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와 벌 - 완역본 하서 완역본 시리즈 1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유성인 옮김 / (주)하서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죄와 벌 - 도스토예프스키 / 하서 / 14000원

 

현대 작가의 책을 당분간 읽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이 들자마자 읽을 책도 떨어지고 해서

급하게 북스리브로에서 또 오랜만에 제값 주고 산 책,

두 권으로 나온 것이 많은데 고르고 고르다가 결국 하서에서 나온

760페이지 분량의 이것을 집어들었다.

중간 정도까지는 오탈자가 띄어쓰기 정도밖에 눈에 안 들어서 기뻐하고 있었는데

뒤로 갈수록 편집부의 힘이 떨어졌는지 어땠는지 엉망진창이다, 그건 나중에 정리하도록 하고.

 

239쪽.

가까운 이의 불행을 두고 얻는 인간의 만족감을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마음씀은 대부분 그저 진정한 마음이 아니라

한낱 동정심에서 우러나오는 것뿐이란 말이 된다.

 

'만족감이라 했지만 이것은 친한 사람에게 갑작스런 불행이 닥쳐 왔을 때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으레 생기는 감정이며,

아무리 진정으로 슬픔과 동정을 갖는다 해도 예외 없이 누구나가

느끼게 마련인 감정인 것이다.

 

이와 같이 계속되는 그의 작품에서는 인간이 남몰래 어쩌면 가졌을지도 모르는

그런 감정들이 놀랍게 표현된다, 때로는 독백으로 때로는 주고 받는 대사로써.

도스토예프스키가 심리학자란 내 배경지식이 맞다면,

그는 위와 비슷한 심리를 책 전반에 줄줄 쏟아두고 있다,

위험하게 느껴질 만큼 솔직을 지나치기까지도 하며 말이다.

 

505쪽.

'그렇지 않습니다! 당신과 같이 어제의 일로 모욕을 당하고 분개해 있으면서도

또 남의 불행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은...... 설사 그가 사회적으로 과실을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존경할 만한 인물입니다.'

 

이것은 레베쟈트니코프가 루진의 선행(사실은 악행)에 대해 찬사를 늘어놓는 장면인데,

그렇다면 악덕 고리대금업자 할멈을 도끼로 찍어 죽이고 난 후

소냐 아버지의 죽음에 가진 전 재산을 장례식에 내놓은 라스콜리니코프 역시

존경받아 마땅한 인물이란 것인가?

물론 그의 행동에는 갑자기 돈을 마구 써대는 자신을 눈여겨 보라는 의미가

깃들어 있는 것이겠지만, 위 내용만을 가지고 (라스콜리니코프의 의도나 루진의 의도를 뺀 상태로)

판단한다면 그들의 행위는 존경 받아 마땅하다 하겠다.

 

511쪽.

끝부분에 보면 '자기들은 사상이나 감정이 당신들보다 고상한 인간이기 때문에

원한을 잊어버리고 초대한다'는 그 심리.

 

그렇다면 과거에 한달 무료쿠폰 수업을 받으면서 매주 죽을 만큼 나를 힘들게 했던 아이들이

본수업으로 이어지지 않은 채 마지막 수업을 받던 날 일부러 아이들에게 주려고 사가지고 갔던

그 선물의 의미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것 역시 니들같이 가정 교육 더럽게 받아 3학년이 되도록

유딩의 수업태도를 보여주는 그 아이들보다 내가 고상하기 때문에 그 동안의 괴로움을 모두

잊어버리고 만 원이 넘는 돈을 들여 여섯 개의 선물을 사 갔던 것일까?

 

565쪽.

살인한 이유를 말하는 라스콜리니코프1.

 

'나는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어. 그건 모두 내가 어둠 속에서 벌렁 누워 있을 때 이미

몇 번씩이고 생각하며 자신에게 속삭였던 거야.

그런 것에 대해서 나는 가장 사소한 점에 이르기까지 자신과 논의를 거듭했지.

그래서 전부를 알고 있는 거야! 그리고 내겐 그런 생각을 되풀이한다는 것이

진절머리 나도록 싫어진 거야. 이젠 싫증이 날 대로 나버린 거야!

나는 전부를 잊어버리고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려고 했지!

그래서 혼자 되풀이하는 생각을 걷어치운 거야.

설마 당신은 내가 바보처럼 단순히 앞뒤조차 가리지 않고 한 일이라곤 생각하지 않겠지?

