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들
엘프리데 옐리네크 지음, 류소연 옮김 / 다른우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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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문장이 대체로 짤막하다.

그럼에도 조금도 어색하거나 표현이 덜되고 있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이를테면 '안 돼! 이것이 에리히 어머니의 생각이다'와 같은.

 

하인츠와 브리기테, 파올라와 에리히 이야기를 번갈아가며 한 번씩 하더니

끝무렵에는 둘을 함께 나열하며 비교한다.

연애를 하기 전부터 연애를 하게 되는 계기와 그 이상까지.

조금도 달콤하지 않고, 무지막지하게 솔직하고 딱딱한 내용에 말투.

하지만 반기를 전혀 들 수가 없이 정확하다.

어쩐지 너무 사실적이라 '그게 전부는 아니에요'라며

반대 의견을 전하고 싶어지기도 하지만 말이다.

 

119쪽 할아버지와 할머니 얘기.

 

'할머니의 남편인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증오한다.

왜냐하면 젊은 시절부터 그녀를 증오했는데,

이제 그 증오는 습관이 되어 쉽게 고쳐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증오는 늙어서까지 간직된다.

사람이 늙어서 바라볼 게 뭐가 있는가! 아무것도 없다.

단지 오래된 그리고 입증된 증오만이 있을 뿐이다.

또 증오가 점점 커지는 이유는

할머니가 아마도 예전에 보유하고  있었을 자신의 유일한 자본인 아름다움을

이미 오래 전에 잃어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할아버지에게 있어 할머니는 이미 가치를 상실했다.

젊은 여자들은 젊은 남자들의 곁에서의 안정된 미래를

썩어빠진 늙은이에게 걸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할아버지들도 거의 죽은거나 다름없는 할머니들보다는

느리고 또 서서히 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죽어 간다.

그렇게 죽는 건 죽는 거고, 잃는 건 잃는 거고 사라져 가는 거다.

그리고 할아버지의 부인인 할머니는 젊고 멋졌던 남자가

망할 늙은이가 되어 가는 쇠퇴의 과정을 항상 기억나게 할 뿐이다.

할아버지는 낡아빠졌고, 할머니는 노쇠해진다.

소비자는 눈에 안 보이는 데도 그들은 소비가 된 것이다.

그러나 할머니가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건,

남편들이 일정한 어느 나이부터는 무거운 죽을병에 걸려서

최후의 종말을 맞을 때까지 부인에게 영원히 남는다는 것이다.

남편들은 가스레인지, 음식을 차리는 탁자, 책상, 싱크대, 여물통으로부터,

부인으로부터 빠져 나올 수 없다.

도대체 이 늙은 건달이 어디로 갈 능력이나 있겠는가? '

 

아! 파올라는 열다섯에 에리히의 아이를 임신해 그 아이를 낳고,

머리 나쁜 브리기테는 관계 때마다 하인츠의 아이를 임신하려고 안간힘이다.

거기다 고등학생인 수지를 밀어내려고 우스꽝스럽게 군다,

하인츠에게 눈곱 만큼의 관심도 없는 수지를 말이다.

 

작가는 왜 자꾸만 남편 된 자들의 구타를 말하고 그것이 당연히 있어야 할 것처럼 말하는 것일까?

비판도 뭣도 아닌 애매한 상태로 '구타'란 단어를 그곳에 그저 배치시키고만 있다.

 

작가는 여자와 남자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여자 혼자서는 충족할 수 없다고, 여자가 만들어 놓은 충족을 위해

남자가 여자의 여성적인 특성을 사용해야만 된다고.

양육하고, 보호하고, 가장 포괄적인 의미로는 도와주는 것이다.'

 

어쩌면 파올라와 브리기테 두가지의 경우만 가지고도

세상의 모든 연애와 결혼을 설명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식한 브리기테는 미래가 있는 하인츠를 얻어 밝은 미래를 얻었고,

열다섯에 임신하고 만 파올라는 자동차와 술밖에 모르는 남편을 만나

그리 밝지 않는 미래를 얻는다.

그리고 에리히가 아닌 다른 남자를 음부에 받아들이는 창녀가 되고 이혼을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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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인형
배수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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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앞 민들레영토 옆에는 딸 여섯을 책임지고 있는 (게다가 막내는 쌍둥이)

부부가 운영하는 중고서점이 있다.

우연히 갔다가 발견한 이 책, 그동안 절판돼서 구하지 못했던.

