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처음 방문을 잠근 날 - 자존감, 효능감을 높이는 독서처방전
최희숙 지음 / 아름다운사람들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아이가 처음 방문을 잠근 날

 

최희숙 지음

 

이 책은 한참을 잊고 있었다. 나는 사실 실용서나 자녀 교육서 등은 거의 읽지 않는다. 나는 책을 순전히 재미 추구를 위해 읽고, 나 좋을라고 읽고, 행복하려고 읽기 때문에... 실용서는 뭔가 재미없을 것 같기에, 자녀 교육서는 내가 잘 못 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는게 두렵고 짜증이 나서 접하지 않는 편이다. 고백하자면.. 아마도 나는 이 책을 그냥은 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서평단에 응모를 하게 되었고 당첨이 되었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보통은 서평 책이 빨리 오는 편인데... 이 책은 한 달 정도 만에 온 거 같다. 그래서 거의 잊고 있었던 게 맞다. 표지가 이쁘지 않았다. 제목도 우울하고.. 그렇지만 나는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 서평하기로 한 책은 항상 꼼꼼히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몇 년 전에 서평을 많이 하던 시절이 있었다. 무조건 응모하고 무조건 열심히 했는데... 그 때 너무 힘들었다. 내가 왜 이래야 하나.. 일도 해야하고 아이도 키워야하고 살림도 살아야 하는데 숙제처럼 쌓여있는 책으로 내 삶에 기쁨을 주던 존재였던 이 짐이 되었고 행복하지 않았기에... 서평단은 다시 안 하리라 마음 먹었다. 올해 본의 아니게 시간이 나고 마침 좋은 책도 많았기에 다시 서평단을 도전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읽고 싶은 책만, 좋아하는 책만 도전하기로 마음 먹었고 그나마 도전한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기에... 부담되지 않을 정도의 책을 보고 즐겁게 서평을 하고 있다. 또 나도 사서 읽거나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 책도 만만치 않기에 이 정도가 딱 좋고 행복하다. ) 이 책도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책을 펼쳤다. 그냥 자녀 교육서나 심리학자의 이야기인 줄 알았던 나의 첫인상은 책 제목을 보면서 바로 깨졌다.

자존감, 효능감을 높이는 독서처방전’... 책의 저자는 심리상담사이자 독서지도사라고 하신다. 20년간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교 선생님은 아니시고 사설 독서`논술 선생님이신 것 같다.

머리말을 읽고부터 이 책이 끌렸다.

-어찌해야 할지 모를 때 책을 읽었다. 갈 곳이 없을 때 도서관에 갔다. 잘 살고 싶어서 나를 훼손시키지 않고 터널을 지나고 싶었다. 외로움이 몰아쳐서 누구라도 붙잡고 싶을 때, 릴케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는 내게 고독하라고 말했다. 고독 속에서만이 성장한다고 모든 중요한 일은 어려운 거라고 말해주었다. 답을 몰라 헤멜 때는 잠시 그 생각을 서랍 속에 넣어두라고, 어떤 문제를 겪고 있다는 건 그걸 해결할 능력이 지금은 내게 없다는 것이니 잠시 서랍 속에 그 문제를 넣어두라고 했다. 서랍 속에 넣어두었다는 걸 잊지만 않고 있으면 언젠가 답이 찾아온다고. 그렇게 릴케는 나의 품위를 지켜주었다.~~~ 아이의 걸어 잠근 문이 열리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방문을 열기 위해 방문 앞에 서 있지 말고 내가 커야 한다는 것이다. ~~ 먼저 내가 채워져야 했다. 내게 없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없고, 없는 걸 주려고 하니 지치고 거칠어졌다. ~~내게 성장이란 지식의 덧붙여짐이라기보다 기존의 무지가 깨지는 과정이었다. 무지와 왜곡된 생각이 깨지는 만큼 성장했고, 성장은 가벼워지고 자유로워지는 선물을 주었다.- 머리말에서...

 

저자는 수업 때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모두 살림노트를 쓴다고 한다. 이 노트에는 무엇이든 살리는 이야기를 적는데 그것이 나를 살리는 격려의 말도 되고, 몸을 살리는 건강한 먹거리를 찾아 먹는 것도 되는데 이러한 것들을 매일매일 3가지씩 기록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만큼이나 저자는 죽음에 주목한다.(실제 죽음 뿐 아니라 기운 빠지게 하는, 풀 죽게 만드는, 작아지게 만드는 것들... 우리를 살고 싶게, 또는 죽고 싶게 만드는 것들은 큰 일이 아니라 작은 말, 표정, 기억들이라고...) 어느 아파트 옆에 무덤이 있다는 말에... 자신은 그 곳에서 살고 싶다고... 매일 이런저런 고민하며 빠듯하게 살다가 집에 들어오며 무덤을 보면 모든 것이 죽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오래동안 독서 지도를 해 오시고 논술을 가르치셔서 그런지 몰라도 정말 글들이 좋았다. 내가 읽어왔던 많은 책들이 있었지만 이 책에서 본 것들은 다시 읽고 싶어졌고 봤던 영화인데도 새로운 관점과 새로운 이야기들로 다시 보고 싶게 했다. 읽는 내내 서평을 위해 줄일 수 없을만큼 자체로 좋은 문구가 많아 평소 책에 줄치거나 표시해두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는 나지만... 너무 좋은 곳이 많아 이거.. 어떡하나... 망설여졌다.