나는 생각하는 인간으로서 한 거야. 그런데 그것이 나를 파멸시킨 거야!

그리고 설마 신은 나에 대해서 이렇게는 생각하지 않겠지.

가령 나는 권력을 지닐 자격이 있는 것일까?

따위로 자문이라도 하기 시작한다면 그건 이미 내겐 권력을 지닐 자격조차 없다는 것을.

또 만약 내가, 인간은 이인가 하는 의문을 갖기라도 한다면 이미 내게 있어서

인간은 이가 아니며 인간이 이일 수 있다는 것은,

그것을 전혀 생각하지도 않고 회의를 한다든가 하는 일도 없이 똑바로 나아가기만

하는 사람에게 있어서만 그럴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알아.

나는 벌써 며칠을 앞두고 나폴레옹이라면 이런 짓을 했을까 하지 않았을까 하는 문제로

줄곧 고민했으니 자신이 나폴레옹이 아님을 확실히 안 셈이지.

나는 이런 아무 쓸모도 없는 생각의 괴로움을 싫증이 나도록 견뎌왔어.

그래서 그런 것을 모조리 어깨에서 떨쳐내고 싶다고 생각한 거야.

나는 말이야 소냐, 이러쿵저러쿵하는 그따위 이론을 무시하고 죽이고 싶었어.

나를 위해서, 나 한 사람을 위해서 죽이고 싶었던 거야!

이 점에선 나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어!

나는 어머니를 도와주고 싶어서 죽인 게 아냐. 전혀 당치 않은 소리지!

돈과 권력을 손에 넣고 인류의 은인이 되기 위해 죽인 것도 아냐.

터무니없지! 나는 그저 죽였을 뿐이야.

나를 위해서, 나 하나만을 위해 죽인 거야. 그러고 나서 내가 어떤 의미에서 은인이 되든,

평생을 두고 거미처럼 모든 사람을 거미줄로 사로잡아 그 피를 빨아 먹게 되든

그 순간의 내게 있어선 아무래도 상관없어야 했던 거야!

더구나 소냐, 내가 죽였을 때 필요로 했던 것은 돈이 아니었어.

돈보다 오히려 다른 그 무엇이 필요했어. 이제는 그게 무엇인지를 완전히 알았어.

이해해주겠지! 설사 같은 길을 걷는다 해도 나는 두 번 다시 살인을 하지 않을 거야.

내게는 다른 것을 알 필요가 없어. 다른 것이 나를 인도한 거야.

내가 그때 한시라도 빨리 알고 싶었던 것은 나도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냐,

아니 인간이냐 하는 점이었어. 나는 짓밟고 넘어설 수 있는가, 아니 할 수 없는가?

일부러 허리를 굽혀 주울 것인가, 아니 하지 않을 것인가?

나는 겁에 질려 떨기만 하는 벌레인가,

아니 사람을 죽일 권리를 가지고 있는가....'

 

609쪽.

그렇다면 끝단란 위에 포르피리가 자신을 무죄로 여긴다는 생각이 공포를 불러 일으킨다고

돼 있는데 그것은 사람을 죽일 권리를 얻는 일이 공포스럽다는 것으로 받아들여도 되는 것일까?

 

617쪽.

포르피리와 라스콜리니코프의 대화,

물론 포르피리의 대사가 대부분인 이 장면이 이 작품의 제일 훌륭한 부분이란 생각이 든다.

예심판사가 범인에게 인간적인 호의를 갖고 자백을 권한다.

포리피리는 그의 살인을 사회적인 것으로 해석했던 것일까?

이를 테면 국가를 위해 전쟁을 하고 불가피하게 많은 사람을 죽여야 하는 그런 경우처럼?

그게 아니면 할멈의 금융독재를 막기 위한

정의로운 살인? 아,,,어렵다.

 

644쪽.

스비드리가일로프의 여자 이야기. 굉장히 흥미롭다.

남자들이, 그것도 연애가 어려운 남자가 읽으면 눈을 빛낼 그런 이야기다.

질투가 많은 여자에게 대놓고 난 당신 하나론 만족을 하지 못하니 그것만은 인정해 주오,,

하는 대담한 남자, 실제로 그런 남자와 연애를 해봤지만 이렇게 대문호의 작품에서 보게 되다니

아주 놀랍지도 못하고 어리둥절하지도 못한 일이다.

아,,,다시 읽어봐야겠다.

 

668쪽.

