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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성리학, 지식권력의 탄생 - 조선시대 문묘 종사 논쟁 읽기 ㅣ 지식전람회 35
김용헌 지음 / 프로네시스(웅진)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내 할아버지는 유학자였다.
항상 족보를 정리하고, 한자서적을 품어 사셨다.
난 그런 할아버지가 대단하다고 느끼기도 했지만, 고루하고 시대에 뒤떨어진다고도 생각했었다
어떤 면이 한 인생을 유학에 바치게 했을까 하고 나도 개인적인 관심이 있었지만, 한자와 한문의 어려움, 그리고 영어 위주의 학교공부에서 언제나 그 흥미유발은 뒷전이었다.
그러나 언젠가는 나도 유학/주자학을 제대로 한번 공부해보자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는데, 이 책이 바로 그 계기를 마련하게 해주었다.
아직 다 읽지는 않았지만, 조선 유학/주자학을 알기에는 많은 도움이 된다.
유학/주자학이 불교-도교와 어떻게 다르고, 왜 정도전은 불교-도교를 버리고 주자학의 새로운 나라 조선을 건국할려고 했으며, 정몽주는 왜 조선건국자들에게 간신으로 버림당하다가 갑자기 충신으로 되었는지가 쉽게, 이해하기 좋게 나와있다.
어려운 내용을 쉽게 설명하는 것은 저자의 내공이다.
현재 , 정도전,정몽주까지 읽었지만, 역시나 그 허실도 명확히 보인다.
즉, 역성혁명론자인 정도전과 온건개혁파인 정몽주를 죽인이는 이방원/태종인데, 한때는 정치적 반대파라서 정몽주를 죽이고, 역적이라고 했던 태종/이방원이 , 이제 조선이 안정을 찾고, 권력을 잡자, 이제는 정몽주 같은 자신에게 충효를 바치는 영웅이 필요했고, 그래서 '영웅만들기' show가 등장한 것이다.
즉, 유교/주자학의 이념인 충효는, 결국 코에 걸면 코걸이고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는 것이다. 역적이 순식간에 충신이 되는 그런 정치적인 show~ 그게 정몽주 '영웅만들기' 이다.
정도전은 어떠한가 ? 이성계와 조선 건국의 1등 공신이 정도전은, 결국 태종/이방원에게 역시 죽음을 당하게 된다. 그러나 조선의 형식과 내용을 다 집대성하고 기획한 사람은 바로 정도전이다.
그는 취중에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즉, 이성계가 자신을 이용한 것이 아니라, 정도전 본인이 이성계를 선택해서, 이성계를 이용해서 자신의 이상 국가 '조선'을 건국했다고 말이다.
정도전은, 불교의 국가 고려를 멸하고, 유학/주자학의 국가 조선을 세웠다. 그러나 그도 역시 태종/이방원에게 죽음을 당한다.
곧바로 충신으로 추대된 정몽주에 비해, 정도전은 조선 말기인 고종때에 이르러서야 겨우 충신으로 복권된다. 이래저래 역사는 show고 정치는 '위선,사기'이다.
좀더 봐야겠지만, 내 할아버지의 그 대단함과 그 답답함이 이 책에서도 바로 보인다.
그러나, 어쩌면 그것이 인간의 역사이고, 동서고금을 통해 우리가 받아드려야할 진실이 아니겠는가 ?
p.s.
고려말에 토지개혁 안인, 과전법은 일종의 사회주의/공산주의 토지 개념이다. 정도전을 이를 지지했고, 정몽주는 이에 중립적이었다.
정도전은 기득권 세력의 근본인 토지를 개혁해서, 일반농민들에게 땅을 나눠줘야 국가가 부강해진다고 믿었고, 급격한 변화를 거부한 정몽주는 이에 중립적 또는 반대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