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관과 객관 - 과잉 정보의 시대, 본질을 보는 8가지 규칙
키코 야네라스 지음, 이소영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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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 야네라스의 <직관과 객관>은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는 두 가지 방식인 직관과 객관에 대해서 흥미롭게 탐구하며 어떤 자세로 해석해야 하는지 소개하는 책이에요. 통계학과 수학을 통해서 데이터를 해석하는 방법을 알려주기는 하지만, 사실 통계, 수학에 대해서 잘 몰라도 부담 없이 그리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죠.


저자는 통계가 모든 세부사항을 완벽하게 담아내지는 못한다고 말하면서도, 만일 통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정보를 정확히 해석할 수 없다는 점도 논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수치로 증명한 결과는 무조건 맹신하라는 건 아니고요, 직관과 데이터를 현명하게 활용하고 검증하며 보완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거예요.


우리는 일상 속에서 다양한 자료와 수치를 접하는데, 사실 제공하는 측에서 어떤 의도를 숨기고서 과장하거나 일부만 노출하는 경우도 허다하거든요. 그러므로 한 번쯤은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하죠.


즉, 직관과 객관이라는 단어는 언뜻 보았을 때는 서로 대립하는 개념처럼 생각되지만, 상호보완 관계가 되어야 보다 정확히 판단하고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거예요. 요즘처럼 정보가 우르르 쏟아지는 시대에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 '통계적 사고력'이 필요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셨으면 해요.


그동안 언제고 기회가 되면 말해야지 하며 별러 왔던 이야기인데요, 저는 건강보조식품이나 화장품 쇼핑몰 등에서 흔히 공개하는 인체시험결과를 믿지 않아요. 광고나 홍보 문구에서 '몇 퍼센트 개선되었다'라거나 '인체시험결과 이런 내용이 입증되었다'는 식으로 다루기 때문에, '과학적으로 입증'이라는 말과 '그래프로 공개한 데이터'에 약한 우리는 그냥 받아들이게 되죠.


하지만 실제로 통계적 신뢰성을 따져보면 의문이 들어요. 정말 심하게는 30명가량을 대상으로 진행한 테스트도 있었는데요, 이런 시험을 진행할 때는 시험군과 대조군으로 나누는 게 보통이거든요. 그리고 연구소에서 원하는 기간 동안 테스트를 진행하고, 데이터에서 극단값을 배제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면 실제로 사용된 표본 수는 겨우 12~13명에 불과하다는 거죠.


표본 수가 지나치게 적거나 시험 기간이 짧으면, 그 결과를 소비자에게 일반화하기 어려워요. 심지어 통제된 상황에서 진행한다면 의도적으로 긍정적인 값을 얻을 수도 있거든요. 말하자면 신뢰성 있는 과학적 증거라고 보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아서, 저는 그다지 신뢰하지 않아요.


<직관과 객관>에서는 비슷한 사례를 들면서 무작정 통계 숫자에 현혹되지 않고, 스스로 검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해요. 과신에 덫에 빠지지 않고 한 번쯤 의심하고 과연 이 데이터가 객관적인지 검증한다면 소비자로서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겠죠.



<직관과 객관>은 감각과 데이터의 균형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어요. 우리가 빠른 판단을 위해서 직관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지만, 언제나 정확한 건 아니라고 하는데요, 그렇다고 객관적인 데이터만을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것도 위험하다고 강조하죠. 숫자 자체가 틀릴 수도 있고 오류가 포함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으니까요.


결국 저자는 데이터를 중시하되 그대로 수용하는 수동적인 태도가 아니라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의미를 이해하는 사고방식을 가져야 한다는 내용을 도서 전반에 걸쳐 설득하고 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면 자신의 업무 혹은 일상, 뉴스를 보는 눈이 조금은 달라져 있을 거예요.


이 책은 前 프로바둑기사 이세돌 님과 경성대학교 빅데이터응용통계학과 교수 주재근 님이 추천사를 전한 도서에요. 이분들의 추천사와 저자의 서두만 읽어봐도 흥미진진한 내용이겠구나 하는 기대감이 들더라고요. 목차 리스트만 봐도 어떤 내용인지 얼른 읽어보고 싶도록 책을 참 잘 만들었어요. 덕분에 저는 연달아서 두 번이나 읽었답니다. 손에 착 감기는 책 표지 후가공 이 좋아서 들고 다니며 읽어도 피로감이 없었다는 점도 한몫한 거 같네요.