푸른 사과가 있는 국도, 랩소디 인 블루 이후 세 번째로 나온 작품인 듯싶은데

쓰기에의 여러가지 시도들이 보인다.

그래서 그런지 조금은 실험적이고, 난해한 작품도 보인다.

 

○ 갤러리 환타에서의 마지막 여름

사실적이다, 아니 사실적이라 하기엔 구체적인 묘사 같은 것이 전혀 없다.

아! 그래, 서사적이란 표현이 맞겠다.

초반에 갤러리 환타나 주변 전경의 묘사가 나오더니 금세 나와 군인을 결혼시키고

나이 먹게 하더니 아이 둘을 죽이고, 실직을 이유로 아내를 칼로 찌르게 했다.

구성, 쓰기 방식 모두 독특하다.

 

○ 검은 저녁 하얀 버스

배수아의 특기.

성을 무시하거나 약간의 편견을 이용해 남자라 착각할 장치를 마련한 뒤 어느 순간 뒤집어 엎기.

사촌이 여자였다니.

이 작품에서 인물은, 사촌이거나 사촌이 좋아하는 여자 아이거나,

바느질하는 여자, 군복을 입은 남자 아이. 이런 식이다.

글의 느낌이 이바나나 동물원 킨트와 비슷하다.

그다지 멀지 않은 길을 걷고 함께 다니는 이와 얘기 나누는..

 

○ 마을의 우체국 남자와 그의 슬픈 개

어제 오늘 집중을 못하고 읽어 처음부터 다시 본 작품.

이런, 다리 저는 마을 우체국 남자는 화자가 어릴 때 소아마비가 있던 그 남자였고,

그녀의 동생이었다.

다시 한 번 읽지 않았다면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넘어갈 뻔했구나. 

어린 시절의 상처로 고정된 채 어머니에 의해 죽임을 당한 그녀.

 

○ 내 그리운 빛나

이번 단편들 속엔 사촌이 많이 나오고, 여자의 나이는 대부분 스물아홉이다.

왜일까?

시력을 잃어가고 있던 빛나가 사실은 죽은 것이란 반전?

 

○ 포도 상자 속의 뮤리

또 스물아홉. 열두 살 이후로 키가 자라지 않은 잘 우는 여자.

다리를 저는 아기 염소 뮤리.

그녀는 '내가 뮤리야' 하고 말한다.
114쪽 여자의 말을 옮겨 적어야겠다.

 

'여자들을 위한 잡지에 글을 쓰고 있으면,

여자들은 절대로 남자들을 변화시킬 수 없고

남자의 양말색에 관한 기호조차도 진정으로 원하는 대로 할 수 없으리란 것에 대해서 말하고 싶어진다

모든 트러블이란 것은 이기심 때문이지 그 남자는 애초에 애정도 없고,

사디스틱한 성향 때문에 당신에게 장난을 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당신이 싫기 때문이다.

이것을 받아 들여야 한다.

당신은 그 남자가 그런 것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으면서, 마지막에는 연극으로 울부짖는다.

당신은 은연중에 자기의 인생이 연극조로 되어가는 것을,

당신이 비련의 주인공이 되는 것을 즐기고 있다.

그 남자가 사디스트가 아니라 당신이 마조히스트인 것이다.

아기를 낳고 버림받았다, 고 호소하면 누구나 동정해주고

성적으로 약한 당신이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건 당신에게 도덕적인 우위를 인정해줄 수는 있겠지만 진정으로 당신이 원하는 바는 아니다.

말을 타고 중국의 황야를 달리는 젊은 날의 강청의 것처럼 거침없는 생은,

영원히 당신에게 오지 않는다.'

 

어쩐지 이 책에는 2와 2분의 1에 썼으면 좋을 법했던 글들이 많다.

어쩌면 세상에 남녀의 이별이 너무 흔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 프린세스 안나

다른 여자는 되는데 여동생과 결혼하는 게 왜 안 되는 일인지 모르겠다며

이모와 결혼하는 아빠를 가진 안나.

안나의 언니를 위해 형부를 오토바이로 쳐 죽이는 노아의 의미는 무엇일까?

 

○ 바람 인형

동화 느낌이 강한 작품. 연한 손을 가진 여자애에게 버림받은 인형.

공중곡예의 생을 잃고도 기억 못하는 남자의 죽음.

죽은 남자를 위해 요리를 하는 사랑에 빠진 인형.