아이에게 선택, 결정하게 하라는 말도 좋았고.... 마지막 글 [당신이 옳다]에서 보았듯 나도 내 아이에게 나 스스로에게 자유를 주고 싶기도 했다.

얇은 책이지만 서평은 그 어떤 책보다 쓰기가 어려운 편에 속하는 참 생각 거리 많고 읽을 거리 많고 곱씹을 것 많은 좋은 책을 읽게 되어 정말정말 감사하다.

급한대로 좋았던 구절... 급히 옮겨본다

 

내게 없는 것을 주려 하니 거칠어졌다.

p.40

책이 주는 선물

책 읽기가 주는 혜택도 부모가 먼저 맛보았으면 좋겠다.

 

무엇이 나를 달리게 하는가?

질투는 나의 힘이라는 기형도 님은 질투 덕에 그렇게 아름다운 글을 남겼고 저자의 딸이 어느 순간 놀랍게 성적이 오른 것은 가정의 위기라는 불안과 공포였기에 행복하지 않았다고 하였고 현재 먹고 살기가 괜찮은 친구지만 가난했던 과거 때문에 항상 돈을 좇는다고 한다는 그녀의 글을 보고 과연 나를 달리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p. 57

결핍, 나를 온전한 존재로 믿는다는 건 뭘까?

~~ 아이의 온전함을 믿는다는 것은 잘 살고 성공한 것을 믿는다는 것이 아니다. 무탈하게 살아갈 것을 믿는다는 것도 아니다.

어떤 삶을 살든 아이가 삶의 주인이고 그 모든 것을 겪어낼 가치가 있다는 걸 믿는 것이다. 그것이 믿어지니 한 발짝 물러나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아이보다 앞서던 발걸음의 속도를 늦추는 것은 꽤 어렵지만 필요한 일이었다. 그것은 빼앗은 왕관을 돌려주듯 아이는 삶의 주인이 되고 나는 내 삶의 주인이 되는 일이었다.

 

자살을 시도한 아이에게 ~~[캐스트 어웨이]영화를 보고... 그 아이의 인생영화는 이 것이란다. 비행기 조난사고를 당했던 척이 무인도에 갖혀 다양한 방법으로 탈출을 시도하고 포기할 무렵 파도에 실려온 판넬을 돛으로 이용해 탈출 4년 만에 돌아왔을 때 살아야했던 이유였고 그리워했던 연인 켈리는 이미 결혼해서 애까지 있는 상태... 걱정하는 친구에게 척은 말했단다. 켈리도 자신도 정확히 계산했기에 켈리는 잊기로, 자신은 섬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거센 파도가 판넬을 가져다주었고, 켈리를 다시 잃은 지금, 너무나 슬프지만 또 살아갈 거라고. 파도가 무엇을 가져다줄지 알 수 없기 때문에.... “Who knows what the tied could bring?”....이 이야기 덕분에 아무리 힘들어도 무조건 버티자고 자신을 다독인다고...

 

P.108

사랑과 수용, 그것이 그렇게 자녀 삶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란 걸 알았다면 부모는 밥을 먹이듯 아이를 사랑하고 감정을 읽어주는 것에 열심을 냈을 것이다. ~~~ 한 가지 좋은 소식은 나이 들면서 지혜도 함께 자란다는 것이다.

~~[앵무새 죽이]에 또래 아빠보다 나이가 많은 50살 가까운 아빠를 아쉬워하는 딸아이에게 옆집 아줌마는 말한다. “너희들은 행운인 줄 알아야 한다. 네 아버지 나이의 철학을 단단히 누리고 있으니까. 만일에 말이다, 네 아버지가 지금 삼십 대라면 너희들의 삶도 무척이나 달라져 있을 게다.”

지금은 부모로서 부족한 것 같고 아이와 힘든 관계에 있을지라도 지금의 모습이 끝은 아니다. 우리는 모두 과정 중에 있는 것이다. 과정 속에서 피하지 않고 오늘을 충분히 경험하다 보면 보너스로 나이가 주는 철학도 덤으로 얻는다. ~~~ 긍정이라는 말은 좋은 쪽으로 생각한다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보고 인정하는 것이다. ‘그것이 그러한 것을 보고 받아들이는 모습이 긍정이다. 우리는 자녀에 대해서도 자신에 대해서도 편견 없이 긍정할 필요가 있다.

 

p. 115

치히로처럼 우리가 성장했을 때를 되돌아보면 혼자 무언가를 책임져야 할 때였던 것 같다. 아무도 의지할 곳 없이 혼자 고뇌하고 결정하며 책임을 감당할 때 폭풍성장을 한다. 그러니 좋은 환경만을 주려 너무 애쓸 필요도 없고 부족한 환경이라고 너무 주눅들 것도 없다. 어려서 결정하는 경험을 해보지 않고 어른이 되면 무엇을 어떻게 결정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주변 의견에 따라가거나 누가 대신 결정해주기를 바라는 어른 아이가 되기도 한다.

 

~ 아이가 TV를 보고 있는 동안 잔소리하는 건, 화면 뒤에 숨어 있는 전문가 1,000명과 싸우는 것과 같다고 한다. 마케팅 전문가, 소비 심리학자, 행동 심리학자, 기획 전문가 등이 화면 뒤에서 아이의 마음을 유혹하는데 TV를 끄라고 하는 것은 무리다. 시간을 두고 아이가 공부나 TV, 핸드폰 등에 대해 얘기할 때까지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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