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각본집 & 스토리보드북 세트 - 전2권
봉준호 지음 / 플레인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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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이 2020년 제 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외국어 영화상) 4관왕을 달성했다. 아카데미는 미국에서 가장 권위있는 영화 시상식이다. 자국 시상식이기 때문에 이른바 세계 3대 영화제인 칸, 베니스, 베를린에 들지는 않지만, 세계 영화계에서 미국 헐리우드가 차지하는 지분이 높은만큼 전세계인이 주목하는 영화제이다.

 

기생충은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미술상, 편집상, 국제장편영화상이다. 많은 평론가, 관객이 아시아계 최초 타이틀을 비롯해 기생충의 파란을 예견했다. 2020년 2월 10일 오늘 이 중 4관왕을 달성했다. 사전에 국제장편영화는 수상이 확실시되었다. 감독상, 각본상도 받을 수 있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다만, 작품상은 유력 후보 중 하나였으나 아카데미는 엄연히 미국의 자국 영화계 시상식으로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다는 이유로 회의적이었다. 기생충이 전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자 글로벌 소식을 접하고 놀라는 국민도 많았다. 일례로 우리나라는 더빙보다 자막을 선호하지만 해외 시장은 자막보다 더빙 영화 선호도가 높다는 점이다. 시상식 관계자가 더빙본이 없어서 영화를 못 보고 더빙 작업으로 인해 영화 개봉이 미뤄졌다는 소식을 우리나라에서 들은 적이 거의 없었다. 다른 후보인 미술상, 편집상에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기생충은 비영어권 영화의 벽을 넘어섰다. 더욱 놀라는 것도 당연한 정서다.

 

이로써 미친 영화 기생충은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받게 되었다. 각종 비평가상과 지역 영화상도 값진 영예다. 다만 세계 3대 영화제 중에 가장 유명한 프랑스 칸, 세계 영화산업의 정점에 있는 미국, 거기서 메이저 중의 메이저로 꼽히는 아카데미를 동시에 석권한 것은 영화사에 남을 업적이다. 자긍심 강한 두 영화제, 시상식이 모두 인정했다. 아마도 2020년 이후 출간, 개정되는 영화학 개론, 영화사의 이해 교과서에서 기생충을 다루지 않기는 힘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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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리 : 운명을 읽다 - 기초편 명리 시리즈
강헌 지음 / 돌베개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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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리학을 공부하는 젊은이가 늘고 있다. 불안한 현실과 미래를 대비함에 있어 명리학이 하나의 나침반이 될 거라는 기대, 내 운명을 남의 카운셀링에 의존하기보다 스스로 알아보고자 하는 주체성이 더해졌다고 볼 수 있다. 생년월일시 네 기둥 여덟 글자(사주팔자)로 이루어진 한 인간의 명식, 하늘의 이치를 풀어서 현실의 길흉화복을 분석하는 학문인 사주명리학이 갈수록 음지에서 양지로 뻗어가고 있다.

 

 

그중에 <강헌 : 명리는 읽다>는 독특한 책이다. 저자가 전업 명리학자가 아니라 음악평론가 강헌 씨다. 물론 명리학 강연과 강의, 저술 활동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명리학자보다 음악평론가란 수식어가 익숙하다. 동양학, 역술 전문 출판사가 아닌 인문, 사회과학 분야에서 유명한 돌베게에서 출간되었고, 2015~2016년에 베스트셀러가 된 점도 특기할 만하다. 대중적으로 <비전 : 사주 정설>이나 낭월 박주현, 김동완 씨의 책이 유명하고 스테디셀러이지만, 이 책처럼 명리학계를 넘어 사회 전반에 반향을 일으킨 사례는 드물다.

