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교과서 작품 읽기 중2 수필·비문학 (최신개정판) 국어 교과서 작품 읽기 시리즈 (최신개정판)
조인혜.주예지 지음 / 창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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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국어 교과서 작품 읽기 수필·비문학

: 미래 학습자로서의 독서, 구조로 사고하는 힘

 

 

창비의 2 국어 교과서 작품 읽기 수필·비문학은 단순히 청소년을 위한 읽기 자료집을 넘어,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핵심 독해 능력이 무엇인지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책이었다. 나는 수학을 가르치는 강사이지만,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이 가장 먼저 접하는 텍스트가 무엇인지 알고 싶어 이 책을 선택했다. 교과서는 학습의 시작점이자 마지막 점검선이며, 학생들이 세상을 어떻게 읽는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장치다. 그렇기에 교과서에 실린 글을 들여다보는 일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교육의 본질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질문은 수험생에게 이 책은 어떤 의미일까라는 점이었다. 수능 국어는 감정이 아닌 구조로 읽는 시험이다. 그러려면 문단의 목적, 전개 방식, 주제 연결, 논리 구조를 빠르게 파악해야 한다. 이 책에 실린 수필·비문학 제재들은 분량은 짧지만 구조적으로 매우 정교하다. 주제 제시, 사례, 전개, 전환, 결론이라는 흐름이 명료해, 독해의 기본골격을 연습하기 매우 적합했다.

 

책은 자아 탐구, 소통, 사회 참여,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라는 네 갈래로 구성돼 있다. 특히 마지막 파트인 세계에 대한 호기심은 수험생의 사고 확장에 좋은 제재들이 많았다.

예를 들어, 야구 선수들이 눈 밑에 검은 테이프를 붙이는 이유」 「국수가 잔치 음식이 된 까닭」 「개와 고양이의 물 마시는 법」 「대한민국에서 사과가 사라진다이런 주제들은 과학·문화·사회 현상을 간결하게 구조화해 보여준다. 이는 수능 독서 영역에서 요구되는 정보 통합 능력과 거의 동일한 사고 과정을 필요로 한다. 또한 셉테드(CPTED), 못생긴 농산물의 재활용, 기자들의 서술어 선택 방법과 같은 제재는 사회적 관점을 확장시키면서도 문단 구조가 분명해, 독해의 감을 잃은 수험생들이 재정비하기에 매우 적절하다.

 

그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깊게 다가온 글은 1부의 수필 아무도 특별하지 않습니다였다. 이 글은 특별한 존재가 되려는 압박에서 벗어나 자기 자비를 회복하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나는 늘 이 정도는 해야 한다는 외부 기준 속에 살아왔다. 목표를 성취하지 못하면 나 자신을 꾸짖고,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을 내면화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아무도 특별하지 않다는 말은, 누구나 각자의 방식으로 특별하게 고통받고 있다는 뜻인 것처럼 내게 다가왔다. 글은 내게 칼날처럼 와 닿았지만, 동시에 해방감에 가까운 위로였다. 우리는 각자의 무게를 짊어지고, 각자의 속도로 살아간다. 그러므로 자기 자비는 선택이 아니라 회복의 기술일 수밖에 없을 터였다.

 

2 국어 교과서 작품 읽기는 단순히 교과서의 확장판이 아니다. 이 책은 다음 세대 학습자에게 다음과 같은 독서 능력을 훈련시킨다. 첫째 주제-전개-결론의 구조적 사고력, 둘째 비판적이고도 유용하게 정보를 받아들이는 태도, 셋째, 사회를 바라보는 다층적 시각, 넷째 짧은 글 속에서 핵심을 추출하는 능력, 다섯째 자기감정과 사고를 재정비하는 메타인지, 이는 모두 수능 국어뿐 아니라, 앞으로 변하는 사회에서 읽고 이해하고 판단하는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한 핵심 역량이다.

