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역사 1955 2025 - 시민과 더불어 써 내려간 대한민국 현대 정치사
박혁 지음 / 들녘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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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역사 분열의 길 위에서 민주주의를 지켜온 이름

 

한국 현대사를 읽다 보면 언제나 민주당의 이름이 적혀 있다. 1955, 이승만의 독재 권력 아래에서 시작된 첫 출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민주당의 역사는 곧 한국 민주주의의 맥박과 함께 뛰어왔다. 들녘 출판사에서 최근 출간된 민주당의 역사는 그 지난한 여정을 탄생과 분열, 통합, 수난, 저항이란 주제로 묶어 민주당의 정체성과 한국 정치사의 교차점을 탐색한다.

 

그래서일까.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어떤 거대한 강의 물줄기를 더듬어가다 여러 지류에 걸려 잠시 방향을 잃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읽는 동안은 차라리 연대기순이 서술이 더 가독성이 좋았을 텐데 왜 이런 구성일까 궁금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다. 그러나 완독을 한 작금에 이르러서는 바로 이 흐름이 지난 70년간 민주당이 걸어온 실제 역사와 매우 흡사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들은 굽이치며 흐르는 가운데 이리저리 튀고 으깨어지는 물처럼 자주 깨지고 부서지는 분열의 순간을 견뎌야 했다. 완벽하지 않았기에, 극적인 통합의 순간보다 더 많은 분열의 시절을 견뎌온 그들이기에, 민주당은 저자를 포함하여 수많은 이들이 사랑해 마지 않는 인간다운 정당이 된 건 아닐까.

 

 

1950년대 중반, 자유당 독재에 맞서 결성된 민주당은 정치적 다양성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했다. 그들은 권력의 중심을 향하기보다는, 권력의 바깥에서 견제라는 민주주의의 본령을 세우고자 했다. 저자가 그려낸 민주당의 탄생과 성장시기는 내게 한국 민주주의의 제도화적 맹아기로 보였다.

 

민주당의 창당은 이승만 정권의 부패와 장기집권에 맞선 첫 합법적 저항이었다. 1956년 신익희 후보의 선거 유세 중 서거, 장면 정부의 짧은 집권과 5·16 군사쿠데타의 비극적 종말까지, 민주당은 늘 실패의 정당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들의 지난 70년 세월을 다 지켜본 나는 바로 그 실패의 축적이, 오늘날 한국 민주주의 부 활을 불러온 민주당의 저력이 되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민주당은 권력을 잡지 못한 정당이었지만, 권력을 비판할 언어를 지켜낸 정당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가장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며 안타깝게 만든 대목은 민주당의 끊임없는 분열이었다. 그러나 그 분열은 단순한 개인의 권력욕으로만 설명하기에는 퍽 복잡하다. 분명 그런 점도 없지 않았겠지만, 민주당의 끊임없는 분열의 이면에는 민주주의를 향한 서로 다른 믿음의 충돌과 다양한 생각의 대립이 존재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타협을 통해 현실을 바꾸려 했고, 누군가는 투쟁을 통해 정의를 세우려 했다. 하지만 그 긴장과 반목의 결과는 언제나 같았다. 바로 패배였다. 1960년대의 구파와 신파, 1980년대의 민주당-평민당 분열, 그리고 2000년대 이후까지 이어진 계파 갈등은 민주당의 숙명처럼 되풀이되었다.

 

분열이 정권 획득 실패로 끝난 건 사실이나, 이 책을 완독한 내게 이 분열이 단순한 민주당의 한계인 것으로 보이진 않았다. 민주당의 분열은, 역설적으로 한국 정치의 다양성을 유지시킨 원동력이었다. 군사독재 아래서조차 민주당계 정당들은 끊임없이 다르게 말할 권리를 포기하지 않았다. 오늘날 우리 한국 민주주의가 획일화된 하나의 목소리가 아니라, 각자 다른 생각을 말할 여러 목소리의 공존인 상태로 굳어진 것은 어쩌면 분열 속에서도 민주주의의 관용정신을 포기하지 않은 민주당의 긍정적인 기여 덕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87년 체제 이후 민주당은 드디어 집권의 기회를 맞았다.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그리고 문재인 정부로 이어지는 민주당 계열 정권은 한국 사회에 민주화 세력의 집권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남겼다. 그러나 동시에 민주당은 새로운 모순이 직면하게 되었다. 그간 핍박받는 소수자였던 민주당은 이제 더 이상 피해자가 아니었다. 그들은 기득권과 맞서 싸우던 정당에서, 기득권이 된 정당으로 변해갔다. 민생보다 명분, 이상보다 정체성을 우선한 정치적 태도는 국민에게 점점 멀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정의의 이름으로 내세운 정책이 현실을 품지 못했기에 국민적 실망이 배가되었다. 민주의 이름을 걸고 민중의 소리와 유리된 교육 정책 실패, 부동산 정책 실패, 정의 구현 실패는 등 각종 내부적 한계를 노출하며 민주당은 다시금 윤석열 정부에게 집권 여당의 자리를 내어주게 되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여전히 한국 민주주의의 중심에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왜냐하면, 민주당은 완성형의 정당이 아니고 스스로 변화를 꿈꾸며 지향하고 노력하는 정당이기 때문이다. 1980년대에는 민주화의 기수로, 1990년대에는 개혁의 주체로, 2000년대에는 진보와 중도의 가교로, 그리고 오늘날에는 사회적 연대의 실험장으로 변모해왔다.

