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한한 위로 - 위로는 정말 그런 걸지도 모른다, 엉뚱하고 희한한 곳에서 찾아오는 것
강세형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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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한한 위로

 

강세형

 

강세형 작가님의 글을 한 10년 전에 읽었나? (아닌가? 7?)

나는 에세이를 잘 읽는 편이 아니다. 소설만 주구장창 파고 심지어 보는 작가만 보는 편이기도 하고.... 남못지 않게 책을 읽는다며 내 안에 자부심으로만 똘똘 뭉쳐 살지만 의외로 읽은 책이 그리 많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에세이를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인데... 잘난 사람들의 잘난 이야기라고 치부하면서 외면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고 좋은 에세이들이 참 많았다. 사설이 길지? 암튼, 몰랐던 작가, 안 좋아하던 에세이.... 제목만 보고 읽었다가 이 책이 참 좋았더랬다는 말을 하고 싶어 요래 길게 썼다.(그러고 보면 나는 항상 사설이 길어.) ‘나는 다만, 조금 느릴 뿐이다.’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 당시 찾아 읽었던 두 책은 참 좋았다. 작가는 내 또래인 것 같았고 성격이 나랑 비슷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데다가 특히, 그녀가 얘기하는 영화나 책들이 공감가는 것들이 많았다. 나는 한때 라디오순이였다. 라디오 들으면서 공부했고 울고 웃었으며 엄청 편지 많이 보내서 상품도 제법 많이 받았고 방송도 여러번 탔다고 한다. (방송에 나오는건 직접으로는 잘 못 들었다.) 그래서인지 라디오 작가 출신 작가님의 글들은 굉장히 읽기가 편하고 공감도 잘 되더라고... 물론, 나만 그런게 아니고 모두에게 그런가 보더라. 암튼 이 작가님이 중간에 책을 내셨더랬다. ‘나는, 의심한다’.... 그 책은 아직 못 읽었다. -> 조만간 다 볼 생각이야. 그리고 뒤에 책도 내셨던데...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만나서 반가운 마음에 다 샀다. 진짜 조만간 다 볼 수 있어.

 

신작 소개가 나왔을 때부터 보고 싶었다. 작가 님이 제법 오랜만에 책을 내셨나보다.

책이 참 작고 예쁘다.

제목도 정말 좋다. ‘희한한 위로’... 맞다 위로가 나 위로할거야... 작정하고 달려들면 그거 부담되더라고...근데 살면서 희한하게 위로 되는 것이 있잖아.

 

어쩌면 위로는,

정말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작정하고 내뱉어진 의도된 말에서보다는,

엉뚱하고 희한한 곳에서 찾아오는 것.

 

그래서 나는 가끔 내가 위로를 발견하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 순간 그 위로가 너무 필요해서, 그래야 다시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서.

프롤로그 P.10

 

책을 펼치니 역시 이 작가님 글이 참 좋았다.

우선 작가님이 왜 늦게 책을 내셨는지에 관한 이야기가 쓰여 있다.

여러 가지 많은 일들이 있으셨나보다. 특히, 많이 아프셨나 봐. 원래 예민하고 체력도 약하셨지만 언젠가부터 많이 쉬고 잘 먹어도 괜찮아지지 않았고 입이 헐고, 이유를 알 수 없는 통증에 시달리셨다고 .... 병원에 가면 스트레스를 거론하며 쉬라고, 자기 관리 잘 하라며.. 별다른 이유가 없으니 꾀병환자 된 기분에 시달리셨대. 그러다 어느 한 의사분이 세형 씨 몸 안에, 그 인자가 있어요”..... ‘너의 잘못이 아니야라는 한마디에 엄청 위로 받으셨다는 이야기로 시작되는 글..

 

사는 게, 참 힘들죠?

하지만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이런 이야기로 이 글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작가 님에게 위로가 되는 주변 지인들...( 닌자, 마리, 조이... 참 좋은 분들이다. ) 떡볶이 (매운 거 못 드신대)

<타나카군은 항상 나른해>....난 이거 안 봤는데... 보고 싶더라.

거기 이런 대사가 있어.

있잖아. 난 딱히 내 인생에서도 주인공이 되고 싶지 않아. 가능하면 주목받지 않고 조용히 살고 싶어.” -> 나랑 아주 인생관이 비슷하다.

 

왜 넌, 앞으로 나아가려 하지 않니.

왜 넌, 이렇게 포기가 빠르니.

왜 넌, 네 인생의 주인공이 되려 하지 않니.

 

이런 얘길 보고... 작가는 그런다. 욕심이 없는게 아니다. 욕망의 형태가 조금, 다를 뿐이다. (누가 날 알아봐 주길 바라기보다는, 내가 그들을 관찰한는 쪽이 더 즐거울 뿐... 그렇게 내 자리에서, 내 몫의 삶을, 잘 살아내는 것도 만만치 않게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 나도 사실 이런 사람이다. 나는 어떤 곳에서도 주목받는게 싫다. 결혼식이 가장 스트레스였다. 다 쳐다봐서... 암튼 이런 면은 나랑 닮았다. 나같은 애들이 제법 있지 않을까?

 

외톨이들의 특징

 

수많은 빌을 만나 왔지. 모두 좋은 사람들이었단다. 넌 뭘 잘하지?”

없는데요.”

사람들을 잘 관찰하지?”

“......”

그건, 우리 외톨이들의 특징이란다. 넌 반에서 가장 관찰력이 좋은 녀석일거야.”

- 영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중에서 P.092

작가님만큼 예민하고 체력이 약하던 지인이 유전자를 남기는게 좋은 일이 아닌 것 같다고 얘기할 때 작가님이 그런 이야기를 하셨다.