통계와 수학의 개념을 친근하고 쉽게, 예를 들어가면서 풀어내었기에 그래프와 수치를 보면 어질어질한 저도 자연스럽게 이해하며 받아들일 수 있었어요. 특히 직관과 객관의 균형 문제를 촘촘히 다루면서도 이야기의 흐름이 지루하기는커녕 재미있어서 제대로 집중할 수 있었죠.


이 책에 수록된 8가지 규칙은 별개의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결국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걸 마칠 때쯤 제대로 알 수 있었어요. 흥미롭고 재미있는 통계, 직관과 객관. 출판사에서 왜 이런 제 목을 붙였는지 이해해했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촘촘히 좋은 책이었어요.



1. 세상의 복잡성을 인정하라

2. 수치로 사고하라

3. 표본의 편향을 막아라

4. 인과관계의 어려움을 수용하라

5. 우연의 힘을 무시하지 말라

6 불확실성을 예측하라

7. 딜레마에도 균형을 유지하라

8. 직관을 맹신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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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힘이 되는 하루 한 문장 영시 필사
위혜정 지음 / 센시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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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습니다.


새해만 되면 영어 필사를 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세워왔어요. 처음에는 영문 소설을 베껴 쓰곤 했는데, 어느 정도 따라 적다 보면 분량에 대한 부담 때문인지 포기하게 되더군요. 그런데 무리하지 않는 정도의 분량으로 따라 적기 좋게 구성한 영어 필사 도서는 부담이 없어서 그런지 꼬박꼬박 잘 쓰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작년에 처음 만났던 책이 <음에 힘이 되는 하루 한 문장 영어 필사>였어요.




그런데 올해는 동일 저자 위혜정 작가님의 <마음에 힘이 되는 하루 한 문장 영시 필사> 도서가 나왔더라고요. 작년에 한 번 경험해 보았던 터라 이번 도서 출간 소식이 무척 반가웠어요. 도착하자마자 슬쩍 살펴보니, 매일매일 일상의 새로움을 선사하는 매력적인 시들로 구성되어 있더라고요.


그래서 요즘 저는 매일 영시를 읽고 한 문장 한 문장을 정성껏 필사하며 아침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손으로 글씨를 쓰면서 문장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몰라요. 한 페이지 분량이 많지 않으니 바쁜 일상에서도 챙길 수 있다는 점이 참 마음에 들어요.


마음에 힘이 되는 하루 한 문장 시리의 작가 위혜정 님의 책은 두 번째 만나보았는데요, 누구에게나 와닿을만한 문장을 뽑는 솜씨가 무척 좋은 분이신 거 같아요. 글을 읽고 따라 적다 보면 마음 한편 이 찌르르하고 울리거든요. <마음에 힘이 되는 하루 한 문장 영시 필사>에서도 작가님의 따스한 시선과 감각이 고스란히 느껴지더라고요.


시가 전하는 문학적인 감각과 가치 그리고 이를 우리의 삶에 연결하려고 애쓰신 거 같아 감사했어요. 작가님의 세심한 편집과 구성 덕에 시대를 넘어선 영시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가질 수 있었어요. 요즘의 저는 정체된 느낌을 넘어서 점점 가라앉는 듯한 좌절감에 젖어가는 중인데, 필사를 하면서 간신히 수면 위에 고개를 내밀 수 있게 된 거 같아요.



<마음에 힘이 되는 하루 한 문장 영시 필사>는 각 챕터를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로 나누어서 구성했어요. 총 80일 분량으로 되어 있는데요, 중학생 이후 처음으로 가까이하는 영시 도서라 낯선 작가의 시들이 많았어요. 윌리엄 워즈워스나 크리스티나 로제티, 칼릴 지브란, 라이너 마리아 릴케처럼 익숙한 작가들도 있었지만요. 그래서 어떤 명시가 소개되었을까 더욱 궁금해졌어요.