 

민주당의 존재는 완전한 성공의 기록이 아니라, 실패를 통한 성장의 역사다. 그 실패의 반복 속에서 우리는 민주주의의 현실적 얼굴을 본다. 민주주의는 언제나 서로 다른 사람들의 공존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분열은 민주당의 약점이자, 동시에 민주주의의 본질이기도 하다.

 

민주당의 역사는 결국 민주주의를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의 역사다. 그들이 보여준 수많은 실책과 오판, 그리고 내부의 싸움조차도 민주주의의 과정이었다. 민주주의는 승자의 언어가 아니라, 실패와 논쟁을 포용하는 언어다. 그 점에서 민주당의 역사는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이 책은 민주당의 과거를 보여줌으로써 그들이 짊어져야 할 미래의 책임을 묻는다.

 

분열과 타협, 실패와 복귀를 거듭하며 여전히 국민의 이름으로정치를 고민하는 정당이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오늘 한국 정치의 희망이라 느끼며 이 책을 덮었다. 나는 이 책을 민주주의의 함의를 고민하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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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매도 불변의 법칙
이상준.지훈.이윤구 지음 / 원앤원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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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가계 자산의 70% 이상이 부동산에 묶여 있다는 통계는 이제 상식이 되었다. 집 한 채가 노후 보장, 교육 자금, 상속 계획을 동시에 책임지는 구조 속에서 부동산은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 가계 재정과 사회적 지위의 핵심 축이 되었다. 이 때문에 부동산 시장의 작은 변동도 사회 전체로 퍼져나가며 전 국민의 불안을 증폭시키곤 한다.

 

주택 가격 급등기마다 반복되는 영끌패닉바잉’, 그리고 하락기에 찾아오는 공포 매도는 단순한 시장 변동이 아니라 한국적 부동산 의존 구조의 필연적 결과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동안 출간된 수많은 부동산 서적은 매수에만 초점을 맞췄다. 사후 관리와 매도 전략은 부차적 주제로 밀려나 있었다.

 

이런 현실에서 부동산 매도 불변의 법칙은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 이 책은 사는 것만큼 파는 것이 중요하다는 명제를 내세우며, 부동산 자산의 출구 전략을 사회적·경제적 생존의 관점에서 새롭게 조명한다.

 

3명의 저자들은 부동산을 매도하는 과정을 결정 협상 세무 사후 관리라는 네 단계로 체계화한다. 이 흐름은 단순한 매매 절차가 아니라 가계 재정의 재구성과 위험 관리의 프로세스로 다가왔다.

매도결정 단계에서는 금리 사이클과 시장 흐름을 읽는 거시 경제 분석과, 1세대 1주택 비과세 요건이나 종합부동산세 절감 같은 미시 전략을 병렬적으로 검토한다. 계약 및 협상 단계에서는 특약 조항의 의의와 실무에서의 활용 전략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계약금 반환 규정 문서화 등의 실무적인 조언으로 분쟁을 예방할 것을 당부한다.

세무 신고 단계는 단순한 절세를 넘어, 가계 현금 흐름과 장기 투자 계획을 새로 설계하는 단계로 제시된다.

