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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해님
노석미 지음 / 창비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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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해님

:따스한 해님이 보내는 인사











아침에 눈뜨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뭔가요? 



창밖에 노오란 해님이 서서히 떠오릅니다. 겨울의 차가운 땅속에 몸을 꽁꽁 숨겼던 작은 생명들이 해님을 향해 인사합니다. 봄이 되면 어김없이 얼굴을 드러내는 어여쁜 꽃들도, 여름이라는 계절에 걸맞게 화려한 색을 자랑하는 채소와 과일도, 가을에 노랗게 익은 벼들도 어느새 둥근 얼굴을 드러낸 해님을 향해 외칩니다. 


“굿모닝 해님.”


노석미 작가는 아침에 눈을 뜬 순간부터 시작되는 하루의 시작을 경쾌하게 그려냅니다. 원색과 과감한 표현에서 아침이라는 시간이 가지고 있는 힘이 느껴집니다. 표지의 눈이 부신 노오란 색도 창밖으로 퍼져나가는 해님의 빛처럼 보입니다. 창문을 열듯 두툼한 표지를 열고 해님을 향해 인사하는 작은 얼굴들을 하나하나 보며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덧 계절이 변하고 있군요. 미묘한 시간의 변화를 알아차리기 힘든 것처럼 말이죠. 


작가는 에세이 <매우 초록>과 <먹이는 간소하게>에서 도시를 떠나  시골에 작은 집을 짓고 정원과 텃밭을 가꾸고 그림을 그리는 살아가는 이야기를 전해주었습니다. <굿모닝 해님>은 에세이의 그림책 버전처럼 느껴집니다. 그림책 중간중간 나타나는 사람이 노석미 작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해 봅니다. 



“나는 이제야 , 강가에 서서 아까 흐른 물이 이곳에 없다는 것을 관찰하고 ,이것을 자각하고 있는 이 착나 역시 계속 다른 찰나로 교체된다는 것을 배운다.


비와 눈과 바람을 막아줄 지붕과 벽이 있고, 소박한 작은 네모난 창이 있는 집안에서 창밖을 바라본다. 작은 새 한 마리가 이 나무에서 저 너무로 날아간다. 창밖엔 언제나 생경한, 내 것일 수 없는, 그래서 항상 신비로운 자연이 있다. 초록이 있고. 그것들은 숨을 쉬고 있다.” <매우 초록  p62>



자연을 가까이에서 바라보고 생활하는 작가에게는 매일 찾아오는 해님의 존재가 더 크게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 안의 변화들도 아름답고 소중하게 여겨지겠지요. 그림책 속 소박하지만 풍요로운 아침 식탁처럼요.

우리가 알아채든 알아채지 못하든 하루하루는 흘러갑니다. 매일 아침 해님은 우리를 찾아오고, 계절은 흘러가지요. 

창문 밖에 언제나 우리를 향해 말간 얼굴을 내밀고 있는 작고 소중한 존재들에게 그리고 매일 찾아오는 둥근 얼굴에게 인사해 봅니다. 굿모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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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st and Found (Paperback) - 느리게 100권 읽기_2021년 3학기 대상도서 느리게100권읽기_2021년 3학기
올리버 제퍼스 지음 / HarperCollins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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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제퍼스 Oliver Jeffers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의 얼굴을 바라봅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기분은 어때 보이나요? 걱정스러운 표정, 뭔가를 곰곰히 생각하는 얼굴, 망설이는 듯한 표정, 쓸쓸하거나 외로워보이는 느낌? 뭔가 도움이 필요해 보이나요? 정말로 필요한 게 뭘까요? 

상대방의 얼굴을 바라보면 여러 가지 생각이 내 머릿속을 지나갑니다. 관계에서 상대방의 마음을 잘 헤아리고 알아차리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요. 동시에 무척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반대로 누군가가 내 마음을 헤아려주고 공감해 주거나 도움을 준다면 그 사람이 가깝게 느껴지고, 이해받고 있다는 기분은 자꾸만 파고들고 싶을만큼 포근합니다.

‘내 마음을 이해 하지 못해.’

‘왜 내 마음을 몰라주지?’

‘아무리 설명하고 이야기해도 이해하지 못할꺼야.’ 

