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 할까요? 2 - 허영만의 커피만화
허영만.이호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전히 외로움을 살짝 안은 채 허영만의 <커피 한잔 할까요2>를 읽었습니다. 

늦은 밤이라 커피를 마시기엔 부담스러워 커피맛 사탕 하나를 혀 위에 얹고 책에 나오는 커피 향들을 상상하려 했지만, 

커피에대해 아는 것이 없으므로 그냥 내가 아는 커피향을 상상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좀 더 아는 것이 많았다면 어땠을까. 

콩 볶는 커피숍에 앉아서 읽었더라면 또 다른 느낌이었을까. 


사람이 살아가면서 능력치는 분명 올라갈 텐데, 기대치 역시 높아지는 바람에 좌절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제 기분이 그런 기분입니다. 한 살 때 보다는, 열 살 때 보다는, 스무 살 때보다는 분명 나아졌을 텐데

어째서 점점 더 자신에 대해 확신이 들지 않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자신의 미흡함을 인정하고 계속 정진하는 사람이 2대커피의 강고비인가봅니다. 이미 모든 것을 마스터한 것 같은 사장님 아래에서 커피에 대한 것을 배워가며 사람에 대해서도 배워갑니다. 그렇게 그렇게 바리스타 강고비가 만들어지나봅니다. 


이번엔 꼴보기 싫은 평론가도 등장합니다. 

마치 모든 것을 아는 것 같은 태도는 정말 재수없습니다. 꼴보기 싫습니다. 하지만, 원래 그런 캐릭터로 설정되어 있던 것이니 자세히 지켜보아야겠습니다. 미스터 초밥왕의 무토 쯔루에도 처음엔 재수없는, 아니 거의 끝까지 그런 캐릭터였는데, 그 만화를 몇 번이나 되새겨 본 이후에야 그는 쇼타를 초밥왕으로 성장시키는데 무척 중요한 인물이었음을 깨달았었거든요. 

꼴보기 싫은 평론가 초이허트도 그런 사람일거라 믿습니다. 그러니 삐딱한 그의 목은 봐주어야겠네요. 



2권은 1권보다 좀 더 캐릭터가 생생하고 커피이야기와 인생이야기가 진하게 풍겨옵니다. 그러니 할말도 많고 생각도 많아집니다. 

생각이 많아진 만큼, 더욱 땅을 파고 들어가 다시 겨울잠을 자게 될 것 같은데, 진한 에스프레소가 저를 깨웁니다. 

어쩌라는 건지. 

이 커피는 저를 잠들지 못하게 합니다. 

그러니 커피향을 상상하면서 따뜻한 대추차를 마셔야겠습니다. 

아니, 이것 도대체 무슨 맛이랍니까. 

대추에서 은은하게 우러난 단맛과 산미가 커피를 대신하는군요. 



이번의 책은 밥 딜런의 'One More Cup of Coffee' 와 함께 읽어야 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커피 한 잔 할까요? 1 - 허영만의 커피만화
허영만.이호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커피에 어떤 철학을 부여 할 만큼 커피를 잘 알지는 못합니다. 

원두를 주문할때도 어떤 커피가 내 입맛에 맞는 건지도 몰라

뒷면을 보며 열심히 끙끙거리다가 주문합니다. 그것도 분쇄해서요. 

그러면 향이 다 날아가 버린다는 것도 알고, 공기와의 접촉 때문에 산화된다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그렇게 주문해서 커피메이커에서 조금씩 내려서 마시는 커피가 맛없는 커피전문점의 커피보다 나을 때는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일종의 이상심리일지도 모르겠지만요. 

아무튼 마셔도 그만, 마시지 않아도 그만인 것 같은 커피를 하루에 한 잔이라도 마시지 않으면 섭섭한 건

카페인의 중독성 때문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녹차가 주는 분위기, 국화차가 주는 분위기, 보리차가 주는 분위기가 다르듯 

커피가 주는 분위기도 다른 것이기에, 

잠을 쫓기 위해 사발로 마시던 대학시절 때와는 다른 기분으로 마십니다. 