 

주거와 자산이 결합된 한국에서 매도는 곧 가족의 미래 설계와 직결된다. 따라서 매도를 단순화 유동성 확보 정도가 아니라 적극적인 생존 전략으로 바라보라는 시각은 오늘날 부동산 의존 사회가 반드시 새겨야 할 통찰이다.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은 과도한 정책 의존성, 세대 간 부의 계승 수단이자 투기와 실수요가 교차한다는 점에서 몇 가지 특수성을 지닌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LTV, DTI 등 대출 규제와 보유세·양도세의 변동이 시장의 흐름을 좌우한다. 실제로 지난 문재인 정권 말기 실패한 부동산 정책은 대한민국 부동산 경기의 극단적인 투기성을 불러왔고, 영끌과 다수의 하우스 푸어를 양산해 냈다. , 부동산이 부모 세대의 자산 증식 수단이자 자녀 세대의 출발점이 되는 구조에서, 매도는 곧 부의 세대 이전의 핵심 전략이 된다. 마지막으로 주거 안정이라는 목표와 투자 수단이라는 목표가 하나의 부동산이라는 물건에서 공존하기에, 실제로 실무에서 벌어지는 거래는 투자와 거주 목적을 구분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부동산 매도 불변의 법칙은 이러한 한국적 맥락을 정면으로 다룬다.세 명의 저자가 투자·세무·법률이라는 각기 다른 전문성을 결합해, 한국 시장의 제도적 특수성과 인간의 심리적 함정을 동시에 설명한다.이는 부동산을 단순히 개인의 재테크차원이 아니라 정책·세대·사회 구조와 맞닿은 현상으로 읽어야 한다는 사회과학적 시각과 맞닿아 있다.

 

한국의 부동산 담론은 오랫동안 사는 법에 치우쳐 있었다.분양가 상한제, 청약 가점, 개발 호재 같은 키워드는 넘쳤지만, 매도 시점과 절차를 체계적으로 설명한 대중서는 드물었다.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매도 과정에서 불필요한 세금을 내거나 계약 분쟁을 겪고, 시장 타이밍을 놓쳐 큰 손실을 감수해왔다.

 

이 책은 매도 전략을 투자의 필수 영역으로 끌어올린다. 매도는 개인의 재산을 지키는 차원을 넘어, 한국 사회 전체의 부동산 리스크를 낮추는 공적 효과를 가진다. 시장참여자가 합리적으로 매도할수록 부동산 가격의 급등·급락은 완화되고, 세제 왜곡과 투기적 거래 역시 줄어든다.

부동산 매도 불변의 법칙은 개인의 재무 안전망이자 한국 부동산 시장의 건전성을 높이는 시민적 교과서이기도 하다.

 

한국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OECD 평균을 크게 웃돈다. 이는 단순한 투자성향이 아니라 기타 금융 자산의 사회적 안전망 부족과 자산 불평등이 낳은 구조적 기형의 상징이다. 이 책이 제시하는 실천적인 매도 전략은 가계 자산의 재분배와 경제적 유연성의 확보를 뒷받침한다는 측면에서 한국 사회의 취약 구조를 보완한다. 부동산이 한국 가계 자산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한, 합리적 매도 전략은 곧 재정 민주주의의 실천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부동산 공화국의 불안한 균형을 조금이나마 바로잡는 시민적 지침서이자, 다음 세대에게 건강한 자산 문화를 물려주기 위한 필수 교과서이다.

 

사는 것만큼 파는 것이 중요하다.”이 한 문장은 부동산 투자와 한국 사회를 동시에 꿰뚫는, 그리고 이 책의 가장 강력한 메시지다. 한국 사회가 부동산 매도 기술을 개인 재테크가 아닌 공적 교양으로 익힐 때, 우리는 비로소 부동산 의존 경제의 구조적 불안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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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행동경제학 - 숫자로 움직이는 부동산, 심리로 해석하다
최황수 지음 / 원앤원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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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행동경제학, 전국민이 읽어야 할 생존지침

 

1. 부동산, 한국 경제의 중심

 

한국의 현대 경제 발전사는 부동산을 빼놓고는 결코 설명할 수 없다. 대한 제국의 지계 발급, 일제강점기의 토지조사령 모두 정착 농민이 대다수였던 우리 나라의 산업구조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는 부분이다. 박정희 정권의 1960~70년대 고도 성장기 또한 정부 주도의 토지 개발을 전제로 한 산업화가 기반이 되어 일어났다. 그 과정에서 부동산은 단순히 사용 가치만을 지닌 생활공간이라는 개념을 뛰어 넘어 축적과 성장, 그리고 계급 이동을 위한 토대가 되었다. 신뢰할 수 없는 주식과 대비되어 부동산은 안정적인 수익 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절대적이며 어쩌면 유일한 불패의 투자도구가 되어 온 셈이다. 이 부동산 불패의 신화 때문일까. 현재도 가계 자산의 70%이상이 부동산에 묶여 있다는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는 한국 사회의 기형적인 자산 분배 현상을 압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주식이나 채권보다 훨씬 더 안전한 자산으로 여겨진 부동산은, 우리 국민들의 삶 전체를 부동산 중심 체계로 매몰시키고 있다.

