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손님들 마티니클럽 2
테스 게리첸 지음, 박지민 옮김 / 미래지향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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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햇살이 내려앉은 아름다운 호수, 그리고 주변에서 유유자적 살아가는 사람들만 보면 이렇게 평화로운 곳에서 계속 살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호수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기에 함부로 접근해서는 안 되겠죠. <여름 손님들>은 테스 게리첸의 신작으로, 이 호수에 처음 방문한 한 소녀가 실종되면서 본격적인 스토리가 시작됩니다.

 

- 그보다 먼저 과거의 무차별 살인에 대한 에피소드가 등장하지만요.

 

 

겉보기에는 평화로워 보이는 풍경이지만 이 아래에 오래도록 묻혀왔던 과거의 비밀을 끌어올리는 과정 속에서 이 책의 첫인상이 달라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과연 범인은 누구인가를 찾는 추리 소설에 스릴감을 더한 소설이기에 읽는 재미가 제법 좋습니다.

 

 

평범한 독서 모임은 아니야

마티니 클럽의 은밀한 매력

 

<여름 손님들>은 마티니 클럽 시리즈 두 번째 책입니다. 마티니 클럽은 친한 친구들끼리 술 한 잔을 나누며 독서 토론을 하는 모임이기도 하지만, 사건이 터지면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는 매력이 있습니다. 바로 은퇴한 전직 CIA 요원들이기 때문인데요, 평화로운 시골에서 유유자적 살아가려 했음에도 세상은 결코 만만치 않더라고요.

 

 

전작에서는 직접적으로 나서서 노년의 몸으로 액션까지 선보였었다면, 이번에는 주로 탐색과 두뇌 플레이 쪽으로 많이 기울어져있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이들은 시골의 여타 농부들과는 다른 뛰어난 매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곤 합니다.

 

 

매기, 데클란, , 잉그리드는 각자의 개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완전한 팀워크를 선보입니다. 탁월한 분석력의 메기와 이성적인 데클란, 풍부한 현장 경험으로 촉이 좋은 벤, 통찰력이 뛰어난 잉그리드가 함께 하며 사건을 꼼꼼히 분석해나가는데, 그걸 지켜보는 재미가 제법 즐거웠어요.

 

 

실종된 소녀의 무사를 기원하면서 사건을 추적하고 있기에 마티니 클럽은 특유의 예리함을 발휘하는데요, 종종 눈에 띄는 인간적인 면이 있어서 괜히 흐뭇하더라고요. 역시 마티니 클럽 시리즈는 앞으로 계속 나와주어야 할 거 같아요.

 

 

고요한 호수, 그 심연에서 잠긴 진실

 

아름답고 고요한 호숫가의 별장 문뷰. 에단은 수잔과 결혼하여 코노버 가문의 별장으로 조이와 함께 머물기로 합니다. 에단은 조이가 의붓딸이지만 수잔을 사랑하는 만큼 아끼고 있습니다. 수영을 무척 좋아하는 십 대 소녀 조이는 마음껏 놀 수 있는 호수를 보고 행복해했습니다. 하지만 아주 작은 흔적만을 남기고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잔잔했던 호수에 파문이 일듯, 퓨리티가 이 사건으로 인해 무척 시끄러워졌습니다. 그런데 손녀와 농장에서 함께 놀던 조이를 문뷰로 데려다주었던 루터가 갑자기 용의자로 지목됩니다. 벤에서 조이의 혈흔이 발견되었다는 이유였는데요, 루터는 별장으로 소녀를 데려다준 후 바로 돌아왔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실은 타인에게 말하기 힘든 개인적인 비밀 때문에 자신의 행적을 제대로 밝히지 못했던 건데요, 이로 인해 알리바이가 어긋나면서 의심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루터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알고 있는 매기는 루터의 무죄를 확신하고 마티니 클럽 멤버들과 함께 그를 돕기 위한 작전을 펼칩니다.

 

 

이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퓨리티 마음에 오랫동안 잠들어있었던 충격적인 비밀들이 하나둘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한 소녀의 실종 사건이라고 여겼던 것이 실은 복잡한 문제와 얽혀있었던 건데, 이를 자연스레 끌어가는 작가의 힘이 참 대단하다 생각했습니다.

