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Henry (Paperback)
Kerr, Judith / HarperCollins Children's Books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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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HENRY

:함께한 시간과 추억이 만들어낸 그들의 여행

주디스 커 




주디스 커와 남편 나이젤 닐




그림책 서점에 들렀다가, 하퍼 콜린스에서 나온 <My Henry>의 표지에 시선이 갔습니다. 핑크색 하늘 위로 유니콘을 타고 두 사람이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도시 위를 나는 모습입니다. 포근한 솜사탕 같은 하늘과 할아버지 할머니의 얼굴에 걸린 미소에 눈길을 뗄 수가 없어 얼른 사서 서점을 나왔습니다.  <My Henry>는 국내에 <누가 상상이나 할까요?>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제가 어른이 되어 그림책을 다시 읽게 만든 책이기도 하고, 그림책 리뷰를 시작하게 한 첫 책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작가 주디스 커와 그녀의 작업에 대해 더 알고 싶어지게 만들었습니다. 


한 번에 그녀가 쓴 모든 책을 읽어버리는 것이 아닌 조금씩 아껴가면서 읽어가고 싶은 주디스 커의 그림책은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줍니다. 그녀가 주로 사용하는 색연필이라는 재료도 한몫하는 거겠지요. <My Henry>는 이별이 주는 여러 감정들,  상실감, 회한, 쓸쓸함과 같이 누구에게나 아프게 다가오기 때문에 쉽게 이야기 하기 힘든 주제에 대해 그녀만의 따스한 시각과 상상력을 보여준 책입니다. 이 책에서 주디스 커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에 대해 영원히 단절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마음과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면 다시 만날 수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My Henry>의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흥미롭고 유쾌한 여행은 매일 오후 할머니가 낮잠을 자는 4시부터 7시까지입니다.  이 여행을 함께 하는 사람은 하늘에 살고 있는 할아버지 헨리입니다. 이 둘만의 여행은 예전에는 두 사람이 상상도 하지 못했던, 다양하고 스릴 넘치는 것들로 채워집니다. 무서운 것을 싫어했던 할아버지 헨리는 사자와 노는 것을 즐기고, 공룡을 타기도 하고, 숲에서 동물들과 티타임을 갖고, 높은 것을 무서워했던 할머니가 에베레스트에 오르는 것을 즐기는 일들이지요.



하지만 이들의 여행에서 마음이 먹먹해지는 건, 나란히 구름 위에 앉아서 둘이서 만들어 왔던 행복했던 날들을 떠올려 보는 장면입니다. 부부로서 첫 시작인 결혼식과 귀여운 세 아이들이 태어나고 함께 정원을 가꾸고 노년에는 거실에 앉아 각자가 좋아하는 간식을 들고 텔레비전을 보는 소박하고 평화로운 일상의 모습이지요. 책 속에 설명되어 있지 않은 그 지난날 들에는 분명 힘들고 슬픈 일들도 있었겠지만 하루 중 주어진 짧은 만남에서 두 사람이 떠올리는 날들은 함께이기 때문에 행복하고 소중했던 순간입니다. 그리고 둘만이 나누고 공유한 추억들입니다. 어떤 새로운 흥미로운 일들도 두 사람이 공유한 추억을 이기지는 못합니다. 시간이 먼지처럼 쌓여 만들어내는 기억의 힘은 그렇게 강력한 것인가 봅니다. 


이 그림책을 다 본 후 다시 책의 맨 첫 장으로 돌아와 할머니가 할아버지의 사진을 고양이에게 보여주며 이야기를 하거나, 할아버지를 만나기 위한 잠에 빠져들기 전 소파에 앉아 고양이와 의미 심상한 눈빛을 주고받고 있는 모습, 그리고 책의 맨 뒤표지에 할아버지의 사진이 담긴 액자를 정성껏 닦으며 말을 건네는 모습 등 할아버지와의 여행을 기다리며 보내는 할머니의 일상이 다른 의미로 눈에 들어옵니다. 

 

조안나 캐리가 쓴 주디스 커의 생애를 담은 책 <주디스 커>를 보면 그녀의 삶과 작업에 있어 든든한 동반자와 지지자가 되어준 남편 나이젤 닐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실제로 <My Henry>은 그녀가 남편을 사별하고 난 후 그린 그림책입니다. 함께 생을 만들고 꾸려나간 그들의 이야기를 들여다 보면 이 책이 더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주디스 커가 바라보는 이별은 사랑하는 사람과 보냈던 시간들로 인해 만들어진 또 다른 만남에 대한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 상대를 자신의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기억들로 인해 이별을 아픔으로만 보지 않음을 그녀의 밝고, 풍성한 색감을 가진 색연필로 그린 그림에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선을 굴려서 표현한 표현과 색연필 특유의 색과 색이 만나 풍성하고 따뜻한 질감을 느낄 수 있게 만드는 느낌은 두 사람의 특별한 여행을 따스하게 만듭니다. 시간을 재촉하듯 시계를 들여다 보는 천사가 야속하게 느껴지네요. 



“여기서 기다릴 테니, 내일 오후에 다시 만납시다.  

이번에는 달로 소풍이나 갈까요?” 



문득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다음 여행이 궁금해집니다. 






[부부가 함께 읽는 그림책] 함께 읽은 3번째 그림책인 
<MY HENRY>에 대한 남편의 리뷰는 아래에서 확인하세요.

https://blog.aladin.co.kr/712851116/1246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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