 

 

2. 선행하는 시장, 후행하는 정책, 그리고 실패

 

부동산 가격 추이는 전국민의 관심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 또한 민심을 잡기 위하여 늘 부동산 가격 안정을 최우선 국정 과제로 내세우곤 했다. 하지만 저자가 분석했듯이 정책은 늘 시장을 따라잡지 못했다. 1980년대 주택 200만 호 건설 정책은 공급 확대를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결국 특정 지역의 폭등을 방치할 수밖에 없었다. 2000년대 들어선 참여정부 시절 보유세 강화 정책이 있었으나, 강남 집값은 오히려 급등했고, 양극화는 심화되었다. 더 최근의 2017~2021년 규제 강화 기조 역시, 실수요자보다 다주택자와 투기 세력의 풍선효과를 차단하지 못하며, 정책 실패라는 평가를 받았다. 시장의 흐름을 예측하지 못한 채 이슈가 발생한 이후에 후행적으로 따라붙는 근시안적인 정책 속에서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늘 불안했다.

 

3. 행동 경제학 속에 숨어 있는 심리적 함정

 

어느덧 중년을 바라보는 내 나이에서 돌아보건대, 한국인에게 부동산 투자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생존의 영역에 놓여 있다. 무주택자는 불안에 떠밀려 내 집 마련에 뛰어들고, 다주택자는 세금 회피와 대출 규제 사이에서 투자 전략을 짜낸다. 이 과정에서 소시민들이 범하는 가장 큰 실수는 합리적 판단이 아닌, 심리적 편향에 따른 의사결정이다. 이 책은 바로 우리가 부동산 투자 와중에 범하기 쉬운 심리적인 함정을 파헤치고 있다.

 

최황수 교수님의 <부동산 행동경제학>은 부동산은 결국 오를 것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에 부합하는 정보를 찾으며 반대 의견은 무시하는 확증 편향이라던가, 이웃이 투자하면 나도 따라 투자하는 군중 심리, 과거의 최고가나 최저가에 집착하여 매수 매도 타이밍을 놓치고 마는 앵커링 등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수많은 인지적 심리적 오류를 부동산 투자 영역으로 확장하여 분석한다. 경제학의 숫자와 그래프가 아니라, 인간의 심리가 시장을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보여주는 책인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부동산을 가르치는 책이 아니라 내 안의 왜곡된 투자 심리를 투명하게 드러내는 책일지도 모른다.

 

 

4. 한국적 맥락에서의 이 책의 가치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한국적 맥락에서 더욱 빛난다. 한국은 IMF 외환위기 이후 가계가 자산 축적 수단으로 주식보다 부동산을 택했고, 저성장 국면에서 부동산 가격 상승이 유일한 탈출구처럼 자리 잡았다. 하지만 더 이상 부동산 불패는 흔들리지 않는 신화가 아니다. 신자유주의 물결 속에서 우리가 흔들림 없이 믿어온 수많은 가치가 크게 흔들렸고, 일관된 정책을 내놓지 못한 정부의 근시안적인 정책 속에서 부동산 영역에 대한 국민의 믿음도 산산이 부서졌다. 부동산 행동경제학은 바로 이 구조 속에서 소시민에게 필요한 것은 투기 전략이 아니라, 행동 편향을 극복하는 자기 점검 능력임을 강조한다.

 

책이 다루는 행동경제학 개념은 단순히 학술 용어가 아니다. 지금 팔면 손해라는 두려움 때문에 하락장에서도 매도를 하지 못하는 손실 회피와 과거의 성공적 투자 경험을 일반화하는 과잉 자신감 편향 같은 개념은 오늘날 부동산 시장에서 고스란히 관찰된다. 책은 독자인 우리들에게 이러한 심리적 함정을 피하라고 조언한다. 결국 생존형 투자서라는 의미는, 큰돈을 벌게 해주는 비법이 아니라 손실을 최소화하는 자기 절제에 있다.