 

결국 이 책은 청소년에게는 교과서의 확장, 성인에게는 현대의 독해를 다시 배우는 작은 훈련장이 되어주고 있으며 수험생에게는 독해 감각을 되찾는 재부팅 도구가 되어줄 것이다. 과도한 일상 속에서 짧은 글로 숨을 고르고 싶을 때, 혹은 수험 국어의 구조적 독해를 재정비할 때, 이 책은 그 어떤 문제집보다도 빠르고 정확하게 독해 근력을 길러준다.

 

교과서는 무거운 책이 아니다. 교과서는 모든 공부의 시작이며 끝이기에, 너무 어렵고 힘들어 피하고 싶은 책이 되어서도 안된다. 이 책은 교과서 속의 글들에 대해 다시 읽기의 기쁨을 알려주는 가벼우면서도 단단한 안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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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테크놀로지 시프트 - AI부터 우주까지, 산업의 판도를 바꾸는 과학기술 트렌드 5
전승민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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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테크놀로지 시프트>를 읽고

 

<2026 테크놀로지 시프트>는 다가오는 변화의 구조를 읽는 법을 알려주는 미래 기술서이다. 이 책은 앞으로 유의미한 변화를 일으킬 분야를 인공지능, 반도체, 화학 석유 등 에너지 전환, 바이오, 우주 산업 등 다섯 가지로 나누어 설명한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한 기술 트렌드 소개서가 아니다. 저자가 서문에서 언급하였듯, 이 책을 통해 독자인 우리는 이러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국가로서 대한민국과 개인으로서의 나는 어디에 서있으며,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에 대한 성찰을 하게 된다. 이 책은 그 질문에 극히 현실적인 답을 제시한다. 분명 그것은 희망적이기도 하나, 동시에 매우 냉정하기도 하다. 이 책은 우리가 놓여 있는 현재를 결코 아름답게 포장하지 않는다. 기술적인 변화의 서곡은 이미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전제로 하고, 이 변화 앞에서 어떻게 해야 승자가 될 것인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구조적인 분석을 도와주는 책이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게 다가온 부분은 이 책을 통해 우리나라의 강점과 약점을 동시에 바라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저자가 다양한 기술적 발전과 기업의 행보를 통해서 보여주었듯 한국은 반도체와 정밀공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생산능력과 공정기술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 분야가 국가 산업 구조를 떠받치고 있다. 배터리와 에너지 전환도, 세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대만에 이어 빠르게 발전중이고, 극심한 출산율과 세계 유래 없는 고령화 속도로 인하여 로봇 AI의 도입과 자동화가 자연스러운 사회, 경제적 분위기를 갖추고 있다.

 

반면 같은 이유로 노동력 붕괴의 위기를 겪고 있으며, 이 문제는 기술을 다룰 인재의 감소라는 심각한 문제 역시 안고 있다. 또한 AI 헬스케어와 바이오 기술의 상용화로 고령화 인구의 노동시장 재진입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국가 재정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마저 있다. 또한 한국의 교육체제는 철저하게 입시형으로, 융합형 인재를 요구하는 미래 산업으로의 전환에 방해가 되고 있다. 또한 과도한 규제 문화가 사회 전반에 만연하여, 속도전인 딥테크와 바이오, 인공지능 스타트업이 성장하기가 쉽지 않은 상태이다. 실제로 책에서 느낄 수 있었던 대한민국의 위치는 애매하다. 선도적인 기술력을 갖춘 소수의 나라보다는 기술적으로도, 인재풀의 측면에도 밀리고 있으며, 물량 수주 측면에서는 압도적인 노동력을 자랑하는 나라들에게 쫒기고 있다. 우리의 미래는 기술이 국가 경쟁력을 결정할 것이다. 기술에 뒤처지면 국가 단위로 몰락할 수 있음을, 절절히 느끼게 했다.