인형을 소재로 삼았다. 소설에서는 흔하지 않은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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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Q정전 - 참인간 세우기 국문학 교수들이 추천한 글누림세계명작선
루쉰 지음, 신여준 옮김 / 글누림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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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인일기

1918년에 쓰인 글인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중국은 인육을 먹는 문제가

가벼운 문제는 아닌 듯싶다.

이 작품, 인육 먹는 중국인들에 관한 일침처럼만 보이니 말이다.

광인에게 일기는 진심이었다.

미침이라는 상태는 어차피 자신이 아니라 외부의 일이기 때문에.

 

쿵이지

공부만 하다 출세는 못 하고 책을 훔치는 쿵이지.

도둑질하다가 잡혀 매를 맞아 다리가 잘려 거적을 깔고 기어와서는,

마지막 술을 마시고 돌아가는 흙투성이의 쿵이지.

쿵이지는 아직도 외상값이 19문 남아 있네.”

로만 기억될 쿵이지.

 

이번에도 인육이다.

당시 인육만두를 해 먹고 폐병이 낫는다는 얘기가 있었겠고

어느 정도는 들어맞았겠지만,

아니었다는 것을 작품으로 보여주고 있다.

폐병을 얻어 인육을 먹은 자와 인육을 제공해 준 자의 무덤이

나란히 있는 모순.

 

작은 사건

Q정전을 빼곤 거의 짧은 단편으로 이루어진 루쉰의 소설집엔

자신의 이야기도 있는데, 저자가 탔던 인력거의 인력거꾼은

인력거 앞에서 쓰러진 노파(인력거 때문에 쓰러진 노파도 아닌)

일으켜 세워 파출소로 가는 인력거꾼은

손님이 타고 있건 말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데리고 가는 인력거꾼은

가히 도덕적이고 훌륭한 국민이로군.

 

고향

나는 생각했다.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땅 위의 길과 같다.

기실 땅 위에는 본래 길이 없지만, 다니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곳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고향에 돌아간 그에게는 희망이 있다는 걸까, 없다는 걸까.

희망도 만들어 내는 것~

 

Q정전

스스로 얼굴을 때리면서까지

자신의 정신 승리법을 지켜 내고 싶어 하는

Q의 과거는 무엇일까,

제사 지내 줄 자식을 위해 여자가 필요하다고

당장 근처에 있는 우서방댁에게

나와 잡시다, 나와 자요! 했다가 수재와 자오 대감에게

몽둥이 찜질을 당하는 그의 근본은 바른 사람이라고 말하는 저자.

 

어째 읽으면 읽을수록 돈키호테의 느낌이 난다.

 

혁명을 하고 싶던 아Q.

글을 쓸 줄 몰라 동그라미를 그리라는 명령에 동그라미를 그리지만

그것도 제대로 되지 않아 호박씨 모양을 그리고 마는 아Q.

조리를 돌리며 거리를 행진하는 벌 후에 총살 그리고 참수의 벌.

Q는 무슨 잘못을 해서 총살을 당했는가!

시대를 잘못 타고 난 죄.

 

그때나 지금이나 여론이라는 것은 참 쉽다.

한 인간의 죽음에 대해 볼거리가 없다,

얼마나 가소로운 사형수길래 오래 거리를 끌려 다니면서도

창 한 대목도 부르지 못했다며 헛걸음만 했다며 투덜대는

그런 여론’.

 

흰빛

급제자 명단을 찾는 천스청,

그래~ 아주 옛날에는 직접 명단을 보러 갔어야 했지.

군중 속에서의 확인은 나홀로 확인과 아주 다르다.

산산이를 계속 산산히로 표기하고 있다.

Q정전이 인물과 사건 위주였다면,

이 작품은 배경 위주라 묘사가 매우 두드러진다.

~ 자살을 이렇게 묘사하다니.

 

복을 비는 제사

동전을 요구할 것 같던 그녀가 한 질문,

죽은 뒤에도 영혼이 있느냐,

죽으면 가족을 만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들.

 

비애가 사람들에게 씹혀져서 여러 날 음미되고

이미 찌꺼기가 된 채 혐오와 폐기의 대상으로만 취급되는 것을

알지 못 하는, 아마오를 잃은 샹린 아줌마,

어쩌면 모든 고통은 이런 모습으로 반복 될지도 모르겠다.

 

연인의 죽음

제목부터 연인이 죽었다고 시작하고 있다.

그녀가 왜, 어떻게 죽었는지를 빨리 확인하고 싶어지는 작품.