이러한 생각들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누구나 해봤을 겁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섭섭함, 답답함, 그리고 외로움을 느끼게 됩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어떻게 하면 잘 알아차리고 헤아려 줄 수 있을까요? 어쩌면 우리는 너무 복잡하게만 생각하다보니, 정말 중요한 것을 간과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그림책 작가 올리버 제퍼스(Oliver Jeffers)는 삶을 살아가는데 단순하지만 잊기 쉬운 요소들을 끌어내 마음이 따뜻해지는 스토리로 그 중요성을 전달합니다. 어쩌면 그림책에 끌리는 이유도 짧은 책 한 권이 품고 있는 단순한 진리에 대한 공감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Lost and Found>는 올리버 제퍼스의 두 번째 그림책으로 그는 이 책에서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어느 날 펭귄이 소년의 집에 찾아옵니다. 갑자기 나타난 이 펭귄 어쩐지 쓸쓸하고 슬퍼보이네요. 소년은 펭귄이 길을 잃어 버려서일꺼라 생각하고 사방으로 펭귄이 온 곳을 찾아보지만 실망스러운 결과 뿐입니다. 소년은 펭귄이 남극에서 왔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펭귄을 데려다주기 위해 펭귄과 함께 항해를 시작합니다. 열심히 노를 젓어 남극으로 향하는 여러 날 동안 소년은 펭귄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고, 또 큰 파도와 험한 날씨를 만나기도 합니다. 모든 모험을 마치고 펭귄을 무사히 남극에 데려다 줘서 기쁜 소년과 달리 펭귄은 여전히 슬펴보입니다. 펭귄과 헤어지며 돌아보니… 이런 어떻게 된 일 일까요? 펭귄의 표정은 더 슬퍼보입니다. 홀로 남은 소년이 이리저리 곰곰히 생각해보다 아차! 펭귄은 길을 잃은게 아니라 그냥 외로웠을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소년은 다시 남극으로 돌아가지만, 펭귄은 이미 사라져버렸습니다. 소년과 펭귄은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펭귄의 마음을 너무 늦게 알아차린건 아닐까요? 그림 속에서 머리를 부여 잡고 이리 저리 두리번거리고, 펭귄을 불러보는 소년의 안타까움과 불안함이 느껴집니다. 







수채화로 표현한 올리버 제퍼스의 그림은 그가 그려낸 이야기 만큼이나 사랑스럽습니다. 올리버 제퍼스의 다른 그림책 역시 그가 가진 그림의 흡입력은 무척이나 강렬합니다. 캐릭터들의 표정을 그려낸 표현들을 살펴보는 것은 이야기를 읽어나가는 것 만큼이나 즐겁습니다. 단순한 텍스트 안에 표현되지 못한 인물들이 상황 속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그려낸 동작과 표정 하나하나가 마음에 쏙 들어옵니다. 문장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미묘한 감정들 말이죠. 어렸을 적 이불 속에서 <꼬마 니콜라>시리즈를 보며 언니와 깔깔거리며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그 책의 그림을 보고 하나하나 읽어나가는 게 너무 재미있어서 글은 읽지 않고 그림만 열심히 본 다음, 상상을 더해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상페가 특유의 그림체로 인물들의 표정들을 생생하고 유머러스하게 그려낸 그 그림들은 이야기에 이야기를 만들어가게 하는 힘이 있었습니다. 올리버 제퍼스의 그림 역시 글을 읽지 않아도 그가 그려낸 그림만으로 펭귄과 소년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것도 즐거울 것 같습니다. 그의 그림은 단순하지만 화면을 만들어 나가고 자신이 이야기 하고자 하는 세계를 가슴 가득이 채우는 힘이 있으니까요. 

상대의 마음을 읽어내기 위해서는 그에 대한 애정과 관심 때때로 겪는 시행착오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상대를 알기 위한 관심과 헤아리는 마음 그리고 함께하는 시간이 필요한 거겠지요. 이 그림책에서 소년이 보여주는 펭귄에 대한 애정과 노력은 그림책을 보는 내내 미소짓게 합니다. 비록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소년과 펭귄은 친구가 되는 첫 발걸음을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상대방을 알아가는 것, 이해한다는 것은 함께하는 그 시간에 마음을 쓴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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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 있잖아 시모카와라 유미 아기 동물 그림책 1
시모카와라 유미 지음, 이하나 옮김 / 미디어창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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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 있잖아 

:자신이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것, 

어렵지 않아요.


시모카와라 유미



시모카와라 유미(Yumi Shimokawara)



마음에 들어있는 생각을 표현하는 일은 쑥스럽고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이런저런 생각들만 가득하게 되지요. 자신의 마음을 상대에게 잘 전달하는 것,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살아가야 하는 우리에게 정말로 중요한 일이에요.