그거 알아요? 대부분의 동물들은 다 예민한 애들이 일정 비율로 태어나는 거?”

.어느 책(타인보다 더 민감한 사람)을 인용해...같은 종 내에서, 자극에 매우 민감한 아이들이 15~20퍼센트 정도의 비율로 태어난다고 하는데.. 그것은 그 종이 살아남는 데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단다. 민감하다는 것은 우리의 몸이 더 많은 자극을 인지한다는 얘기라 쉽게 지쳐버린다는 단점이 있지만, 분명한 장점 또한 있었다.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기에 위험 신호를 더 빨리 알아차릴 수 있다는 것. 또한 다른 동물들은 찾지 못하는 피신처나 사냥 방법도 그 민감함으로 발견해낼 수 있다는 것.....

그러니까 우리처럼 예민하기만 하고 쉽게 지쳐버리는,

세상 쓸모없어 보이는 약한 애들도,

분명 어딘가에 쓸모가 있어서 태어난 걸 거에요.

이 이야기는 참 짠했다. 마치 고전 흑백영화 에서 젤소미나가 말하는 걸 들은 것 같은... 그런 짠하고 따뜻함... 나는 사실 예민한 사람 너무 힘들더라고... 나는 둔한 인간이지만 주변은 예민한 사람들이 많아 항상 조심한다고 생각하며 (사실 평소에 그런 생각도 잘 안 한다. 나는 주변에 무심한 인간이라..) 성격 좋은 내가 참자... 하며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비율이 많아서도 놀랬고 ... 그렇게 쓸모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괜히 미안해지더라. 예민하고 민감한 사람들이 작가나 예술가가 되는 것 같더라고.. 나는 그 분들 덕에 많이 위로와 행복을 느낄 때가 많기에 가끔 빚진 느낌이 들기도 하거든....

 

가장 좋았던 꼭지....

P.098~ 나는 참 게으르고, 참 부지런하다.

세형아, 넌 내가 아는 게으른 애들 중에 제일 부지런한 것 같아.”

라는 말을 듣는 작가, 모든게 느리고 귀찮은 작가는 깔끔한 상태의 집에서 사는데 그것은 집에서 빠릿빠릿 움직여서가 아니고 느리게느리게, 계속 움직이고 있다는 것. 이유는 그녀에게 너무 행복한 게으른 시간을, 죄책감 없이 만끽하기 위해서.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 작가의 삶을 시작하면서 그녀 스스로에게 나름의 숙제를 정해주었다고 한다. 아침에 일어나 창을 열고 환기를 하고 침대를 정리하며 제대로 된 두 끼 이상을 먹는 그런 것... 사소하고 자질구레한 나와의 약속’.. 그를 통해 삶의 리듬을 만드는 것이 참 중요하다고 한다.

 

작가는 자신에게 일을 하라고 자꾸만 강요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작가에게는 책상에 가지 않는다고 뭐라고 말할 사람이 없다. 잔소리할 사람은 오직 자기 자신뿐이다. (...) 매일 새로운 날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요구한다. 하지만 그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낼 수 있을지 어떨지 절대로 확신할 수 없다. (...) 작가는 망연자실한 상태로 작업실에서 걸어 나온다. 그는 마실 것을 원한다. 무언가 마셔야 한다. 그런데 이 세상에서 소설을 쓰는 거의 모든 작가들은 자신의 몸에 좋은 것보다 독한 위스키를 더 많이 마신다. 하지만 작가는 자신에게 신념, 희망, 그리고 용기를 불어넣기 위해서 그렇게 한다. 어리석은 사람이 작가가 된다. - p.104 로알드 달의 글 중

 

다른 작가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전업 작가의 삶을 통해 이것 하나는 배운 것 같다. 저절로 써지는 글은 없다는 것....

삶의 리듬을 만들어 마냥 좋음과 한없이 우울함 그 사이 어딘가에 내 마음이 계속 머물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작가... 자신만의 약속들을 굉장히 나른하고 게으르게, 하지만 미루지 않고 느릿느릿 하나씩 해결해간다는 그녀..

 

작가에게 주어지는 보상이 있다면, 그것은 절대적인 자유뿐이다. 그는 자신의 영혼 이외에는 복종을 강요하는 주인이 없다. 그가 작가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고 확신한다.

 

절대적인 자유란, 컨트로 타워가 없다는게 아니라 컨트롤 타워가, 내가 된다는 의미일 뿐. 그래서 나는, 끊임없이 나를 달랜다.

 

언젡가 친구가 그랬단다. “정오쯤 글을 쓰면, 오후 세 시쯤에는 누군가 말해줬으면 좋겠어.”

끊임없는 선택, 선택, 선택... 그로 인한 불안함....그래서 그 지난하고 지루한 시간을 사소한 것 100개를 쌓아 나를 달래는 리듬을 만드는 것으로 채우기로 했단다.

 

언제부터가 꾸준히 작품활동을 하시는 작가님들의 글을 보면 이런 루틴, 리듬들을 가지고 있는게 보였다. 글을 잘 쓰는 분들이 작가가 되겠지만 오래가는 작가는 천재성이나 기발함보다도 성실함이 있어야 하는 것 같아. 나는 꾸준한 작가가 좋고, 가수도 연예인도... 꾸준하게 오래 나오면 이상하게 믿음이 가고 더 좋더라. 아마 인간성도 좋은가보다.. 짐작도 해본다.

 

암튼... 오랜만에 마음이 따뜻해지고 은근히 공감되는 좋은 글을 읽어 많이 위로받았다.

나는 다행스럽게 은근히 위로받는게 많은 행복한 사람이다.

감사한 것도 많고 내가 발견한 나만의 마을이 있다. 나이 들면서 고마운 부분 중 하나다.

암튼, 작가님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써주시길 바라며...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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