 

 

루터의 결백을 입증하려는 마티니 클럽의 노력도 그렇지만, 조 티보듀 경찰서장 대행이 이 사건을 풀어나가는 방식도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테스 게리첸의 <여름 손님들>은 책을 덮을 때까지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즐거운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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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함의 습격 - 편리와 효율, 멸균과 풍족의 시대가 우리에게서 앗아간 것들에 관하여
마이클 이스터 지음, 김원진 옮김 / 수오서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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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협찬을 받았습니다.]



마이클 이스터의 <편안함의 습격>은 현대 문명이 가져온 편안함이라는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문명의 발달로 인해 과거에 비해 무척이나 안락한 생활을 하고 있지만 너무나도 익숙해진 탓에 편안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고 살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마트에 가면 여러 단계를 거쳐 직접 조리해야 하는 식재료보다도 간단히 데우거나 그대로 먹을 수 있는 식품들이 넘쳐 난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안락하고 편안한 삶 속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너무나 과도한 편안함은 이는 삶의 질을 올림과 동시에 오히려 인간을 나약하게 만든다고 말합니다. 정신과 신체의 건강을 해치는 위기를 초래하였기에 이제는 편안함의 역설 아니 습격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때라고 합니다. 이 책은 우리가 당연하게 누려왔던 편안함이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 위험성을 경고합니다. 그리고 불편함을 회피하고자 하는 본능을 이겨내고 적극적으로 마주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수렵이나 채집 시대의 인류는 생존을 위해 매일 겪어야만 했던 여러 가지 불편과 고통 속에서 더욱 강한 존재로 성장해나갔습니다.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하면 굶어야 했고, 딱딱한 잠자리에 몸을 누이면서 고통스러워하며 모든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신체적, 정신적인 불편함이 인간을 단련시키면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능력을 키우면서 정신적으로도 성장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안락한 삶을 추구하며 아주 작은 고통도 마다하는 탓에 오히려 소소한 문제에도 쉽게 좌절하고 삶의 만족도를 느끼기 힘들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런 경향은 우울감이나 무기력감까지 초래할 수 있는 만큼 <편안함의 습격>에서는 의도적인 불편함을 경험하여 회복 탄력성을 높이라고 말합니다. 성취감을 통해서 자존감을 향상시키고 평소에 당연히 여겼던 것들의 소중함을 온전히 느낌으로서 삶의 만족도를 향상시키는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책은 일반적인 자기계발서처럼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면서 지시하는 식으로 쓰이지 않았습니다. 알래스카 오지에서 정말 힘든 생활을 하면서 불편한 상황에 자신을 노출시키고 경험하며 얻은 이야기를 전합니다. 책을 읽는 동안 저자의 오지 캠프 생활을 함께 느끼며 마치 한 편의 눈부신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오지에서 겪는 일들에 도시에서의 삶 그리고 현대인에게 주어진 편안함에 대한 사례를 읽으며 그동안 저도 모르게 길들여진 안락함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를테면 처음 음식을 만들 때만 해도 속칭 곤로라고 부르던 석유풍로 앞에서 쭈구려 앉아 요리했었는데, 지금은 인덕션이며 에어프라이어, 전자레인지 등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습니다.


저는 그동안 평소 의도적으로 불편함을 선택해왔다고 생각했습니다. 예를 들어 대중교통 연결이 편리한 곳을 다녀올 때도 일부러 한두 정거장 먼저 내려 걷는 것을 선택하거나, 간편한 인스턴트 음식 대신 직접 재료를 손질하고 조리하는 수고로움을 감수하는 것들입니다. 가끔은 이렇게 시간을 보내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자리에 누워서 뒹굴뒹굴하며 인생의 낭비라는 SNS를 탐닉하는 것보다 나은 거 같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이런 행동이 제 몸의 대사를 활발하게 하며 영양 가치가 높은 음식을 마련하게 되는 거니까 편의를 소모하여 건강에 보탬이 되었다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솔직히 <편안함의 습격>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의도적인 불편함이 제게 큰 도움이 된다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저희 행동이 여기에서 말하는 불편함을 통한 성장과 맞닿아 있음을 깨닫고 살짝 기뻤습니다.