내용을 다 살펴본 건 아니지만, 각 장에는 주제에 맞는 영시들을 잘 골라서 배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 번에 다 열어서 보면 감동이 덜할까 봐 목차부터 후루룩 살펴보고 하나씩 펼쳐가며 음미하기로 했기에 정확하게 파악하지는 못했답니다.




사실 <마음에 힘이 되는 하루 한 문장 영시 필사>를 처음 받았을 때부터 마음에 들었어요. 지난번에도 책의 품질이 무척 좋다고 느꼈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거든요. 특히 사철 제본 방식으로 제작했다는 점! 덕분에 필사를 할 때 책이 갑자기 덮이거나 글자가 비뚤어질 염려를 할 필요가 없었답니다.




180도로 활짝 펴지니까 가볍게 펼쳐 놓고 자연스럽게 왼편의 글을 보고 오른쪽의 백지에 채워나갈 수 있죠. 그리고 반사가 없는 미색 종이를 사용해서 눈이 피로하지 않다는 점도 만족스러웠어요. 노안으로 안경을 바꿔 쓰며 살아야 하는 저 같은 독자에게는 이런 배려가 얼마나 중요한지 몰라요.


필사의 편의성과 독자의 시각적 안녕까지 고려한 영어 필사 도서 덕분에, 모든 걸 다 잊고 영시가 주는 정서적 만족감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죠.


개인적으로 필사를 할 때 종이와 펜의 궁합도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으면 종이에 잉크가 번지거나 뒤편으로 많이 비쳐서 다음 페이지를 읽을 때 불편하고 불쾌하거든요. 그래서 <마음에 힘이 되는 하루 한 문장 영시 필사> 책을 사용할 때는 필기감이 좋은 펜을 골라서 살짝 테스트해봤어요.




다행히 종이도, 펜도 좋아서 번짐 없이 깨끗하게 적을 수 있었죠. 저는 파이로트 주스 업 0.5펜으로 영시를, 파이로트 주스업 0.4펜으로 한글을 필사하면서 채워나가고 있어요. 펜 굵기도 조금 다르고 컬러도 차이가 있으니까 영문과 국문 필사할 때 시각적 차이가 나서 더 재미있답니다.


<마음에 힘이 되는 하루 한 문장 영시 필사>는 매일 꾸준히 영어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만들어진 도서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제 생각에는 텍스트가 비교적 어렵지 않은 단어로 이루어져 있으니까 고등학교 1학년 정도의 실력만 있으면 사전을 거의 찾아볼 필요 없이 원문을 이해하면서 영시 필사를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물론 영시라는 특성상 요즘 영어에서는 잘 쓰지 않는 고어적 표현이나 생소한 단어도 나오고, 시적 허용 때문에 일반적인 문법에 맞지 않는 부분도 있어요. 하지만 그런 것도 걱정할 게 없는 게, 영시나 필사란 하단에 어휘 정리, 문법 설명 같은 게 나오거든요.


이런 걸 활용하면 보다 쉽게 문장을 이해하며 필사할 수 있답니다. 그래서 혹시 영어 어휘력 증진이나 문학적 표현력에 보탬이 되지 않을까 하는 은근히 기대하고 있어요.


<마음에 힘이 되는 하루 한 문장 영시 필사>는 필사할 시구절만 발췌해서 보여주지 않고, 각 시의 영시 전문도 함께 실었어요. 그래서 독자가 몇 문장, 몇 구절만 따라 쓰고 마는 게 아니라 시 전체의 맥락과 흐름을 볼 수 있죠. 저는 이번에 전문도 다 옮겨 적을 셈으로 문구사에서 얇은 노트를 한 권 구입했어요. 영시 전문을 다시 한번 옮겨 적어보기도 하고 읽으면서 나름대로의 감상을 기록하는 중이죠.


그냥 글자만 옮겨 쓴다면 초등학교 1학년 때 학교에서 내준 숙제하는 것과 다를 바 없잖아요. 그래서 영시 전문을 활용해서 나만의 방식으로 충분히 음미해 보려고 해요. 마침 부록에는 나만의 영시 쓰는 법이 있더라고요. 익숙해지면 N 행시나 다이아몬드 시, 영어 하이쿠 등 다양하게 도전해 보려고 해요.


