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떠나지 마요. 내가 지금껏 바위가 아니었다면 이제부터 바위가 되겠소." "안 돼요. 당신의 천성이 그렇지 못하니까요." "당신이 아플 때 내가 돌보아주었잖소?" "그랬었죠. 내가 아플 때 정말 잘해줬어요. 그런데 당신은 내가 건강할 때는 쓸모가 없어요."-19쪽
그는 대학에서 고대 스칸디나비아 전설을 배웠다. 이제 그는 그 이유를 알았다. 자신의 브륀힐트(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이젠란트의 여왕으로 비극적인 사랑의 주인공-옮긴이)를 맞기 위해서였다. 핑클러 그리고 리보르와의 우정이 유대인인 그의 브륀힐트를 맞기 위한 준비였던 것처럼. 우연은 없었다. 모든 것에는 의미가 있었다.-245쪽
그녀의 주장은 그가 기억하는 대로였다. 하지만 이제 그는 그 주장에 대해 자신의 마음이 누그러진 것을 느꼈다. 남편이 아내의 말도 들을 만하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401쪽
동이 튼다는 말은 틀렸다. 동사가 틀렸다. 너무 갑작스럽고 단호하지 않은가. 마치 조용한 군사 쿠데타처럼 붉은 피 같은 가느다란 선이 지붕들 사이로 흘러들어서 한 번에 하나씩 건물 창문을 비추면 그녀의 테라스를 통해 장엄한 런던의 새벽이 천천히 시야에 스며들었다. 어느 아침에는 도시 바닥에서 피바다가 솟구치는 것 같았다. 더 높이 하늘은 멍처럼 짙은 푸른색들과 진홍색들의 소박한 꽃들로 덮이곤 했다. 빛이 밝아지면서 저당 잡힌 하루가 시작되었다.-4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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