 

사랑해서 결혼하고 함께 살았으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는 화자.

진실을 말하려면 크나큰 용기가 있어야 한다.

만약 이런 용기도 없이 허위에 안주한다면

새로운 삶의 길을 개척할 수 없다.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될 뿐만 아니라 이렇게 산 사람도 일찍이 없었다.

지금이 아니면 내게 닿지 않았을 것이다. 용기 내서 끝내지 않았다면

무서운 일들이, 더러운 일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을 테니까.

 

이제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해 놓고 여자가 떠난 것에 대해

뒷통수를 한 대 맞은 것처럼이라고 표현하는 남자는 비단

연인의 죽음의 저자 뿐만은 아닐 것이다.

 

고사리 뜯기

백이, 숙제 이야기.

아침 도강할 때 찬물을 겁내지 않는 사람의 다리뼈를 잘라

그 골수를 관찰하기도 하고, 왕자 비간의 심장을 파내어 그곳에

일곱 구멍이 있는지 본다는 상나라 임금의 무도함을 걱정하는 숙제에게 말을 줄이는 것이 가장 좋다는 백이

 

326쪽에 나오는 백이와 숙제를 만난 괴한들 이야기 너무 웃기다.

역사와 비교해 보면서 읽으면 더욱 재미있을 작품.

 

대장장이의 복수

머리만 쏙 빠져 나와 싸움을 벌이는 인물들.

머리로만 싸움을 시키는 저자의 의도가 궁금해졌는데,

그것은 모든 것은 머리 싸움이라는 뜻?

 

찾아본 단어

 

회화나무

작은 잎은 달걀 모양이고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8월에 노란색을 띤 흰색 꽃이 가지 끝에 복총상 화서로 피고

열매는 협과(莢果) 10월에 익는다.

꽃과 열매는 약용하고 목재는 가구재, 땔감으로 쓴다.

중국이 원산지로 산이나 들, 촌락 부근에서 자라는데

한국,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비슷한 말] 괴목(槐木)ㆍ괴화나무ㆍ홰나무. (Sophora japonica)

 

동티

명사 1 . <민속> , , 나무 따위를 잘못 건드려

지신(地神)을 화나게 하여 재앙을 받는 일. 또는 그 재앙.

[비슷한 말] 동토3(動土).

2 . 건드려서는 안 될 것을 공연히 건드려서

스스로 걱정이나 해를 입음.

또는 그 걱정이나 피해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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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 우리 소풍 간다
백민석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작품 속 백민석 아저씨의 첫 번째 글쓰기 습관은 반점(,)

읽을수록 누군가 옆에서 말하고 있다는 느낌이 크게 드는

그의 글쓰기.

두 번째 글쓰기 습관은 그것,

검은몸 그것, 잡화점집 그것, 공무원 그것, 대학생 그것.

 

연극 장면부터는 계속 장정일의 작품과 겹치는데

누가 누구의 영향을 받은 걸까? 

 

K, , 일곱난쟁이, 뽀빠이, 마이티마우스, 손오공, 새리 등

각양각색의 이름이 등장하는 이 작품.

K와 喜의 이야기, 나머지 만화 주인공 이름을 가진 이들의 이야기,

K의 작품이 실제 무대에서 극으로 보여지는 [, 퐁텐블로] 이야기,

그들의 어린 시절 이야기, DJ 까페 이야기,

그리고 그들을 있게 한 안 선생님 이야기.

 

안선생이 말하는 이름의 의미들,

 

일곱 난쟁이의 의미

자만,탐욕, 도가 넘은 정욕, 질투, 과식, 과음, 노여움, 게으름

è 기본이 되는 각 일곱 가지의 죄, 즉 치명적인 죄.

 

뽀빠이

미국 전형의 남성 환타지

 

딱따구리

이 세상 끝까지 쫓아다닐 어떤 악몽

 

마이티마우스

우리 속내의 하수도를 헤집고 다니는

추악함과 더러움의 이름으로서의 생쥐.

 

손오공

끝없이 묻고 다녀야 하는 운명.

실제와 믿음 사이의 균열에서 헤매는 손오공은 결말을 예상하고

미친 듯 날뛰고, 난폭하게 구는지도 모른다.

 

집 없는 소년

네 스스로 아버지와 어머니라는 집을 지어야 한다.

 

위와 같은 혼란과 복잡함 속에서 이랬다가 저랬다가

정신이 없더니 길고도 긴 이 작품은 끝이 난다.