주로 집에서 잔잔한 음악을 플레이리스트에 올리고서 커피 한 잔과 함께 글을 느끼고 적는 시간을 갖고 있지만, 가끔은 커피숍에서 창밖을 보면서 영시 한 문장을 음미하곤 해요. 그러면 집에서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천천히 다가오거든요. 시끌벅적함 속에서 느끼는 나만의 정적인 순간이라고나 할까요?


무엇보다도 <마음에 힘이 되는 하루 한 문장 영시 필사>는 무게가 가벼워서 휴대하기 쉽거든요. 어디든 가지고 다니면서 적을 수 있어서 정말 마음에 들어요. 사철 제본이라 아무리 많이 펼쳐보고 다녀도 망가지지 않으니 가방에 쏙 넣고 다니면서 어디서든 잠시 시간을 내어 영시를 즐길 수 있죠.


이제 겨우 열흘 남짓 적어보고 있지만, <마음에 힘이 되는 하루 한 문장 영시 필사>는 많은 분들이 만족할 책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고 싶어요. 저처럼 예전에 배웠던 영어를 잊지 않을 방법을 찾는 분에게도 좋겠지만, 매일 가볍게 한 페이지씩 영어와 친해지고 싶은 분들에게도 좋은 영어 학습 도구가 될 거 같아요.


무작정 단어를 외우고 문법을 공부하는 지루한 방식 대신, 문학적인 감성과 함께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매력적이잖아요? 그리고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서 마음의 위로가 필요한 분이라면 잔잔한 음악과 함께 하루 한 번 영시를 감상해 보셔요. 제가 그랬던 것처럼 힐링감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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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 전집 2 다시 읽는 우리 문학 2
이효석 지음 / 가람기획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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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제게 있어서 문학 소설을 읽는다는 건 어쩌면 하나의 책을 온전히 정복하는 것과 같은 행위일지도 모르겠어요. 흥미 본위의 독서를 즐기는 편인데다가 언젠가부터는 깊은 사색이 버거워졌기에 <이효석 전집 2 : 단편소설>과 같이 의미 있고, 묵직한 책을 만나면 조금 힘들어지곤 합니다.


문학 소설을 읽을 때는 단어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 나아가서는 행간에 숨겨진 의미까지 헤아려 읽어야 하기에 제법 시간도 많이 들죠. 하지만 그렇게 깊이 몰입하여 꼬닥꼬닥 읽어가는 사이에 작가가 펼쳐 보이고자 했던 서사를 온전히 느끼며 저만의 고유한 풍경을 만들어 가며 온전히 녹아들게 되더군요.


거의 100년 전의 작품이라 생소한 단어도 많이 만났어요. 이럴 땐 문맥 속에서 유추해 보기도 하고, 각 단편 말미에 붙어있는 주석을 보면서 이야기의 흐름을 이어가기도 했죠. 이런 게 바로 고전 독서의 묘미가 아닌가 싶어요. 글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감각을 온전히 느끼며 소설 속에 빠져드는 즐거움을 담뿍 느낄 수 있었어요.


이효석 작가가 살았던 시대는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어려웠죠. 물론 지금도 온갖 가지 복잡한 일들로 시달리는 우리들이지만, 이때는 그보다 더 큰 문제들이 있었잖아요. 이효석도 처음에는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경향을 보였었지만 나중에는 순수 문학의 세계로 들어가게 되었어요. (물론 이런 작풍으로 인한 잡음도 많았지만요.)


<이효석 전집 2 : 단편소설>은 바로 이때의 작품들을 수록하고 있어서 <이효석 전집 1: 단편소설>과는 조금 다른 느낌으로 다가와요. 개인에게 내재된 욕망과 슬픔, 좌절 그리고 희망 여기에 자연의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풍경을 함께 그려내어서 문장에서 전해지는 영상미가 참 좋아요.


차례만 보아도 얼마나 많은 작품이 소개되었는지 알 수 있죠. 고등학교 입학 준비를 하는 청소년이라면 <이효석 전집 1 : 단편소설>, <이효석 전집 2 : 단편소설>을 모두 읽어보면 좋을 거 같아요. 어렵거나 약간 선정적이라고 느껴질만한 작품도 있지만, 요즘 기준으로는 15금도 안되는 수준이니 그런 부분은 아예 걱정하지 말고, 작품 그 자체를 감상하면 좋겠어요.