요새 갑자기 꽂힌 로비 윌리암스의 노래를 들으며 허영만의 <커피 한잔 할까요? -1 >를 읽었습니다. 

벅스의 라디오 기능을 사랑하지만, 어쩐지 이 책은 로비 윌리암스와 함께하고 싶었달까요? 물론 그는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 무언가 가득 찬 기분이 들어야 하는데, 

책을 덮고 나니 외롭습니다. 

어째서 외로움이 몰려오는 것일까요? 

어두움이 내려앉은 밤, 창밖에서는 차들이 지나다니는 소리가 들리는데, 우리집에서는 잠든 아이의 숨소리만 들립니다. 그것 때문일까요? 

아니면, 이 책 안에 있는 사람들의 고독을 느꼈기 때문일까요? 

고독과 열정과 꿈과 희망이 있는 그들의 이야기 <커피 한잔 할까요>였습니다. 



....다음 권도 연이어 읽을 작정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리대왕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9
윌리엄 골딩 지음, 유종호 옮김 / 민음사 / 200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에게 깊은 사색의 힘이 없다는 걸 슬프게 한 소설입니다.

이 책을 덮고 나서 읽는 중간 중간 메모를 해 둔 것과 플래그를 붙여놓은 부분을 다시 돌이켜 읽어보아도 도대체 처음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가 알 수 없었습니다.


소년들은 무인도에 표류합니다하지만 쥘 베른의 15소년 표류기에서 그랬던 것처럼 합심하며 모험을 즐기거나 하지는 않습니다꿈과 희망과 생존이 결합되어있는 신나는 모험의 세계라기보다는 정말로 참혹한생존을 위해 나름대로의 세상을 만들어가야만 하는 잔인함이 그들 속에 존재했습니다.


이 소설은 냉전시대에 쓰였습니다냉전시대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의 시간이 지났지만그 당시에는 미국과 소련의 신경전이 어찌나 팽팽했던지 어린 학생들조차 알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분단국가인 우리나라는 그 냉전시대를 제법 잘 느낄 수 있었고요어렸던 저는 혹시 그들이 상대방에게 본때를 보여주기 위해 우리나라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리면 어쩌나하는 염려를 한 적도 있었습니다지금도 전쟁이라는 불안감은 우리 곁에서 맴돌지만매월 15일 정기적으로 민방위 훈련을 받아온 학창시절은 전쟁이라는 것이 멀지 않은 곳에 있음을 실감케 했습니다.


