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없는 과학기술자들 - 적정기술과 지속가능한 세상
이경선 지음, 국경없는과학기술자회 기획 / 뜨인돌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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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없는 의사회는 여러번 들어보았었지만, 국경없는 과학 기술자회는 처음 들어보았습니다. 그러나 몇 년 전 딸이 착한 디자인이나 적정 기술에 대해 이야기 해주는 것을 듣고 신기한 마음에 조금 관심을 가져보았었지요. 라이프 스트로우나 큐 드럼 같은 것을 보고 무척 감동했었습니다. 현대를 살아가면서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분야에서 그들의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디자인을 하고 발명을 하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에 정말 큰 감동을 했습니다.


<인간 동력 , 당신이 에너지다>라는 책에서는 펀에너지의 예로 플레이 펌프가 소개 된 적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듯이 빙빙이를 타면서 신나게 놀면 그 동력으로 물이 끌어올려져서 깨끗한 지하수를 마실 수 있게 되다니, 얼마나 혁신적입니까.....만은.. 이 책, <국경없는 과학 기술자들>이라는 책을 읽다가 그건 저의 거만한 마음에서 비롯되었던 것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실제로 한때 지구촌 적정기술의 아이콘으로 주목 받았던 플레이 펌프는 현지 상황을 외면한 설계로인해 한계를 금새 드러내어 현재는 대부분 고장 난 채 버려져 있다고 합니다. <자원봉사도 고민이 필요해>라는 책에서는 좋은 뜻에서 제공한 어떤 봉사, 혹은 제공은 다른 곳에서 피해자를 만들 수도 있으며, 도리어 제공받는자의 의욕을 꺾을 수도 있다며 조심스럽게 이야기 했었는데요.

이 책에서도 그런 부분들이 언급됩니다.


이렇게 멋진 것을 만들어서 당신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니 기쁜 마음으로 사용하시길 바랍니다... 라고 하지만, 그들의 현실이나 관습에 맞지 않는 것이라면 외면받을 뿐이고, 더군다나 우리에겐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물품이라도 저들에게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하지 않고 지원한다면 거드름을 피우며 옛다 이렇게 좋은거 처음보지? 그러니 기꺼운 마음으로 쓰도록 하여라... 하는 식밖에 되지 않는 것입니다. 자꾸만 빵을 공급해주면 빵을 만들어 볼 생각을 하지 않게 되는 것 같은, 노력의 의지를 꺾을 수도 있는 것이고, 때로는 교육이 필요한 곳에 가서 교육을 하고 계몽을 하는 것이 그 마을의 인재를 외부로 나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게 하는 그런 결과를 낳게도 합니다. 그러니 어떤 것을 어떻게 제공하여야 하는지...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적정기술이라는 것이 과연 누구에게 적정한 것인가는 건 온전히 그 제공받을 자의 모카신을 신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노력이지요.

책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적정기술에서 일방적인 태도는 절대 금물이라고. 사탕수수 즙을 짜서 먹지 않고 씹어서 단물을 빨아먹는 사람들에게 사탕수수짜는 기계를 '준다'고 생각하면 안된다는 것이지요. 그들이 왜 사탕수수를 씹어서 먹는가, 짜 먹는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 가.. 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의 입장이 되어 조금씩 접근해 나가야 한다고요.


그러니 국경없는 과학 기술자들은 열심히 노력합니다. 자신만의 만족이 되지 않기 위해, 정말로 지역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만들고, 그들에게 전하기 위해. 물론, 실적 위주의, 보여주기식의 일을 하느라 깊이가 모자란 우물을 파기도 했던 씁쓸한 과거 일들도 있었지만, 그런 일들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더욱 깊은 우물을 팝니다. 앝은 우물로 인해 비소중독이 일어난다면, 실적을 위해 살인자가 되는 것과 다를게 없으니까요.


국경없는 과학기술자들이 활동하는 분야는 무척 다양했습니다. 물, 에너지, 주거, 산업, 자연개발, 교육에 이르기까지 많은 부분에서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지역도 전세계,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전역에서 활동하고 있었는데요. 어쩐지 적정기술을 이야기 할때면 아프리카를 자꾸 떠올리게 되지만, 적정기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사실 전 세계에 존재합니다.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들도 훌륭한 분들이지만, 이렇게 우리가 미쳐 생각하지 못하는 곳에서 지구촌 사람들의 생활을 생각하며 수고하고 연구하시는 분들 역시 그들 못지 않게 훌륭하다고 생각하며 마음속으로 감동을 받았습니다.