 

백민석 아저씨, 이제 아저씨 작품은 그만 읽어도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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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 - 완역본 하서 완역본 시리즈 1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유성인 옮김 / (주)하서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죄와 벌 - 도스토예프스키 / 하서 / 14000원

 

현대 작가의 책을 당분간 읽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이 들자마자 읽을 책도 떨어지고 해서

급하게 북스리브로에서 또 오랜만에 제값 주고 산 책,

두 권으로 나온 것이 많은데 고르고 고르다가 결국 하서에서 나온

760페이지 분량의 이것을 집어들었다.

중간 정도까지는 오탈자가 띄어쓰기 정도밖에 눈에 안 들어서 기뻐하고 있었는데

뒤로 갈수록 편집부의 힘이 떨어졌는지 어땠는지 엉망진창이다, 그건 나중에 정리하도록 하고.

 

239쪽.

가까운 이의 불행을 두고 얻는 인간의 만족감을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마음씀은 대부분 그저 진정한 마음이 아니라

한낱 동정심에서 우러나오는 것뿐이란 말이 된다.

 

'만족감이라 했지만 이것은 친한 사람에게 갑작스런 불행이 닥쳐 왔을 때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으레 생기는 감정이며,

아무리 진정으로 슬픔과 동정을 갖는다 해도 예외 없이 누구나가

느끼게 마련인 감정인 것이다.

 

이와 같이 계속되는 그의 작품에서는 인간이 남몰래 어쩌면 가졌을지도 모르는

그런 감정들이 놀랍게 표현된다, 때로는 독백으로 때로는 주고 받는 대사로써.

도스토예프스키가 심리학자란 내 배경지식이 맞다면,

그는 위와 비슷한 심리를 책 전반에 줄줄 쏟아두고 있다,

위험하게 느껴질 만큼 솔직을 지나치기까지도 하며 말이다.

 

505쪽.

'그렇지 않습니다! 당신과 같이 어제의 일로 모욕을 당하고 분개해 있으면서도

또 남의 불행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은...... 설사 그가 사회적으로 과실을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존경할 만한 인물입니다.'

 

이것은 레베쟈트니코프가 루진의 선행(사실은 악행)에 대해 찬사를 늘어놓는 장면인데,

그렇다면 악덕 고리대금업자 할멈을 도끼로 찍어 죽이고 난 후

소냐 아버지의 죽음에 가진 전 재산을 장례식에 내놓은 라스콜리니코프 역시

존경받아 마땅한 인물이란 것인가?

물론 그의 행동에는 갑자기 돈을 마구 써대는 자신을 눈여겨 보라는 의미가

깃들어 있는 것이겠지만, 위 내용만을 가지고 (라스콜리니코프의 의도나 루진의 의도를 뺀 상태로)

판단한다면 그들의 행위는 존경 받아 마땅하다 하겠다.

 

511쪽.

끝부분에 보면 '자기들은 사상이나 감정이 당신들보다 고상한 인간이기 때문에

원한을 잊어버리고 초대한다'는 그 심리.

 

그렇다면 과거에 한달 무료쿠폰 수업을 받으면서 매주 죽을 만큼 나를 힘들게 했던 아이들이

본수업으로 이어지지 않은 채 마지막 수업을 받던 날 일부러 아이들에게 주려고 사가지고 갔던

그 선물의 의미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것 역시 니들같이 가정 교육 더럽게 받아 3학년이 되도록

유딩의 수업태도를 보여주는 그 아이들보다 내가 고상하기 때문에 그 동안의 괴로움을 모두

잊어버리고 만 원이 넘는 돈을 들여 여섯 개의 선물을 사 갔던 것일까?

 

565쪽.

살인한 이유를 말하는 라스콜리니코프1.

 

'나는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어. 그건 모두 내가 어둠 속에서 벌렁 누워 있을 때 이미

몇 번씩이고 생각하며 자신에게 속삭였던 거야.

그런 것에 대해서 나는 가장 사소한 점에 이르기까지 자신과 논의를 거듭했지.

그래서 전부를 알고 있는 거야! 그리고 내겐 그런 생각을 되풀이한다는 것이

진절머리 나도록 싫어진 거야. 이젠 싫증이 날 대로 나버린 거야!

나는 전부를 잊어버리고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려고 했지!

그래서 혼자 되풀이하는 생각을 걷어치운 거야.

