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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태엽 오렌지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2
앤소니 버제스 지음, 박시영 옮김 / 민음사 / 2022년 4월
평점 :
책을 덮고 글을 쓰려고 하니, 어느 쪽에 촛점을 맞추어서 써야 할까 고민이 되었습니다. 결국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컴퓨터 앞에 앉게 되었는데요. 읽을 때도 힘들었지만, 읽고나서도 힘들게 하는 책은 정말이지 밉습니다.
이 책은 소설로도 유명하지만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로도 무척 유명한 작품입니다. 웬만한
사람들은 영화나 소설로 한번 쯤 접해 보았을 것 같은데요. 저는 이번이 첫만남이었습니다. 폭력적이다, 선정적이다, 난해하다라는 말로 겁을
집어먹은터라 과연 내가 읽을 수 있을까...하는 고민을하게 했지만, 이제는 몇 년 간 품어왔던 호기심을 해결해야 할 때라는 생각에 이 책에
도전해보았습니다. 역시, 처음부터 힘들게 하더군요. 작중화자인 알렉스가 이야기하는 방식이 저에겐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도 귀염성 없는 허세
말투를 싫어하는 터라 알렉스가 젠체하며 이야기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 귀여운 허세는 좋아합니다. 사족이지만 - 열 다섯살은 예나
지금이나 동서양과 상관없이 참 힘든 시기인가봅니다. 스스로에게도 힘든시기이지만, 주변인들을 힘들게 하는 나이인 것 같은데요. 작중화자겸 주인공인
알렉스는 정도가 더 심각합니다. 무차별적 폭행, 강도, 침입, 성폭행등등.. 비행이란 비행은 다 저지르고 다니는데, 양심도 없는지 자신이 한
행동이 나쁘다는 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합니다. 심지어 자신이 침입해 폭력을 가한 탓에 노인이 죽었는데도, 현행범으로 체포되었는데도 변호사가 오기
전까지는 한마디도 안하겠다며 버팁니다. 그러다 매를 벌지요. 알렉스는 요새 말로 사이코패스인가봅니다.
보통은 소년원에서 지내겠지만 죄질이 나쁜데다가 피해자가 죽어버렸으니 일반 교도소행으로 14년을
복역하게 됩니다. 그러나 형량을 일부 채운 어느 날 국가에서 실험적으로 시행하는 루드비코 요법을 이주간 받으면 출소 할 수 있다는 말에,
지원합니다. 루드비코 요법이란 약물과 시청각 자료를 이용해.......라고 하지만 실상은 고문과 같은 시간을 보내며 세뇌를 통해 범죄자를
교화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이 과정이 무척 고통스럽게 그려지는데요. 알렉스는 자신이 행해왔던 악행들과 비슷한 장면이 나오는 영상들을 보면서 오심을
느낍니다. 세뇌나 교화를 통해 진정한 선을 찾게 된 것이 아니라 파블로프의 개처럼 폭력적인 것을 떠올리면 구토할 것 같은 메스꺼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지요.
이주간의 요법이 끝나고 세상에 나온 알렉스는 자신이 저질렀던 죄들과 마주해야했습니다. 폭력을
당해도 되갚아 줄 수 없었습니다. 철저한 루드비코의 개가 되어있었으니까요. 그들에게 당하면서 자신은 감옥에서 모든 죄값을 치뤘다고 생각하며
억울하다 여깁니다. 여전히 반성의 기미는 없습니다. 작중화자로서 우리에게 이야기를 할 때에도 이 모든 것은 청춘의 일부 기록처럼 여깁니다.
앞에서 이 책을 읽고 어떤 곳에 촛점을 맞추어야 할까 고민이 된다고 했는데, 알렉스의
사이코패스적인 면을 이야기해야하나... 아니면, 국가에 의한 인간의 통제나 개조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하나..하는 고민이었는데요. 결국 글을
다 쓸때까지도 결론을 내지 못했네요. 인위적인 약물 주입으로 ...화학적 거세 같은것 말이죠. 통제한다고 해도 인간 자체가 바뀌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건 아닌가.. 하는 관점에서도 생각하게 되었거든요.
이 책은 참 묘합니다. 읽을때도 불편하고, 읽고 나서도 불편하고..
그렇지만 괜히 읽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네요. 며칠 더 고민하겠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