만약 이 책을 읽으신다면, 앞쪽의 힘든 부분을 조금 참아주셨음 좋겠습니다. 과학자들의 글 모음집 같은 책이어서.. 앞부분에는 흔히사용하지 않는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시는 분의 글이 실려있거든요. 쉬운 말로 쓸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신 이유는 무지한 저에게 어휘를 늘려주기 위함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하마터먼 초반에 포기 할 뻔 하였으니, 저처럼 고비를 겪을 독자님이 있다면, 조금만 참고 끝까지 읽어 달라고 하고 싶습니다.

이 책은 참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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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일
히라야마 유메아키 지음, 윤덕주 옮김 / 스튜디오본프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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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공포 소설을 즐기는 저라고 해도 이건 아니지 싶었습니다. 뒷맛이 좋지 않은 소설을 이야미스라고 한다고 하는데요. 이건... 첫맛부터 나쁘니 무슨 소설이라고 해야할까요?


<타인사 - 남의 일>이라는 책은 히라야마 유메아키의 단편집입니다. 첫 번째 이야기부터 끔찍한 상상이 몰려와 저를 괴롭힙니다. 일일이 기억을 되새기며 이곳에 옮기고 싶지 않습니다. 어째서 이웃님들이 몸서리쳤는지 알 것 같습니다. 잔인한 상상을 묘사하여 글로 옮긴 저자의 상상력과 필력에 놀라울 따름입니다. 이토 준지의 만화도 두려워하지 않는 저이지만, 스티븐 킹의 소설도 긴장하며 읽어내는 저이지만, 이 책 만큼은 한 번에 읽을 수 없었습니다. 읽다보면 자꾸만 밀려오는 졸음이 저를 이 고통에서 피하게 하려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졸릴 만큼 지루하기는 커녕 선혈이 낭자하고 피비린내가 사방에서 진동하는 것도 모자라 육질이 썩어나가는 냄새가 나 속이 메슥거리는데도 계속되는 졸음이 저를 이 책에서 멀어지게 했습니다. 하지만, 잠들었다가는 이 책 속에 같혀버릴 것 같은 두려움이 책을 정복하거나 포기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끝까지 읽어 정복해버려야했습니다.


마지막에 책을 덮을 때는 안심이 된다기 보다는, 출판사에서 편집의 순서를 잘 못 하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반의 잔인함과 피비린내로 독자를 잡아 놓을 셈이었던 모양인데, 그것은 오히려 독자를 처음부터 포기하게 만들었습니다. 심지어 다른 이에게도 이 책을 읽지말라고 말리게 하는 결과를 낳았으니 제목은 타인사이지만, 실제로는 남을 걱정하는 마음이 있는 독자의 성향이 출판의 흥행을 막았나봅니다. 제가 구입한 책은 아름다운 가게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인...  기증받아 판매하고 있던 책이이었는데, 그 때 이 책이 무척 잔인하다는 언질과 함께 걱정스러운 얼굴로 쳐다보는 자원봉사자님의 따뜻한 마음씨를 받아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으면서는 정말 남의 일이라고 저래도 되는건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 세상은 어둡고 잔인하면서도 따뜻하고 행복한 곳인가봅니다. 무언가 아이러니하지만, 이런 면도 있고, 저런 면도 있으니 세상이 굴러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아까 편집이 잘 못 된 것 같다고 이야기 했는데요. 책의 후반부는 그렇게까지 잔혹하지 않습니다. 앞쪽의 잔인함에 길들여진 것이 아니냐고 하실 수도 있겠는데요. 혹시 그런건 아닐까...하여 잠시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만, 그렇지 않습니다. 뒤쪽의 단편들은 여타 다른 공포소설에서 느낄 수 있었던 정도의 절제된 공포였습니다. ​앞쪽의 단편들이 슬래셔라면 뒤쪽의 단편들은 공포 스릴러쯤 될 것 같습니다. 잔인함과 폭력성으로 독자를 잡기 위해 슬래셔를 전진배치 한것은 일부 매니아층에게는 먹혔을 지 모르지만, 무언가 대중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의 공포감에서는 지나쳤던 것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만일 뒤쪽의 단편들을 앞으로 두었다면 어땠을까요. 사람들은 서서히 자신도 모르는 새에 피 빛으로 젖어들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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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어지면 전화해
이용덕 지음, 양윤옥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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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해서 오해 했습니다. 검은 표지, 자극적인 제목... 게다가 책을 권해 주신 분이 미스터리를 즐기는 카페 몽실의 주인장이시니 이 책은 당연히 미스터리일 것이라고 오해했지요. 그러나 미스터리가 아니었습니다. 분명 띠지에 높은 문학성, 문예상 수상작이라고 쓰여있음에도 불구하고 미스터리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으니 잘 못 된 표를 들고 열차를 탄 셈입니다.


