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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되고 싶었던 버스 운전사
에트가 케렛 지음, 이만식 옮김 / 부북스 / 2009년 9월
평점 :
<신이 되고 싶었던 버스 운전사>
7페이지에 불과한 아주 짧은 이야기.
아, 이런 것을 써도 되는구나 싶게 짧은 글들을 엮어서 책으로 내기도 한다.
뭐 이제 읽어보기 시작해야 알겠지만, 흥미로운 글이 될 듯한 책이다.
제시간에 오지 않는 승객에게 정의란 이유로 문을 안 열어주는 버스 운전사와,
언제나 십 분 늦게 일어나서 버스를 놓치는 에디의 이야기.
<굿맨>
칠십대 노부부를 권총으로 살해한 친구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저 그렇다. 자신의 이야기를 쉽게 전하는 그런 글.
읽던 중 생전 처음 가봤던 교도소의 그 음산한 분위기가 생각났다.
어쩌면 사람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이야기에 살을 붙여서 글을 쓸 수밖에 없다는 생각과 함께.
<벽 속의 구멍>
천사라고 믿던 사람을 오층에서 밀어 떨어뜨리는 이야기.
잔혹 동화 같다, 꼭.
천사에 대한 우디의 불신은 정말이었을까?
<지옥의 선물>
지옥에서 오는 사람들에게 물건을 파는 가게.
할아버지와 함께 일하는 애나는 유황냄새 나는 남자를 침대로 끌어들여 재미를 본다.
내용은 19금, 문체는 초딩, 아주 묘한 글이군.
<엄마의 자궁>
아름다운 자궁이라니.
그것을 박물관에 전시하다니.
서로 강탈하고 난리들을 치다니.
이 작가 정상은 아닌 듯싶다. 하하하.
<돼지 부수기>
따뜻한 시선에 의한 아버지의 첫 교육이라고 말하지만, 내가 보기엔 교육을 비웃는 작품으로 보인다.
심슨 장난감을 그냥 갖지 않게 하기 위해 돼지 저금통을 사서 코코아를 잘 마실 때마다 돈을 받고
그것을 저금한다. 장난감 살 돈이 다 모아졌을 때 아버지는 이제 심슨 장난감을 얻게 됐으니
돼지 저금통 마골리스를 망치로 부수려 하고 내일로 미루는 아들에게 자제력을 배웠다며 좋아하는 아버지.
결국 마골리스를 초원에 놓아주는 아이.
신기하게도 별로 관련이 없는 것을 교육과 연관시키며 열심히 해대는 우리 나라 엄마들이 떠올랐다.
<풀고 잠그고>
이유도 정확히 모른 채 대치하고 있는 군인들.
그러니 서로의 약점을 잡아 말씨름을 할 수밖에.
말도 안되는 말장난 때문에 괴로워하던 메이어는 결국 상황을 바꿔버린다.
총이 있으면 뭐하나. 총이 있는 이유를 모르는데.
<공중 곡예사 산티니>
이 아이는 결국 멋진 공중 곡예사가 될 수 있었을까?
<코르비의 여자>
가끔 남자들의 이런 글들을 볼 때면 그들의 어떤 생각에 대해 이해가 가지 않을 때가 있다.
'남의 여자를 탐한 남자는 죽어야 한다'라는 성경 구절을 골드의 입을 통해 듣고서,
코르비와 그의 친구는 철몽둥이를 호수에 던져버린다.
남의 남자가 꼬신다고 해서 그에게 쉽게 간 그녀 때문이겠지?
바로 믿음이라는 문제.
년놈이 다 똑같지 누구 하나의 잘못이겠어?
<신발>
나치 대학살 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독일의 제품은 쓰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할아버지 세대의 말을
지금의 최첨단 세대는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그런 것들.
우리에게도 같은 모습이 있다. 굉장히 복잡하고 어려운 일.