그림책 작가 시모카와라 유미의 <있잖아 있잖아>는 자신의 마음을 상대에게 전달하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어쩌면 성인이 된 우리는 너무 어렵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우리 모두 어릴 때는 자연스럽게 그 방법을 알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귀여운 병아리부터 시작된 ‘있잖아’ 고백은 모두를 행복하게 만듭니다. 단순하지만 자신의 마음을 꼭꼭 눌러 담아 이야기하는 ‘좋아’라는 말은 고백을 들은 생쥐도, 오리도, 토끼도 날아갈 듯 기쁘게 합니다. 그중에서 토끼가 말로 다 하지 못하는 자신의 마음을 상대를 꼬옥 안아 표현하는 것은 입가에 빙그레 웃음을 짓게 합니다. 마음은 말로만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네요. 자신이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방식으로 상대에게 이야기해 주는 것이 중요한 거군요.









시모카와라 유미는 수채화와 색연필 등의 재료로 맑고 따뜻한 색감을 만들어냅니다. 동물 세밀화를 공부 한 작가가 그려낸 동물들의 털 느낌, 표정, 동작이 섬세하고 사랑스럽습니다. 반복되는 ‘있잖아 있잖아’라는 운율의 리듬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하지만 글을 읽기 전에 그림으로도 그 리듬이 느껴지는 시모카와라 유미의 세밀화를 먼저 천천히 들여다보고 싶습니다. 한 장 한 장 완성하는데 오랜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는 세밀화는 그만큼 시간을 두고 천천히 바라보면 그 안의 아름다움이 스며나오듯 다가옵니다. 글을 읽기 전, 그림 만을 보고 동물들이 서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 아이와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집니다. 아이의 마음에는 어떤 이야기가 들어있을지 궁금해지네요.



앙리 마티스 <마음 Le Coeur>



앙리 마티스가 1947년 낸 책 <재즈Jazz>에 실려 있는 그림 마음(Le Coeur)은 채색한 종이를 오려서 그린 그림입니다. 여러 색깔의 종이가 비슷한 형태로 겹쳐져 있습니다. 마티스의 그림처럼 마음은 다양한 감정들로 겹쳐져 있고, 리듬을 지니고 있기에 그런 자신의 마음을 언어로 표현하는 게 어렵게 느껴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시모카와라 유미는 마음을 표현하고 싶을 때, 자신의 마음을 담아 그냥 표현해보라고 이야기합니다. 담아두고 표현하지 못했던 마음을 ‘있잖아 있잖아’라는 주문의 힘을 빌려봐야겠습니다.




미디어창비에서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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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가 버리고
에바 린드스트룀 지음, 이유진 옮김 / 단추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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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가 버리고

:생각과 생각이 만들어낸 거리

에바 린드스트룀







금호동에 있는 자그만 그림책 서점인 <카모메 그림책방>에 들렸다가 서점 한 구석에 놓여있는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연한 노란빛 배경으로 우두커니 먼 곳을 바라보며 서 있는 강아지(?)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집니다 


 ‘모두 가 버렸어’

가방을 들고 걷고 있는 프랑크의 바닥만 하염없이 내려다 보는 시선과 축 늘어진 팔이 무척 쓸쓸해보입니다. 티티, 레오, 밀란은 그런 프랑크의 마음도 모르고 셋이서 신나게 어울려 놀고 있습니다. 그런 아이들을 슬쩍 바라보는 프랑크의 마음은 점점 더 쓸쓸해집니다. 


‘모든 게 여느 때와 같아.

여느 때와 같기만 할 뿐이야.’

프랑크는 서운하기도 하고 자꾸 쓸쓸해지는 마음을 스스로 달래 보려는 듯 되뇌입니다. 그런 프랑크의 모습은 친구들의 눈에는 무척 바쁘게 보입니다. 티티, 레오, 밀란의 눈길은 그런 프랑크에게 가 있습니다.  이제 집으로 돌아온 프랑크는 잔뜩 서운하고 외로운 감정을 담은 눈물을 뚝뚝 냄비에 흘립니다. 거기에 달콤한 설탕과 외로운 마음이 조금 다독여질 시간을 담아 달콤한 마멀레이드를 만듭니다. 

 '너무 뻑뻑해도 안 돼.

너무 묽어져도 안 돼.’

뭉근하게 끓고 있는 마멀레이드에 조금씩 눈물을 더해 마멀레이드를 만들고 있는 프랭크의 집 창문에 어쩐지 익숙해 보이는 모자가 눈에 띄네요. 마멀레이드를 식히려고 문을 연 프랭크의 눈에 자신의 집 창문에 모여있는 티티, 레오, 밀란의 모습이 보입니다. 


