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일
히라야마 유메아키 지음, 윤덕주 옮김 / 스튜디오본프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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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공포 소설을 즐기는 저라고 해도 이건 아니지 싶었습니다. 뒷맛이 좋지 않은 소설을 이야미스라고 한다고 하는데요. 이건... 첫맛부터 나쁘니 무슨 소설이라고 해야할까요?


<타인사 - 남의 일>이라는 책은 히라야마 유메아키의 단편집입니다. 첫 번째 이야기부터 끔찍한 상상이 몰려와 저를 괴롭힙니다. 일일이 기억을 되새기며 이곳에 옮기고 싶지 않습니다. 어째서 이웃님들이 몸서리쳤는지 알 것 같습니다. 잔인한 상상을 묘사하여 글로 옮긴 저자의 상상력과 필력에 놀라울 따름입니다. 이토 준지의 만화도 두려워하지 않는 저이지만, 스티븐 킹의 소설도 긴장하며 읽어내는 저이지만, 이 책 만큼은 한 번에 읽을 수 없었습니다. 읽다보면 자꾸만 밀려오는 졸음이 저를 이 고통에서 피하게 하려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졸릴 만큼 지루하기는 커녕 선혈이 낭자하고 피비린내가 사방에서 진동하는 것도 모자라 육질이 썩어나가는 냄새가 나 속이 메슥거리는데도 계속되는 졸음이 저를 이 책에서 멀어지게 했습니다. 하지만, 잠들었다가는 이 책 속에 같혀버릴 것 같은 두려움이 책을 정복하거나 포기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끝까지 읽어 정복해버려야했습니다.


마지막에 책을 덮을 때는 안심이 된다기 보다는, 출판사에서 편집의 순서를 잘 못 하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반의 잔인함과 피비린내로 독자를 잡아 놓을 셈이었던 모양인데, 그것은 오히려 독자를 처음부터 포기하게 만들었습니다. 심지어 다른 이에게도 이 책을 읽지말라고 말리게 하는 결과를 낳았으니 제목은 타인사이지만, 실제로는 남을 걱정하는 마음이 있는 독자의 성향이 출판의 흥행을 막았나봅니다. 제가 구입한 책은 아름다운 가게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인...  기증받아 판매하고 있던 책이이었는데, 그 때 이 책이 무척 잔인하다는 언질과 함께 걱정스러운 얼굴로 쳐다보는 자원봉사자님의 따뜻한 마음씨를 받아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으면서는 정말 남의 일이라고 저래도 되는건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 세상은 어둡고 잔인하면서도 따뜻하고 행복한 곳인가봅니다. 무언가 아이러니하지만, 이런 면도 있고, 저런 면도 있으니 세상이 굴러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아까 편집이 잘 못 된 것 같다고 이야기 했는데요. 책의 후반부는 그렇게까지 잔혹하지 않습니다. 앞쪽의 잔인함에 길들여진 것이 아니냐고 하실 수도 있겠는데요. 혹시 그런건 아닐까...하여 잠시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만, 그렇지 않습니다. 뒤쪽의 단편들은 여타 다른 공포소설에서 느낄 수 있었던 정도의 절제된 공포였습니다. ​앞쪽의 단편들이 슬래셔라면 뒤쪽의 단편들은 공포 스릴러쯤 될 것 같습니다. 잔인함과 폭력성으로 독자를 잡기 위해 슬래셔를 전진배치 한것은 일부 매니아층에게는 먹혔을 지 모르지만, 무언가 대중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의 공포감에서는 지나쳤던 것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만일 뒤쪽의 단편들을 앞으로 두었다면 어땠을까요. 사람들은 서서히 자신도 모르는 새에 피 빛으로 젖어들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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