책에서 다루는 주제는 다소 깊이가 있기는 하지만 저자의 글 솜씨가 좋아서 술술 읽기 좋았습니다.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는 도서이기는 하나 스토리텔링이 무척 좋기 때문에 에세이를 읽듯이 함께 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자연스럽게 읽다 보면 그 속에서 느껴지는 것들이 있을 테니까요.



이를테면, 현대인이 비만을 걱정하게 된 주요 원인 중 두 가지는 편리한 음식을 쉽게 구할 수 있는 환경, 그리고 많이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생활이라는 점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라는 것 말이죠. 다이어트는 배고픔을 견디고 먹고 싶은 걸 절제하면서 힘든 운동을 해야 하는, 그야말로 '불편함' 덩어리입니다.


편안함을 추구하는 본능을 제어하고 인내심을 기르면서 신체와 정신적인 한계를 느끼면서 자신이 추구하는 목표에 다가가야 합니다. 다이어트를 마치고 요요를 겪는 건 불편함을 이겨낸 자신이 다시 편안함을 추구하는 생활 패턴으로 돌아가게 되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기억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편안함의 습격>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한 번쯤 스스로를 돌아볼 기회를 갖게 하는 좋은 도서입니다. 본능적으로 찾아왔던 편안함이 정신과 신체를 나약하게 만들 수 있다는 내용에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물론 수렵채집 때와 같은 정도로 살아야 좋다는 결론을 낸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불편함을 감수하며 사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약간의 결핍과 불편은 진실한 풍요로움으로 이어지는 길일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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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 1~8 세트 - 전8권 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
채지충 지음, 이신지 옮김 / 들녘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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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은 아주 오래전부터 내려온 동양 철학 사상의 깊이를 간결한 선과 대사로 구성된 만화라는 매체를 통해서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서에요. 동양 고전이라고 하면 한자가 많은 데다가 내용이 심오해서 복잡하고 지루하다는 인식이 있지만, 이 시리즈는 각 권을 간결하고 명확하게 구성함으로써 어떤 독자든지 쉽게 만날 수 있어 좋았어요.

 

21세기에도 동양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

 

그동안 많은 책을 읽어왔던 저이지만 막상 고전이나 철학 분야의 도서를 접하려면 과연 내가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어요. 그래서 마음을 굳게 먹고 일 년에 한 두 권 정도 도전하려고 노력해왔죠. 아무래도 공자, 맹자, 논어 이런 분야는 한자어로 되어 있을거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시작하기 어렵잖아요.

 

그동안 고전 철학과 관련한 도서가 많이 출판되어 왔음에도 몇 살에 읽는~’ 이런 타이틀이 붙어있으니 오히려 손이 가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이번에 들녘 출판사에서 나온 <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을 만난 덕에 쉽게 읽고 좋은 말씀들을 마음에 새길 수 있게 되었어요.

 

그런데 21세기에 왜 굳이 고전을 읽어야 할까, 요즘 세상에 맞지 않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는 분도 계실지도 모르겠어요. 몇 천년 전의 생활과 전혀 다른 곳에서 살아가고 있으니 당연하죠. 하지만 반대로 그때의 사람들은 이러저러한 배경이 있었기에 이렇게 생각했었구나!’하는 새로운 시야를 갖게 될 수 있어요.

 

게다가 이렇게나 시간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사람들은 변하지 않았구나!’하는 부분도 느끼게 되고요. 요즘 세상은 몇 개월 단위로 휙휙 빠르게 바뀌잖아요. 한 가지 플랫폼에 적응했나 싶은 순간 갑자기 새로운 게 나오거나 리뉴얼 되니까 정신이 하나도 없죠. 각종 정보가 마구잡이로 쏟아져 나오는데, 진실과 거짓이 섞여있으니 뭘 믿어야 할지도 모르겠고요.

 

결국 보이는 거만 보다 보니까 편협한 사고방식에 젖어들 수밖에 없어요. 괜히 디지털 디톡스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는 게 아닌 거 같아요. 그런데 고전은 시대를 초월해서 계속 같은 물음을 던져요.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사람들과 화합하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리고 이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서 자신의 태도와 삶이 달라지잖아요.

 

연출된 타인의 삶을 SNS를 통해 보면서 자신과 비교하며, 스스로를 고통에 빠뜨리는 거 한 번쯤 해보셨을 거예요.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삶이나 지나치게 유행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자신 내면에 기준을 두는 게 좋아요. 사실 이렇게 말하는 저도 늘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한 번씩 휘청할 때마다 디지털 디톡스도 하며 다시 본질을 찾으려 노력하죠.