 

하지만 이 책은 내게 국가적 측면에서의 거시적인 시점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개인 전략서로도 느껴졌다. 책이 다루고 있는 인공지능과 자동화 사회는 인간의 역할을 재편하고 있다. 더 이상 인간은 노동력만으로는 살아 갈 수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지식 축적이 아니라 문제 해결력, 추론력, 변화하는 미래에서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학습 능력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정밀공학과 반도체의 미래를 통해 알 수 있듯 미래의 우리나라는 전문가만이 살아남을 조정밀 기술 사회가 될 것이다. 대부분의 산업이 수학적 사고를 기반으로 재편될 것이기에, 기초 과학 역량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도태되지 않는 인간이 되기 위한 필수적인 생존전략이 될 것이다. 특히 인류의 모든 기술은 최종적으로 의료와 바이오 산업으로 전환된다는 표현처럼 생명과학과 의학의 가치는 변화하는 미래 사회에서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우리가 흔히 전통 사업이라고 느낀 에너지 화학 분야는 국가 시스템 유지의 핵심 인프라이며, 우리의 삶의 상당부분을 석유 화학 분야가 연관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우주 산업 분야도 발전 속도로 미루어본다면 결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며, 관련한 기술 인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장이 될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기술을 읽는 사람은 자신의 미래도 설계할 수 있다.” 이라는 전제 아래 집필했음을 분명히 해두었다.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명료하다. 기술 변화는 더 이상 전문가나 기업, 혹은 국가만의 문제는 아니다. 저자가 다루는 다섯 가지 핵심 영역에서의 변화들은 개인의 생존 전략과 긴밀하게 연결된다.

 

인공지능이 확산되고, 자동화가 사회에 정작되면, 사람의 역할은 재정의될 수밖에 없다. 반도체는 지금보다 더 작아지고, 더 빨라질 것이며, 지구의 정치지형은 산업의 발달에 발맞추어 바뀔 것이고, 바이오의 발전은 더 이상 의료 분야뿐만 아니라 식량, 환경, 소재 분야 전체를 다시 쓰게 될 것이다. 또한 에너지 전환 분야는 전통적인 산업 구조를 다시 짜는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며, 우주 산업 분야는 개개의 민간 기업의 프로젝트가 아닌 수많은 나라와 기관, 기업들이 동참한 하나의 거대한 경제권이 되었다. 우리가 어떤 위치에 놓여 있듯, 이 다섯 가지 변화와 무관한 사람은 없다. 그렇기에 내게 이 책은 지식 획득이 아니라 방향성을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개인으로서 우리는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 것인가. 책을 읽으면서 정리해보았다. 첫째 AI 활용 능력은 추후 우리가 어떤 직업을 갖고 살아가든 필수적 생존 기술이 되었다. 더 이상 기술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특히 대한 민국처럼 자동화가 빠르게 뿌리 내리고 있는 사회에서 기술과 친근하지 못한 사람은 연령 불문하고 도태될 수 밖에 없을 터이다. 또한 기술 변화를 순간적으로 밀려오는 파도로 보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저자가 다루는 변화들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다. 인공지능과 바이오 발전, 우주 산업은 기본이 수십 년에 걸쳐 일어나는 사회구조적인 거대한 전환이 될 것이다. 이 변화 속에서 우리는 나만의 초개인 브랜드가 필수적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미 인공지능이 글, 그림, 영상 등을 만드는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인간은 인공지능보다 더 빨리, 더 대량으로 비슷한 결과물을 산출할 수 없다. 우리의 생존 전략은 기계와 차별화된 개성과 태도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기에 미래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직업은 인공지능에 대한 광범위한 이해도가 높으며 활용 능력이 출중하되, 인간적인 윤리 감각, 감정통제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종합적 판단 능력이 가미된, 자동화가 어려운 업무가 될 것이다. 기술이 모든 영역을 동력으로 삼는, 구조적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된 사회 속에서 우리는 결국 기계와 더불어 살아갈 수 있을 만큼 끊임없이 학습하는 머리와 가장 인간다운 마인드를 갖추어야만 할 것이다.

