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은 아주 오래전부터 내려온 동양 철학 사상의 깊이를 간결한 선과 대사로 구성된 만화라는 매체를 통해서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서에요. 동양 고전이라고 하면 한자가 많은 데다가 내용이 심오해서 복잡하고 지루하다는 인식이 있지만, 이 시리즈는 각 권을 간결하고 명확하게 구성함으로써 어떤 독자든지 쉽게 만날 수 있어 좋았어요.
21세기에도 동양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
그동안 많은 책을 읽어왔던 저이지만 막상 고전이나 철학 분야의 도서를 접하려면 과연 내가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어요. 그래서 마음을 굳게 먹고 일 년에 한 두 권 정도 도전하려고 노력해왔죠. 아무래도 공자, 맹자, 논어 이런 분야는 한자어로 되어 있을거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시작하기 어렵잖아요.
그동안 고전 철학과 관련한 도서가 많이 출판되어 왔음에도 ‘몇 살에 읽는~’ 이런 타이틀이 붙어있으니 오히려 손이 가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이번에 들녘 출판사에서 나온 <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을 만난 덕에 쉽게 읽고 좋은 말씀들을 마음에 새길 수 있게 되었어요.
그런데 21세기에 왜 굳이 고전을 읽어야 할까, 요즘 세상에 맞지 않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는 분도 계실지도 모르겠어요. 몇 천년 전의 생활과 전혀 다른 곳에서 살아가고 있으니 당연하죠. 하지만 반대로 ‘그때의 사람들은 이러저러한 배경이 있었기에 이렇게 생각했었구나!’하는 새로운 시야를 갖게 될 수 있어요.
게다가 ‘이렇게나 시간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사람들은 변하지 않았구나!’하는 부분도 느끼게 되고요. 요즘 세상은 몇 개월 단위로 휙휙 빠르게 바뀌잖아요. 한 가지 플랫폼에 적응했나 싶은 순간 갑자기 새로운 게 나오거나 리뉴얼 되니까 정신이 하나도 없죠. 각종 정보가 마구잡이로 쏟아져 나오는데, 진실과 거짓이 섞여있으니 뭘 믿어야 할지도 모르겠고요.
결국 보이는 거만 보다 보니까 편협한 사고방식에 젖어들 수밖에 없어요. 괜히 디지털 디톡스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는 게 아닌 거 같아요. 그런데 고전은 시대를 초월해서 계속 같은 물음을 던져요.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사람들과 화합하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리고 이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서 자신의 태도와 삶이 달라지잖아요.
연출된 타인의 삶을 SNS를 통해 보면서 자신과 비교하며, 스스로를 고통에 빠뜨리는 거 한 번쯤 해보셨을 거예요.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삶이나 지나치게 유행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자신 내면에 기준을 두는 게 좋아요. 사실 이렇게 말하는 저도 늘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한 번씩 휘청할 때마다 디지털 디톡스도 하며 다시 본질을 찾으려 노력하죠.
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
손에서 잠시 폰을 내려놓고 하루에 몇 페이지씩만 좋은 글을 만나는 것도 인생에 큰 힘이 될 거예요. 이번에 읽은 <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은 각 권의 분량이 많지 않아서 편하게 만나볼 수 있었는데요, 솔직히 말하자면 하루 만에 8권 한비자까지 금세 볼 수 있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한 가지 주제를 읽고 나면 생각할 게 참 많은 거예요. 어렵게 한자나 한자어로만 표기되어 있다면 이렇게까지 사유하지 않았을 거 같아요. 만화라는 형식으로 전하는 동향 철학이기에 시각적으로 받아들이고 이해하기 쉬웠어요. 부드러운 곡선의 그림체가 주는 느낌도 좋아서 차분하게 읽고 느낄 수 있었답니다.
<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은 총 8권으로 구성되었는데요, 논어, 맹자, 대학•중용, 장자, 노자, 열자, 손자병법, 한비자의 순으로 각각의 소제목을 달고 있어요. 각 권은 200쪽이 안되기에 외출할 때 가방에 쏙 넣고 다니기도 좋답니다. 종이 재질도 매끄럽고 좋으니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음미하며 읽기 좋더라고요.
이 책은 중화권에서만 해도 4000만 부 이상 판매된데다가 전 세계 45개 국가에 번역되면서 상상하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아왔다고 해요. 만화로 동양 사상을 쉽게 만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세계적인 인정을 받고 있는데요, 그만큼 소장 가치가 있는 도서죠.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동양 철학 하면 공자, 맹자를 먼저 떠올리잖아요? '인(仁)'이나 '예(禮)' 이런 거를 특히 강조했다는 건 다들 아실 거예요.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공자는 인간과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중심을 둔 게 아닐까 싶더라고요. 이를테면 부모니까 효도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고 은혜에 보답하면 자신의 마음도 평안해진다는 식이죠.
현대 사회처럼 관계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시대라면 공자 님의 가르침이 어떤 조언이 될지 짐작할 수 있을 거예요. 만일 정명론(正名論)에 입각한다면 자신의 자리에 충실하여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거예요. 내가 맡은 역할의 본질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책임감을 갖는 게 우선이라는 거예요.
그리고 인(仁)으로서 동료를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상대방 입장에서도 생각을 하는 거죠. <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에서 이런 응용 방법까지 알려주지는 않아요. 하지만 고전 동양 철학을 만나면서 나는 삶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를 스스로 생각하다 보면 내면의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거 같더라고요.
저는 노자의 가르침 ‘무위자연(無爲自然)’을 일상에 적용하려고 마음먹었어요. 과도하게 욕심을 부리지 않고, 결과에 지나치게 집착하기 않으며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일에 대해서는 너무 걱정하지 않기로 했어요. 사실 그동안 일하면서 ‘무언가’ 때문에 자존감도 많이 떨어졌고, 화가 나서 아프기도 했거든요.
그러니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균형을 중시했던 노자처럼, 문제가 생겼을 때에는 유연하게 대처하고 삶의 균형을 바로잡으려 해요. <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을 읽으며 많은 교훈을 얻었는데요, 이렇게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동양 철학 책이 있다면 또 만나보고 싶어졌어요.
그리고 만화라는 매체가 철학을 이토록 쉽게 풀어나가고 전달하는 힘이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책을 많이 읽지 않았던 사람들도 편안하게 접할 수 있는 이런 스타일의 도서가 많이 출간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네요.
<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은 공자, 맹자, 논어 이런 사상이 어려울 거 같아서 손대기 두려웠던 분들에게 권하고 싶어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동양 철학의 매력을 담뿍 느끼고, 깊은 사유를 할 수 있었거든요. 정말 좋은 책으로 두고두고 만나야 하는 시리즈니까 관심을 가져보셔도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