소설 속의 소년들은 냉전시대에 정말로 원자폭탄을 날리며 전쟁을 하는 통에 비행기로 피난을 가다가 격추당해 불시착 한 무인도에서 전에는 전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삶을 살게 됩니다그 전까지는 서로 모르던 사이였던 영국 소년들은 나이도 대여섯 살에서 부터 열서너 살에 불과한 그야말로 어린 아이들입니다잠자리에서 일어나 벗어놓은 잠옷이라도 개키고 학교에 가면 다행일 것 같은 소년들은 돌보아 줄 어른 하나 없는 이 섬에서 자기들끼리 살아가야만 합니다구조 될 지도 모른다는 희망과세상이 멸망해서 혹은 자기들이 어디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구조 될리 없다는 불안감을 동시에 안고그래도 이곳에서 살아가는 동안 질서와 규칙을 만들어가며 어떻게든 잘 지내보려고 했습니다소년들은 누가 봐도 지도자격으로 보이는 랄프라는 소년을 대장으로 선출했습니다키도 크고 잘생긴 랄프는 자신감이 넘치다 못해 이기적이고 독선적이었으며 건방진 성격이었습니다하지만그의 말은 일리가 있는 부분이 많았습니다규칙을 중요시하며우왕좌왕 발언하다 싸움이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소라를 들고 있는 사람만 발언을 한다는 중요한 규칙도 만듭니다랠프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봉화를 꺼뜨리지 않는 것이었는데분명 구조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러했습니다랠프와 적대 관계에 있는 잭은 사실 봉화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그는 이 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냥이라고 생각했기에 성가대원들을 사냥꾼으로 조직하여 멧돼지를 사냥하고 고기를 공급하는 역할을 합니다랠프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봉화나 오두막 만들기보다 사냥에 열을 올리는 것인데이는 살아가기 위해 중요한 식()과 주(둘 중 하나만을 고집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그들은 이미 의()는 포기한 상태라 책을 읽고 있는 제 입장에서는 잭과 랄프의 균형이 이 섬에서 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아닌가하는 생각에 안타까웠습니다그들에게는 이런 걱정을 해 줄 수 있는 어른이 없었기에 스스로 어른스럽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어른은 없었지만올바른 판단을 하고바른 말을 하는 사람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중요한 인물인 돼지가 있었는데요그의 이름은……모르겠습니다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돼지였습니다뚱뚱한 외모에 두꺼운 안경을 쓰고 있었는데요학교에서 불리던 별명을 이곳에서는 이름처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어쨌든 돼지는 이 섬에서 가장 지적인 인물이었습니다그의 판단을 옳았고랠프에게나 잭에게나 직언하기를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아닌 건 아니라고 말 할 수 있는 용기도 있었고생각도 어른스러웠습니다하지만 잭은 물론이고 랠프는 그의 의견을 잘 수용하지 않습니다랠프의 단짝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가까웠는데도요돼지는 자꾸만 무시당합니다저는 어째서 그가 무시를 당하는 지 알 수 없었습니다외모 때문인가 생각해 보았지만소년들은 섬에서의 하루하루가 지나감에 따라 점점 인간의 모습을 잃어갔으므로 외모는 아닐 거라 생각했는데문득 깨달았습니다아빠가 없기 때문이었나 보다결국 고아나 다름없는 그들이 그런 이유로 돼지를 무시하다니돼지는 그 누구보다 더 훌륭한 소년이었는데도 말이죠게다가 돼지의 안경이 아니라면 그들은 불을 피울 수도 없었습니다. - 이 부분은 좀 오류가 있는데불을 피운다고 하기에 저는 당연히 돼지가 원시일거라 생각했었는데 근시더군요 – 어쨌든이 비문명의 섬에서의 유일하다고 말해도 좋을 문명의 도구는 돼지의 안경입니다돼지는 문명이며이 사회의 지식인이었습니다지식인은 미개한 삶속에서 무시당하지만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데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캐릭터가 있습니다사이먼사이먼은 샤먼이었나 봅니다이야기가 흘러가면서 아이들은 사이먼을 돌았다고 했지만사이먼은 영적 매개체였으며예언자요성직자 같은 것이었습니다.

파리 떼는 사이먼의 콧구멍 아래를 간질이고 넓적다리 위에서 등넘기 장난을 하였다파리 떼는 새까마니 다채로운 초록빛을 띠고 있었고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낳았다그리고 사이먼의 전면에는 <파리대왕>이 막대기에 매달려 씽끗거리고 있었다마침내 사이먼은 눈을 뜨고 다시 쳐다보았다흰 이빨과 몽롱한 눈과 피가 보였다. - 그리고 태곳적부터 있어 온 피할 길 없는 인식이 그의 응시를 떠받치고 있었다사이먼의 오른편 관자놀이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 p. 206