밑에서 아홉 번째 줄 정도에 보면 찌꺼기를 위해 법을 제정하는 인간에 대한 것은

역시나 소수의 엘리트 집단이 다수의 민중을 지배할 수밖에 없다는 현대의 우익과 맞닿는다.

 

693쪽.

선한 행동을 하면서도 계속 쓸 데 없는 참견을 했다고 생각하는 스비드리가일로프는

왜 결국 자살을 택한 것일까?

살인한 오빠의 뒤를 봐주는 대신 두냐를 원했던 파렴치한 자신을 증오해서?

오를 수 없는 나무, 두냐에 대한 사랑을 그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다는 자괴감 때문?

두냐가 그를 받아주었다면 자살하지 않았을 것이다.

소냐가 라스콜리니코프를 받아주었던 것처럼 말이다.

물론 소설에서 여신은 하나여야만 하니 두냐네를 이뤄주지 않고,

소냐네에게 모든 용서와 사랑, 인내를 몰아준 것이겠지.

 

707쪽.

살인한 이유를 말하는 라스콜리니코프2.

'내가 그 더럽고 백해무익한 이를,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돈놀이하는 노파를 죽여버린 일은

마흔 가지나 되는 죄를 용서받을 수 있는 일.

가난뱅이의 피나 빨아먹는 그따위 할멈을 죽였다는 게 죄란 말이냐?

나는 죄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그걸 속죄하려는 생각은 없어.

왜 모두가 사방에서 죄다, 죄다 하고 나를 윽박지르는 거야.

이제야 나는 뚜렷이 알겠구나.

나의 약한 마음이 얼마나 어리석었는가를 이제야 겨우 알겠군.

필요도 없는 치욕을 받으러 가는 이제 와서 내가 결심한 건 단지 비열하고 무능했기 때문이야.

그리고, 그...포르피리가 권했듯이 그게 유익하기 때문인 것뿐이야'

 

'모두가 흘리고 있는 피를 말이냐?

이 세상에서 언제나 폭포처럼 흐르고 흘리는 그 피 말이냐?

샴페인처럼 흐르게 하고 그 피로 인하여 카피톨이 신전에서 월계관을 받아 쓰고 훗날에는 인류의 은인으로서 우러러 받들게 하는 그 피 말이냐? 그러지 말고 좀 더 눈을 똑바로 뜨고 잘 보려무나!

나만 해도 여러 사람에게 착한 일을 하려 했던 거야. 수백 수천의 착한 일을 할 수 있었던 거야.

그 한가지 우열한 행위,

아니, 우열이라고도 할 수 없을 그저 단순한, 졸렬하기 짝이 없는 행위 대신에 말이다.

왜냐하면 그 사상 자체는 말이야, 실패하고 만 지금에 와서,

그처럼 여겨질 만큼 우열한 것은 결코 아니니 말이다.

실패하고 나면 뭐든지 우열하게 보이는 법이야!

나는 그 우열한 행위로써 다만 자신의 독립을 획득하고 싶었던 것뿐이야.

자금을 얻기 위한 처음의 한 걸음을 내디디려 했을 뿐이야!

그렇게 되었더라면 그와 견주어 비교도 안 될 만큼의 큰 소득이 생겨 모든 것이 보상되었을 텐데...

그런데, 나는 그 첫걸음마저 참아내지 못했어. 그건 내가 미약한 인간이었기 때문이야.

그게 문제의 전부였어. 따라서 나는 너희가 사물을 보듯이 그런 눈으로 보지는 않겠어.

만약 성공했더라면 영예의 월계관을 받아 썼을 텐데,

지금은 꼼짝 못한 채 함정에 빠져 버렸어.'

 

'아아, 방법이 좋지 못했던 거야! 심미적으로 봐서도 별로 훌륭한 방법은 아니었어! 하지만 말이다.

나는 정말 모르겠구나. 어째서 폭탄이라든가 포위 공격으로 사람을 죽이는 것이

보다 훌륭한 방법이란 말이냐?

심미적인 공포증은 무력하다는 것이 첫 번째 징조란 말이다.

나는 지금까지 한 번 도 지금처럼 뚜렷이 이 일을 자각한 적이 없었어.

그리고 지금만큼 자기의 범죄를 알게 된 적도 없어.

내가 지금만큼 굳세고 확신에 가득 찬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거야.'

 

해설을 읽다가 생각한 건데, 소냐의 모델은 작가의 어머니 마리야 표도로브나가 아닐까 싶다.

