사를 돕거든. 땅에서 난 것들은 다 쓸모가 있어. 쓸모를 찾는 건 그 땅에 머무는 사람들이고. - p.7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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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동 러너
임지형 지음 / 상상스퀘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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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

이번에는 ‘연희동 러너’

나이가 들면서 운동에 절실함을 느끼다 간단한 운동을 시작했고 독서모임을 하면서 멤버 중 달리기와 책읽기를 함께 하는 챌린지를 하고 계신 분에게 자극 받아 이번 모임에 선정하게 된 책.

아~~ 너무 재미있다. 평소 청소년 소설을 즐겨 읽는데 작가 분이 동화와 청소년 소설을 쓰시는 분이기도 하고 실제 달리는 분이기도 해서 이야기를 읽기도 편하고 달리기에 대한 열망과 동기 부여도 팍팍 되었다.

 

<출판사 리뷰> 달리며 경험하는 삶의 변화

창의적으로 소비하는 동네 이야기와 새로운 아보하(아주 보통의 하루)!

연희가 달리며 경험하는 연희동은 참으로 이상한 곳이다. 홍대나 합정, 상수 같은 소위 ‘핫플’과 지척이지만, 지방 소도시 같이 한가롭고 수더분한 인상을 주는 동네이니 말이다. 지방에서 서울로, 서울에서도 하필 자신과 이름이 같은 연희동에 자리 잡은 연희는 어느 날 이곳을 달리게 된다.

『연희동 러너』의 주인공 연희에게 성장의 주요한 계기와 동력이 되는 러닝은 시간과 장소, 장비, 투자 비용에 크게 구애 받지 않지만, 운동 효과는 높은 가성비 좋은 스포츠다. 이런 장점 외에 러닝의 본격적인 매력은 ‘공간’에 있다. 달리다 보면 내 주변을, 주변 너머의 공간을 새롭게 보게 되고, 계절별로 다가오는 변화를 체감하며 ‘공간의 환기’를 경험하기 때문이다. 연희도 달리며 자신이 살아가는 동네를 주거지 이상으로 창의적으로 소비하게 된다.

소설 속 연희는 러닝을 통해 ‘나와 대화’한다. 그녀는 취업, 가족, 친구 등 여러 고민과 관계가 얽힌 문제를 안고 살다가 러닝을 계기로 하나씩 문제를 털어내고 해소하게 된다. 달리는 동안엔 오롯이 나 자신에게 집중하며, 나를 파헤치고 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연희는 자신이 정말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진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놓치고 살았는지를 알아가며, ‘나’를 직면한다. 한 발 한 발 자기 자신에게로 향한다.

『연희동 러너』는 시사적인 이야기와 문제를 동화와 청소년 소설에서 많이 풀어온 임지형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아이와 어른이 경험하고 겪는 어려움과 고민은 따로 뚝 떨어진 게 아니라, 이어지고 맞닿아 있다고 하는 임지형 작가가 ‘어른이’의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담백하고 단단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작가는 개개인의 소소한 내면 풍경을 그려낸다. 특별하지 않은 하루라도, ‘나’를 담아낼 수 있다면 충분히 괜찮다는 사실을 주인공 연희를 통해 보여 준다. 그렇게 누군가의 아보하(아주 보통의 하루)를 다정히 응원한다.

 

취업, 가족 친구 등 여러 고민도 많고 되는 일도 없는 연희가 러닝을 시작하면서 자신의 문제를 직면하고 조금씩 달라져가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이 책은, 처음에는 흔하디 흔한 우울한 시작이지만 뭔가 오래 우울하지 않았고 주인공이 빨리 문제를 파악하고 빠른 시행력으로 러닝을 도전하고, 도전하는 순간, 좋은 사람을 만나고 빠르게 성장하고 나아가는 면이 참 좋았다.

 

운동을 꾸준히 하는 건 정말 좋은 일이다. 나는 세상에서 체육 시간, 체육 대회가 가장 싫었던 아이이다.

경쟁이 일어나는 모든 운동을 싫어하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싫어하는 것은 달리기이다. (아마 속도가 전교 꼴찌일거야. 그런데 할 말도 있다. 나는 선천성 심장병이 있어서 실제 빨리 달리는 걸 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심장 수술 이후에도 습관이 되어서 그런지 달리기가 굉장히 두렵다.)

 

이런 나조차 요즘은 달리기가 하고 싶다.

운동화끈을 동여 메며 빛을 향해 달려가고 싶다. 나는 일등이 목표가 아니다.

건강하게 행복하게 즐겁게 살고싶다.

아무튼 달리기를 가장 싫어하는 나조차도 달리고 싶고 러닝을 해보고 싶다는 열망을 주는 소설~!

요즘은 달리는 사람이 젤 멋져 보인다. 남녀 불구하고 근육이 있는 사람들이 참 멋져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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