메밀꽃 필 무렵 :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너무나 유명한 작품이죠. 이제는 장돌뱅이라는 말 자체가 생소할 텐데요, 여하튼 떠돌이 장돌뱅이 허생원이 봉평에서 젊은 총각 동이와 동행하며 겪는 하룻밤의 여정 속에서 숨겨진 사연이 살며시 드러나는 소설이에요. 무척 익숙한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나이 들어 다시 읽으니 풍광은 반짝반짝 더욱 아름다운데, 달빛 아래의 장돌뱅이 허생원의 삶과 동이의 서사에 깊은 슬픔이 밀려왔어요. 소설에서 표현하지 않은 부분까지 감정으로 다가온 탓이겠죠.



개살구 : 역시 봉평을 배경으로 하는 단편인데요, 살구나무가 있는 어느 집에서 벌어진 예기치 않은 사건과 그로 인해 파생되는 인간들의 갈등 그리고 비밀스러운 사연을 다루고 있어요. 비교적 긴 소설인데다가 흥미로워서 열심히 읽었답니다. 개인적으로는 추리물이나 결말이 분명한 소설을 좋아하는 편이기에 다 읽고 난 후 약간 맥이 빠지는 듯한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바로 이 모호함이야말로 이효석 작품 특유의 매력이 아닐까 싶네요.




장미 병들다 : 육체적인 관계와 정신적인 사랑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 소설이에요. 인물들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린 작품으로 성과 사랑 여기에 질병이 더해지면서 이런 게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하는 거구나 싶더라고요. '망측한 치료비'라는 표현을 쓰며 에둘러 말했지만, 오히려 직설적으로 병명을 사용한 것보다 더 잘 어울렸어요. 아무튼 시대가 흘러도 변치 않는 게 있구나 싶어서 헛웃음도 나오더군요. 사랑에 속고, 정에 울고, 병으로 좌절하는 이런 일들은 지금도 왕왕 벌어지는 일이잖아요.




공상구락부 : 백수처럼 한량없이 시간을 보내면서 허황된 공상에 빠져 살던 사람들이 있었죠. 그중 하나가 몰리브덴이라는 광물 개발에 희망을 거는데요, 여기서부터 이 구락부의 모습이 달라지려나 했지만 역시 현실의 벽 앞에서 좌절을 겪게 되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꿈을 꾸는 이들을 보면서 일제 강점기의 청년들의 현실이 이런 게 아니었을까 싶었어요. 그래서 조금은 슬프고 허무했는데요, 하지만 정작 그들은 다시 꿈을 꾸며 삶을 이어가는 걸 보면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을 느꼈어요.


<이효석 전집 2 : 단편소설>은 이효석의 귀한 단편 소설들을 다수 수록한 작품집이기도 하지만, 상세한 연보와 사진, 참고 서지까지 함께 구성되어 있어요. 아주 오래전에 국어 선생님께서 소설을 읽을 때는 작가와 시대의 배경을 알면 도움 된다고 하셨던 게 기억나요.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앞뒤로 수록된 모든 정보를 함께 훑어보시면 좋겠어요.


순수와 서정의 작가 이효석의 작품을 깊이 있게 감상하고 삶의 본질, 인간 존재에 대한 사색을 원한다면 <이효석 전집 2 : 단편소설>을 만나보셔요. 제게는 참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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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의 과학 - 방구석에서 우주까지, 유체역학은 어떻게 세상을 깨끗하게 만드는가?
송현수 지음 / Mid(엠아이디)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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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는

세상 만물을 자연스럽게

뒤죽박죽 어지럽히려는 우주와,

그것을 방해하고 정리하려는

인간의 끊임없는 대결이자

치열한 사투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이제는 묵직하고 전문적인 영역의 과학 도서보다는 일상의 모든 측면을 다른 눈으로 보게 하는 책이 더 재미있어진 거 같아요. 송현수의 <청소의 과학>은 10대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도서인데요, 어려운 공식이나 용어가 없어서 정말 편하게 만날 수 있답니다.