설마 당신은 내가 바보처럼 단순히 앞뒤조차 가리지 않고 한 일이라곤 생각하지 않겠지?

나는 생각하는 인간으로서 한 거야. 그런데 그것이 나를 파멸시킨 거야!

그리고 설마 신은 나에 대해서 이렇게는 생각하지 않겠지.

가령 나는 권력을 지닐 자격이 있는 것일까?

따위로 자문이라도 하기 시작한다면 그건 이미 내겐 권력을 지닐 자격조차 없다는 것을.

또 만약 내가, 인간은 이인가 하는 의문을 갖기라도 한다면 이미 내게 있어서

인간은 이가 아니며 인간이 이일 수 있다는 것은,

그것을 전혀 생각하지도 않고 회의를 한다든가 하는 일도 없이 똑바로 나아가기만

하는 사람에게 있어서만 그럴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알아.

나는 벌써 며칠을 앞두고 나폴레옹이라면 이런 짓을 했을까 하지 않았을까 하는 문제로

줄곧 고민했으니 자신이 나폴레옹이 아님을 확실히 안 셈이지.

나는 이런 아무 쓸모도 없는 생각의 괴로움을 싫증이 나도록 견뎌왔어.

그래서 그런 것을 모조리 어깨에서 떨쳐내고 싶다고 생각한 거야.

나는 말이야 소냐, 이러쿵저러쿵하는 그따위 이론을 무시하고 죽이고 싶었어.

나를 위해서, 나 한 사람을 위해서 죽이고 싶었던 거야!

이 점에선 나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어!

나는 어머니를 도와주고 싶어서 죽인 게 아냐. 전혀 당치 않은 소리지!

돈과 권력을 손에 넣고 인류의 은인이 되기 위해 죽인 것도 아냐.

터무니없지! 나는 그저 죽였을 뿐이야.

나를 위해서, 나 하나만을 위해 죽인 거야. 그러고 나서 내가 어떤 의미에서 은인이 되든,

평생을 두고 거미처럼 모든 사람을 거미줄로 사로잡아 그 피를 빨아 먹게 되든

그 순간의 내게 있어선 아무래도 상관없어야 했던 거야!

더구나 소냐, 내가 죽였을 때 필요로 했던 것은 돈이 아니었어.

돈보다 오히려 다른 그 무엇이 필요했어. 이제는 그게 무엇인지를 완전히 알았어.

이해해주겠지! 설사 같은 길을 걷는다 해도 나는 두 번 다시 살인을 하지 않을 거야.

내게는 다른 것을 알 필요가 없어. 다른 것이 나를 인도한 거야.

내가 그때 한시라도 빨리 알고 싶었던 것은 나도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냐,

아니 인간이냐 하는 점이었어. 나는 짓밟고 넘어설 수 있는가, 아니 할 수 없는가?

일부러 허리를 굽혀 주울 것인가, 아니 하지 않을 것인가?

나는 겁에 질려 떨기만 하는 벌레인가,

아니 사람을 죽일 권리를 가지고 있는가....'

 

609쪽.

그렇다면 끝단란 위에 포르피리가 자신을 무죄로 여긴다는 생각이 공포를 불러 일으킨다고

돼 있는데 그것은 사람을 죽일 권리를 얻는 일이 공포스럽다는 것으로 받아들여도 되는 것일까?

 

617쪽.

포르피리와 라스콜리니코프의 대화,

물론 포르피리의 대사가 대부분인 이 장면이 이 작품의 제일 훌륭한 부분이란 생각이 든다.

예심판사가 범인에게 인간적인 호의를 갖고 자백을 권한다.

포리피리는 그의 살인을 사회적인 것으로 해석했던 것일까?

이를 테면 국가를 위해 전쟁을 하고 불가피하게 많은 사람을 죽여야 하는 그런 경우처럼?

그게 아니면 할멈의 금융독재를 막기 위한

정의로운 살인? 아,,,어렵다.

 

644쪽.

스비드리가일로프의 여자 이야기. 굉장히 흥미롭다.

남자들이, 그것도 연애가 어려운 남자가 읽으면 눈을 빛낼 그런 이야기다.

질투가 많은 여자에게 대놓고 난 당신 하나론 만족을 하지 못하니 그것만은 인정해 주오,,

하는 대담한 남자, 실제로 그런 남자와 연애를 해봤지만 이렇게 대문호의 작품에서 보게 되다니

아주 놀랍지도 못하고 어리둥절하지도 못한 일이다.

