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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해님
노석미 지음 / 창비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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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해님

:따스한 해님이 보내는 인사











아침에 눈뜨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뭔가요? 



창밖에 노오란 해님이 서서히 떠오릅니다. 겨울의 차가운 땅속에 몸을 꽁꽁 숨겼던 작은 생명들이 해님을 향해 인사합니다. 봄이 되면 어김없이 얼굴을 드러내는 어여쁜 꽃들도, 여름이라는 계절에 걸맞게 화려한 색을 자랑하는 채소와 과일도, 가을에 노랗게 익은 벼들도 어느새 둥근 얼굴을 드러낸 해님을 향해 외칩니다. 


“굿모닝 해님.”


노석미 작가는 아침에 눈을 뜬 순간부터 시작되는 하루의 시작을 경쾌하게 그려냅니다. 원색과 과감한 표현에서 아침이라는 시간이 가지고 있는 힘이 느껴집니다. 표지의 눈이 부신 노오란 색도 창밖으로 퍼져나가는 해님의 빛처럼 보입니다. 창문을 열듯 두툼한 표지를 열고 해님을 향해 인사하는 작은 얼굴들을 하나하나 보며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덧 계절이 변하고 있군요. 미묘한 시간의 변화를 알아차리기 힘든 것처럼 말이죠. 


작가는 에세이 <매우 초록>과 <먹이는 간소하게>에서 도시를 떠나  시골에 작은 집을 짓고 정원과 텃밭을 가꾸고 그림을 그리는 살아가는 이야기를 전해주었습니다. <굿모닝 해님>은 에세이의 그림책 버전처럼 느껴집니다. 그림책 중간중간 나타나는 사람이 노석미 작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해 봅니다. 



“나는 이제야 , 강가에 서서 아까 흐른 물이 이곳에 없다는 것을 관찰하고 ,이것을 자각하고 있는 이 착나 역시 계속 다른 찰나로 교체된다는 것을 배운다.


비와 눈과 바람을 막아줄 지붕과 벽이 있고, 소박한 작은 네모난 창이 있는 집안에서 창밖을 바라본다. 작은 새 한 마리가 이 나무에서 저 너무로 날아간다. 창밖엔 언제나 생경한, 내 것일 수 없는, 그래서 항상 신비로운 자연이 있다. 초록이 있고. 그것들은 숨을 쉬고 있다.” <매우 초록  p62>



자연을 가까이에서 바라보고 생활하는 작가에게는 매일 찾아오는 해님의 존재가 더 크게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 안의 변화들도 아름답고 소중하게 여겨지겠지요. 그림책 속 소박하지만 풍요로운 아침 식탁처럼요.

우리가 알아채든 알아채지 못하든 하루하루는 흘러갑니다. 매일 아침 해님은 우리를 찾아오고, 계절은 흘러가지요. 

창문 밖에 언제나 우리를 향해 말간 얼굴을 내밀고 있는 작고 소중한 존재들에게 그리고 매일 찾아오는 둥근 얼굴에게 인사해 봅니다. 굿모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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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st and Found (Paperback) - 느리게 100권 읽기_2021년 3학기 대상도서 느리게100권읽기_2021년 3학기
올리버 제퍼스 지음 / HarperCollins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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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제퍼스 Oliver Jeffers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의 얼굴을 바라봅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기분은 어때 보이나요? 걱정스러운 표정, 뭔가를 곰곰히 생각하는 얼굴, 망설이는 듯한 표정, 쓸쓸하거나 외로워보이는 느낌? 뭔가 도움이 필요해 보이나요? 정말로 필요한 게 뭘까요? 

상대방의 얼굴을 바라보면 여러 가지 생각이 내 머릿속을 지나갑니다. 관계에서 상대방의 마음을 잘 헤아리고 알아차리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요. 동시에 무척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반대로 누군가가 내 마음을 헤아려주고 공감해 주거나 도움을 준다면 그 사람이 가깝게 느껴지고, 이해받고 있다는 기분은 자꾸만 파고들고 싶을만큼 포근합니다.

‘내 마음을 이해 하지 못해.’

‘왜 내 마음을 몰라주지?’

‘아무리 설명하고 이야기해도 이해하지 못할꺼야.’ 