 

 

게다가 저자는 좌파명리학자를 자청하고, 책의 토대가 된 강의 이름 또한 "강헌의 좌파명리학"이었다. 왜 사주팔자를 다루는 학문에 좌파가 붙는가. 의문을 가진 독자가 많을 것이다. <조용헌의 사주명리학 이야기>를 보면, 명리학은 체념의 학문이자 변혁의 학문이라고 했다. 자기 분수를 알고 안분지족하라는 체념의 성격과 동시에,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없다는 변혁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기성 사회 체제를 공고히 하는 논리가 되면서도, 또한 혁명의 명분이 되는 아이러니한 학문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밝힌다. 이러한 "명리학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에 관한 질문이 남는다. '골방의 명리학'을 '광장의 명리학'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이른바 도사님들만 봐주던 명리학을 스스로도 볼 수 있는 명리학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나의 슬로건은 '만인(萬人)의 명리학자화(命理學者化)'이다."(p.13)이고, "명리학은 인간이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는 데 아주 유용한 학문이며, 많은 사람들이 명리학을 통해 스스로의 삶을 주체적으로 재구성한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지금보다는 더 행복해지고 더 정의로워질 거라는 믿는 마음"(p.26)으로 강의와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내용에서도 철학이 드러난다. 예컨대, 사주에서 중요한 개념인 십신(十神) 혹은 육친(六親)을 보는 관점이다. 음양오행이 가진 우주적 논리를 인간 사회에 대입한 것인데, 인간관계를 비롯해서 재물과 관운, 학업운 등 구체적인 삶의 모습을 분석하는 도구이다. 남자 사주에서 재물복이 탄탄하면 이성운도 좋다더라는 말이 여기에서 나온다.

 

 

과거엔  사회 규범에 순응하고 조직 사회에 무난하게 적응하여 인정받는 안정적 요소가 중요했다. 십신 중에 식신(食神), 정재(正財), 정관(正官), 정인(正印)으로, 사길신(四吉神)이라 불렸다. 한눈에 봐도 바를 정(正)자를 써서 반듯해 보인다. 상대적으로 개성적이고 활동적이며 기성의 관습과 체제에 맞서는 힘을 사흉신(四凶神)이라 불렀다. 상관(傷官), 편재(偏財>, 편관(偏官), 편인(偏印)이다. 이름부터가 상(傷)하게 하고 기울어진(偏) 힘이다. 특히 관(官) 중심의 과거 사회에선 관운이 입신양명의 주요한 키포인트였다. 대표적으로 정관(正官)이 사랑받았다. 정관을 극하는 상관(傷官)을 꺼렸다.

 

 

하지만 4차 산업, IT 시대, 복잡하고 변화와 다양성을 중시하는 현대 사회에선 주체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 기존의 관습과 사고를 전복하여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역량이 필요하다. 꼭 공적 조직이나 안정적인 조직이 아니라도 전문직화가 가능해졌다. 수많은 크리에이터가 명성과 부를 쌓고 있다. 상관이 재조명받고 무언가 큰 예술적 기량을 펼치기 위한 디딤돌이 되는 시대다. 기존 명리학 서적도 당연히 수차례 지적한 바지만, <명리 : 운명을 읽다>는 저자부터 음악평론가다. 인문학적 소양을 토대로 많은 창작자, 예술가를 만난 덕분인지 논리와 사례가 더욱 탄탄하다. 좌파란 수식어는 이런 관점에서 나오지 않았나 짐작해 본다.

 

 

물론 명리학은 조화를 중시한다. 기운마다 제 역할이 있다. 마냥 많으면 탈이 난다. 부족한 점은 적절히 보완해주고, 지나친 점은 억제해야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게 된다. 예전에도 정관이 지나치면 상관으로 억제해줘야 하는 상생상극의 이치는 같았다, 그러나 사흉신보다 사길신이 뚜렷한 사주를 반기는 풍조가 다분했다. 특히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공공연히 드러났다. 현대 사회에 걸맞는 합리성을 통해 구습을 비판한다.