 

6. 우리가 배워야 할 시사점

 

2020년대 한국 사회는 다시금 부동산 위기와 맞닥뜨리고 있다. 금리 인상, 경기 침체, 인구 구조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부동산의 절대적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이 위기가 지나면 다시 오른다는 기대를 품는다. 부동산 행동경제학은 바로 이 지점에서 경고한다. 과거의 근거없는 믿음에 천착할 것이 아니라, 심리적 편향을 제어하며 리스크 관리를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7. 글을 마치며

 

부동산 행동경제학은 초보 투자자든, 능숙한 투자자든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부동산 시장은 정부 정책, 경기, 금리라는 외적 변수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 이면에는 언제나 인간의 심리가 작동한다. 한국 경제사의 부동산 매몰 구조와 정책 실패의 역사 속에서, 소시민이 살아남는 길은 과감한 투기가 아니라, 자신의 심리적 편향을 인식하고 제어하는 것이다. 이 책은 부동산을 이해시키는 안내서가 아니라, 불확실성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생존 지침서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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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의 사내변호사 생존전략 - 대체 불가능한 법무팀을 만드는 실무 가이드
권희성 지음 / 미다스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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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의 사내변호사 생존전략』 서평 ― 인간의 역할을 묻다



『AI 시대의 사내변호사 생존전략』은 제목만 보면 마치 법조계 내부를 대상으로 한 실무적 지침서처럼 보인다. 특히 사내변호사를 주요 독자로 삼은 듯한 표지와 제목은 이 책이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다룬 실용서임을 드러낸다. 하지만 이 책은 법조계를 넘어 더 넓은 지평으로 독자를 이끈다. 기술 변화와 AI 시대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인간의 본질적인 역할에 대해 함께 고민하게 만드는 점에서, 저자 권희성 변호사가 던지는 화두는 모든 직업인에게 유효하다.


법학 전공자이지만 다른 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나는 이 책을 법조계 인사이트를 기대하며 집어 들었으나, 책을 덮을 때쯤에는 완전히 다른 질문을 품고 있다. "AI 시대, 인간은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이다. 그리고 이 물음은 단지 법조계에 국한되지 않았다. 사교육 강사로 살아가는 내 현실에서도 충분히 와닿는 질문으로 다가왔다.



법학은 논리와 인과관계의 학문이다. 사실관계를 명확히 한 뒤, 이를 근거로 케이스에 맞는 법률을 적용해 결론을 도출하는 체계적인 절차의 학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논리적 구조는 때로 인간적 판단보다 효율성에 치중하도록 만든다. 저자 역시 이 점을 지적하며, 법률가가 기계적으로 판단할 위험에 빠지지 않으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한다.  


AI가 이 문제의 대안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하다. 인공지능은 법률가들이 소모하던 수많은 반복적 업무를 대신 수행하며, 시간과 노력을 획기적으로 절감시켜주고 있기 때문이다. 판례 검색, 계약서 초안 작성, 법률 리스크 예측 같은 작업은 이미 AI가 인간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고 있다. 저자가 서술한 현실은 법조계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사교육 강사로서의 내 일상도 그러하다. 기출문제 분석, 학교별 출제 경향 예측, 학부모 상담 문서 작성, 학생 숙제 달성률 체크 등 이미 많은 일이 AI와 자동화된 프로그램으로 대체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생산된 데이터와 확보된 잉여 시간은 새로운 과제를 안긴다. "남는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저자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으로 단순한 반복적 노동에서 벗어나, 전략가로서의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AI 시대에 사내변호사가 살아남기 위해 가장 필요한 자질로 ‘전략적 사고’를 든다. 법 조문을 분석하고 계약서의 문구를 다듬는 스킬이 아니라, 법과 제도가 사회에 미칠 함의를 고려하고,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서 균형점을 찾아내는 능력이야말로 인간 고유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윤리와 맥락, 관계의 조율을 통해 부가 가치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 주장은 법조계의 경계를 넘어 모든 직업군에 유효하다.  


내가 종사하는 교육업 역시 비슷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알고리즘 기반 추천 시스템과 자동화된 데이터 분석이 교사와 학생 간의 상호작용을 대체할 무기로 등장했지만, 이 새로운 기술이 항상 바람직한 결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AI가 학생 개인별 학습 데이터를 바탕으로 추천하는 학습 콘텐츠만으로는 학생의 창의성과 비인지적 능력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할 수 있다. 특정 데이터만을 바탕으로 한 학습 추천은 학생을 지나치게 획일화하거나, 잘못된 학습 방향으로 나아가게 할 위험도 있다.  


