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기술
유시민 지음, 정훈이 그림 / 생각의길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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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에세이로 마음 편하게 읽기에는 좋다.

제대로 된 표현의 기술을 공부하겠다고 덤비면 사실상 내용이 없다.

정훈이의 만화는, 슴슴한 글에 고명으로 잘 얹었다.

앞 부분에 글을 쓰는 이유가 네 가지라고 밝힌다.

1.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고

2. 의미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미학적 열정

3. 역사에 무엇인가 남기려는 충동

4. 정치적인 목적

하나를 빠뜨리셨다.

나는 거의 이 때문에 글(낙서)을 쓴다.

내 안에 있는 어떤 균이 널리 전염하기를 바라는 목적.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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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제7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김금희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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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희와 최정화의 이야기가 무척 재미있었다.
기준영의 소설은 처음 읽었는데 아주 우아하고 근사했다.
김솔은 너무 어렵다.
장강명은 조금 그렇다.
지난 번 제기한 문제를 또 언급한다.
첫 문장을 "00가 00한 것은 00(시간, 장소)였다."는 식으로 쓰는 일.
이 책에 일곱 개의 소설을 실었는데 네 편의 첫 문장이 그렇다.
영화의 씬이 시작할 때 마스터 쇼트를 넣는 것과 비슷한 기법일 수 있겠으나,
조금 이상하다.
그리고
'자신이 뭣 때문에 여기 와서 점심을 먹고 있는지 완전히 이해했다.
너무 완전해서 마치 하나의 구(球)같은 이해였다.
요리조리 뜯어봐봤자 절대 다른 모양이 되지 않는,
너무 완전해서 그걸 몰랐던 좀 전이 먼 과거처럼 느껴지는 이해였다."
이런 식의 표현은 그냥 하루키 씨만 쓰라고 내버려 두었으면 좋겠다.
김금희에서 발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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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마음산책 짧은 소설
이기호 지음, 박선경 그림 / 마음산책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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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짧은 소설들을 모았다.
이런 종류의 글을 부르는 이름이 있는지 모르겠다.
한 때 '손바닥 장'을 써서 장편소설이라 부르기도 한 듯하다.
어떤 이야기는 훌륭하고 어떤 이야기는 그렇지 않았다.
이기호를 좋아하는 편이어서 훌륭하지 않은 이야기들도 애정을 가지고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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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짝도 못 하고 서 있기
데이비드 세다리스 지음, 조동섭 옮김 / 학고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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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다리스의 전작들을 모두 좋아했다.
이번 작은 조금 지루했다.
작가가 변한 거 같지는 않고, 내가 조금 변한 거 같다.
나는 한결같지 않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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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허벅지 다나베 세이코 에세이 선집 1
다나베 세이코 지음, 조찬희 옮김 / 바다출판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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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여자를 알게 되었을 때 가장 깜짝 놀랐던 게 뭐예요? 가르쳐 주세요."

나는 졸라 댔다.

"그럽시다."

  기타노 씨는 장확성을 기하기 위해 다시 심각하게 고심한 뒤 대답했다.

"허벅지였습니다."

"허벅지?"

"아, 여자의 허벅지가 이렇게 굵은 것이로구나. 처음에 깜짝 노라랐습니다. 굵고 하얬어요."

"그건 그러니까, 어느 정도 나이가 있고 비만인 여자를 만나셨다는?"

"아니, 날씬한 아가씨였는데 밖에서 만나 보면 바로 옆에서 봐도 잘 모릅니다. 다리를 들어 올렸을 때 정면에서 봤는데 어찌나 굵고 하얗던지......"

  나는 그 후 열심히 생각해 봤지만, 아무리 상상해도 어떤 그림인지 도무지 명확하지가 않았다. 한편 내가 남성의 몸을 처음 보고 놀랐던 건

"그...... 흔들리는 것이었어요. 그도 그럴 것이 여자 몸에는 흔들리는 부분이 없잖아요."

"이런 바보, 그게 숙녀가 할 말입니까?"

  결국 옛날 사람 기타노 씨한테 혼나고 말았다.

 

서점에 들렀다가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일부를 옮겼다.

누구나 그렇듯(?) 나도 야한 것을 무척 좋아한다.

어쩌면 인생은 끈임 없이 야한 것을 찾아 헤매는 과정일지 모른다.

내가 평생 찾아낸 야한 것들은, 대부분 나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이 책을 읽고 이유를 알았다.

야한 것들은 대부분 끈적하다.

끈적함을 사랑할 수 있을까.

끈적한 것들은 한순간 해갈은 되어도 사랑을 주지 않았다.

내가 평생 찾아 헤맨 '야함'은 사랑할 만한 '야함'이었지만,

너무 귀해서 내 눈에 띄지 않았다.

 

다나베 세이코 씨가 40대에(1970년대) 잡지에 기고한 글들을 모은 책이다.

중년의 작가가 중년의 남자 이웃(가모카 아저씨)과 펼치는,

야하지만 사랑스러운, 만담으로 읽었다.

너무 좋아서 아끼며 읽었다.

발췌한 부분은 이 책의 성격을 가늠하기에 맞춤할 듯 싶어서 골랐다.

야하면서 뽀송뽀송하다.

사랑스럽다.

 

행운인 것이, '사랑스러운 야함'을 만났다.

슬픈 것이, 내겐 그것이 부족했다.

 

남수단의 저항 시인 살람 잉게잉게의 '그때 그 방향' 중 일부를 옮긴다.

"그리움이 고될 때

 보고싶다

 내가 깨문 그때 그 허벅지

 깜짝 놀라던 그때 그 사람

 문득 회가 먹고 싶어 전화했는데

 안 받네"

허벅지가 조국을 상징한다고들 하는데,

나는 그렇게 안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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