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채 시작하기도 전에, 여름을 기다리면서, 나는 당신으로부터 튕겨져 나왔다. 그 순간 내 여름은 지독해졌고, 그것은 끝이었다. 그 아침, 당신으로부터 튕겨져 나오던. 나는 쪼그려 앉아 훌쩍였다.  저녁 나절 내내 걸었다. 종아리가 당기고 발바닥이 욱신거릴 때까지 걸었다. 걷는것 만이 그 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다.


매해 여름은 다시 온다. 그리고 다시 간다. 매해 여름은 끝나지만 그것이 여름의 영원한 끝은 아니다. 그러나 그 모든 여름이 그 해의 여름과는 같지 않다. 그 여름은 박살났지만, 나는 살아남았다.




여름의 끝


오래된 시간 앞에서 새로 돋아난 시간이 움츠린다

머리에 조그만 뿔이 두 개 돋아나고

자꾸 만지작거린다

결국 도깨비가 되었구나, 내 사랑



신발이 없어지고 발바닥이 조금 단단해졌다

일렁이는 거울을 삼킬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수천 조각으로 너울거리는 거울 속에

엉덩이를 비추어 보는 일은

이젠 그만하고 싶다



두 손으로 만든 손우물 위에

흐르는 당신을 올려놓는 일

쏟아져도, 쏟아져도 자꾸 올려놓는 일



배 뒤집혀 죽어 있는 풀벌레들,

촘촘히 늘어선 참한 죽음이

여름의 끝이었다고

징- 징- 징-

파닥이는 종소리





쏟아져도, 쏟아져도 나는 당신을 자꾸 올려놓고

올려놓는대로 당신은 다시 쏟아지고

그렇게 여름이 끝났다.


아니, 내 여름은 끝날줄을 모르는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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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잠들기 전에는 그리움이 왈칵 밀려들었다. 나는 이제 그의 연락처를 알지 못한다. 어떻게해야 그에게 닿을 수 있을까, 를 생각해보았다. 2년전처럼, 내가 예상하지 못한때에 불쑥 그에게서 연락이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런다면, 정말 그렇게 된다면.


살아가는데 있어서 그다지 큰 바람 같은건 없는 나는, 언제고 그가 있는 곳으로 가고 싶다는 소망은 가지고 있다. 그가 있는 나라, 그가 있는 도시로 가고 싶다. 가서, 그를 만나고 싶다. 하루중 반나절만을 그를 만나 가만가만 얘기하는 것도 좋고 하룻밤을 꼬박 그와 함께 보내는 것도 좋다. 그렇게 그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그러다가 다시 내 자리로 돌아오고 싶다. 그 일은 나를 또 한동안 살 수 있게 해줄것 같다. 


2년전에도 그랬다. 2년전 그는, 불쑥 다시 나타나 나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는 우리가 함께였던 그  시절을 얘기했고 또 그 후로 각자가 보냈던 시절들을 얘기했다. 앞으로 그가 보내게 될 기약없는 시간들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그는 그곳으로 가기 전 나를 보고 싶다고 했었지만, 그곳에 가서까지 내 생각을 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는 그 날의 만남이 이별이라고, 그것이 끝이라고 그렇게 마음을 다잡는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그걸 알면서도 그러지 않기를 바랐다. 어떤 식으로돈 내가 그와, 우리가 연결되어 있기를, 그 사실을 내가 느끼기를 바랐다. 그가 나와의 연결점을 끊지 않기를 바랐다.



그가 예전에 사용하던 이메일을 더이상 사용하지 않고, 예전에 사용하던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고, 그렇게 다른 나라로 가버린 이상, 나는 그에게 닿을 도리가 없다. 그러나 그는 다르다. 내 핸드폰 연락처는 바뀌었지만, 또 그가 더이상 이전의 이메일로 접속하지 않아서 내 이메일을 모른다고 한들, 그러나 나는 여기에 계속 있다. 그는 언제고 마음만 먹는다면, 우리가 이곳에서 만났다는 사실을 떠올리고는 이곳에 와서 다시 내게 말을 걸어줄 수 있다. 우리가 다시 어떻게든 연결되기 위해서라면, 그가 오면 된다. 내가 갈 수는 없으니까. 그는 방법을 알고 있다. 나는 모른다.




좋아해서 힘들었다고, 너무 힘들어서 울기도 했다고, 그 마음이 어떻게도 되질 않아 주저앉았노라고 고백했었다. 그땐 그랬었다고. 그는 내게 왜이렇게 바보같냐고, 힘들면서도 왜 말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왜 말하지 않았을까. 나는 무엇이 두려웠을까. 내가 두려워한 건 무엇일까.