 

 

<명리 : 운명을 읽다>는 저자의 철학이 담긴 명리학서다. 명리 에세이는 아니다. 저자의 소신과 경험담뿐 아니라 명리 개론서로서 설명해야 할 개념들을 이해하기 쉽게 다룬다. 글쓰기가 업인 저자의 장점이다. 주요 개념을 차례로 배우면서 하나씩 실전에 대입해 본다. 각 챕터 끝마다 저자, 고 노무현 대통령, 조용필, 베토벤 네 명의 사주 명식으로 배운 내용을 복습하는 커리큘럼이 재밌다.

 

 

사주는 인간의 운명을 다루기 때문에 이론적 텍스트와 더불어 주변 환경과 상황, 맥락에 따른 콘텍스트가 중요하다. 유명 명리학자들이 사주를 제대로 보려면 다양한 경험과 학문적 소양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역술인도 본인이 잘 알고 많이 만나본 스타일과 업계 종사자 부류에 익숙하다. 익숙한 것이 잘 보인다. 저자의 강점은 무엇일까. 정치, 문화, 예술 분야의 인문학적 내공이다. 평론가로서 쌓은 경험과 많은 인맥이 명리학을 만나 시너지를 낸다.

 

 

기초편으로 개론에 가깝다보니 책을 읽고 바로 사주 통변을 하기는 어렵다. 책 한 권 읽어서 명리학적 문리가 트이기는 불가능하다. 단점으로 짚기엔 무리가 있지만, 이 점을 고려하여 실전 사주 통변을 다룬 심화편, <명리 : 운명을 조율하다>가 세트로 출간되었다. 한걸음 더 나아가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한다. 다만 기존 명리학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격국론을 넘어간다. 자칫 사주로 귀격과 천격같은 등급을 메긴 후 나아가 사람의 운명에 차등을 정하는 행위로 비춰진다는 논리에서다. 한결같은 소신이 보인다.

序文을 빌려 世上에 告함

나는 萬人의 命理學者化를 꿈꾼다.- P4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연구 대상은 바로 자신이다.

레프 톨스토이- P27

모든 사람은 다이아몬드 원석과 같다. 갈고닦으면 누구나 찬란히 빛난다.

토마스 에디슨- P245

당신 스스로 하지 않으면 누고도 당신의 운명을 바꿔주지 않는다.

베르톨트 브레히트.- P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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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yse 2020-02-01 2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읽어보고 싶네요
 

 

 

2015년 kbs 클래식 FM이 실시한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클래식 곡" 설문조사에서 1위로 꼽힌 곡은 무엇일까. 베토벤과 모차르트의 작품을 제치고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Sergei Rachmaninoff, Piano Concerto No. 2 in C minor, Op. 18)이 차지했다. 당시 2위부터 4위가 베토벤 협주곡과 교향곡, 5위가 비발디의 사계였다.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1위를 달성한 것이다. 곡은 <샤인>, <말할 수 없는 비밀> 등 여러 영화, 드라마 속 연주 장면으로 대중에게 친숙하다. 일본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가 인기를 끌 당시엔 치아키가 연주한 곡으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출처 : https://m.khan.co.kr/view.html?art_id=201503031628431

 

 

라흐마니노프는 러시아계 미국인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다. 거구와 긴 손가락으로 뛰어난 기교를 구사했고, 작곡계에선 피아노 협주곡과 연주곡이 유명하다. 그는 첫 번째 교향곡이 평단의 악평을 받은 뒤 몇 년간 극심한 슬럼프와 우울증을 겪었다. 치료를 받으며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작곡하여 재기에 성공한다. 2번은 많은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곡으로, 3번은 화려한 기교 덕분에 각종 피아노 콩쿠르의 단골 레퍼토리로 자리매김하였다.

 

 

연주는 비슬로츠키 지휘, 피아니스트 스비야토슬라프 리흐테르(Sviatoslav Teofilovich Richter)와 바르샤바 교향악단의 1958년 협연이 유명하다. 클래식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DG)에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음반으로 제작되었고, 클래식계의 명반으로 인정받고 있다. 사실 차이코프스키도 빼놓을 수 없다. 카라얀이 지휘하고 비엔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협연했다. 1악장 도입부에 치고 나오는 호른, 이후 흘러나오는 서정적인 선율은 제목은 모르더라도 한번쯤은 들어봤으리라 짐작된다. 워낙 유명해서인지 DG 오리지날 세트나 기념 특별반의 종이 케이스 구성으로 자주 나온다.

