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함께 있을 수 있다면 - 전2권
안나 가발다 지음, 이세욱 옮김 / 북로그컴퍼니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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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국적의 안나 가발다는 생소한 작가였다. 그런데 42개국에 출간된 베스트셀러이자 독자와 평단에게 극찬을 받은 작품이란 소개를 읽고 관심이 생겼다. 유명 번역가 이세욱 씨가 역자인 점도 한 몫 했다. 좋은 작가를 알고 그의 작품 세계를 여행하는 일은 즐겁고 보람되다.

 

 

<함께 있을 수 있다면>은 서로 상처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다. 부모에게 버림받거나 상처를 입은 탓에 힘든 삶을 살아가는 세 남녀, 그리고 치매를 앓는 할머니. 그들이 만나 새로운 가족을 이루고, 소소한 일상을 나누며 서로를 보듬게 된다. 바람둥이 요리사 프랭크와 거식증을 앓으며 힘들게 청소부 일을 하는 카미유의 러브스토리. 서로의 빈 공간을 채우고 보듬는 여정이고 치유의 과정이었다. '함께 있을 수 있다면'이란 제목이 와 닿는다.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반짝반짝 빛나는>을 연상케 한다. 소설에서 무츠키를 비롯한 인물들은 스스로를 은사자에 비유한다. 은사자는 색소가 희미하여 은색을 띄는데, 다른 사자와 달라서 무리에게 따돌림을 당한다. 멀리서 자기들만의 공동체를 만들어 살아간다. <함께 있을 수 있다면>의 주연들도 마찬가지다. 남들과 다른 힘든 삶을 살아 왔고, 서로를 만나 가족처럼 지낸다.

 

 

설정은 익숙하다. 여러 작품과 드라마에서 다뤄왔던 소재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품 속의 인물에 공감하고 치유받는 느낌을 공유하기란 쉽지 않다. 그 쉽지 않은 걸 <함께 있을 수 있다면>이 해내지 말입니다. 따뜻하다. 외로움과 소외감, 그리고 상처때문에 삶이 춥고 헛헛하다면, 안나 가발다의 소설이 위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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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불평등해졌는가 - 30년 세계화가 남긴 빛과 그림자
브랑코 밀라노비치 지음, 서정아 옮김, 장경덕 감수 / 21세기북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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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불평등이 우리 사회의 큰 화두다. 금수저, 흙수저론이니 헬조선이니 하는 유행어 이면에는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조롱과 풍자, 공정한 사회를 향한 갈망이 들어 있다.

 


<왜 우리는 불평등해졌는가>는 경제적 불평등의 원인과 양상을 분석한 책이다. 특히 쿠즈네츠 U자가설을 수정하여 쿠즈네츠 파동이라는 새로운 불평등 곡선을 주장한다. U자가설은 경제 발전 초기엔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지만, 성숙 단계에 이르면 완화된다는 가설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증명되지 않아 이론이 아닌 가설로 남아 있다. 성숙한 발전 단계의 국가에서도 평등한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도 IMF 기준으로 경제적 선진국으로 분류되지만, 각종 조사 결과를 보면 상대적 빈부격차가 증가하고 있다.

 


저자는 쿠즈네츠 파동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경제적 평등은 경향성이 아니라 외적 변수에 의하여 이루어지고 증감을 반복한다고 한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금권을 행사하는 선진국 부유층, 신흥국 중산층은 소득이 증가하지만, 빈곤층은 여전히 소득 증가분이 미미하다고 분석한다.

 


따라서 평등은 경제 발전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 아니라, 사회 정책적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다. 저자는 자본의 균등화, 교육 기회의 평등 등을 통하여 장기적인 안목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도 불평등, 불공정이 사회적 화두라 그런지 저자의 분석과 주장이 허투루 읽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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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해 일한다는 것 - 일의 무게를 덜어 주는 아들러의 조언
기시미 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 을유문화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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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직장인들이 월요병에 시달린다. 출근이 꺼려지고 직장 내 대인관계는 힘에 부친다. 특히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노동 시간으로 1, 2위를 자랑한다. 그만큼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은 많은지라 과도한 스트레스가 쌓이게 된다.

