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담아줘 새소설 2
박사랑 지음 / 자음과모음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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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담아줘

 

책 소개에서 알고 있었지만 아주 크지 않으면서 가벼운데다 깜찍하고 발랄하고 예쁜 책이다. 아이돌 덕질의 경력이 제법 긴 일명 빠순이 삼십대 여성들의 이야기.

 

객관적인 나이는 중요하지 않고 그들에게 멋지고 행복을 주는 아이돌(?)은 나이를 떠나서 모두 오빠이다.

여기에는 세 명의 삼십대 빠순이 3명이 등장한다.

 

이야기의 화자 디디, 그리고 그녀의 첫 빠순이 동료이자 영혼의 친구들 얭과 제나....

그녀들이 ... 처음으로 만나게 된 건....수능이 끝난 고3... 같은 아이돌을 좋아해서 콘서트에서 만나게 되었다. 고향도 성격도 성적도 습관도 성향도 많이 다른 애들이었겠지만 아이돌로 하나 된 그녀들은 이후 새로운 오빠로 갈아타면서도 계속 친분을 유지하면서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각자 공부도 하고 연애도 하고 취업도 하면서 각자의 삶을 개성있게 살아가지만 일반인들에게 함부로 알리고 싶지 않은 덕후의 삶을 공유하며 또 더 없이 공감하면서 비슷한 듯 다르게 재미있고 즐겁게 살아가고 있다.

 

십대부터 시작한 그녀의 덕질 라이프는 일반적인 아이돌 그룹이 반짝 인기있다 해체되고 여러 가지 부침을 겪는 동안 새로운 오빠들을 찾게 되고 또는 덕질을 끊는 것도 선언하고는 하지만 다시 새로운 오빠를 만나게 된다. 그녀들은 이제 그들이 오빠라 부르는 애들의 이모뻘이 되지만 떨어지는 체력과 순발력 등등은 밀릴지언정 삼십대 직장 여성들의 경제적 여유(?)라는 이점을 가지고 든든한 호구랄까...팬으로서 돈도 많이 쓰고 어렵게 표도 구하고 굿즈나 상품들도 마구마구 사들이면서 행복해한다.

 

사실 이 책은 아이돌 팬들의 이야기도 참 재미있었지만... 디디의 방황과 고민, 그리고 그녀의 오빠들의 변천사와 시련... 유야의 사고로 가게 된 일본 여행 거기서의 만남... 그리고 돌아온 일상들 말이다.....그러나 이 책의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함께 하는 친구들 자체이다.

남들은 연애하고 결혼하고 엄마도 되고 하지만 아직 그들은 한참 나이 어린 오빠들을 쫓아다니며 울고 웃으며 살고 있어 남들에게 한심하게 보여질지도 모르지만 ... 함께 공감하고 공유하는 친구들이 있고 또 일상을 열심히 살아나가는 그녀들의 모습이 참 유쾌하고 좋아 보인다.

 

나도 한 살 한 살 나이 들어가면서 알게 된 것은.... 나이가 들어도 좋은 건 좋은 거였다는 것이다. 약간 팬심이나 덕후의 기질, 빠순이의 기질은 어리다고 있는 것도 아니고 나이든다고 없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아직도 팬클럽을 쫓아다니지는 못 하지만 좋아하는 이들의 콘서트를 다니거나 굿즈를 사거나 하는 것은 좋아하고 있는 나를 보면서... 그녀들의 이야기가 더 재미있게 다가왔고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았다.

 

작가님이 후기에 그렇게 썼더라

 

한 살 더 먹었지만 나는 연애 대신 달달한 팬질을 다시 시작했다. 거리감에 무력감에 울게 될 걸 알면서도 또다시 사랑에 빠졌다. 사실 그들은 천사보다는 악마에 가까웠다. 내 일상을 흔들고 현실을 뒤엎으며 생활을 조이는. 나는 영혼을 팔아서라도 그들을 보고 싶었고 더 가까이로 가고 싶었다. 그들은 별이고 꿈이었다. 꿈 없이 일상에만 갇혀 살아가는 내게 그들은 우주를 건네주었다. 나는 꿈의 언저리를 맴돌고 맴도는 행성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도 그들은 내 우주에 불을 켜주었다. 나는 그 흔들리는, 흐릿한 불빛에 의지한 채 걷는다. 사랑하는, 그들에게로.(p.267~268)

 

그래... 이렇게 꿈을 주고 행복을 주는 그녀들은 참 행복해 보인다. 그들을 응원하고 싶다. 그리고 나이 40대에도 아직 좋아하는 것이 있고 쫓아다닐 수 있는 공연도 있는 나 자신에게도 잘 하고 있다고 말해 주고 싶은 것 같다.

한 살 더 먹었지만 나는 연애 대신 달달한 팬질을 다시 시작했다. 거리감에 무력감에 울게 될 걸 알면서도 또다시 사랑에 빠졌다. 사실 그들은 천사보다는 악마에 가까웠다. 내 일상을 흔들고 현실을 뒤엎으며 생활을 조이는. 나는 영혼을 팔아서라도 그들을 보고 싶었고 더 가까이로 가고 싶었다. 그들은 별이고 꿈이었다. 꿈 없이 일상에만 갇혀 살아가는 내게 그들은 우주를 건네주었다. 나는 꿈의 언저리를 맴돌고 맴도는 행성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도 그들은 내 우주에 불을 켜주었다. 나는 그 흔들리는, 흐릿한 불빛에 의지한 채 걷는다. 사랑하는, 그들에게로.(p.267~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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