 

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

손에서 잠시 폰을 내려놓고 하루에 몇 페이지씩만 좋은 글을 만나는 것도 인생에 큰 힘이 될 거예요. 이번에 읽은 <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은 각 권의 분량이 많지 않아서 편하게 만나볼 수 있었는데요, 솔직히 말하자면 하루 만에 8권 한비자까지 금세 볼 수 있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한 가지 주제를 읽고 나면 생각할 게 참 많은 거예요. 어렵게 한자나 한자어로만 표기되어 있다면 이렇게까지 사유하지 않았을 거 같아요. 만화라는 형식으로 전하는 동향 철학이기에 시각적으로 받아들이고 이해하기 쉬웠어요. 부드러운 곡선의 그림체가 주는 느낌도 좋아서 차분하게 읽고 느낄 수 있었답니다.

 

<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은 총 8권으로 구성되었는데요, 논어, 맹자, 대학중용, 장자, 노자, 열자, 손자병법, 한비자의 순으로 각각의 소제목을 달고 있어요. 각 권은 200쪽이 안되기에 외출할 때 가방에 쏙 넣고 다니기도 좋답니다. 종이 재질도 매끄럽고 좋으니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음미하며 읽기 좋더라고요.

 

이 책은 중화권에서만 해도 4000만 부 이상 판매된데다가 전 세계 45개 국가에 번역되면서 상상하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아왔다고 해요. 만화로 동양 사상을 쉽게 만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세계적인 인정을 받고 있는데요, 그만큼 소장 가치가 있는 도서죠.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동양 철학 하면 공자, 맹자를 먼저 떠올리잖아요? '()'이나 '()' 이런 거를 특히 강조했다는 건 다들 아실 거예요.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공자는 인간과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중심을 둔 게 아닐까 싶더라고요. 이를테면 부모니까 효도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고 은혜에 보답하면 자신의 마음도 평안해진다는 식이죠.

 

현대 사회처럼 관계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시대라면 공자 님의 가르침이 어떤 조언이 될지 짐작할 수 있을 거예요. 만일 정명론(正名論)에 입각한다면 자신의 자리에 충실하여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거예요. 내가 맡은 역할의 본질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책임감을 갖는 게 우선이라는 거예요.

 

그리고 인()으로서 동료를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상대방 입장에서도 생각을 하는 거죠. <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에서 이런 응용 방법까지 알려주지는 않아요. 하지만 고전 동양 철학을 만나면서 나는 삶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를 스스로 생각하다 보면 내면의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거 같더라고요.

 

저는 노자의 가르침 무위자연(無爲自然)’을 일상에 적용하려고 마음먹었어요. 과도하게 욕심을 부리지 않고, 결과에 지나치게 집착하기 않으며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일에 대해서는 너무 걱정하지 않기로 했어요. 사실 그동안 일하면서 무언가때문에 자존감도 많이 떨어졌고, 화가 나서 아프기도 했거든요.

 

그러니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균형을 중시했던 노자처럼, 문제가 생겼을 때에는 유연하게 대처하고 삶의 균형을 바로잡으려 해요. <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을 읽으며 많은 교훈을 얻었는데요, 이렇게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동양 철학 책이 있다면 또 만나보고 싶어졌어요.

 

그리고 만화라는 매체가 철학을 이토록 쉽게 풀어나가고 전달하는 힘이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책을 많이 읽지 않았던 사람들도 편안하게 접할 수 있는 이런 스타일의 도서가 많이 출간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네요.

 

<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은 공자, 맹자, 논어 이런 사상이 어려울 거 같아서 손대기 두려웠던 분들에게 권하고 싶어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동양 철학의 매력을 담뿍 느끼고, 깊은 사유를 할 수 있었거든요. 정말 좋은 책으로 두고두고 만나야 하는 시리즈니까 관심을 가져보셔도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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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 않고 크는 아이는 없다 - 소아과 진료실에서 차곡차곡 쌓아가는 아이와 나를 위한 씩씩한 다짐들
김지현 지음 / 수오서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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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로 8367일째 육아 중인 엄마입니다.