‘여전히 모든 게 여느 때와 같아.’

잠깐! 누가 하는 이야기일까요? 다음 페이지를 펼쳐보니 어쩐지 세 아이들이 한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세 아이들도 프랑크와 친해지고 싶었던 것 아닐까요? 식탁 위에는 세 명의 친구들을 위한 빵과 차 그리고 프랑크의 마음이 담긴 마멀레이드가 놓여있습니다. 

자신이 준비한 음식들을 함께 먹자고 수줍게 말을 건낸 프랑크에게 세 친구들은 기다렸다는 듯 초대에 응합니다. 말끔히 비워져 있는 식탁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프랑크의 집. 프랑크와 세 친구들은 함께 있을까요?










스웨덴 그림책 작가 에바 린드스트룀은 <모두 가 버리고>에서누군가와 관계를 맺는다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올 수 있는 다양한 감정들, 외로움, 쓸쓸함, 서운함 등을 마멀레이드라는 오랜시간 끓여서 진한 달콤함을 만드는 잼에 비유하여 표현합니다. 프랑크가 만드는 마멀레이드에 들어가는 눈물은 너무 뻑뻑해도, 너무 묽어도 안 될만큼의 양이여야 합니다. 자신의 작아지고 외로워지는 마음을 프랑크는 쏟아내기도 하고, 다독여가며 마멀레이드를 만듭니다. 자신의 감정을 풀어내는 시간이 지나가고, 항상 혼자라고 생각한 프랑크에게 세 친구들이 다가와 있습니다. 


이 그림책을 보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다시 살펴보니, 티티, 레오, 밀란은 어울려 놀고 있지만 이 세 아이들의 눈동자는 프랑크에게 가 있습니다. 혼자 걸어가고 있는 프랑크가 어딜 가는지, 무엇을 할 건지 늘 궁금한 것이겠지요. 하지만 프랑크처럼 다가가 말을 걸기엔 어쩐지 어려워집니다. 새로운 친구에게 말을 거는 건 쑥쓰럽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 일이니까요. 


에바 린드스트룀은 관계, 외로움이라는 복잡하고 어려운 주제를 양쪽의 시각에서 주고 받듯이 그려냅니다.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복잡 미묘한 관계를 그림과 함께 읽어나가는 과정이 재미있습니다. 두 번째 장에서 혼자 걸어가고 있는 프랑크와 반대 방향으로 나 있는 세 아이들 중 한명의 그림자가 어쩐지 서로 다른 생각에 빠져있는 이들의 관계를 이야기 해주는 것 같습니다. 또 화면 안에 프랑크나 다른 친구들의 모습을 클로즈업 하기보다는 등장인물들을 작게 배치하고 화면을 넓게  활용하여 이들 관계의 거리감을 느끼게 해 줍니다. 동시에 그림책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이들의 관계를 넓은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듭니다. 


린드스트룀은 주로 종이에 수채물감, 과슈, 연필로 작업을 하는데, 그 중에서 과슈(gauache)는 불투명한 수채물감으로 선명하고 차분한 색감이 매력적인 재료입니다. <모두 가 버리고>는 과슈라는 재료가 만들어내는 색과 색이 겹쳐져서 나오는 색감과 질감이 마치 여려겹으로 쌓여있는 감정을 떠오르게 합니다. 린드스트룀 특유의 색 조합과 섬세한 연필선으로 그려진 세부 묘사들도 무척 매력적입니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서로에게 한 발자국씩 다가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 안에 가득 차 있는 생각때문에 상대가 멀게 느껴지고 그 관계가 어렵게 느껴지는 건지도 모릅니다. 린드스트룀은 상대를 내가 가진 생각의 눈으로 보지말고 좀 더 다가가보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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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Henry (Paperback)
Kerr, Judith / HarperCollins Children's Books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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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HENRY

:함께한 시간과 추억이 만들어낸 그들의 여행

주디스 커 




주디스 커와 남편 나이젤 닐




그림책 서점에 들렀다가, 하퍼 콜린스에서 나온 <My Henry>의 표지에 시선이 갔습니다. 핑크색 하늘 위로 유니콘을 타고 두 사람이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도시 위를 나는 모습입니다. 포근한 솜사탕 같은 하늘과 할아버지 할머니의 얼굴에 걸린 미소에 눈길을 뗄 수가 없어 얼른 사서 서점을 나왔습니다.  <My Henry>는 국내에 <누가 상상이나 할까요?>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제가 어른이 되어 그림책을 다시 읽게 만든 책이기도 하고, 그림책 리뷰를 시작하게 한 첫 책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작가 주디스 커와 그녀의 작업에 대해 더 알고 싶어지게 만들었습니다. 