 

2002년 유니버셜에서 출시한 음반. 곡목과 지휘자, 연주자가 동일하다. 클래식 음반도 저작권의 영향을 받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저작권자는 사후 50년까지 보장받고, 연주자는 실연을 한 때로부터 70년, 음반사는 음반을 발행한 때로부터 70년간 저작인접권을 가진다. 국제 저작권법은 모르겠지만 유니버셜사와 도이치 그라모폰사가 동네 구멍가게는 아니니 알아서 잘 해결했으리라 본다.

 

 

 

 

DG THE ORIGIALS 한정판 박스 세트다. 위에서 소개한 음반은 파란색 박스 1에 들어있다. 품절되어 중고가가 올랐다. 다행히 하얀색 박스 2는 아직까지 구매가 가능하다. CD 목록을 보면 놀랄만한 구성을 자랑하는 세트임을 알 수 있다.

 

 

 

리흐테르는 20세기 위대한 피아니스트를 거론할 때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인물 중 한 명이다. 뛰어난 집중력과 음악적 소화력, 철학자적 자세를 가지고 연주에 임했다. 덕분에 이 소련 출신 피아니스트는 서구권에 소개되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생전에 음반 녹음보다 실연을 중시했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많은 음반을 남겼다. 1997년 작고하였으나 여전히 클래식 팬들에게 보물같은 연주를 선사해 주고 있다.

 

 

 

 

 

 

 

콜럼비아사에서 나온 리흐테르 전집.

 

 

 

 

 

 

 

 

 

 

다음은 연주 동영상.(유투브)

 

 

일드 노다메 칸타빌레에서 치아키 선배의 연주다. 드라마를 통해 이 곡을 알게 됐다는 시청자가 많았다. 협주곡은 총 3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치아키 선배의 연주 때문에 1악장과 3학장 마지막 부분만 돌려듣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단점이라면 단점이겠다.

 

 

 

쇼팽 콩쿠르 1등을 석권한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연주.(완곡)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2위와 각종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연주.(완곡) 당시 최연소 콩쿠르 2위였고 무엇보다 1위 수상자가 없었다.

 

 

부록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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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공 2020-02-01 07: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보기 드문 음반리뷰네요^^ 영상까지 함께 해서 더욱 생생해요. 언젠가 조성진콘서트에 꼭 가보고 싶네요.
한국인이 사랑하는 클래식 1위가 라흐마니노프이군요. 쇼팽도 한 순위할듯한데 없네요^^
저는 리흐테르 연주 중 바흐곡 좋아해서 가끔 듣곤 합니다.

캐모마일 2020-02-01 10:4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음반 리뷰가 줄어든 이유는 아무래도 음악 시장이 cd보다 디지털 음원과 스트리밍 위주로 바뀐 것이 큰 원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음반 리뷰를 빌어서 제가 좋아하는 곡 연주 영상을 올려봣습니다.

순위는 설문 연도마다 변동이 있었습니다. 월광이 1등을 할 때도 있었고, 2015년 기준 10위 이후부터 여러 쇼팽 곡이 포진해 있었습니다.

바흐곡도 좋네요. 리흐테르는 착품을 소화하는 범위가 넓은 연주자 같습니다. 좋게 봐 주셔서 다시금 감사드립니다.

청공 2020-02-03 12: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종종 음반리뷰 읽어보길 기대해요~
 
리바이벌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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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의 주춧돌 역할을 한 사람들에게 바친다.