이러한 생각들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누구나 해봤을 겁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섭섭함, 답답함, 그리고 외로움을 느끼게 됩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어떻게 하면 잘 알아차리고 헤아려 줄 수 있을까요? 어쩌면 우리는 너무 복잡하게만 생각하다보니, 정말 중요한 것을 간과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그림책 작가 올리버 제퍼스(Oliver Jeffers)는 삶을 살아가는데 단순하지만 잊기 쉬운 요소들을 끌어내 마음이 따뜻해지는 스토리로 그 중요성을 전달합니다. 어쩌면 그림책에 끌리는 이유도 짧은 책 한 권이 품고 있는 단순한 진리에 대한 공감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Lost and Found>는 올리버 제퍼스의 두 번째 그림책으로 그는 이 책에서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어느 날 펭귄이 소년의 집에 찾아옵니다. 갑자기 나타난 이 펭귄 어쩐지 쓸쓸하고 슬퍼보이네요. 소년은 펭귄이 길을 잃어 버려서일꺼라 생각하고 사방으로 펭귄이 온 곳을 찾아보지만 실망스러운 결과 뿐입니다. 소년은 펭귄이 남극에서 왔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펭귄을 데려다주기 위해 펭귄과 함께 항해를 시작합니다. 열심히 노를 젓어 남극으로 향하는 여러 날 동안 소년은 펭귄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고, 또 큰 파도와 험한 날씨를 만나기도 합니다. 모든 모험을 마치고 펭귄을 무사히 남극에 데려다 줘서 기쁜 소년과 달리 펭귄은 여전히 슬펴보입니다. 펭귄과 헤어지며 돌아보니… 이런 어떻게 된 일 일까요? 펭귄의 표정은 더 슬퍼보입니다. 홀로 남은 소년이 이리저리 곰곰히 생각해보다 아차! 펭귄은 길을 잃은게 아니라 그냥 외로웠을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소년은 다시 남극으로 돌아가지만, 펭귄은 이미 사라져버렸습니다. 소년과 펭귄은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펭귄의 마음을 너무 늦게 알아차린건 아닐까요? 그림 속에서 머리를 부여 잡고 이리 저리 두리번거리고, 펭귄을 불러보는 소년의 안타까움과 불안함이 느껴집니다. 







수채화로 표현한 올리버 제퍼스의 그림은 그가 그려낸 이야기 만큼이나 사랑스럽습니다. 올리버 제퍼스의 다른 그림책 역시 그가 가진 그림의 흡입력은 무척이나 강렬합니다. 캐릭터들의 표정을 그려낸 표현들을 살펴보는 것은 이야기를 읽어나가는 것 만큼이나 즐겁습니다. 단순한 텍스트 안에 표현되지 못한 인물들이 상황 속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그려낸 동작과 표정 하나하나가 마음에 쏙 들어옵니다. 문장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미묘한 감정들 말이죠. 어렸을 적 이불 속에서 <꼬마 니콜라>시리즈를 보며 언니와 깔깔거리며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그 책의 그림을 보고 하나하나 읽어나가는 게 너무 재미있어서 글은 읽지 않고 그림만 열심히 본 다음, 상상을 더해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상페가 특유의 그림체로 인물들의 표정들을 생생하고 유머러스하게 그려낸 그 그림들은 이야기에 이야기를 만들어가게 하는 힘이 있었습니다. 올리버 제퍼스의 그림 역시 글을 읽지 않아도 그가 그려낸 그림만으로 펭귄과 소년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것도 즐거울 것 같습니다. 그의 그림은 단순하지만 화면을 만들어 나가고 자신이 이야기 하고자 하는 세계를 가슴 가득이 채우는 힘이 있으니까요. 

상대의 마음을 읽어내기 위해서는 그에 대한 애정과 관심 때때로 겪는 시행착오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상대를 알기 위한 관심과 헤아리는 마음 그리고 함께하는 시간이 필요한 거겠지요. 이 그림책에서 소년이 보여주는 펭귄에 대한 애정과 노력은 그림책을 보는 내내 미소짓게 합니다. 비록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소년과 펭귄은 친구가 되는 첫 발걸음을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상대방을 알아가는 것, 이해한다는 것은 함께하는 그 시간에 마음을 쓴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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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 있잖아 시모카와라 유미 아기 동물 그림책 1
시모카와라 유미 지음, 이하나 옮김 / 미디어창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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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 있잖아 

:자신이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것, 

어렵지 않아요.