그는 두려움에 사로잡힌 소년들의 광란의 파티에서 두려움에 눈이 멀어버린 소년들의 희생자가 되고 맙니다소년들은 그를 공격하기 전에 이미 인간의 모습을 내 던지기 시작했으며 피맛을 본 성난 짐승이 되어있었습니다그들은 멧돼지를 사냥하며 피 맛을 즐겼으며 그런 모습의 자신들을 대견해 했습니다사냥이 잘 못 된 것은 아닙니다그들도 먹고 살아가야하니까요오히려 소년들이 그 무서운 멧돼지를 사냥해서 피도 빼고 가죽도 벗기고 불에 구워가며 먹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니까요하지만그것이 광기의 시작점이 되는 것이기에 그들의 기세가 강해질수록 제 마음속에서의 불안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었지요그리고 꼬마들이 목격했다던그리고 조사단이 목격했던 무서운 짐승의 정체가 사실은 낙하산을 멘 채로 죽은 조종사의 썩어가는 시체였다는 사실을 알려주려던 사이먼은 그들의 손에 순교합니다그들은 이제 멧돼지 사냥꾼이 아니라 살인자가 되어버립니다광기에 사로 잡혀 벌인 일이라지만대부분의 소년들은 이제 살인을 할 수 있는 집단이 되었습니다랠프는 그런 것이 싫습니다변명을 할 여지가 없이 살인자가 되었습니다돼지가 그 일을 상기시켜줍니다돼지의 한 쪽 안경알이 깨지 던 날그들의 손에서 문명이 조금씩 사라져 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는 몸부림치며 목메어 울었다이 섬에 와서 처음으로 그는 울음을 터뜨린 것이었다온몸을 비트는 듯한 크나큰 슬픔의 발작에 몸을 맡기고 그는 울었다섬은 불길에 싸여 엉망이 되고 검은 연기 아래서 그의 울음소리는 높아져갔다슬픔에 감염되어 다른 소년들도 몸을 떨며 흐느꼈다.

p.303



댓글(5)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장소] 2015-12-07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만과 문명이 얼마나 얇은 것에 지나지 않나 하는
것이 이 책의 골자 가 아닐까 ㅡ많은 것을 배우고
익히는 우리지만 기본의 욕구를 위한 무인도에 내
던져 졌을 적에 인간이 의지하는 것이란 그리 많지
않다는 것ㅡ
소년 랠프가 돼지를 외면 하는 이유는 그의 말이 맞
기 때문이죠.
자존심에 가장 친하다면서도 자신이 리더니까 감히
하는 그런 반발 ㅡ에 외면 ...

포니 2015-12-07 21:26   좋아요 1 | URL
그렇네요.
가장 친하지만 자신보다는 못한 존재였으면 하는 친구 돼지.
(갑자기 슬퍼요)

[그장소] 2015-12-07 21:59   좋아요 0 | URL
오죽하면 도구의 인간 일까요. ..거기서부터 발전이
있어왔기도하지만 그게 아니면 그저 동물과 하나 다를게 없다는 기껏해야 파리들의 대왕 쯤 ㅡ해먹는 수준ㅡ아니겠냐 ...뭐 ...
슬픈게 맞죠..하물며 인간인데..

포니 2015-12-08 00:26   좋아요 1 | URL
도구를 버리면 인간은 정말 그런 악한 존재가 되는걸까요..
아..제가 오늘 왜 우울한가 했더니 이 책을 읽은 탓인가봅니다.
^^

[그장소] 2015-12-08 00:37   좋아요 0 | URL
음 ㅡ환경이 어떤방향으로 놓이느냐 가 관건이
아닐까요..무인도 라는 것..희망이 있을지 없을지
ㅡ소년들의 야성 ㅡ자라나는 성장과도 일맥하고요
만약 ㅡ여자들만 뚝 떨궈졌다면 ㅡ어땠을지 ㅡ아마 그리 다르지 않았을 것 같아요.인간 본성이
선하다고도 하지만 ㅡ아무도 없는 곳에선 가장 더럽고 유치하고 잔인하고 아무렇지 않아 하는게 또 인간 이잖아요..악한 걸로 ㅡ나눌것이 아니라
그저 약한 거죠..그정도로 무너질 만큼 ㅡ물론 ㅡ소설에선 소년들이니 더 그럴것이겠고 ㅡ그러니
너무 울적해 마시길. ..그런 글을 읽고 좀더 내면을
단단하게 하시면 되는 거죠.
어떤 선택의 기로에있을적에 짐승으로 돌아가느냐..인간으로 죽느냐 ㅡㅎㅎㅎ
아 ㅡ끝까지 ㅡ현명하게 살아 남는 법도 있겠군요!^^
 