<청소의 과학>은 송현수 작가의 <흐르는 것들의 역사>, <개와 고양이의 물 마시는 법>에 이어서 세 번째로 만난 책인데요, 언제나 그렇듯이 이번에도 유체역학이라는 분야를 쉽고 친숙하게 이해할 수 있었어요. 만일 이론으로만 접근했다면 연습장 하나를 두고 적어가면서 하나씩 짚어야 했겠지만, 이 책은 그냥 술술 읽기만 하면 된다는 게 참 좋더라고요.



매일 루틴처럼 해오던 작업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는 건 정말 흥미롭고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청소 도구와 관련된 원리, 먼지의 습성(?) 등을 이해하면서, 그동안 궁금해했던 것들이 시원하게 해소되었거든요. 예를 들어보자면, 정리정돈이며 청소를 거의 하지 않는 딸의 방에서는 먼지가 별로 안 나오는데, 제 방에만 수북하게 쌓이다 못해 풀풀 날리는 이유가 뭘까?... 하는 거요.


그리고 지긋지긋한 먼지에도 긍정적인 면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답니다. 특정한 조건과 환경 속에서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하니 마냥 미워할 게 아닌 거 같아요. 또 한 가지 약간의 이득? 을 본 것도 있는데요, 거의 6개월 동안 바닥 세정제를 살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었거든요?

광고만 보면 세정제를 사용하면 바닥이 깔끔하게 닦이고 심지어 윤기가 흐를 거 같은 느낌이 마구 드는 거예요. 하지만 <청소의 과학>을 읽고서는 바닥 세정제 미련을 버렸어요. 세정제를 사용하기보다는 요령껏 닦는 게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거죠.


집안일을 하면서 누가 유체 역학을 생각하겠느냐고 하실지는 몰라도, 이 책을 읽고 나면 직선 주행으로 진공청소기를 다루지 않을 거고요, 창문을 어떻게 열어야 환기가 잘 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저자는 우리가 미처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도 물리학, 화학을 비롯한 다양한 과학 현상이 주변에 존재하며 일상의 행위와 어떻게 이어지는지 정말 잘 설명하고 있거든요.


<청소의 과학>은 저처럼 노안이 있는 사람도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한 거 같아요. 폰트가 시원시원한 데다가 종이도 눈의 피로감을 덜어주는 소재였어요. 덕분에 흥미로운 내용에 흔들림 없이 집중할 수 있었답니다. 아무튼 편하고도 재미있게 책을 읽어가는 사이에 나름대로 청소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리게 되었고요, 조금 더 재미있게 수행하게 되었답니다.

저는 솔직히 청소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지만, 주변에 먼지가 많으면 목과 콧속이 붓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깔끔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거든요. 100점 만점에 70점 정도인 상태는 늘 유지하고 있다고나 할까요? 지금까지는 건강상의 이유, 의무감으로 어쩔 수 없이 해왔지만, 이제는 청소기를 돌리거나 거울을 닦을 때에도 과학의 원리가 생각나고, 욕실을 쓰고 난 후 벽면과 바닥의 물기를 제거하면서도 떠올라요.


이런 게 바로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는 과학교양도서의 매력이 아닐까 싶네요. 어려운 전문 서적은 특정 영역이나 이슈가 있을 때 떠오르지만, <청소의 과학>같은 일상 영역은 항상 기억나게 마련이니까요. 그런 면에서 보자면 이공계를 꿈꾸는 10대들에게도 참 유용한 도서라는 생각이 드네요.


<청소의 과학>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과학 현상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쓴 책이에요. 읽어보면 그동안 의무적으로, 루틴처럼 해왔던 집안일을 보는 시선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금방 이해할 거예요.

만일 평소에 청소가 귀찮거나 번거롭게 느껴졌다면 그리고 보다 쉬운 방법으로 과학과 친해지고 싶다면 <청소의 과학>을 만나보셔요. 아울러 <흐르는 것들의 역사>, <개와 고양이의 물 마시는 법>도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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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 전집 1 다시 읽는 우리 문학 2
이효석 지음 / 가람기획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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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한국 고전 문학은 고등학생 때 많이 접하는 것 같은데요, 저는 그 당시 추리 소설, 무협지 등에 빠져 있었기 때문에 부끄럽게도 교과서 범위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나이 먹고서 가끔 한 두 편 찾아보는 편이죠. 북태기가 왔던 올해는 그냥 지나가나 했는데, 출판사에서 <이효석 전집 1 단편소설>을 보내주신 덕에 이렇게 만나게 되었네요.