시모카와라 유미



시모카와라 유미(Yumi Shimokawara)



마음에 들어있는 생각을 표현하는 일은 쑥스럽고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이런저런 생각들만 가득하게 되지요. 자신의 마음을 상대에게 잘 전달하는 것,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살아가야 하는 우리에게 정말로 중요한 일이에요.

그림책 작가 시모카와라 유미의 <있잖아 있잖아>는 자신의 마음을 상대에게 전달하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어쩌면 성인이 된 우리는 너무 어렵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우리 모두 어릴 때는 자연스럽게 그 방법을 알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귀여운 병아리부터 시작된 ‘있잖아’ 고백은 모두를 행복하게 만듭니다. 단순하지만 자신의 마음을 꼭꼭 눌러 담아 이야기하는 ‘좋아’라는 말은 고백을 들은 생쥐도, 오리도, 토끼도 날아갈 듯 기쁘게 합니다. 그중에서 토끼가 말로 다 하지 못하는 자신의 마음을 상대를 꼬옥 안아 표현하는 것은 입가에 빙그레 웃음을 짓게 합니다. 마음은 말로만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네요. 자신이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방식으로 상대에게 이야기해 주는 것이 중요한 거군요.









시모카와라 유미는 수채화와 색연필 등의 재료로 맑고 따뜻한 색감을 만들어냅니다. 동물 세밀화를 공부 한 작가가 그려낸 동물들의 털 느낌, 표정, 동작이 섬세하고 사랑스럽습니다. 반복되는 ‘있잖아 있잖아’라는 운율의 리듬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하지만 글을 읽기 전에 그림으로도 그 리듬이 느껴지는 시모카와라 유미의 세밀화를 먼저 천천히 들여다보고 싶습니다. 한 장 한 장 완성하는데 오랜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는 세밀화는 그만큼 시간을 두고 천천히 바라보면 그 안의 아름다움이 스며나오듯 다가옵니다. 글을 읽기 전, 그림 만을 보고 동물들이 서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 아이와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집니다. 아이의 마음에는 어떤 이야기가 들어있을지 궁금해지네요.



앙리 마티스 <마음 Le Coeur>



앙리 마티스가 1947년 낸 책 <재즈Jazz>에 실려 있는 그림 마음(Le Coeur)은 채색한 종이를 오려서 그린 그림입니다. 여러 색깔의 종이가 비슷한 형태로 겹쳐져 있습니다. 마티스의 그림처럼 마음은 다양한 감정들로 겹쳐져 있고, 리듬을 지니고 있기에 그런 자신의 마음을 언어로 표현하는 게 어렵게 느껴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시모카와라 유미는 마음을 표현하고 싶을 때, 자신의 마음을 담아 그냥 표현해보라고 이야기합니다. 담아두고 표현하지 못했던 마음을 ‘있잖아 있잖아’라는 주문의 힘을 빌려봐야겠습니다.




미디어창비에서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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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가 버리고
에바 린드스트룀 지음, 이유진 옮김 / 단추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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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가 버리고

:생각과 생각이 만들어낸 거리

에바 린드스트룀







금호동에 있는 자그만 그림책 서점인 <카모메 그림책방>에 들렸다가 서점 한 구석에 놓여있는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연한 노란빛 배경으로 우두커니 먼 곳을 바라보며 서 있는 강아지(?)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집니다 


 ‘모두 가 버렸어’

가방을 들고 걷고 있는 프랑크의 바닥만 하염없이 내려다 보는 시선과 축 늘어진 팔이 무척 쓸쓸해보입니다. 티티, 레오, 밀란은 그런 프랑크의 마음도 모르고 셋이서 신나게 어울려 놀고 있습니다. 그런 아이들을 슬쩍 바라보는 프랑크의 마음은 점점 더 쓸쓸해집니다. 


‘모든 게 여느 때와 같아.

여느 때와 같기만 할 뿐이야.’

프랑크는 서운하기도 하고 자꾸 쓸쓸해지는 마음을 스스로 달래 보려는 듯 되뇌입니다. 그런 프랑크의 모습은 친구들의 눈에는 무척 바쁘게 보입니다. 티티, 레오, 밀란의 눈길은 그런 프랑크에게 가 있습니다.  이제 집으로 돌아온 프랑크는 잔뜩 서운하고 외로운 감정을 담은 눈물을 뚝뚝 냄비에 흘립니다. 거기에 달콤한 설탕과 외로운 마음이 조금 다독여질 시간을 담아 달콤한 마멀레이드를 만듭니다. 