 

 

 

아들러는 어떤 처방을 내릴까. <나를 위해 일한다는 것>은 초장기 베스트셀러 <미움 받을 용기>의 작가 기시미 이치로의 저서다. 이 책도 아들러 개인심리학에 기반하는데, '일', 즉 직장과 업무관계를 중점적으로 이야기한다. 금전적 보상은 '일'을 하는 가장 큰 이유지만, 직업은 그것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직업은 개인과 사회의 연결고리이자 사회적 존재로서의 증명이다. 그래서 실업과 실직이 자존감에 큰 타격을 입힌다. 소외감을 느끼고 자기 가치가 절하되는 비참함을 느낀다.

 

 

직업이 없어도 문제지만 있어도 힘들다. 적성과 다른 업무, 어려운 대인관계는 심각한 스트레스의 원인이 된다. 책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과제의 분리 등 대인관계 고민을 덜어주는 조언을 담고 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야 꿈같은 일이다.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허울좋은 말로 들리지만, 책은 인생 전반에 필요한 지향이나 태도를 말한다고 봐야겠다. 무엇보다 노동의 가치, 경쟁 사회에서 쉽게 폄하되는 경쟁자로서의 가치가 아닌, 인간 본연의 가치를 깨닫게 한다. 익숙해지려면 끊임 업는 노력과 되새김이 필요하겠지만, 삶에서 중요한 것은 방향성이라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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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즈카 오사무 작가는 만화계 명인으로 꼽힌다. 우리나라에선 <우주소년 아톰> 원작자로 유명하지만, 그의 작품 세계는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아톰>부터 <블랙잭>같은 성인 극화까지 다양하다. 특히 만화 <붓다>는 이구동성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싯다르타의 생애를 만화로 그렸는데, 단순한 전기물이 아니라 작가가 문학적으로 재창조한 걸작이다.

 

<우주소년 아톰>과 <블랙잭>

 

 

 

 

 

 

 

 

 

 

 

 

 

 

 

 

 

 

 

 

 

종교는 민감한 소재다. 재창조는 자칫 논란을 일으킨다. 카찬자키스의 <최후의 유혹>이나 주제 사라마구의 <예수복음>처럼, 종교 성인을 문학화하는 작업은 신성 모독(神聖 冒瀆)으로 몰리기 십상이다. 반면 <붓다>는 만화계는 물론 불교계도 인정하는 작품이다. 군대 불교 회당에 비치된 만화책으로 유명하다. 공식적인 전기와는 달리 창작이 가미됐지만, 부처님이 겪었던 인간적 고뇌를 비롯하여 보리수 나무 아래서 깨달은 가르침의 종지를 담은 까닭이다.

 

<최후의 유혹>과 <예수복음>

 

 

 

 

 

 

 

 

 

 

 

 

인도땅 부족 국가들 간의 정치적 역학구도 사이에서 전쟁과 자연재해에 신음하는 백성, 카스트 제도에 핍박받는 천민 계급.  테즈카 오사무는 당시의 참상을 재현한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에서 싯다르타가 카빌라바스투 왕자로 태어난다. 브라흐마(梵天)의 인도 하에 처참한 현실을 목격하고, 왕자라는 굴레를 벗고 수행자가 되어 깨달은 자 "붓다"로 거듭난다.

 

<인도, 신화로 말하다>와 <처음 읽는 인도사>

 

 

 

 

 

 

 

 

 

 

붓다는 인간이 처한 근본 문제를 고민했다. "죽음은 피할 수 없는가?", "왜 끊임 없이 고통을 겪어야 하는가?", "그 원인은 무엇인가?", "그렇다면 고통을 없애는 법은 무엇인가?" 생노병사로 인한 갖은 감정의 소용돌이, 고통을 직시하고 근원을 파헤친다. 삶과 죽음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연기법을 설파한다. 고통의 원인은 무엇인가. 사성제를 말씀한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팔정도다. 

 

<불교, 이웃종교로 읽다>와 <불교를 철학하다>

 

 

 

 

 

 

 

 

 

 

 

만화 <붓다>는 독자를 가르치지 않는다. 연기법, 사성제, 팔정도라는 불교 용어를 직접 설명하지 않는다. 싯다르타가 붓다로 거듭난 이후에도 처참한 현실에 가슴 아파하고, 멸망한 카빌라바스투 왕국과 노예로 전락한 가족과 석가족 무리를 보며 신음한다. 공자가 안연을 잃고 "하늘이 나를 버리셨구나" 하였듯, 제자가 곤경에 빠지고 요절할 때면 눈물을 흘린다. 데즈카 오사무는 교조의 옷을 벗기고 인간 싯다르타를 되살린다. 진흙탕에서 핀 연꽃처럼 붓다의 여정이 더욱 아름답다. 사상의 고갱이가 마음으로 와 닿는다.