 

그동안 육아를 하면서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면 전부다 제 탓인 거 같아서 마음을 졸여왔어요. 그게 신체적이건 정신적이건 원인은 다 나 때문이라는 생각에 많이 괴로웠어요. 임신했을 때 잘못했던 거, 키우면서 못해줬던 거, 좀 더 강하게 키우지 않았던 점 등등이 떠올라서 속상했죠.

 

배탈이라도 나면 전날에 뭔가를 잘 못 먹여서 그렇구나, 얼굴이나 목에 두드러기가 돋으면 침구 세탁 시기를 놓쳤구나 하면서 자책하곤 했어요. D-day 날짜를 보면 아시겠지만, 저희 아이는 이미 성인이에요. 하지만 여전히 아픈 건 제 탓이라는 생각에 미안해지곤 합니다. 이런 생각이 도움 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참 털어내기 힘들더라고요.

 

하지만 마냥 감상적으로 자책만 하는 타입은 아니라서 바로바로 대책을 내놓습니다. MBTI로 따지자면 INFJ 이기는 한데, 거의 INTJ에 가까운 타입이라 언뜻 냉정해 보이기도 하죠. 하지만 속상해하고 슬퍼하고 괴로워하는 거 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으니 일단 바로 대책을 생각하고 그에 맞게 행동한 후, 미안해하는 스타일이에요.

 

이런 성향이기에 아직까지는 아주 큰 어려움 없이 잘 지내왔고, 그리고 버텨왔던 거 같아요. 여전히 진행 중인 문제도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점점 좋아지리라는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그나마 어렸을 때는 제가 전적으로 돌보며 케어해야 했지만, 이제는 어른이니까 그렇게까지는 손이 가지 않는다는 점이 다행이겠죠.

 

저는 혼자서 20년 동안 아이를 키운 입장에서 모든 순간이 힘들고 버거웠었어요. 하지만 그래도 불안함을 스스로 처리하고 적합한 케어를 함으로서 지금까지 잘 버텨왔던 거 같아요. 육아하면서 느낀 점 중 하나는 아이가 다쳤거나 아플 때 반드시 냉철해져야 한다는 거였어요. 허둥대거나 당황해서 소리부터 지르거나 하면 오히려 아이가 불안해하니까요.

 

7살 난 아이가 기침이 그치지 않아 피검사를 할 때 채혈이 잘되지 않아 곤란할 때도, 애가 불안해할까 봐 어머나, 피가 보글보글하네? 콜라 같다 그치?” 하며 농담하고 잠시 밖에 나가 울고 돌아왔었어요. 초등학생 때 학교에서 쇼케이스를 들이받아 머리에 유리를 뒤집어썼을 때도 일단 다친 데는 없는지 살피고 꼼꼼하게 털어내며 반짝이는 게 트리인 줄 알았다며 농담했고요.

 

초등학교 고학년이 될 때까지 아토피가 없어지지 않는 걸 보면서 많이도 자책했었어요. 임신한 줄도 모르고 술을 마셔서 그랬을까, 자장면을 많이 먹어서 그랬을까... 아니면 애 아빠가 계속 실내 흡연을 해서 그랬을까... 스트레스가 너무 심한 시기를 보내서 그랬을까 생각하면 끝도 한도 없었죠.

 

김지현의 <아프지 않고 크는 아이는 없다>를 읽으면서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겪었던 여러 가지 문제를 떠올렸어요. TV 보며 단무지를 먹던 아이가 갑자기 눈이 돌아가면서 숨을 못 쉬었던 그때, 애 아빠가 옆에서 얘 왜 이래?”라고만 할 때, “조용히 해.” 한마디 하고서 아이를 거꾸로 하고서 등을 세게 치며 숨 쉬라고 했던 그날. 해결이 된 후 안아서 불 꺼진 조용한 방에서 한참 안아주며 괜찮아했던 일들.

 

지금 생각해도 너무 속상하고 마음이 아파요. 조금만 주의를 더 기울일걸. TV를 보는 대신 아이를 보고 있을걸... 그런 죄책감이 항상 남아있었어요. 물론 모든 사고를 제가 막아줄 수는 없기에, 의연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거도 사실이에요. 그렇기에 저는 참 잘했어라는 생각과 조금 더 잘하지 그랬니?”라는 두 가지 감정을 동시에 갖게 되었던 거 같아요.