[전자책] 오픈 폴라 데이 앤 나이트 Polar Day & Night
김이환 지음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4년 7월
평점 :
판매중지




어느 날 낯선 남자가 다가와 흰색의 상자를 내밉니다. 상자가 원하는 것을 주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상자가 원하는건 무시무시한, 혹은 대단한 것은 아닙니다. 어쩌면 사소할 수도 있는 그런 물건들이죠. 이를 테면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아가씨가 떨어뜨린 휴대폰이나 귀걸이 한짝, 다른 사람의 양말 한짝, 열쇠고리 같은 걸 원합니다. 대부분의 경우엔 말이죠. 가끔은 거액을 요구하거나 생명을 요구할 때도 있지만, 그건 그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니 적당한 욕심을 부려도 좋은 상자인데요. 다음 지하철이 들어 오기 전까지 타인의 양말 한짝을 구해다가 넣으면 2등에 당첨된 로또를 준답니다. 글쎄요. 글을 읽고 있거나 말로 전해 들으면 그런 수상쩍은 거래에 누가 응하겠냐고, 그 남자가 널 놀리고 있는 건 아니냐고 말 할 수 있겠지만, 정말로 앞에서 들이댄다면 잠시 망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상자는 하얀색의 큐브입니다. 어디로 여는지 알수 없어 이리  저리 살펴보다보면 조그맣게 open이라고 쓰여있는 부분이 보입니다. 그곳이 입구이죠. 그 입구를 통해 상자가 원하는 것을 넣기도 하고, 원하는 것이 물질적이고 작은 것이라면 꺼낼 수도 있습니다. 상자가 원하는 것을 주지도 않으면서 자기의 욕심만 채우면 안됩니다. 상자가 화를 내거든요. 

상자에게 결혼상대자를 원했던 그 남자는 상자가 원하는 먹이를 제때 주지 않아서 결국 무소유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상자가 언제나 무섭기만 한 건 아닙니다. 크리스마스의 악몽같던 밤에는 꼬마를 구해냅니다. 산타의 붉은 빛이 아닌 또 다른 끈적하고 끔찍한 붉은 색으로부터 구해내지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고독함에 갇혀있던 엄마도 구해주고, 노인에게는 삶의 중요함을 가르쳐 줍니다. 그리고 이런 글들 읽는 저에게도 많은 것들을 전해주고 구해주지요. 

마지막의 이야기에서는 모든 이야기가 하나로 이어지면서 또 한 사람의 영혼을 구해냅니다. 이 상자를 들고 다니는 남자는 저승사자인지, 천사인지 악마인지 알 수 없습니다. 상자를 손에 쥐는 사람에 따라서 그는 그 모든 것이 될 수 있으니까요. 

저의 경우엔 어떨까요? 일단 낯선 사람에게서 무언가를 받는 것을 꺼립니다. 그리고 소원을 들어 주는 상자라니 너무 수상쩍지 않나요? 우리집에는 소원을 들어주는 예쁜 구슬이 있습니다. 흔들면 맑은 소리가 나지요. 그러나 구슬에게 소원을 빌지는 않아요. 모든 일에는 댓가가 필요한 법이니까 이 구슬이 아니어도, 이 상자가 아니어도 소원을 이루려면 댓가를 지불해야하지요. 그게 간절한 기원일 수도 있고, 꾸준한 노력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댓가가 없이 이루어지는 건 없습니다. 에너지 보존법칙에 의해서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에너지는 항상 같은 양을 유지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저는 상자를 받지 않겠습니다. 그 상자가 나의 작은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서 나의 소중한 것을 빼앗아 갈 것만 같은 두려움이 너무 큽니다. 