 

 <인간 붓다>와 <붓다, 나를 흔들다>

 

 

 

 

 

 

 

 

 

 

 

 

 

 

<붓다>가 명인 테즈카 오사무 작가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이유다. 만화임에도 웬만한 불교 입문서보다 인정받는 작품이다. 붓다는 방황하는 현대인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기원전 오백 년대를 살았지만, 가르침은 여전히 깨달음을 준다. 부처가 고민했던 삶과 죽음, 고통같은 근본적 물음은 인류가 종속하는 이상 계속되는 탓이다. 

 

<철학, 죽음을 말하다>와 <죽음의 수용소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서>

 

  

 

 

 

 

 

 

 

 

 

 

 

만화 <붓다>는 일본에서 2천만 부라는 경이적인 판매고를 올렸고, 우리나라 만화 마니아에게도 명작으로 손꼽힌다. 근래엔 극장 애니메이션 2부작으로 제작되었다. 붓다가 걸어간 위대한 여정에 동참해 보면 어떨까. 만화의 매력에 푹 빠졌다 나오는 순간 어느새 한층 성장한 스스로를 되돌아 보게 된다.

 

<붓다 : 위대한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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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는 왜 불평등을 낳았나 - 누구도 말하지 않았던 자본주의의 진실
미즈노 가즈오 지음, 이용택 옮김 / 더난출판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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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는 왜 불평등을 낳았나>는 경제적 불평등의 원인으로 주식회사 모델을 조명한다. 주식회사가 성장하게 된 배경과 현주소를 통해, 불평등이 발생하는 이유를 알아본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20세기 후반 이후 기업, 특히 주식회사의 자기자본이익률은 증가한 반면, 노동자의 실질임금은 지속적으로 하락세였다. 과거엔 기업 이윤이 늘어나면 임금도 상승하였다. 정부는 인플레이션과 저축률 유지를 위해 이자율을 같은 방향으로 유도했다. 즉, 주가와 이자율, 임금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사조가 퍼지면서 주식회사는 자본의 자기증식을 위해 내부 유보금을 늘리고 원가 절감 차원에서 임금 삭감과 하청으로 인건비를 줄였다. 기업은 돈을 벌지만 노동자의 소득은 늘어나지 않고, 정부는 기업 이윤 증가를 위해서 금리를 낮췄다. 낙수 효과 이론은 꺠졌고, 기업, 주주와 일반 저축 노동자 사이에 부의 불평등이 심화되었다. 주식회사가 사회적 양극화의 원인 중 하나가 된 것이다. 



근대 중상주의의 사상적 기반이 되었던 코페르니쿠스적 사고방식은 한계를 맞이했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닐 뿐더러 우주는 무한하다는 패러다임은  '더 빠르게, 더 멀리, 더 합리적으로'같은 근대 사회의 금과옥조를 낳았다. 그러나 IT 혁명과 세계화로 인해 팽창 위주의 근대식 경제 성장을 할 수 있는 토양이 사라졌다. 그동안 경제 성장의 기초가 되었던 기술 혁신, 노동과 자본같은 요소들은 더 이상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꿀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저자는 '더 빠르게, 더 멀리, 더 합리적으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더 여유롭게, 더 가까이, 더 관용적으로'로 바꾸기를 권한다. <주식회사는 왜 불평등을 낳았나>는 다양한 담론을 제기한다. 주식회사 형태의 한계점, 주식회사의 역사적 연원과 성장 배경, 그리고 세계화와 전자 금융 시대를 맞이한 국가의 현주소와 바람직한 역할을 탐구한다. 다양한 거시, 금융 경제학 주제를 논의하는 만큼 경제 원론을 공부한 독자라면 저자의 문제 의식과 설명이 더욱 와 닿겠다. 아니라도 경제에 관심이 있다면 두 번, 세 번 읽고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 사이에 경제 원론 수준의 거시 경제 안목이 길러질 것이다. 무엇보다 주식회사를 통해 부의 양극화와 세계 경제의 문제점을 지적한 저자의 안목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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