 

<아프지 않고 크는 아이는 없다>는 부모가 아이의 건강 문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는 도서에요. 저자는 소아과 의사이면서도 두 아이를 키운 엄마로서의 경험과 의견을 이 책에 담아내었죠. 육아를 하면서 건강 문제는 결코 피할 수 없기에 이럴 때 부모는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그리고 행동은 어떻게 하는 게 옳은지를 제시하고 있어요.

 

저자는 부모의 의연함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아이가 아플 때 부모가 불안해하거나 당황하면 아이에게도 그 감정이 전달되기 때문이에요. 부모가 어떻게 판단하고 대처하는 게 좋은지 여러 가지 사례를 들어서 설명하는데요, 그 반대의 경우도 있어서 안타까웠어요. 물론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은 같겠지만 뭐가 중요한지는 제대로 판단해야 하지 않겠나 싶더라고요.

 

그리고 책에서는 자녀의 건강 문제를 의학적인 관점으로 그리고 부모 자식 간의 신뢰 소통 문제로도 풀어나고 있어요. 경중은 있지만 어쨌든 아이들은 아프면서 자라게 되기에 부모의 반응과 태도에 따라서 정서적인 안정감에 차이가 생긴대요. 정말 구구절절이 옳은 말씀이 가득한 책이지만, 역시 부모도 사람인지라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는 역시 고민이에요.

 

<아프지 않고 크는 아이는 없다>는 부모가 아이의 건강 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대처해야 하는지를 잘 설명하는 도서에요. 책임감 있는 태도와 환경 그리고 의연한 자세와 소통 등 다양한 측면에서 이야기하고 있으므로 부모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양서랍니다.

 

육아라고 하기에도 좀 그런 생후 8367일 딸을 키우는 엄마인 저에게도 많이 도움 되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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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씨아저씨네, 차별 없는 과일가게 작고 단단한 마음 시리즈 2
공석진 지음 / 수오서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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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일 년 가까이 신뢰할 수 있는 판매자의 채소를 정기구독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쇼핑몰이나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의 상세페이지는 소비자의 신뢰를 얻도록 구축하는데다가, 클린 하지 않은 리뷰도 많은 탓에 처음에는 일단 한 번 구입해 보자는 생각으로 주문했었죠. 그런데 받아보니 샐러드 채소도 다양하고 싱싱하니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뒤로는 주 112회차 단위로 꾸준히 이용하고 있습니다. 소비자에게 진정한 신뢰를 주는 건 참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일단 믿을만한 곳이라는 인식이 쌓이고 나면, 어쩌다 한 두 번의 실망스러운 상황은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일부 채소의 신선도가 낮다거나 겨울에 살짝 얼어서 오는 경우 같은 거 말이죠.

 

<공씨아저씨네>는 십수 년간 온라인으로 과일가게를 운영하면서 이와 같은 신뢰를 쌓아왔습니다. 농민과 세상을 위하는 마음으로 운영해온 사장님의 남다른 철학이 소비자에게 오롯이 닿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수오서재의 작고 단단한 마음시리즈 중 하나인 <공씨아저씨네,>는 온라인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공석진 사장님의 에세이입니다. 단순히 과일을 어떻게 팔아왔다는 운영 방식을 소개하는 게 아니라 농민과 이 땅의 문제, 그리고 유통 시스템의 어려움과 함께 저자의 독특한 철학을 깊이 있게 담고 있습니다.

 

이 책은 과일을 통해서 바라본 세상 이야기다. 자랑스럽고 귀한 농민들에 관한 이야기이자, 차별이 일상인 부조리한 한국 사회를 향한 비판이며, 매일같이 온몸으로 실감하는 기후 위기에 관한 르포다. 14년간 과일장수로 살아오며 느꼈던 바를 진솔하게 적어보았다. 누군가에게 힘이 되길, 누군가에겐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길,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길 겁도 없이 감히 바라본다. -p.12,13

 

공씨아저씨는 14년 동안 온라인으로 과일을 판매하면서 차별 없는 과일이라는 철학을 지켜왔습니다. 우리는 마트에서 과일을 고를 때 외형이 반지르르하니 예쁘거나 알이 크고 단단한 것, 새빨갛게 잘 익은 사과처럼 색을 보고 선택하기도 합니다. 이런 과일들은 로얄과로서 상당히 비싼 가격에 거래되곤 합니다.

