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없는 과학기술자들 - 적정기술과 지속가능한 세상
이경선 지음, 국경없는과학기술자회 기획 / 뜨인돌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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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없는 의사회는 여러번 들어보았었지만, 국경없는 과학 기술자회는 처음 들어보았습니다. 그러나 몇 년 전 딸이 착한 디자인이나 적정 기술에 대해 이야기 해주는 것을 듣고 신기한 마음에 조금 관심을 가져보았었지요. 라이프 스트로우나 큐 드럼 같은 것을 보고 무척 감동했었습니다. 현대를 살아가면서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분야에서 그들의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디자인을 하고 발명을 하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에 정말 큰 감동을 했습니다.


<인간 동력 , 당신이 에너지다>라는 책에서는 펀에너지의 예로 플레이 펌프가 소개 된 적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듯이 빙빙이를 타면서 신나게 놀면 그 동력으로 물이 끌어올려져서 깨끗한 지하수를 마실 수 있게 되다니, 얼마나 혁신적입니까.....만은.. 이 책, <국경없는 과학 기술자들>이라는 책을 읽다가 그건 저의 거만한 마음에서 비롯되었던 것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실제로 한때 지구촌 적정기술의 아이콘으로 주목 받았던 플레이 펌프는 현지 상황을 외면한 설계로인해 한계를 금새 드러내어 현재는 대부분 고장 난 채 버려져 있다고 합니다. <자원봉사도 고민이 필요해>라는 책에서는 좋은 뜻에서 제공한 어떤 봉사, 혹은 제공은 다른 곳에서 피해자를 만들 수도 있으며, 도리어 제공받는자의 의욕을 꺾을 수도 있다며 조심스럽게 이야기 했었는데요.

이 책에서도 그런 부분들이 언급됩니다.


이렇게 멋진 것을 만들어서 당신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니 기쁜 마음으로 사용하시길 바랍니다... 라고 하지만, 그들의 현실이나 관습에 맞지 않는 것이라면 외면받을 뿐이고, 더군다나 우리에겐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물품이라도 저들에게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하지 않고 지원한다면 거드름을 피우며 옛다 이렇게 좋은거 처음보지? 그러니 기꺼운 마음으로 쓰도록 하여라... 하는 식밖에 되지 않는 것입니다. 자꾸만 빵을 공급해주면 빵을 만들어 볼 생각을 하지 않게 되는 것 같은, 노력의 의지를 꺾을 수도 있는 것이고, 때로는 교육이 필요한 곳에 가서 교육을 하고 계몽을 하는 것이 그 마을의 인재를 외부로 나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게 하는 그런 결과를 낳게도 합니다. 그러니 어떤 것을 어떻게 제공하여야 하는지...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적정기술이라는 것이 과연 누구에게 적정한 것인가는 건 온전히 그 제공받을 자의 모카신을 신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노력이지요.

책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적정기술에서 일방적인 태도는 절대 금물이라고. 사탕수수 즙을 짜서 먹지 않고 씹어서 단물을 빨아먹는 사람들에게 사탕수수짜는 기계를 '준다'고 생각하면 안된다는 것이지요. 그들이 왜 사탕수수를 씹어서 먹는가, 짜 먹는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 가.. 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의 입장이 되어 조금씩 접근해 나가야 한다고요.


그러니 국경없는 과학 기술자들은 열심히 노력합니다. 자신만의 만족이 되지 않기 위해, 정말로 지역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만들고, 그들에게 전하기 위해. 물론, 실적 위주의, 보여주기식의 일을 하느라 깊이가 모자란 우물을 파기도 했던 씁쓸한 과거 일들도 있었지만, 그런 일들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더욱 깊은 우물을 팝니다. 앝은 우물로 인해 비소중독이 일어난다면, 실적을 위해 살인자가 되는 것과 다를게 없으니까요.


국경없는 과학기술자들이 활동하는 분야는 무척 다양했습니다. 물, 에너지, 주거, 산업, 자연개발, 교육에 이르기까지 많은 부분에서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지역도 전세계,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전역에서 활동하고 있었는데요. 어쩐지 적정기술을 이야기 할때면 아프리카를 자꾸 떠올리게 되지만, 적정기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사실 전 세계에 존재합니다.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들도 훌륭한 분들이지만, 이렇게 우리가 미쳐 생각하지 못하는 곳에서 지구촌 사람들의 생활을 생각하며 수고하고 연구하시는 분들 역시 그들 못지 않게 훌륭하다고 생각하며 마음속으로 감동을 받았습니다.


만약 이 책을 읽으신다면, 앞쪽의 힘든 부분을 조금 참아주셨음 좋겠습니다. 과학자들의 글 모음집 같은 책이어서.. 앞부분에는 흔히사용하지 않는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시는 분의 글이 실려있거든요. 쉬운 말로 쓸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신 이유는 무지한 저에게 어휘를 늘려주기 위함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하마터먼 초반에 포기 할 뻔 하였으니, 저처럼 고비를 겪을 독자님이 있다면, 조금만 참고 끝까지 읽어 달라고 하고 싶습니다.

이 책은 참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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