그를 처음 만난 건 여름이었고 그와 헤어진 것도 여름이었다. 그를 다시 만난 것도 몇 해 지난 후의 여름이었고, 그와 다시 헤어진 것도 여름이었다. 여름의 어느 밤, 나는 그리움으로 가슴이 터져버릴 것 같아서 침대에 누워 뒤척이고, 그래서 여름의 어느 늦은 밤, 곧 울것만 같은 심정이 되어 한없이 그를 만나러 가게 될 날을 고대한다. 그는 여름에 다가왔고 여름에 떠났고 그의 모습도 그의 성정도 여름같았다. 그는 늘 뜨거웠고 나는 그에게서 뜨거움을 느꼈다. 아니, 그를 만나는 내가 지독하게도 뜨거웠다. 내가 훗날 언젠가의 여름낮, 그를 만날 수 있게될까. 그리고 여름 밤을 그와 보낼 수 있게될까. 내가 그때 그 여름의 밤들을, 붙잡는 그를 뿌리치고 돌아가는 대신 그의 품에 안겨 보냈었다면, 그 여름밤을 뜨거운 마음처럼 뜨겁게 보냈었다면, 그랬다면 나는 지금쯤 그리움으로 타들어가지 않았을까? 그랬을까? 그러나 나는 마음을 다 얻은 것이 아니라고 내내 가슴 한 켠을 시리게 두지는 않았을까? 






오리



                            이윤학





오리가 쑤시고 다니는 호수를 보고 있었지.

오리는 뭉툭한 부리로 호수를 쑤시고 있었지.

호수의 몸속 건더기를 집어삼키고 있었지.

나는 당신 마음을 쑤시고 있었지.

나는 당신 마음 위에 떠 있었지.

꼬리를 흔들며 갈퀴손으로

당신 마음을 긁어내고 있었지.

당신 마음이 너무 깊고 넓게 퍼져

나는 가보지 않은 데 더 많고

내 눈은 어두워 보지 못했지.

나는 마음 밖으로 나와 볼일을 보고

꼬리를 흔들며 뒤뚱거리며

당신 마음 위에 뜨곤 했었지.

나는 당신 마음 위에서 자지 못하고

수많은 갈대 사이에 있었지.

갈대가 흔드는 칼을 보았지.

칼이 꺾이는 걸 보았지.

내 날개는

당신을 떠나는 데만 사용되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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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남자의 문제

시오니즘(영어: Zionism히브리어: ציונות) 또는 시온주의(-主義)는 팔레스타인 지역에 유대인 국가를 건설하는 것이 목적인 민족주의 운동이다.[1] 19세기말 시작되어 1948년 세계에서 유일한 현대 유대인 국가인 이스라엘을 건국하는 데 성공했다. 유대인 국가라는 개념은 기원전 1200년에서 제2성전시대 사이 시작되었다.[2] 유대인과 이스라엘을 연결하는 종교적 전통에 토대를 두지만 현대 시온주의는 현세적이며 그 당시 유럽에 존재하던 반유대주의에 향한 반응으로 시작되었다.

지지자들은 시온주의를 ‘디아스포라 민족주의’라고 묘사하며 유대인들의 자결을 이루길 원하는 민족 해방운동으로 여긴다.[3][4] 시오니즘을 반대하는 이유들은 종교적인 이유에서 비윤리적이나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에서 온다.[5] 이스라엘이 건국되기전 인간의 손으로 이스라엘을 재탄생하는 것은 신을 향한 죄라고 생각하는 유대인도 있었다.[6] (출처: 위키 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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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앞으로 나아갈 뿐 결코 뒤로 돌아가지는 않는다. 잃은 것은 잃은 것이다. (스타킹훔쳐보기, 제3작, 상권, p.61)

 

 

그렇다. 사람은 과거를 너무 후회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인생에는 나쁜 면도 있지만 좋은 면도 얼마든지 있다. 단지 사는 데 바쁜 사람에게는 그것이 보이지 않을 뿐이다. 세상에는 잔혹할 정도로 많은 일들이 있다. 그러나 사람은 좋은 일만 골라 할 수는 없다. 그러니까 시계를 되돌리려고 하는 위험은 무릅쓰지 않는 것이 좋은 것이다. 다시 되풀이한다고 해서 전보다 좋은 결과가 되리란 보장이 어디에 있는가. (스타킹훔쳐보기, 제3작, 하권, p.53)