 '너무 뻑뻑해도 안 돼.

너무 묽어져도 안 돼.’

뭉근하게 끓고 있는 마멀레이드에 조금씩 눈물을 더해 마멀레이드를 만들고 있는 프랭크의 집 창문에 어쩐지 익숙해 보이는 모자가 눈에 띄네요. 마멀레이드를 식히려고 문을 연 프랭크의 눈에 자신의 집 창문에 모여있는 티티, 레오, 밀란의 모습이 보입니다. 


‘여전히 모든 게 여느 때와 같아.’

잠깐! 누가 하는 이야기일까요? 다음 페이지를 펼쳐보니 어쩐지 세 아이들이 한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세 아이들도 프랑크와 친해지고 싶었던 것 아닐까요? 식탁 위에는 세 명의 친구들을 위한 빵과 차 그리고 프랑크의 마음이 담긴 마멀레이드가 놓여있습니다. 

자신이 준비한 음식들을 함께 먹자고 수줍게 말을 건낸 프랑크에게 세 친구들은 기다렸다는 듯 초대에 응합니다. 말끔히 비워져 있는 식탁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프랑크의 집. 프랑크와 세 친구들은 함께 있을까요?










스웨덴 그림책 작가 에바 린드스트룀은 <모두 가 버리고>에서누군가와 관계를 맺는다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올 수 있는 다양한 감정들, 외로움, 쓸쓸함, 서운함 등을 마멀레이드라는 오랜시간 끓여서 진한 달콤함을 만드는 잼에 비유하여 표현합니다. 프랑크가 만드는 마멀레이드에 들어가는 눈물은 너무 뻑뻑해도, 너무 묽어도 안 될만큼의 양이여야 합니다. 자신의 작아지고 외로워지는 마음을 프랑크는 쏟아내기도 하고, 다독여가며 마멀레이드를 만듭니다. 자신의 감정을 풀어내는 시간이 지나가고, 항상 혼자라고 생각한 프랑크에게 세 친구들이 다가와 있습니다. 


이 그림책을 보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다시 살펴보니, 티티, 레오, 밀란은 어울려 놀고 있지만 이 세 아이들의 눈동자는 프랑크에게 가 있습니다. 혼자 걸어가고 있는 프랑크가 어딜 가는지, 무엇을 할 건지 늘 궁금한 것이겠지요. 하지만 프랑크처럼 다가가 말을 걸기엔 어쩐지 어려워집니다. 새로운 친구에게 말을 거는 건 쑥쓰럽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 일이니까요. 


에바 린드스트룀은 관계, 외로움이라는 복잡하고 어려운 주제를 양쪽의 시각에서 주고 받듯이 그려냅니다.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복잡 미묘한 관계를 그림과 함께 읽어나가는 과정이 재미있습니다. 두 번째 장에서 혼자 걸어가고 있는 프랑크와 반대 방향으로 나 있는 세 아이들 중 한명의 그림자가 어쩐지 서로 다른 생각에 빠져있는 이들의 관계를 이야기 해주는 것 같습니다. 또 화면 안에 프랑크나 다른 친구들의 모습을 클로즈업 하기보다는 등장인물들을 작게 배치하고 화면을 넓게  활용하여 이들 관계의 거리감을 느끼게 해 줍니다. 동시에 그림책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이들의 관계를 넓은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듭니다. 


린드스트룀은 주로 종이에 수채물감, 과슈, 연필로 작업을 하는데, 그 중에서 과슈(gauache)는 불투명한 수채물감으로 선명하고 차분한 색감이 매력적인 재료입니다. <모두 가 버리고>는 과슈라는 재료가 만들어내는 색과 색이 겹쳐져서 나오는 색감과 질감이 마치 여려겹으로 쌓여있는 감정을 떠오르게 합니다. 린드스트룀 특유의 색 조합과 섬세한 연필선으로 그려진 세부 묘사들도 무척 매력적입니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서로에게 한 발자국씩 다가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 안에 가득 차 있는 생각때문에 상대가 멀게 느껴지고 그 관계가 어렵게 느껴지는 건지도 모릅니다. 린드스트룀은 상대를 내가 가진 생각의 눈으로 보지말고 좀 더 다가가보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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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디스 커 일러스트레이터 1
조안나 캐리 지음,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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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디스 커