아,,,다시 읽어봐야겠다.

 

668쪽.

밑에서 아홉 번째 줄 정도에 보면 찌꺼기를 위해 법을 제정하는 인간에 대한 것은

역시나 소수의 엘리트 집단이 다수의 민중을 지배할 수밖에 없다는 현대의 우익과 맞닿는다.

 

693쪽.

선한 행동을 하면서도 계속 쓸 데 없는 참견을 했다고 생각하는 스비드리가일로프는

왜 결국 자살을 택한 것일까?

살인한 오빠의 뒤를 봐주는 대신 두냐를 원했던 파렴치한 자신을 증오해서?

오를 수 없는 나무, 두냐에 대한 사랑을 그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다는 자괴감 때문?

두냐가 그를 받아주었다면 자살하지 않았을 것이다.

소냐가 라스콜리니코프를 받아주었던 것처럼 말이다.

물론 소설에서 여신은 하나여야만 하니 두냐네를 이뤄주지 않고,

소냐네에게 모든 용서와 사랑, 인내를 몰아준 것이겠지.

 

707쪽.

살인한 이유를 말하는 라스콜리니코프2.

'내가 그 더럽고 백해무익한 이를,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돈놀이하는 노파를 죽여버린 일은

마흔 가지나 되는 죄를 용서받을 수 있는 일.

가난뱅이의 피나 빨아먹는 그따위 할멈을 죽였다는 게 죄란 말이냐?

나는 죄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그걸 속죄하려는 생각은 없어.

왜 모두가 사방에서 죄다, 죄다 하고 나를 윽박지르는 거야.

이제야 나는 뚜렷이 알겠구나.

나의 약한 마음이 얼마나 어리석었는가를 이제야 겨우 알겠군.

필요도 없는 치욕을 받으러 가는 이제 와서 내가 결심한 건 단지 비열하고 무능했기 때문이야.

그리고, 그...포르피리가 권했듯이 그게 유익하기 때문인 것뿐이야'

 

'모두가 흘리고 있는 피를 말이냐?

이 세상에서 언제나 폭포처럼 흐르고 흘리는 그 피 말이냐?

샴페인처럼 흐르게 하고 그 피로 인하여 카피톨이 신전에서 월계관을 받아 쓰고 훗날에는 인류의 은인으로서 우러러 받들게 하는 그 피 말이냐? 그러지 말고 좀 더 눈을 똑바로 뜨고 잘 보려무나!

나만 해도 여러 사람에게 착한 일을 하려 했던 거야. 수백 수천의 착한 일을 할 수 있었던 거야.

그 한가지 우열한 행위,

아니, 우열이라고도 할 수 없을 그저 단순한, 졸렬하기 짝이 없는 행위 대신에 말이다.

왜냐하면 그 사상 자체는 말이야, 실패하고 만 지금에 와서,

그처럼 여겨질 만큼 우열한 것은 결코 아니니 말이다.

실패하고 나면 뭐든지 우열하게 보이는 법이야!

나는 그 우열한 행위로써 다만 자신의 독립을 획득하고 싶었던 것뿐이야.

자금을 얻기 위한 처음의 한 걸음을 내디디려 했을 뿐이야!

그렇게 되었더라면 그와 견주어 비교도 안 될 만큼의 큰 소득이 생겨 모든 것이 보상되었을 텐데...

그런데, 나는 그 첫걸음마저 참아내지 못했어. 그건 내가 미약한 인간이었기 때문이야.

그게 문제의 전부였어. 따라서 나는 너희가 사물을 보듯이 그런 눈으로 보지는 않겠어.

만약 성공했더라면 영예의 월계관을 받아 썼을 텐데,

지금은 꼼짝 못한 채 함정에 빠져 버렸어.'

 

'아아, 방법이 좋지 못했던 거야! 심미적으로 봐서도 별로 훌륭한 방법은 아니었어! 하지만 말이다.

나는 정말 모르겠구나. 어째서 폭탄이라든가 포위 공격으로 사람을 죽이는 것이

보다 훌륭한 방법이란 말이냐?

심미적인 공포증은 무력하다는 것이 첫 번째 징조란 말이다.

나는 지금까지 한 번 도 지금처럼 뚜렷이 이 일을 자각한 적이 없었어.

그리고 지금만큼 자기의 범죄를 알게 된 적도 없어.

내가 지금만큼 굳세고 확신에 가득 찬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거야.'