이 책은 앞으로 내가 어떤 기술 환경 속에서 살아갈 것인지, 그리고 그 변화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하여 나만이 가질 수 있는 경쟁력은 무엇일까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읽어야 할 미래 전략 필독서였다.

 

#세종서적 #2026테크놀로지시프트 #미래기술 #전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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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세스 - 지금 시작하는 목표 설계의 비밀
하이디 그랜트 할버슨 지음, 장원철 옮김 / 북파머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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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세스(Success) 실패의 구조를 해부하고, 장기 목표를 다시 설계하기 위해 필요한 심리학적 지도를 얻다

 

 

올해는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었던 가장 중요한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는 점에서 깊은 좌절과 번아웃의 해였다. 그러나 실패의 순간은 언제나 자기 이해의 중요한 출발점이 되며, 바로 그 지점에서 석세스는 매우 적절한 타이밍에 도착했다. 이 책은 단순 동기부여 지침을 넘어, 목표 설정·실행·지속의 전 과정에서 인간이 흔히 범하는 인지 오류와 심리적 함정을 구조적으로 파고든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내 실패가 이나 능력 부족이 아니라, 학술적으로 충분히 설명 가능한 패턴의 결과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다.

 

나는 본래 추상적 사고에 치우친 사람이다. 목표를 설정할 때 구체적 시나리오를 그리기보다는, 상징·이미지·미래 비전을 먼저 떠올리는 편이고, 감정적 동력, 즉 어쩐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에 강하게 의존한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정서 기반 동기화(Affect-driven motivation)’라고 부른다. 긍정적인 감정은 단기적으로 행동을 촉진하지만, 지속성·정확성·오류 교정 과정에서는 오히려 장애가 되기 쉽다.

 

책에 기술된 바에 따르면 나는 다음과 같은 성향을 지니고 있다.과도한 낙관주의적 편향(Optimism bias): “잘 될 것 같은 기분이 근거를 압도해 버리는 경향과 간극 인지(Gap Perception)의 약화: ‘이상적 나현실의 나사이의 현실적 거리 측정 실패, 그리고 평가형 목표(Evaluation goal) 선호: "합격"이라는 이분법적 지표에 과도하게 의존, 정확성보다 속도 중시: 빠른 진도, 빠른 성취, 빠른 변화에 목표를 설정하는 경향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성향은 장기 플랜, 특히 1년 이상 지속되는 고강도 학습 목표에서는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성공 심리학은 장기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초기 기대치의 현실화간극의 정확한 측정을 강조한다. 그런데 나는 이 지점을 사실상 무시한 채 감정적 낙관의 에너지로 장기전을 수행하려 했다.이는 결국 필연적으로 과로 통제력 붕괴 미루기 자기혐오 번아웃이라는 악순환 회로를 촉발했다.이 책의 학술적 강점은 바로 이러한 심리적 패턴을 인지과학적 모델로 설명한다는 점이다.

 

이 책이 제시하는 핵심 이론 중 하나는 자기적합적 목표(Self-concordant goals)’이다., 목표 자체가 사회적 기준이나 평가받기 위한 기준 기반 목표가 아니라, 나의 정체성·가치·능력 구조와 일치해야 한다는 점이다.나는 올해 수의대 준비를 하면서합격이라는 성과를 통해 무가치함을 극복하고 싶다는 형태의 평가 기반 목표(Evaluation goal)를 설정했다. 그러나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평가 기반 목표는 다음과 같은 부작용이 크다. 압박감 증대에 따른 자기통제력 감소, 스트레스 반응 활성화에 따른 목표 수행 지속력 저하, 단기 보상에 의존함으로써 장기적인 동기 붕괴, 마지막은 자기 비난 루프 강화이다.