 

 

그녀의 마음속에 있는 공허함 자체도 괴로웠지만, 더 치명적인 것은 마음속에서 어떤 것은 결코 죽지 않는다는 사실 그 자체에 있었다. 어떤 상대라 할지라도 이전에 사랑한 이상에는 진실로 사라져 버리는 일은 없고, 아무리 작은 상처라도 진짜로 지워지는 일은 없는 것이다. 기억이 엷어지면 위로는 될지 모르지만, 기억보다 깊은 곳에 있는 괴로움은 영원히 계속된다. 어느 누구에게나 일단 마음의 문을 열면 그 상대를 마음에서 몰아내 버릴 수는 없게 된다. (스타킹훔쳐보기, 제3작, 하권,pp.176-177)

 

 

 

한 번도 사랑한 적이 없는 것보다 사랑을 잃는 쪽이 훨씬 낫다.

그런 오래된 격언이 갑자기 머리에 떠올랐다.

덧없는 위로, 허무한 지혜. (스타킹훔쳐보기, 제3작, 하권, p.191)

 

 

 

소녀는 게임을 이동식 침대 앞의 커피 탁자 위에 올려놓고는, 그림 한 장 걸려 있지 않은 벽을 바라보았다.

"왜 벽에는 그림을 걸지 않으세요?" 하고 테리가 물었다.

"벽을 보았을 때, 무엇이든지 좋아하는 것이 보이라고 비워 놓았어" 하고 케이트가 대답했다. "여기는 내 방이고, 다른 사람의 방이 아니기 때문이지."

소녀는 지금까지 어른이 이처럼 자신의 생각에 딱 들어맞고, 설득력이 있게 말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터부, 상권, p.265)

 

 

 

남자에게 빠져 있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라고 실감했다. 마치 숨이 끊어질 정도로 가속도를 더해 하늘을 날거나, 정신이 아뜩해지는 추락과도 같은 것이었다. (스타킹 훔쳐보기, p.220)

 

 

 

"우리가............이러는 게 아니었는데....................." 로라는 말을 잇지 못했다.

할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야, 괜찮아. 행복했잖아." (스타킹훔쳐보기, 제2작, 하권, p.115)

 

 

 

일상적이고 단순한 것들은 손에 쉽게 들어왔다. 그러나 영원히 변하지 않는 소중한 것만은 영락없이 품에서 빠져 나가 버린다. 인간이 영원하지 못한 것처럼. (스타킹훔쳐보기, 제2작, 하권,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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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겨가는 초원


그대와 나 사이 초원이나 하나 펼쳐놓았으면 한다

그대는 그대의 양떼를 치고, 나는 나의 야크를 치고 살았으면 한다

살아가는 것이 양떼와 야크를 치느라 옮겨다니는 허름한 천막임을 알겠으니

그대는 그대의 양떼를 위해 새로운 풀밭을 찾아 천막을 옮기고

나는 나의 야크를 위해 새로운 풀밭을 찾아 천막을 옮기자

오후 세시 지금 이곳을 지나가는 구름 그림자나 되어서

그대와 나도 구름 그림자 같은 천막이나 옮겨가며 살자

그대의 천막은 나의 천막으로부터 지평선 너머에 있고

나의 천막은 그대의 천막으로부터 지평선 너무에 두고 살자

서로가 초원 양편으로 멀찍멀찍이 물러나 외면할 듯이 살자

멀고 먼 그대의 천막에서 아스라이 저녁연기가 피어오르면

나도 그때는 그대의 저녁을 마주 대하고 나의 저녁밥을 지을 것이니

그립고 그리운 날에 내가 그대를 부르고 부르더라도

막막한 초원에 천둥이 구르고 굴러

내가 그대를 길게 호명하는 목소리를 그대는 듣지 못하여도 좋다

그대와 나 사이 옮겨가는 초원이나 하나 펼쳐놓았으면 한다




꽃 피우는 나무에게


이리저리 굽어 꺾였지만 천공(天空)을 향해 뻗어가는 한 그루의 나무가 있었다 평범한 대기 속에 꽃을 나눠주고 있었다 꽃을 나눠주고 나눠주어도 꽃이 줄어들지 않는 꽃나무가 있었다 어두운 예감이라곤 조금도 없는 색채였다 간혹 나처럼 옹색한 사람에게는 제일 높은 곳의 꽃을 내려주었다 가도 가도 우러르면 꽃나무 아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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