 

그런데 저자는 모든 과일이 이런 외형만으로 판단되는 세상이 그르다고 말합니다. 모든 과일은 동일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농민을 향한 그의 마음과 상통합니다. 물론 상업적인 이익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그보다는 농민들이 정성을 다해 생산한 과일을 존중하며 공정한 거래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저는 제주 출신이라 어릴 때부터 파치 귤을 많이 얻어먹곤 했습니다. 제주에서 귤을 사 먹으면 사회성에 문제가 있다는 농담 아닌 농담이 있을 정도로 이상하게 자꾸만 집에 귤이 쌓였습니다. - 여담이지만, 저는 귤을 사 먹은 적도 꽤 많습니다. 사회성 부족인 게지요. - 어쨌거나 파치와 구입한 귤을 비교해 보면 크기나 외형 차이는 있지만 오히려 더 돌코롬 한 게 맛있을 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선과장에서 다락다락 뒹굴면서 크기별로 선별하는 건 상품성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듣고서도 한동안 이해하지 못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나이가 되고 보니 선물용이라거나 제수용 정도는 외형을 보아야 한다는 걸 이해하고 있습니다. 다들 크고 반지르르한 걸 좋아하지만,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너무 큰 과일은 한 번에 먹기 힘들어서 예전처럼 소담한 게 마음에 듭니다.

 

약간 옆길로 새었지만, 아무튼 과일은 크고 작고 예쁘고 못났건 간에 모두 농부의 정성이 들어간 작물입니다. 공씨아저씨는 바로 이 점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14년간 과일가게를 운영해 왔습니다. 소비자가 과일을 만나는 건 단순히 구매하는 행위가 아니라 농민과의 연결고리가 형성된다는 걸 책을 읽으며 깨달았습니다.

 

책에서는 우리나라의 유통 시스템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합니다. 정성스레 재배한 농작물을 대형 마트와 유통 업체들에게 불리한 가격으로 출하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인데다가 소비자는 비싼 가격으로 만나야 하는 구조적인 문제는 농민들의 생계를 위협하게 됩니다.

 

그래서 공씨아저씨는 정성을 다해 과일을 키워내는 농민들과 직접 관계를 맺고 소비자를 만나고 있습니다. 소비자와 농민 간의 신뢰를 구축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믿고 있으며 건강한 유통 생태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로열과 만을 취급하는 건 아니며 흔히 B급이라고 말하는 과일까지도 제값을 받고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공씨아저씨네를 만난 지 얼마 안 된 회원들은 물건을 받아보고 실망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 역시 믿고 주문했는데 별로 상태가 좋지 않은 과실을 받아보면 화가 날 테니 그 소비자들을 탓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일부러 그런 걸 보내는 건 아니며 이동 중에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감안했으면 합니다.

 

이 책을 통해서 느낀 점이라면

1) 과일 (물론 채소도 그렇겠지만,)은 자연에서 온 선물이다.

2) 변화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 작물 생태계가 참 슬프다.

3) 어떻게 살아가고 생각해야 하는가, 삶의 태도를 배웠다.

 

그리고 소비라는 행위는 단순히 경제적으로 거래를 한다는 의미에 그쳐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사회적 책임을 동반해야만 서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 된다는 점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구입하는 과일 하나하나 모두 농민의 땀과 노력의 결실이라는 사실을 항상 기억하고자 합니다.

 

농민과 함께 성장하는 삶에서 가슴 찡함을 느끼기도 하고 그와 함께 했던 농민 분이 일을 그만두시거나 돌아가셨을 때는 저 역시 슬펐습니다. 농민을 생각하는 공씨아저씨네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졌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책의 초반에 저자는 공씨아저씨네가 1인 회사, 구멍가게로 남는 게 목표였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욕심이 없는 회사라고 생각했는데요, 책을 다 읽고 나니 이만큼 욕심이 많은 업체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욕심과 신념을 끌고 갈 수 있는 그의 꿋꿋함이 부러웠습니다.

 

나는 과연 그렇게 살아본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을 하며, 흔들리고 힘든 때도 있었을 텐데, 자신의 의지를 뚜렷이 지켜내온 사장님께 박수를 보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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