 

반면 성장 기반 목표(Growth goal)어제보다 문제 하나 더 깊게 이해하는 것”“매일 작은 학습 루틴을 완성하는 것처럼 행동 기반으로 세분화된 목표이다.나는 성장형 목표를 설정했다고 생각했으나, 실제로는 평가형 목표의 포장된 형태에 불과했음을 이 책을 통해 깨달았다.

 

여기서 이 책은 매우 학술적인 입장을 취한다. 그래서 행동 실패는 의지의 실패가 아니라, 설계의 실패다.”라는 저자의 주장이 심리학적 이론과 뇌과학과 행동과학에 기반하여 설득력이 높게 느껴졌다. 내 수험 실패를 불러온 다음 요인들, 피로 누적,감정 변동성,즉각적 보상에 대한 의존, 추상적 계획의 반복,에너지 저하에 따른 자기통제력 붕괴, 이 모든 것은 인지과학적으로 예측 가능한 현상이었다.

하지만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장기 목표의 실패는 대부분이시동동기(Initiation)’가 아닌지속동기(Maintenance)’에서 발생한다는 심리학적 통찰이었다. 안타깝게도 나는 시동동기는 강하다.새 계획을 세우고, 야심적 목표를 만드는 데에는 뛰어나다.하지만 지속 단계에서 감정 기복과 피로 누적으로 인해 흐름을 잃곤 했다.

 

이에 대해 이 책이 제안한 해결책은 매우 실용적이었다. if-then 실행 계획(Implementation intention), 상황 단서 기반 습관 설계,에너지 관리 기반 행동경제학적 방법,장기 플랜의 인지적 재보정이 부분은 실제로 수의대 준비라는 장기전에서 결정적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느꼈다.

 

 

장기전에서는 누구나 다음과 같은 오류에 쉽게 빠지곤 한다. 지금의 나를 미래에도 동일한 수준으로 예상하는 오류(선형성 착각), 과대기대 후 좌절하는 진폭 모델, 초기 의욕이 지속될 것이라는 감정적 착각, 미래의고난을 과소평가하는 낙관적 편향. 하나 같이 내가 겪은 문제점들이었다. 특히 나는 속도를 동력으로 삼기 때문에, 장기전에서는 이 성향이 오히려 번아웃을 가속화하는 독으로 작용했다.

이 책은 단순한 동기부여를 주는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이 책은 성공의 심리학이라는 학문적 렌즈로 내가 겪은 실패를 객관적·구조적·인지과학적으로 재해석하게 만들었다.

 

나는 지난 1년 동안 나 자신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했고,너무 빠른 속도를 요구했고,내 성향의 심리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채 감정의 힘으로만 달렸다. 그러나 장기전에서 중요한 것은 감정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설계·현실적 목표·심리적 기술이라는 점을 이 책은 반복해서 강조한다.내년은 단순히 더 열심히 하는 해가 아니라, 더 효율적으로, 더 정확하게, 더 자기 이해 중심적으로 살아야 하는 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석세스는 그 설계를 위한 학술적 지도를 제공해 준 책이다.올해의 실패를 뼈아프게 돌아보던 내게, 이 책은 인지구조를 짜는 데 필요한 교과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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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역사 1955 2025 - 시민과 더불어 써 내려간 대한민국 현대 정치사
박혁 지음 / 들녘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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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역사 분열의 길 위에서 민주주의를 지켜온 이름

 

한국 현대사를 읽다 보면 언제나 민주당의 이름이 적혀 있다. 1955, 이승만의 독재 권력 아래에서 시작된 첫 출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민주당의 역사는 곧 한국 민주주의의 맥박과 함께 뛰어왔다. 들녘 출판사에서 최근 출간된 민주당의 역사는 그 지난한 여정을 탄생과 분열, 통합, 수난, 저항이란 주제로 묶어 민주당의 정체성과 한국 정치사의 교차점을 탐색한다.