저는 재수를 해 본적이 없습니다만...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하기 까지- 정확하게는 입학 시험을 볼 때까지 공백기가 있었습니다. 지방대 출신인 제가 서울의 유명대 대학원에 진학하기 위해 공부한다는 것은 타인의 눈에는 핑계를 만들어 둔 백수처럼 보였을 겁니다. 저 자신도 과연 이렇게 해서 대학원에 진학 할 수 있는 걸까...하는 의문을 가졌었구요. 공부하는 중에도 불안감이 함께했습니다. 아르바이트하고 공부하고, 그렇게 둘만 열심히 한 것이 아니라 역시 젊을때이니 연애도 하고, 개봉관을 찾아다니며 영화도 열심히 보곤했습니다. 그런 순간 순간의 휴식마저도 불안하고 약간의 죄의식도 생기던 그런 때였지요. 소설 속에서 유명대를 목표로 하는 삼수생 도쿠야마도 아마 그런 기분이었을 겁니다. 공허함과 불안함, 어깨를 누르는 무게감이 느껴지는 현실을 벗어나 가벼운 마음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이 공존하고 있는 그 때, 동료들과 함께 단란주점에 놀러가게 되고, 그곳의 넘버원인 하쓰미와 동석하게 됩니다. 하쓰미는 도쿠야마에게 '힘들거나 죽고 싶어지면 전화해주세요. 언제든지.'라는 메시지와 함께 자신의 전화번호를 건넵니다. 처음엔 찜찜해 하던 도쿠야마였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하쓰미에게 빠져들게 되어 그녀의 마력에 갇혀버립니다. 둘은 동거를 시작하는데, 그녀의 취미는 참으로 독특합니다. 살인, 엽기, 고문, 학살 등에 대한 오타쿠적인 지식 뿐만 아니라 잔혹한 세계사에도 심취해 있는 그녀는 피튀기는 이야기를 하면서 섹스하는 것을 즐깁니다. 그런 일들에 거부감을 느끼는 도쿠야마도 어쩐지 점점 익숙해지고, 함께 물들어 갑니다. 마음으로는 거부하지만 육체는 따라간다고나 할까요. 제 입장에서는 그런 장면들이 무척 불쾌했습니다. 잔인함을 곁들인 섹스가 불쾌하다기 보다는, 성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책을 좋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불쾌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제 개인적 취향이기 때문에 이 책 자체를 탓할 것은 못되지요. 애초에 오해하고 펴 든 소설인데요. 뭐.


도쿠야마는 아름다우면서도 어두운, 그녀에게 흠뻑 빠져버렸습니다. 마녀와 같은 매력의 소유자. 그녀는 하고픈 말을 거침없이 하는 타입이었는데요. 그것이 막무가내 주점아가씨 같이 우겨대는 것이 아니라 논리적이면서도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그녀의 모습이 어둠의 여왕님 같았습니다. 하지만 사실 성적 취향으로 따지자면 여왕님은 커녕 사디스트 쪽에 가깝지요. 그녀의 그런 변화로운 모습은 도쿠야마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칩니다. 네트워크 마케팅의 사업설명회에 가서도 지지 않고 딱 부러지게 이야기하는 그녀. 무언가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못했던 도쿠야마는 지인들에게 거침없이 이야기 하게 되고, 결국은 무리에서 점점 고립되어 친구라고는 한명도 없이 일마저 그만두고 이른바 기둥서방 같은 꼴이 되어버립니다. 말로는 학업에 전념하기 위해서라고는 했지만요.


방해하는 사람도 없고, 사랑스런 그녀와 함께 있으니 이야기는 점점 행복해져야 하는데, 어째서인지 정신상태는 점점 어두워지는 것 같습니다. 근묵자흑, 근주자적인가요.


사람은 누구나 암흑기라는 걸 거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게 없는 사람이라면 좀 부럽기도 하지만, 밋밋하겠다...참 연약하겠네.. 싶은 생각도 듭니다. 그 암흑기라는게 10대때 올 수도 있고, 중년, 혹은 노년에 올 수도 있겠지요. 그 깊이나 무게 같은 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힘듭니다. 지나고나면 잘못된 선택이라는 걸 깨닫지만, 그 시기를 보내지 못하는 사람들도 참 많습니다.

