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가 X에게 - 편지로 씌어진 소설
존 버거 지음, 김현우 옮김 / 열화당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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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이 추구하는 바는 '논픽션같음'이다.

아주 오랜 시간 이야기꾼들은 그에 대한 수많은 노하우들을 만들고 전수했다.

드디어 이 작품에 이른다. 존 버거가 썼다. A가 X에게. 

멋진 말로 이 작품을 찬양하고 싶지만 말주변이 부족하다. 속상하다

어느 작가의 수필집을 통해 이 책을 알았다.

뒤늦게 그 작가에게 별을 하나 더 드린다.

지하철, 감격스런 부분이 하도 많아 여러 번 한숨을 쉬다가

135쪽에서 울컥하여 잠시 고개를 쳐들었다.

맞은 편의 젊은 여자가 다가왔다.

내게 가벼운 목례를 하고는 바닥을 향하고 있는 책 표지를 살짝 들추었다.

나는 당황했지만 그녀의 목적을 알 듯하여 양해했다. 

목적 달성한 그녀는 다시 목례를 하고 제자리로 가 앉았다.

주변의 몇몇이 그녀와 나를 번갈아 보았다.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수첩을 꺼내 메모를 했다.

책 제목일 터이다.

조만간 그녀도 이 책을 읽겠지.

나처럼 감동한다 해도 다시 만날 순 없겠지.

이내 전동차 문이 열리고 그녀는 내렸다.

나는 안 내렸다.

이 글을 쓰는 동안 구글링을 해 보았다.

이 책에 관한 리뷰들이 여럿 있었다.

서너 개의 글을 읽다가 발견했다.

지하철, 맞은 편에 앉은 남자가 책을 읽으며 울먹울먹 하고 있었다.

어떤 책인지 궁금했다.

저기요, 하고 말을 걸지

조용히 다가가 책 제목만 살짝 들출지 고민했다.

둘 다 비슷한 양의 큰 용기가 필요했다.

말을 걸러 다가갔다가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바닥을 향한 책 표지를 들추어 살폈다.

남자는 당황한 듯했고, 나는 실례를 범한 처지여서 안절부절했다.

그가 내게 미소를 건넸다.

용서를 받은 듯하여 나도 웃으며 눈인사했다.

약수역, 내리려고 문 앞에 다가섰다.

그도 내리는지 얼핏 살폈다.

그대로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결혼 했겠지.

아쉽지 않았다.

로 시작하는 글이었다.

책은 재미가 없었던 모양이다.

약수역이었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미소를 건냈다고? 내가?

 

이 모두가 거짓말이지만,

별 다섯을 준 마음은 거짓이 아니다.

이 책도 모두 꾸며낸 이야기이지만,

거장이 보여준 세계관, 인간관은 꾸며낸 것이 아니다.

이후로 연달아 그의 작품을 몇 읽어서 알았다.

 

135쪽에 이렇게 썼다.

연애시! 그건 길게 지켜온 순결함이 상상력에 주는 것이겠죠!

재킷에서 단추를 떼어냈어요.

당신의

아세틸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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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4-03-02 0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리뷰 재미있네요. ㅋㅋㅋ.

조르그 2014-03-04 08:5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