 

그래서일까.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어떤 거대한 강의 물줄기를 더듬어가다 여러 지류에 걸려 잠시 방향을 잃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읽는 동안은 차라리 연대기순이 서술이 더 가독성이 좋았을 텐데 왜 이런 구성일까 궁금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다. 그러나 완독을 한 작금에 이르러서는 바로 이 흐름이 지난 70년간 민주당이 걸어온 실제 역사와 매우 흡사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들은 굽이치며 흐르는 가운데 이리저리 튀고 으깨어지는 물처럼 자주 깨지고 부서지는 분열의 순간을 견뎌야 했다. 완벽하지 않았기에, 극적인 통합의 순간보다 더 많은 분열의 시절을 견뎌온 그들이기에, 민주당은 저자를 포함하여 수많은 이들이 사랑해 마지 않는 인간다운 정당이 된 건 아닐까.

 

 

1950년대 중반, 자유당 독재에 맞서 결성된 민주당은 정치적 다양성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했다. 그들은 권력의 중심을 향하기보다는, 권력의 바깥에서 견제라는 민주주의의 본령을 세우고자 했다. 저자가 그려낸 민주당의 탄생과 성장시기는 내게 한국 민주주의의 제도화적 맹아기로 보였다.

 

민주당의 창당은 이승만 정권의 부패와 장기집권에 맞선 첫 합법적 저항이었다. 1956년 신익희 후보의 선거 유세 중 서거, 장면 정부의 짧은 집권과 5·16 군사쿠데타의 비극적 종말까지, 민주당은 늘 실패의 정당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들의 지난 70년 세월을 다 지켜본 나는 바로 그 실패의 축적이, 오늘날 한국 민주주의 부 활을 불러온 민주당의 저력이 되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민주당은 권력을 잡지 못한 정당이었지만, 권력을 비판할 언어를 지켜낸 정당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가장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며 안타깝게 만든 대목은 민주당의 끊임없는 분열이었다. 그러나 그 분열은 단순한 개인의 권력욕으로만 설명하기에는 퍽 복잡하다. 분명 그런 점도 없지 않았겠지만, 민주당의 끊임없는 분열의 이면에는 민주주의를 향한 서로 다른 믿음의 충돌과 다양한 생각의 대립이 존재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타협을 통해 현실을 바꾸려 했고, 누군가는 투쟁을 통해 정의를 세우려 했다. 하지만 그 긴장과 반목의 결과는 언제나 같았다. 바로 패배였다. 1960년대의 구파와 신파, 1980년대의 민주당-평민당 분열, 그리고 2000년대 이후까지 이어진 계파 갈등은 민주당의 숙명처럼 되풀이되었다.

 

분열이 정권 획득 실패로 끝난 건 사실이나, 이 책을 완독한 내게 이 분열이 단순한 민주당의 한계인 것으로 보이진 않았다. 민주당의 분열은, 역설적으로 한국 정치의 다양성을 유지시킨 원동력이었다. 군사독재 아래서조차 민주당계 정당들은 끊임없이 다르게 말할 권리를 포기하지 않았다. 오늘날 우리 한국 민주주의가 획일화된 하나의 목소리가 아니라, 각자 다른 생각을 말할 여러 목소리의 공존인 상태로 굳어진 것은 어쩌면 분열 속에서도 민주주의의 관용정신을 포기하지 않은 민주당의 긍정적인 기여 덕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87년 체제 이후 민주당은 드디어 집권의 기회를 맞았다.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그리고 문재인 정부로 이어지는 민주당 계열 정권은 한국 사회에 민주화 세력의 집권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남겼다. 그러나 동시에 민주당은 새로운 모순이 직면하게 되었다. 그간 핍박받는 소수자였던 민주당은 이제 더 이상 피해자가 아니었다. 그들은 기득권과 맞서 싸우던 정당에서, 기득권이 된 정당으로 변해갔다. 민생보다 명분, 이상보다 정체성을 우선한 정치적 태도는 국민에게 점점 멀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정의의 이름으로 내세운 정책이 현실을 품지 못했기에 국민적 실망이 배가되었다. 민주의 이름을 걸고 민중의 소리와 유리된 교육 정책 실패, 부동산 정책 실패, 정의 구현 실패는 등 각종 내부적 한계를 노출하며 민주당은 다시금 윤석열 정부에게 집권 여당의 자리를 내어주게 되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여전히 한국 민주주의의 중심에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왜냐하면, 민주당은 완성형의 정당이 아니고 스스로 변화를 꿈꾸며 지향하고 노력하는 정당이기 때문이다. 1980년대에는 민주화의 기수로, 1990년대에는 개혁의 주체로, 2000년대에는 진보와 중도의 가교로, 그리고 오늘날에는 사회적 연대의 실험장으로 변모해왔다.