가부장적이고 횡포한 데다 말년에는 그녀에게 정신적 학대마저 일삼는 남편에게도

더없이 공손했다고 하는 대목에서의 생각인데,

물론 라스콜리니코프가 한 살인이 저자의 아버지의 행동과 맞먹는 행위라 생각해서

그런 것은 아니고 그냥 어쩐지 그랬을 것만 같다.

ㅋㅋㅋ

 

오탈자.

 

48쪽.

밑에서 10, 자칫 하다간 -> 자칫하다간

52쪽.

밑에서 6, 탐탁치 -> 탐탁지

59쪽.

10, 발칵해서 -> 발칵대서가 나을 듯하다, 발칵거려서로 바꾸려

하면 발칵거리는 것은 소리에 많이 쓰니까.

128쪽.

밑에서 8, 가리마 -> 가르마

194쪽.

10, 곱슬하게 지져 붙인 머리란 인상을 결혼식에 임하는 독일 사람과 흡사하게 만들지만,

이 제법 아름답고 당당한 용모에 어딘가

불쾌한 반감을 품게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전혀 이유일 것이다.

-> 문장 자체가 말이 안 된다.

머리란 인상을 -> 머리란 인상은

그것은 전혀 이유일 것이다 -> 이걸 뭐라 바꿔야 할지 도대체가

답이 안 나온다. 원본을 봐야만 해결될 문제가 아닐까 싶다.

521쪽.

10, 흘륭 -> 훌륭

544쪽.

밑에서 7, 울기고 -> 울기도

545쪽.

8, 설레었다 -> 설렜다

568쪽.

11, "나는 아직도 싸울 테다." -> 시점이 안 맞는 문장이다.

아직도'와 테다'는 맞지 않는 단어다.

'나는 아직도 싸우고 있다', 또는 '나는 앞으로도 싸울 테다'가 낫다.

626쪽.

끝, '도대체 스비드리가일로프는 포르피리에게 갔었단 말인가?'

-> '도대체'와 어울리는 문장이 아니다, '왜'를 집어넣으면 좀 낫지 않을까 싶다.

652쪽.

밑에서 3, 내려좋지 -> 내려놓지

667쪽.

끝, '마지막에 가서는 눈을 믿은 겁니다. 자기 자신의 눈을,

-> 마지막에 가서는 눈을 믿은 겁니다, 자기 자신의 눈을.

'오빠는 자기 입으로 그분에서' -> 오빠는 자기 입으로 그분에게

670, 681쪽.(681은 몇 번째 줄인지 확인을 못했다.)

8, 둘 중의 -> 둘 중에

672쪽.

10, 얼어주세요 -> 열어주세요

673쪽.

8, 홀몸 -> 홑몸으로 써야 맞을 것이다.

아내는 죽었지만 그에게 형제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 안 됐기 때문.

681쪽.

밑에서 7, 내게 대해서 -> 나에 대해

688쪽.

9, '그런데 마르파, 이젠 슬슬 나타나 시기에 안성맞춤인걸'

-> 그런데 마르파, 이젠 슬슬 나타날 시기에 안성맞춤인걸

더 정확히는!

그런데 마르파, 지금이 슬슬 나타날 시기에 안성맞춤인걸

그런데 마르파가 나타나기에 안성맞춤인 시기인걸

689쪽.

끝, 등속으로 -> 등 속으로

690쪽.

2, 창밖에서는 -> 창 밖에서는

692쪽.

10, 쾌종시계 -> 괘종시계

13, '모자를 쓰자 촛대를 손에 들고 복도로 나왔다'

-> 모자를 쓰고 촛대를 손에 들고 복도로 나왔다, 아니면 쓴 뒤

696쪽.

13, 몸집의 -> 몸집이

699쪽.

밑에서 3, 시로서 -> 시로써

700쪽.

밑에서 2, 그렇게 말하자 -> 그렇게 말하고 나서

719쪽.

2, 문을 들어섰다 -> 문에 들어섰다.

문을 들어서면 문을 번쩍 들어서 서버리는 게 된다.ㅋㅋ

물론 '들어 섰다'가 돼야 하지만.

721쪽.

10, 동생분를 -> 동생분을

733쪽.

3, 판결이 내렸다 -> 판결이 내려졌다.

누군가가 판결을 내린다고 하거나, 판결은 저 혼자 내릴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내려지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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