한 번에 그녀가 쓴 모든 책을 읽어버리는 것이 아닌 조금씩 아껴가면서 읽어가고 싶은 주디스 커의 그림책은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줍니다. 그녀가 주로 사용하는 색연필이라는 재료도 한몫하는 거겠지요. <My Henry>는 이별이 주는 여러 감정들,  상실감, 회한, 쓸쓸함과 같이 누구에게나 아프게 다가오기 때문에 쉽게 이야기 하기 힘든 주제에 대해 그녀만의 따스한 시각과 상상력을 보여준 책입니다. 이 책에서 주디스 커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에 대해 영원히 단절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마음과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면 다시 만날 수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My Henry>의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흥미롭고 유쾌한 여행은 매일 오후 할머니가 낮잠을 자는 4시부터 7시까지입니다.  이 여행을 함께 하는 사람은 하늘에 살고 있는 할아버지 헨리입니다. 이 둘만의 여행은 예전에는 두 사람이 상상도 하지 못했던, 다양하고 스릴 넘치는 것들로 채워집니다. 무서운 것을 싫어했던 할아버지 헨리는 사자와 노는 것을 즐기고, 공룡을 타기도 하고, 숲에서 동물들과 티타임을 갖고, 높은 것을 무서워했던 할머니가 에베레스트에 오르는 것을 즐기는 일들이지요.



하지만 이들의 여행에서 마음이 먹먹해지는 건, 나란히 구름 위에 앉아서 둘이서 만들어 왔던 행복했던 날들을 떠올려 보는 장면입니다. 부부로서 첫 시작인 결혼식과 귀여운 세 아이들이 태어나고 함께 정원을 가꾸고 노년에는 거실에 앉아 각자가 좋아하는 간식을 들고 텔레비전을 보는 소박하고 평화로운 일상의 모습이지요. 책 속에 설명되어 있지 않은 그 지난날 들에는 분명 힘들고 슬픈 일들도 있었겠지만 하루 중 주어진 짧은 만남에서 두 사람이 떠올리는 날들은 함께이기 때문에 행복하고 소중했던 순간입니다. 그리고 둘만이 나누고 공유한 추억들입니다. 어떤 새로운 흥미로운 일들도 두 사람이 공유한 추억을 이기지는 못합니다. 시간이 먼지처럼 쌓여 만들어내는 기억의 힘은 그렇게 강력한 것인가 봅니다. 


이 그림책을 다 본 후 다시 책의 맨 첫 장으로 돌아와 할머니가 할아버지의 사진을 고양이에게 보여주며 이야기를 하거나, 할아버지를 만나기 위한 잠에 빠져들기 전 소파에 앉아 고양이와 의미 심상한 눈빛을 주고받고 있는 모습, 그리고 책의 맨 뒤표지에 할아버지의 사진이 담긴 액자를 정성껏 닦으며 말을 건네는 모습 등 할아버지와의 여행을 기다리며 보내는 할머니의 일상이 다른 의미로 눈에 들어옵니다. 

 

조안나 캐리가 쓴 주디스 커의 생애를 담은 책 <주디스 커>를 보면 그녀의 삶과 작업에 있어 든든한 동반자와 지지자가 되어준 남편 나이젤 닐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실제로 <My Henry>은 그녀가 남편을 사별하고 난 후 그린 그림책입니다. 함께 생을 만들고 꾸려나간 그들의 이야기를 들여다 보면 이 책이 더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주디스 커가 바라보는 이별은 사랑하는 사람과 보냈던 시간들로 인해 만들어진 또 다른 만남에 대한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 상대를 자신의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기억들로 인해 이별을 아픔으로만 보지 않음을 그녀의 밝고, 풍성한 색감을 가진 색연필로 그린 그림에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선을 굴려서 표현한 표현과 색연필 특유의 색과 색이 만나 풍성하고 따뜻한 질감을 느낄 수 있게 만드는 느낌은 두 사람의 특별한 여행을 따스하게 만듭니다. 시간을 재촉하듯 시계를 들여다 보는 천사가 야속하게 느껴지네요. 



“여기서 기다릴 테니, 내일 오후에 다시 만납시다.  

이번에는 달로 소풍이나 갈까요?” 



문득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다음 여행이 궁금해집니다. 






[부부가 함께 읽는 그림책] 함께 읽은 3번째 그림책인 
<MY HENRY>에 대한 남편의 리뷰는 아래에서 확인하세요.

https://blog.aladin.co.kr/712851116/1246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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