<키신저를 그리워 하며>
심장을 가져오란다고 정말 심장을 가져가는 남자, 그것도 지 어미 것을.
그러게 도대체 어미건 애인이건 그녀들이 정말 원하는 게 뭐냔 말이지.
남자들의 지상 최대의 궁금증, 어린 놈이나 나이 든 놈이나.
그의 어머니가 아들에게 하는 질문, "미리는 잘 지내니? 걘 아직도 투실한 손가락을 질에 쑤셔 박니?"
하하하, 그것 참.
<라빈이 죽었다>
저런, 라빈이 정말 고양이인 줄 끝에 가서 알았다.
고양이를 치어 죽인 오토바이 주인과 고양이 주인과 그 고양이를 사랑한 고양이 주인 친구.
그런데 갑자기 달리는 차에 치어 죽는 고양이들은
자신이 달려오는 차보다 빠르다는 확신에 뛰어오다 죽는다던 말이 생각난다.
뭐, 책과는 관련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지만.
<장자의 재앙>
헤브라이의 신은 친자구별까지 하신다.
그래서 부정한 마누라까지 밝혀주신다.
참 재미있는 신이군.
식물 운운하며 가족에 대한 소중함과 책임을 말하던 아버지.
그래도 지 자식이 아닌 아이는 식물이고 뭐고 없다 이거지.
<사이렌>
전몰장병 기념일 사이렌이 그를 구하다.
사이렌이 울린다고 자신들을 밀고했다고 여기는 친구를 때리려던 것을 멈추다니.
참 아이들다운 모습이구나.
<좋은 의도>
상원의원을 쏜 건 그레이스 씨?
병적인 선행이라 잠도 못 자고 세상 모든 고통에 신음한다.
차라리 악을 행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그레이스 씨.
참 무서운 병이구나.
<캣젠스테인>
엄마 친구 아들, 캣젠스테인.
그놈 때문에 자살하려고 비행기 문을 열어제쳤는데 그래서 지옥에 왔는데
몇 분 후 비행기가 사고로 추락해 나머지는 모두 천국행.
하하하, 볼수록 재밌는 작가다.
<알론 셰미쉬의 불가사의한 실종>
말 그대로 불가사의한 실종.
최초로 사라진 아이의 집에 방문하는 아이들이 차례대로 실종.
그냥 그게 끝, 다른 이야기는 조금도 없다.
이게 뭔가.
<마지막으로 한 편만 그걸로 끝이죠>
재능을 수거하는 악마.
좋은 아이디어다.
<제트랙>
어린아이 하나둘쯤이 죽는 계획된 비행기 추락사고.
마음에 드는 남자를 미리 안전하게 낙하산을 통해 내려보내는 스튜어디스.
어린아이로 가장한 수배중인 난쟁이의 죽음.
뭐 결국 나쁜 의도에서 한 일이 좋은 결과를 냈다는 말씀.
<비밀정보기관 대장의 아들>
그래서 비밀정보기관 대장의 아들은 사이몬에게 어떻게 했을까?
물어봐도 대답하지 않을 그런 일,
총으로 하는 그런 일.
<파이프>
공간의 위상학적 뒤틀림을 발견해 천국에 가는 사람들.
실상, 천국은 착한 일을 한 사람들의 세상이 아니라 이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고.
역시 기발하다.
<크넬러의 행복한 캠프 생활자들>
자살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
이 작가는 사후에 대해 관심이 많은 모양이다.
죽은 뒤에 어디엔가 모여 사는 그런 얘기가 상당히 작품 중에 많은 걸 보니.
다른 작품에 비해 굉장히 길다. 내용마다 숫자를 달았는데 마지막 숫자는 26이었다.
글쎄 최고의 작가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그의 단편 말고 중,장편을 읽고 나서야 가능한 얘기가 아닐까 싶어서.
실제로 꽤나 길었던 크넬러의 행복한,,,은 지루하기 그지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