​책 서두에는 이효석의 일생과 문학 특징에 대해 설명이 잘 나와있어요. 그래서 저처럼 고전 명작에 약한 사람들도 시대 배경, 작가의 환경과 작풍에 대한 기본 지식을 어느 정도 정리하고 들어갈 수 있죠. 작품을 이해하는데 꼭 필요한 요소인 만큼 천천히 공들여 읽어보았어요.



이효석은 처음에는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영향으로 사회 비판적인 작품을 썼지만, 이후에 순수 문학으로 전환했다고 해요. 글로서 서정적인 장면을 마치 수놓듯 묘사하는 소설을 읽고 싶다면 후반 작품을 읽어보면 좋을 거 같아요. 이를테면 <메밀꽃 필 무렵>같은 소설 말이죠.


그런데 저는 오히려 초기 작품들이 더 마음에 들었던 거 같아요. 이를테면, <도시와 유령>, <행진곡>, <기우> 같은 소설 말이죠.  <이효석 전집 1 : 단편소설>은 초, 중기 단편들을 수록한 도서인데요, 다양한 느낌의 소설이 소개되어 있어서 좋았어요. 한 작가의 소설인데도 이렇게 분위기가 다를 수 있구나 하는 걸 느끼기도 했답니다.


도시와 유령


당시의 사회였던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서민, 아니 빈민의 삶을 비극적으로 그려낸 소설이었어요. 처음에는 청년이 괴이한 것, 유령 같은 걸 본 줄 알았어요. 하지만 알고 보니 숨겨진 빈곤으로 고통스러운 삶을 이어나갈 수밖에 없는 이들의 비극적인 스토리였죠.



행진곡


밤 기차 안에서 우연히 만난 젊은이들의 이야기예요. 어떤 청년이 자신을 쫓는 이들을 피해서 열차에 뛰어오르면서 스토리가 시작되죠.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을 언급하기는 힘들지만, 답답하고 힘든 그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으려는 모습에 잔잔한 감동을 느꼈어요.


기우


한 남자가 예전에 알고 지냈던 한 여자 계순을 이후 세 번, 우연히 만나요.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점점 달라지는 계순의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죠. 만일 첫 번 아니 두 번째에 남자가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면, 상황이 많이 달라졌을까요? 그런 생각을 하며 저도 괜히 마음이 아려왔습니다.



깨뜨려진 홍등


<이효석 전집 1 : 단편소설>에 수록된 여러 작품 중에서 <깨뜨려진 홍등>은 이상하리만큼 제 감정에 와서 콕 하고 박혔어요. 이 단편은 1930년대 홍등가에 팔려와 매일 손님을 받던 여성들을 주인공으로 하는데요, 부당한 착취와 대우, 폭력에 맞서서 투쟁하는 내용이에요. 단식 투쟁을 하며 자신들을 인간으로서 대접해달라며 포주에게 항변하는 모습이 마치 무언가를 의미하는 듯했어요.



비단 홍등가에서만 벌어지는 이야기일까, 개인에게 국한된 비극이었을까 하는 생각에 조금씩 마음이 아려왔죠. 사회의 약자들이 겪는 고통과 벗어나기 위한 싸움을 묘사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해졌어요.


<이효석 전집 1 : 단편소설>을 읽으며, 혼돈과 고통의 시대에서 순수함과 서정성을 그려내었던 작가를 만날 수 있었어요. 솔직히 말해서 너무나 예술적인 단편들은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몇 편을 제외하고는 재미있게, 고민하며 읽을 수 있었어요.



그래서 연말연시에 한 번 만나보면 좋을 책으로 <이효석 전집 1 : 단편소설>을 살며시 권하고 싶어요. '문학'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어쩐지 어려울 것만 같아 망설여지지만, 이 도서는 중학생 이상이라면 누구나 읽을 수 있을 정도로 편하거든요. 가끔 등장하는 일본어의 의미를 몰라서 당황스러울 때도 있지만, 어렵지는 않으니 꼭 한 번 만나보셔요. 저마다의 감동과 사색을 안게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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