결국, 겁이 많아서 받을 수 없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만의 바다 - 마음을 행복으로 물들이는 컬러링북
아나스타샤 카트리스 지음 / artePOP(아르테팝) / 2015년 10월
평점 :
품절



나만의 바다. 

정말로 바다를 건너서 이 곳 제주까지 날아왔네요. 

나만의 바다라면... 예전엔 하도리의 바다였지만, 

지금은 하도리의 바다도 나만의 바다가 아니어서 (원래 아니었다)

이 컬러링 북을 칠하며 나만의 바다를 꾸려가 볼까 해요. 


나만의 바다에는 어떤 친구들이 살고 있을까요?




이 바다 안에는 많은 해양생물들이 살고 있었어요. 

불가사리, 해마, 게... 이런 친구들이 아바타스러운 무늬를 뽐내며 바닷속에서 헤엄치고 있지요. 

색연필을 꺼내어 이런 친구들을 칠하다보면 ...

힘들어요. 사실 저는 컬러링북을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직접 그려서 색칠하는 것은 좋아하는데, 그려진 것에 색칠하는 건 좋아하지 않고, 직접 그려서 색칠할때도 정밀 스케치하는걸 싫어해요. 색을 칠하면서 모양을 만들어가는 걸 좋아하나봐요. 


어쩌지.. 이 그림들을 어쩌면 좋지.. 그래서 딸이 먼저 색칠하기 시작했어요.





아 그런데, 이녀석. 엄마를 닮아서 지구력이 딸리네요. 저거 색칠하는데 삼일이 걸렸어요. 


그래서 제가 틈틈히 색칠해보기로 했지요. 

처음 도전한 것은 바로 이것. 




잠수함의 둥근 창을 통해 바닷속을 내다보는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아, 하기 싫어.. 하기 싫어.. 팔 아파.. 싫어.. 

라고 중얼거리면서 열심히 책을 칠해나갔죠. 

아... 진짜 하기 싫... 어, 여긴 좀 빈약하네. 더 해보자.. 아 진짜 싫.... 음.. 여긴 무슨 색으로 칠할까?

이렇게 저는 컬러링북에게 츤데레츤데레 하면서 열심히 칠해나갔어요. 


그리고 며칠 뒤. 두번째는 뭘하지...? 간단하고 금방하는 걸로 하자. 

금붕어 할까? ... 아니... 돌고래 할까...? 아니...?

그래 우선 순위를 정해보자. 무조건 난 오른쪽에 있는 그림. 왜냐. 

색칠하기 편하니까. 



그럼 마음을 가다듬고 색칠도구를 꺼내어 셋팅



제 색칠도구는 파버 카스텔 유성 색연필 36색과 리틀포니가 어디서 구해다 준 크레욜라 메탈 색연필과, 초등 저학년때 뭐 잘하면 선생님이 한자루씩 주는 색연필과 미피 중성펜. 그리고 고체 형광펜이에요. 


다른 컬러링북은 잘 모르겠는데. 아르테 출판사에서 나온 <나만의 바다>는 중성펜 정도로는 뒤에 비치거나 번지지 않더군요. 

네임펜은 뒤에 비쳐요. 어떤 분들은 마커로 칠하시기도 하던데, 한자루에 3500원이나하는 마커는.. 제 수비범위 밖이라서 저는 이런 소소한 도구로 그림을 칠해요. 평소에 그림을 그릴때도 마찬가지에요. 물감은 리틀포니의 13색 물감을 접시에 조금 얻어쓴답니다. 

아, 이거 외에도 볼펜을 쓸때도 있지만, 이번의 도구는 그렇습니다. 



그리하여 거북이 채색 완성. 


머리와 사지는 되도록 연하게 흰색의 바다거북이를 표현했고요. 등껍질은 강렬한 느낌으로 거북이위의 만물을 표현- 하려고 용썼어요. 


나머지 남아있는 <나만의 바다>는 딸과 함께 칠해나갈거에요.^^

이번만큼은 사이좋게 나만의 바다를 채색해서 우리의 바다로 만들기로 했거든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