 

민주당의 존재는 완전한 성공의 기록이 아니라, 실패를 통한 성장의 역사다. 그 실패의 반복 속에서 우리는 민주주의의 현실적 얼굴을 본다. 민주주의는 언제나 서로 다른 사람들의 공존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분열은 민주당의 약점이자, 동시에 민주주의의 본질이기도 하다.

 

민주당의 역사는 결국 민주주의를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의 역사다. 그들이 보여준 수많은 실책과 오판, 그리고 내부의 싸움조차도 민주주의의 과정이었다. 민주주의는 승자의 언어가 아니라, 실패와 논쟁을 포용하는 언어다. 그 점에서 민주당의 역사는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이 책은 민주당의 과거를 보여줌으로써 그들이 짊어져야 할 미래의 책임을 묻는다.

 

분열과 타협, 실패와 복귀를 거듭하며 여전히 국민의 이름으로정치를 고민하는 정당이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오늘 한국 정치의 희망이라 느끼며 이 책을 덮었다. 나는 이 책을 민주주의의 함의를 고민하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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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매도 불변의 법칙
이상준.지훈.이윤구 지음 / 원앤원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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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가계 자산의 70% 이상이 부동산에 묶여 있다는 통계는 이제 상식이 되었다. 집 한 채가 노후 보장, 교육 자금, 상속 계획을 동시에 책임지는 구조 속에서 부동산은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 가계 재정과 사회적 지위의 핵심 축이 되었다. 이 때문에 부동산 시장의 작은 변동도 사회 전체로 퍼져나가며 전 국민의 불안을 증폭시키곤 한다.

 

주택 가격 급등기마다 반복되는 영끌패닉바잉’, 그리고 하락기에 찾아오는 공포 매도는 단순한 시장 변동이 아니라 한국적 부동산 의존 구조의 필연적 결과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동안 출간된 수많은 부동산 서적은 매수에만 초점을 맞췄다. 사후 관리와 매도 전략은 부차적 주제로 밀려나 있었다.

 

이런 현실에서 부동산 매도 불변의 법칙은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 이 책은 사는 것만큼 파는 것이 중요하다는 명제를 내세우며, 부동산 자산의 출구 전략을 사회적·경제적 생존의 관점에서 새롭게 조명한다.

 

3명의 저자들은 부동산을 매도하는 과정을 결정 협상 세무 사후 관리라는 네 단계로 체계화한다. 이 흐름은 단순한 매매 절차가 아니라 가계 재정의 재구성과 위험 관리의 프로세스로 다가왔다.

매도결정 단계에서는 금리 사이클과 시장 흐름을 읽는 거시 경제 분석과, 1세대 1주택 비과세 요건이나 종합부동산세 절감 같은 미시 전략을 병렬적으로 검토한다. 계약 및 협상 단계에서는 특약 조항의 의의와 실무에서의 활용 전략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계약금 반환 규정 문서화 등의 실무적인 조언으로 분쟁을 예방할 것을 당부한다.