 

메리 셀리

브램 스토커

H.P. 러브크래프트

클라크 애슈턴 스미스

도널드 윈드레이

프리츠 라이버

오거스트 덜리스

셜리 잭슨

로버트 블록

피터 스트라우브

 

그리고 「판이라는 위대한 신」이라는 단편소설로 평생 내 기억에 아로새겨진 아서 매컨.

 

 

스티븐 킹의 장편소설 <리바이벌>은 위의 헌사로 시작한다. 단순히 치하하는 글이 아니라 작품 전체에서 그들의 영향을 의도적으로 드러낸다, 장단점이 있다. 장점은 유명한 호러소설 작가들에게 바치는 헌사처럼 그들의 자취를 잘 따라간다는 것. <프랑켄슈타인>, <드라큘라>, 크툴루 신화처럼 불후의 고전을 사랑하는 독자에겐 선물같은 작품이다. 단점도 마찬가지. 이들 작품을 본 독자는 낯익은 설정과 장면을 자주 접하게 된다.

 

 

1950~60년 즈음 미국의 한 작은 마을 교회. 젊은 목사 부부가 부임해 온다. 목사 부부는 친절하고 열성적이어서 소년, 소녀들의 우상이 된다. 목사는 이공계 출신이었는지 각종 전기 장치를 곧잘 만들었다. 성경에 나오는 이적을 전기 장치로 개발하여 어린 소년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 단란하고 멋진 목사 부부에게 어느날 재앙같은 사고가 일어난다. 차사고로 아내와 딸(아들일지도 모른다.)이 처참하게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그후로 목사에게 불신이 싹트기 시작하고 급기야 충격적인 내용의 설교를 하여 마을을 뒤집어놓는다. 결국 목사는 마을을 떠난다.

 

 

한편 한 어린 소년은 목사를 유난히 따랐고, 그를 잊지 못한 채 성장한다. 히피 문화를 받아들이고 b급 뮤지션으로 생활하면서 알콜과 약물에 찌든 삶을 살던 중, 목사에게 다시 연락이 온다. 그는 기상천외한 실험에 동참하게 된다.

 

 

작품은 중년이 된 어린 소년의 회고록이다. 스티븐 킹의 <그것>이나 여타 소설처럼 우여곡절 많은 성장기를 보낸다. 유년 시절 젊은 목사를 만나 잊지 못할 체험을 하게 된 계기, 청년기에 히피 문화에 빠져 산 시간, 장년이 되어 목사를 다시 만나면서 겪는 충격적인 초자연적 경험담이 소설의 큰 줄거리다.

 

 

전도유망한 목사가 충격적인 사고를 겪고 변해가는 모습이 인상 깊다. 목사였던 그는 아이들에게 성경을 가르치기 위해 전기 장치를 고안했지만, 사고 이후 그는 신의 존재를 회의하고 초자연적 세계를 탐구하는 매드사이언티스트로 거듭난다. 전기, 전자공학자가 미치면 이렇게 무섭다는 것을 온 몸으로 보여준다,

 

 

앞서 밝혔듯, <리바이벌>은 호러소설 마니아들이 익숙하지만 읽고 싶어하는 요소를 잘 버무렸다. 대신 신선하진 않다. 러브크래프트, 클라크 애슈턴 스미스에게 영감을 받은 스티븐 킹에게 초자연적인 경험, 사후세계란 어떤 모습일지 대충 짐작이 간다. 개인적으로 미국 히피 문화에 관심이 없는 독자라면 중반부가 지루하고 짜임새 없게 느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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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할 수 없는 상갓집의 저주
박해로 지음 / 네오픽션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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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煞) - 피할 수 없는 상갓집의 저주>는 공포 소설계에서 촉망 받는 박해로 작가의 국산 오컬트 미스터리 공포물이다. 제목인 살(煞)은 민간 신앙에서 흉악한 기운을 일컫는 것으로, 살을 통해 남에게 저주를 내리기도 한다.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한가인(성수청 무녀 월)이 김수현(왕 훤)에게 살을 쏘았다는 누명을 받고 모진 고문을 당할 때, 엄동설한에 주리를 틀리며 "저는 살을 쏘지 않았습니다." 절규하던 그것이다.