:그녀가 색연필로 그린 그림만큼 따뜻한 작가 주디스 커의 이야기

조안나 캐리 글/이순영 옮김




작가 주디스 커(Judith Kerr) 1923-2019




요즘엔 시간을 제 맘대로 쓸 수 있어요. 늦게까지 일하고 싶으면 해요. 일하는 속도도 더 빨라졌어요. 더 능숙해졌으니까요.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젠 잘 알아요. 안 그러면 이상하지요? 이 일을 50년 넘게 하고 있잖아요.(p103)


<간식을 먹으러 온 호랑이>, <깜빡깜빡 잘 잊어버리는 고양이 모그>로 유명한 영국의 그림책 작가 주디스 커가 한 말이다. 좋아하는 일을 50년 넘게 끈질기게 해 온 작가의 말 속에는 자신의 일에 대한 깊은 애정과 자랑스러움이 묻어있다. 40대였던 1968년에 첫 그림책인 <간식을 먹으러 온 호랑이>를 시작으로 거의 매년 한 권 또는 두 권의 책을 출간했다. 그녀의 부지런함과 성실함에 감탄이 나왔다.

주디스 커는 어린 시절 가족들과 히틀러 정권을 피해 스위스, 프랑스, 영국에서 망명 생활을 해야 했다. 어린 주디스의 재능을 소중히 여긴 엄마 덕분에 어린 시절 그녀가 그린 그림들은현재까지 남아 있을 수 있었다. 어린 주디스의 그림에는 그리는 대상의 모습을 세심히 관찰하고, 관찰한 대상을 소중히 대하는 그녀의 마음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본 것을 있는 그대로 완벽하게 그려내고 싶어했던 주디스는 자신의 마음에 들 때까지 관찰을 거듭하고 지우고 다시 그리는 과정을 반복했다. 주로 주변에 일어나는 소박하고 정겨운 풍경을 그려냈는데, 사람들의 표정, 동작, 화면의 구성에서 세심하게 신경쓰고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어린 주디스 커가 그린 그림들은 그림책 작가로서 주디스 커가 보여준 따뜻한 시선과 그림들이 만들어지기까지 기나긴 과정을 보는 것 같다.


젊은 시절 화가, 미술 교사, 섬유 디자이너, BBC 방송 각본가 등 다양한 일을 해온 그녀는 결혼 후, 아이들이 학교에 가게 된 후에야 다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일이 바로 그림책이다. 그녀의 딸 테이시가 무척이나 좋아하던 호랑이 이야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쓴 첫 그림책이 <간식을 먹으러 온 호랑이>이다. 인터넷이 없었던 때여서 주디스는 자주 동물원에 가서 스케치를 했고 이를 통해 그림책을 준비했다. 이 책을 통해 <간식을 먹으러 온 호랑이>가 나오기 위해 그린 여러 장의 스케치와 작업 과정을 볼 수 있다. 초기 스케치에서 실제 책으로 나오면서 변화된 모습이 흥미롭다.


54년을 함께한 남편 톰 닐은 주디스 커의 작업에 대해 여러가지 조언과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들이 함께 했던 집의 맨 꼭대기 층의 공동 작업실은 많은 이야기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낸 곳이라고 주디스 커는 추억했다. 남편과 사별한 후, 그녀는 그림책 <누가 상상이나 할까요?>에서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에 대해 그리고 추억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별에 대해 담담하며 따스한 시각을 보여준 이 책은 주디스 커가 80대와 90대 나이의 전성기에 낸 그림책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라고 한다.

연필과 색연필로 그녀만의 색채와 표현법을 보여주는 주디스 커의 작업 방식과 사용하는 도구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점도 반가웠다. 일정한 길이의 스테들러 브랜드의 연필과 8B의 부드러운 느낌을 좋아하는 그녀가 이야기하는 연필에 대한 표현은 나도 모르게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4B는 섬세하게 용기를 복돋워 주는 연필이에요.(p99)


2019년 95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난 주디스 커가 남긴 그림책들은 그녀의 삶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끊임없는 노력이 들어있다. 그녀의 삶에 대해 조금 더 알고나니 그녀가 남긴 그림책들을 천천히 전부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알고, 그 일을 소중히 하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그녀를 보면서 좋아하고 있는 일을 대하는 마음과 자세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오랜시간 그 애정을 마음에 담고 작업을 해온 그녀가 무척 부럽고 존경스럽다.

그림을 그릴 때 나는 내가 누군지를 알아요.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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