이 소설에서의 도쿠야마는 그런 암흑기에 들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미 회색빛이었던 그를 검은 색의 하쓰미가 부드럽게 끌어내리고 있었던 것 뿐이지요.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어둠에 삼켜져 사다리도 없는 그 공간에서 헤어나오려 허우적거릴까요. 그렇지 않으면 어둠을 버리고 밝은 곳으로 나와 다시 회색과 하늘색으로 살아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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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 없는 한밤에 밀리언셀러 클럽 142
스티븐 킹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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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 없는 한밤중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큰일 날 뻔 했으나, 다행히 팔월 대보름이 며칠 지나지 않은지라 아직은 하늘에 별 뿐만 아니라 달까지 환하게 떠있어서 다행입니다. 그러나, 이 책의 첫번째 작품인 '1922'를 읽을 때는 제주에 호우주의보가 내렸던 때라 폭우가 삼켜버린 어둠속에서 방에 불을 켜놓고 혼자 누워 책을 읽고 말았습니다. 그랬더니 네브래스카 주 헤밍퍼드홈의 40만 제곱미터의 토지가 어두움으로 물들어 황폐해지는 것을 더욱 끈적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폭우에 바닥마저 끈적끈적한데, 주인공의 침대 시트는 아내의 피로 끈적해졌습니다. 장인이 물려준 땅과 농장을 패링턴 사에 팔고서 도시로 가서 차도녀로 살고 싶은 아내를 설득하지 못하자 어리석은 남자들이 그러하듯 폭력으로 해결하려 했습니다. 심지어 자신의 아들을 공범으로 만들어 아내 살해에 가담케 하고, 죽은 아내를 우물에 던져 넣습니다. 이제 땅을 팔자는 아내도 없으니 자신이 원했듯이 변함없는 생활을 해야하는데, 아내가 죽은 시점에서 이미 그전과 같은 삶이란 없는 것이었다는 걸 이 남자는 깨닫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공범이 되어버린 아들은 온전 했을까요.

아내를 살해하는 장면에 대한 묘사는 정말 끔찍했습니다. 피비린내가 확 풍겨오는 듯 했지만, 몸서리치며 책에서 눈을 떼니 그 비린내는 비비린내였습니다. 쏟아지는 빗줄기에서 느껴지는 눅눅함에 무언가가 기어서 나에게 올 것만 같았습니다. 내가 죽인 벌레들이 조금씩 나에게 다가오는 것 같은 두려움에 온 몸이 간지러워졌습니다.


비오는 날에 이 책을 읽는게 아니었는데..... 후회를 하며 책을 덮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며칠이 지나 밝은 달이 떴습니다. 팔월 대보름의 슈퍼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마음을 의지하기엔 충분했습니다. '빅드라이버'를 읽었습니다. 이런, 달이 떠있다고 안심할게 아니었습니다. 그건 그것대로 괴로운 일이었으니까요. 저는 그 환한 달빛 아래에서 테스의 괴로움을 느껴야만 했으니까요. 테스는 미스터리 작가로 저자 강연회에 다녀오던 중 차량 사고가 나서 정차하게 되고, 그 곳에서 만난 덩치 큰 남자에게 잔인하게 성폭행을 당합니다. 그 남자는 테스가 죽은 줄 알고 내다 버리는데, 그곳엔 여자들의 시체가 여러 구 있었습니다. 가까스로 살아 돌아온 테스. 주간지에 기사가나는 것을 원하지 않았던 그녀는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스스로 복수하기로 합니다.


'공정한 거래'편에서는 인간이 저런 이유에서 원한을 품을 수도 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못난 놈. 자신의 못남을 탓하기 보다는 에고가 강했던지 친구가 너무 잘났기 때문이라고 여기고 그가 점점 괴로움에 빠져드는 것을 즐겼습니다. 타인과 나를 비교하는 사람은 언제까지고 행복할 수 없는 법인데, 그는 거래를 하였으므로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 수 있겠죠? 약속을 지키는 한.


'행복한 결혼생활'이란 정말 어떤 것일까요? 서로에게 맞춰주는것, 한 쪽이 양보하는것... 상대방의 모든 것을 아는 것이 행복할까요. 모르는 것은 그대로 모르는 것이 행복할까요. 배우자의 숨겨둔 비밀을 우연히 알게 된다면 그 비밀의 크기와 상관없이 덮어 둘 수 있을까요? 아니, 우선 그런 것을 덮어 줄 수 있을 만한 사랑이라는 것이 존재할지.. 그걸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아마도 이 소설속의 아내와 같은 행동을... 아니, 저는 못합니다.