 

 

장르 앞에 굳이 국적을 붙인 이유는 우리나라 무속 신앙을 소재로 하여 현지화된 공포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영화로 치면 장재현 감독의 <검은 사제들>, <사바하>나 나홍진 감독의 <곡성>이 떠오른다. 국적 있는 공포물은 현지인에겐 살갖에 와닿는 소름을, 외국인에겐 신선한 충격을 준다. 어중간한 세계화보다 목적 뚜렷한 현지화가 더 경쟁력 있다.

 

 

<살(煞) - 피할 수 없는 상갓집의 저주>를 읽은지 1년이 넘었다. 독특한 설정과 스토리 덕분에 잊을만하면 가끔식 생각이 나는 작품이라 결국 리뷰를 쓴다. 초등학교 교사 조윤식은 동료 여교사 영희를 사랑하고 결혼까지 게획하지만 걸림돌이 있다. 교도소에서 출감한 새엄마 정금옥이다.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으나 하필 윤식이 결혼을 염두해 둔 시점에서 석방되었다. 영희는 윤식에게 넌지시 금옥을 제거할 방법을 알려주고 윤식은 영희가 소개시켜 준 무당이 시키는대로 상갓집을 오가며 살을 날릴 준비를 한다. 한편, 소도시에서 연이어 일어나는 죽음과 기이한 현상에 의혹을 품은 형사 종환은 미스터리를 파헤지기 시작한다.  

 

 

상갓집을 전전하며 새엄마를 죽이기 위한 살을 준비하는 윤식, 그를 부추기는 영희와 미스터리한 주변 인물들, 때마침 소도시에서 연이어 들리는 부고 소식과 새엄마 금옥의 발작 증세, 이를 파헤치는 종환의 스토리가 무속 신앙과 살을 소재로 맞물려 돌아간다. 우리나라에서 무속 신앙이 가지는 위치가 아이러니해서 설정이 더 흥미롭다. 골목 골목 다녀보면 신점 상담소가 많고 내 주변엔 무속인 팔자를 타고났다는 친척과 이웃이 한 명쯤은 꼭 있다. 하지만 무속 신앙하면 일단 학을 떼는 사람도 많다. 일상에서 의지하고 당연한듯이 소재거리로 삼으면서, 한편으론 금기시하고 경계한다. 친근하지만 멀다. 그래서 미스터리하고 무섭다.

 

 

후반부로 갈수록 서서히 살의 정체가 드러나고 막바지엔 미쳐 날뛰기 시작한다. 평이 엇갈린다. 드디어 미스터리와 복선이 풀리고 스케일이 커지며 거대한 공포가 시작되니 흥미진진했다는 입장이 있는 반면에, 미시적이고 알 수 없는 공포를 끝까지 끌고 나가서 작품 특유의 분위기를 살려나갔다면 전개가 더 세련됐으리란 평가가 있다 보여지지 않아 더욱 두렵던 미지의 것들이 일순간에 거대한 형체로 뚜렷이 나타나니 현실감과 두려움의 여지를 오히려 반감시켰다고 볼 수 있다.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니 참고 바란다.

 

 

우리나라에 오컬트 매니아, 공포물 매니아층이 의외로 두텁다. <퇴마록>이 천만 부 이상 팔렸고, 스티븐 킹 작가의 소설은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에 오른다. 퇴마나 크툴루 신화를 소재로 한 영화도 흥행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창작 현실은 개척할 점이 많다는 것이 중론이다. 장르 소설에 대한 편견도 한 몫 거든다. 양질의 한국형 오컬트물을 더 갈망하게 만드는 원인이기도 하다. <사바하> 정재현 감독이 우리나라 영화계의 오컬트 거장이 되길 바라는 관객이 많은 것처럼, 소설 독자라면 박해로 작가를 기대해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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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0-01-24 15: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캐모마일님 즐거운 연휴 보내시고
새해복많이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