 

해설을 읽다가 생각한 건데, 소냐의 모델은 작가의 어머니 마리야 표도로브나가 아닐까 싶다.

가부장적이고 횡포한 데다 말년에는 그녀에게 정신적 학대마저 일삼는 남편에게도

더없이 공손했다고 하는 대목에서의 생각인데,

물론 라스콜리니코프가 한 살인이 저자의 아버지의 행동과 맞먹는 행위라 생각해서

그런 것은 아니고 그냥 어쩐지 그랬을 것만 같다.

ㅋㅋㅋ

 

오탈자.

 

48쪽.

밑에서 10, 자칫 하다간 -> 자칫하다간

52쪽.

밑에서 6, 탐탁치 -> 탐탁지

59쪽.

10, 발칵해서 -> 발칵대서가 나을 듯하다, 발칵거려서로 바꾸려

하면 발칵거리는 것은 소리에 많이 쓰니까.

128쪽.

밑에서 8, 가리마 -> 가르마

194쪽.

10, 곱슬하게 지져 붙인 머리란 인상을 결혼식에 임하는 독일 사람과 흡사하게 만들지만,

이 제법 아름답고 당당한 용모에 어딘가

불쾌한 반감을 품게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전혀 이유일 것이다.

-> 문장 자체가 말이 안 된다.

머리란 인상을 -> 머리란 인상은

그것은 전혀 이유일 것이다 -> 이걸 뭐라 바꿔야 할지 도대체가

답이 안 나온다. 원본을 봐야만 해결될 문제가 아닐까 싶다.

521쪽.

10, 흘륭 -> 훌륭

544쪽.

밑에서 7, 울기고 -> 울기도

545쪽.

8, 설레었다 -> 설렜다

568쪽.

11, "나는 아직도 싸울 테다." -> 시점이 안 맞는 문장이다.

아직도'와 테다'는 맞지 않는 단어다.

'나는 아직도 싸우고 있다', 또는 '나는 앞으로도 싸울 테다'가 낫다.

626쪽.

끝, '도대체 스비드리가일로프는 포르피리에게 갔었단 말인가?'

-> '도대체'와 어울리는 문장이 아니다, '왜'를 집어넣으면 좀 낫지 않을까 싶다.

652쪽.

밑에서 3, 내려좋지 -> 내려놓지

667쪽.

끝, '마지막에 가서는 눈을 믿은 겁니다. 자기 자신의 눈을,

-> 마지막에 가서는 눈을 믿은 겁니다, 자기 자신의 눈을.

'오빠는 자기 입으로 그분에서' -> 오빠는 자기 입으로 그분에게

670, 681쪽.(681은 몇 번째 줄인지 확인을 못했다.)

8, 둘 중의 -> 둘 중에

672쪽.

10, 얼어주세요 -> 열어주세요

673쪽.

8, 홀몸 -> 홑몸으로 써야 맞을 것이다.

아내는 죽었지만 그에게 형제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 안 됐기 때문.

681쪽.

밑에서 7, 내게 대해서 -> 나에 대해

688쪽.

9, '그런데 마르파, 이젠 슬슬 나타나 시기에 안성맞춤인걸'

-> 그런데 마르파, 이젠 슬슬 나타날 시기에 안성맞춤인걸

더 정확히는!

그런데 마르파, 지금이 슬슬 나타날 시기에 안성맞춤인걸

그런데 마르파가 나타나기에 안성맞춤인 시기인걸

689쪽.

끝, 등속으로 -> 등 속으로

690쪽.

2, 창밖에서는 -> 창 밖에서는

692쪽.

10, 쾌종시계 -> 괘종시계

13, '모자를 쓰자 촛대를 손에 들고 복도로 나왔다'

-> 모자를 쓰고 촛대를 손에 들고 복도로 나왔다, 아니면 쓴 뒤

696쪽.

13, 몸집의 -> 몸집이

699쪽.

밑에서 3, 시로서 -> 시로써

700쪽.

밑에서 2, 그렇게 말하자 -> 그렇게 말하고 나서

719쪽.

2, 문을 들어섰다 -> 문에 들어섰다.

문을 들어서면 문을 번쩍 들어서 서버리는 게 된다.ㅋㅋ

물론 '들어 섰다'가 돼야 하지만.

721쪽.

10, 동생분를 -> 동생분을

733쪽.

3, 판결이 내렸다 -> 판결이 내려졌다.

누군가가 판결을 내린다고 하거나, 판결은 저 혼자 내릴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내려지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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