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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홀로틀 로드킬
헬레네 헤게만 지음, 배수아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15세에 46세의 여자와 성관계를 했다고 세상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여기고,
심지어 염증까지 느끼는 미프티, 16세.
그 나이엔 보통 조금이라도 남다른 경험,
이를테면 어른이 돼서도 흔히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그런 경험을 하면 생을 잘 안다고 여기는
치기 어린 감정 같은 게 있는데 미프티도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나의 십대 역시 그랬으니까.
하지만 미프티가 다른 것은,
그녀는 그 모든 것을 초월해 가장 우위에서 바라보고 있고
어쩌면 지금의 악마적 행태를 언제든 집어치울 수 있는 절제의 기술 또한
갖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책을 보는 내내 든다는 것이다.
모든 인간의 십대는 아홀로틀 로드킬이다.
아홀로틀 : 양서류 단계에만 머무는 종. 자라지 않는 생물.
로드킬 : 자동차에 깔려 납작하게 짜부라진 짐승의 시체.
이 책 202쪽의 끝부터 책의 제목인 아홀로틀이 등장한다.
어쩌면 200쪽까지 무서운 이 책을 무사히 넘기고 있는 어른들에게
구조요청을 하고 싶어 앞이 아닌 뒤춤에 아홀로틀을 숨기고 드디어 어렵게 어렵게
그것을 꺼내 든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말도 안 되는 생각까지 든다.
모든 안쓰러운 십 대와 아직도 그 십 대를 살고 있는 나와 같은 삼십 대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정신적 구제. 올챙이로 머물러야 하는 운명을 지닌 그들을 개구리란 존재로 만들 수 있는 그런 구제.
미프티가 말한 가족, 와 닿아서 옮긴다, 요즘 나 역시 가족에 대한 생각이 그와 같으니까,
아니, 언제나 그랬으니까.
가족으로서의 최소한의 결속관계는 이제 완전히 와해되어 버렸다.
아빠, 엄마, 아이, 이런 야만적인 가족 모델이 아직까지도 멸종하지 않고 있는 걸까?
오직 살인과 광폭한 행위를 통해서만 인간은 그 관계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혹은 내 경우처럼, 비극적인 추방을 통한 의절이라든지.
비록 서로가 핏줄로 얽힌 혈연관계이기는 하지만, 그 혈연을 끊는 일이 순식간에 가능해졌다.
지금 이 순간부터 나는 언니도 오빠도, 아빠도 없다.
공동의 삶이 기능을 발휘하려면, 구성원 사이에 단순한 호의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가족 모델에 대한 호의가 그 모델의 성공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나는 아무 버스나 집어타고 온종일 시내를 돌아다닌다.
어디로 향해야겠다는 마음은 전혀 들지 않는다.
새로운 장이 시작되어야 한다.
나는 존재를 찾아 길을 떠나는 나를 지켜본다.
그래서 이제 그녀는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을까?
새로운 장이 시작되는 것에 성공했을까?
미프티가 알리스를 묘사하는 부분,
난 알리스 같은 사람이 되길 바란다.
그녀는 나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내가 깨달은 점은, 그녀는 나뿐 아니라 원래 그 누구도 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녀가 혼자서 독백을 하는 것도 아니다.
그녀에게는 상대방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공간적으로 훨씬 더 광범위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오리지널한 모종의 변신 가능한 핵심이 그녀에게 있다.
지금껏 내가 존재해 왔던 형태가 그녀 앞에서 <우리>라는 모습으로 다시 깨어나듯,
거의 보편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현존, 분리된 정신의 통합된 힘이 그녀에게는 있다.
다음은 오탈자로 의심되는 부분.
편집 매뉴얼을 꾸준히 내는 열린책들에서 이런 심각한 오탈자를 내다니 실망이다.
39쪽 15줄: 한 구석 -> 한구석
48쪽 밑에서6줄과 290쪽 3줄: 가디건 -> 카디건
78쪽 7줄: 바보를 -> 바보로
96쪽 밑에서4줄: 도취되서 -> 도취돼서
99쪽 밑에서9줄: 난장이 -> 난쟁이
105쪽 4줄: 되야 -> 돼야
123쪽 끝줄: 애기 -> 아기
139쪽 4줄: 줄밖 -> 줄 밖
153쪽 12줄: 잘 되지 -> 잘되지 (두 번 있음)
160쪽 6줄과 177쪽 9줄, 190쪽 밑에서8줄: 되서 -> 돼서
194쪽 7줄과 223쪽 10줄: 검정색 -> 검은색 또는 검정
202쪽 7줄: 잘 되어 -> 잘되어
227쪽 밑에서5줄: 됨직한 -> 됨 직한
240쪽 밑에서10줄: 얻다는 -> 얻는다는
255쪽 밑에서3줄: 보여 줄게 -> 보여 줄 게
265쪽 밑에서2줄: 그그저께 -> '그그저께' 란 단어는 없음
270쪽 끝줄: 거시기로 밖에 -> 거시기로밖에
277쪽 밑에서7줄: 섹시랑는 -> 섹시랑은
290쪽 끝줄: 나이게 -> 나이에
291쪽 밑에서 7줄: 잃고 -> 앓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