세무 신고 단계는 단순한 절세를 넘어, 가계 현금 흐름과 장기 투자 계획을 새로 설계하는 단계로 제시된다.

 

주거와 자산이 결합된 한국에서 매도는 곧 가족의 미래 설계와 직결된다. 따라서 매도를 단순화 유동성 확보 정도가 아니라 적극적인 생존 전략으로 바라보라는 시각은 오늘날 부동산 의존 사회가 반드시 새겨야 할 통찰이다.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은 과도한 정책 의존성, 세대 간 부의 계승 수단이자 투기와 실수요가 교차한다는 점에서 몇 가지 특수성을 지닌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LTV, DTI 등 대출 규제와 보유세·양도세의 변동이 시장의 흐름을 좌우한다. 실제로 지난 문재인 정권 말기 실패한 부동산 정책은 대한민국 부동산 경기의 극단적인 투기성을 불러왔고, 영끌과 다수의 하우스 푸어를 양산해 냈다. , 부동산이 부모 세대의 자산 증식 수단이자 자녀 세대의 출발점이 되는 구조에서, 매도는 곧 부의 세대 이전의 핵심 전략이 된다. 마지막으로 주거 안정이라는 목표와 투자 수단이라는 목표가 하나의 부동산이라는 물건에서 공존하기에, 실제로 실무에서 벌어지는 거래는 투자와 거주 목적을 구분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부동산 매도 불변의 법칙은 이러한 한국적 맥락을 정면으로 다룬다.세 명의 저자가 투자·세무·법률이라는 각기 다른 전문성을 결합해, 한국 시장의 제도적 특수성과 인간의 심리적 함정을 동시에 설명한다.이는 부동산을 단순히 개인의 재테크차원이 아니라 정책·세대·사회 구조와 맞닿은 현상으로 읽어야 한다는 사회과학적 시각과 맞닿아 있다.

 

한국의 부동산 담론은 오랫동안 사는 법에 치우쳐 있었다.분양가 상한제, 청약 가점, 개발 호재 같은 키워드는 넘쳤지만, 매도 시점과 절차를 체계적으로 설명한 대중서는 드물었다.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매도 과정에서 불필요한 세금을 내거나 계약 분쟁을 겪고, 시장 타이밍을 놓쳐 큰 손실을 감수해왔다.

 

이 책은 매도 전략을 투자의 필수 영역으로 끌어올린다. 매도는 개인의 재산을 지키는 차원을 넘어, 한국 사회 전체의 부동산 리스크를 낮추는 공적 효과를 가진다. 시장참여자가 합리적으로 매도할수록 부동산 가격의 급등·급락은 완화되고, 세제 왜곡과 투기적 거래 역시 줄어든다.

부동산 매도 불변의 법칙은 개인의 재무 안전망이자 한국 부동산 시장의 건전성을 높이는 시민적 교과서이기도 하다.

 

한국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OECD 평균을 크게 웃돈다. 이는 단순한 투자성향이 아니라 기타 금융 자산의 사회적 안전망 부족과 자산 불평등이 낳은 구조적 기형의 상징이다. 이 책이 제시하는 실천적인 매도 전략은 가계 자산의 재분배와 경제적 유연성의 확보를 뒷받침한다는 측면에서 한국 사회의 취약 구조를 보완한다. 부동산이 한국 가계 자산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한, 합리적 매도 전략은 곧 재정 민주주의의 실천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부동산 공화국의 불안한 균형을 조금이나마 바로잡는 시민적 지침서이자, 다음 세대에게 건강한 자산 문화를 물려주기 위한 필수 교과서이다.

 

사는 것만큼 파는 것이 중요하다.”이 한 문장은 부동산 투자와 한국 사회를 동시에 꿰뚫는, 그리고 이 책의 가장 강력한 메시지다. 한국 사회가 부동산 매도 기술을 개인 재테크가 아닌 공적 교양으로 익힐 때, 우리는 비로소 부동산 의존 경제의 구조적 불안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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