이 책의 4가지 복수 이야기는 무척 끔찍합니다. 우연히 만난 사람들이나 뉴스 기사를 통해 상상력을 부풀려 글로 옮기는 스티븐 킹의 능력에는 예전부터 탄복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무서운 상상을 해도 자신이 만든 이야기속에 먹혀버리지 않는 건가...하는 걱정을 하게 만듭니다. 진짜 호러는 귀신이나 괴물, 좀비가 아니라 어쩌면 우리 주변에서 일어 날지도 모르는 사건들에게서 비롯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주위를 둘러봅니다. 문단속도 다시 한 번 합니다. 나에겐, 내 주위에선 그런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면서요. 그리고는 내 주변이 아니라면 괜찮다는건가..하는 생각에 내 자신이 무서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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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델바이스 2015-10-08 0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져

포니 2015-10-08 16:2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종말일기Z : 암흑의 날 밀리언셀러 클럽 141
마넬 로우레이로 지음, 진희경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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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충격적으로 읽었던 마넬 로우레이로의 <종말일기Z>의 후속편 <종말일기Z :암흑의 날>을 읽었습니다. 전편에서 험난한 세상에서 싸우며 살아남은 스페인의 변호사는 고양이 루쿨루스, 우크라이나 조종사 프리첸코, 병원에서 만난 소녀 루시아와 수녀님과 함께 정들었던 병원의 은신처를 벗어나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났습니다. 과연 그들이 안착 할 수 있는 곳이 세상에 존재하기나 할까 걱정되었지만, 결국 그들은 인간들이 살고 있는 곳을 찾아냈습니다.

하지만, 입국 심사는 여의치 않았는데요.

유럽대륙에서 살아남은 그들이 혹시나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건 아닌지 검역하는 절차가 필요했습니다. 거주지 내로 바이러스가 유입되는건 곧 전멸을 의미했기에 그럴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했지만, 남녀로 나뉘어 격리 수용 및 검사를 받는 동안 주인공과 동료들의 스트레스는 이만저만이 아니었겠죠. 어머니처럼 생각하던 수녀님, 그리고 이제는 여자친구가 된 루시아를 걱정하는 '나'의 걱정은 기우가 아니었는데요. 이런 와중에, 아니... 이런 상황이라 더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바실리오라는  여자 검역소 담당자가 이제까지 아프리카계 여자애들에게 했듯이 루시아를 희롱하려다가 당찬 그녀에게 한 대 얻어맞고, 보복 폭행을 하려다 말리는 수녀님을 폭행해 사망 직전에 이르게 만듭니다. 아무리 세기말에다가 인구부족이라 종족 번식의 욕구가 더욱 강해지는 시기라고는 하지만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서 - 말을 듣지 않으면 바이러스 감염자로 몰아 바다로 던져버리겠다 - 강제적으로 정복하려는 것은 옳지 않음에도 이런 일을 벌여오다가 이번 만큼은 윗사람들이 주목하는 사람의 동료를 건드렸다는 위기감에 수녀를 폭행한 것은 프리첸코라고 누명을 씌웁니다.


이번 편에서도 좀비와 싸웁니다. 안전지대로 들어가기 전 까지는 좀비의 추격을 피해 정말 숨막히는 도주를 하는데요. 누가 좀비가 계단 올라오기 힘들다고 했던가.. 이것들은 계단을 통해 올라오며 무섭게 추격해옵니다. 검역소에서의 일들을 거치고 거주지로 들어갔다고해서 안심할 노릇은 아니었습니다. '나'는 변호사인데!!! 군대에 편성됩니다. 이제까지 상상도 못할 일들을 거쳐왔다는 이유였죠. 수녀님은 깨어나지 못한채 병원에 입원하고, 루시아는 간호사가 되어 병원에 출퇴근합니다.

지난 번 책의 싸움은 좀비와의 싸움, 자기자신과의 싸움이 주였다면, 이번의 적은 인간들 그 자체였습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했습니다. 정말로 사회적 동물이라고만 했지 하나로 뭉쳐 대동단결하는 사회적 동물은 아닌다 봅니다. 모두가 힘을 합쳐 좀비로부터 살아남고, 생존에 필요한 생산활동을 하는데에 신경을 써도 모자랄 것 같은 상황인데, 정치적 싸움이라니!!

그 정치 싸움에 그나마 얼마 남지 않은 인류가 남아나지 않습니다. 이러다가는 아주 좀비에게 모든 것을 내어 줄 것 같습니다. 결국 세상의 모든 질병이나 범죄에다가 좀비 사태가 얹혀져 있었을 뿐, 권력 싸움은 여전하다니.. 한심하기도하고 짜증나기도 했습니다.

도대체 이 세상은 어떻게 되는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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