저자는 법률가가 AI가 산출한 결론을 반드시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오류를 점검하는 차원을 넘어, 산출된 결과가 사회적 정의와 윤리적 책임을 충족하는지 판단하는 작업이다. 마찬가지로 교육 현장에서 AI가 개인 맞춤형 콘텐츠를 제시한다 해도, 이를 최종적으로 판단하고 조율하는 것은 교사나 교육자의 역할이어야 한다. 기술이 할 수 없는 마지막 조율은 항상 인간의 몫이라는 점에서, 법조계와 교육계에서의 도전과 역할은 완전히 닮아 있다.



인공지능은 데이터를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는 데 탁월하다. 그러나 기술의 결과물을 어떻게 해석하고, 사회적 맥락 속에서 어떤 의미를 부여할지는 인간 고유의 영역이다. 특히 교육업계에서 윤리적 판단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콘텐츠는 간편하고 효율적이지만, 이는 학생에게 단순히 표준화된 길을 제시할 뿐, 인간 고유의 창의적 가능성을 열어주지는 못한다.  


그렇기에 교사와 교육 현장의 인간적 개입이 더욱 빛을 발할 순간이 온다. 때로는 AI가 분석한 데이터와는 다른 판단을 내릴 용기와 책임도 요구된다. 예를 들어, 성적 데이터에만 기반한 교육 전략보다는 학생 개인의 특성과 잠재력을 고려한 조율이 필요할 수 있다. 이는 법조계에서 판결문과 계약서의 해석을 넘어, 그 문장이 사회에 미칠 파장을 고민해야 하는 법률가의 태도와도 닮아 있다. 윤리적 해석과 판단이 빠진 기술적 효율성은 진정한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AI 시대의 사내변호사 생존전략』이 법조계를 넘어 더 많은 직업인들에게 울림을 주는 이유는 명확하다. AI가 반복적이고 기계적인 작업을 대체할수록, 인간은 자신의 가치를 효율이 아니라 맥락과 윤리, 그리고 관계에서 증명해야 한다는 사실 때문이다.  


법조계의 판결과 계약서가 인간 사회의 기반을 형성하듯, 교육 현장에서 교사가 행하는 수많은 판단 역시 학생 개인과 사회 전체의 미래를 구축한다. 따라서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제안한 결론을 수동적으로 따르기만 하는 태도는 법률가에게도 교육자에게도 결코 적합하지 않다. 최종적으로 그 의미를 확정 짓고 책임지는 것은 언제까지나 인간이어야 한다.  


반복적 업무는 기계에 맡기되, 전략과 판단은 인간이 짊어진다. 데이터를 처리하는 것은 알고리즘의 일일지언정, 그 데이터로 무엇을 만들어낼지는 우리의 일이다. 이 책은 사내변호사라는 특정 직업군을 위한 실용서를 넘어, 인간과 기계가 공존하는 시대의 방식에 대한 깊은 성찰을 던진다.  


AI 시대의 인간은 윤리적 판단자이자, 맥락의 해석자, 관계의 설계자로 거듭나야 한다. 법학적 사고의 본질인 ‘판단의 책임성’은 더 이상 특정 직업군만의 가치가 아니다. 『AI 시대의 사내변호사 생존전략』이 전하는 메시지는 지금 이 순간 직업과 분야를 막론하고 모든 이들이 받아들여야 하는 생존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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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는 숲에 살지 않는다 - 멸종, 공존 그리고 자연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임정은 지음 / 다산초당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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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는 숲에 살지 않는다, 우리가 공존해야 할 생명의 숲

 

보전생물학자 임정은 박사님의 <호랑이는 숲에 살지 않는다>는 우리의 생태적 책임과 인간과 자연의 공존 가능성을 동시에 탐구하는 에세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국내 유일의 호랑이 연구자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대 사회가 직면한 생물다양성 위기의 현실을 진단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공감과 행동의 필요성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단순히 과학적 데이터를 나열하는 책이 아니라, 다양한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히며 축적한 경험과 따뜻한 시선을 담아 독자들이 생태적 가치를 다시금 성찰하도록 돕는다.

 

책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동물인 호랑이를 중심에 두고 이야기를 풀어간다. 호랑이는 한때 한국의 산과 숲에서 신성한 존재로 여겨졌으나, 개발과 도시화, 대규모 사냥으로 인해 서서히 우리의 생태계에서 사라졌다. 호랑이는 단순한 멸종 위기 동물 중 하나가 아니다. 그는 인간 중심의 활동으로 인해 파괴된 자연과 생물다양성 위기의 상징적인 존재라 할 수 있다.

 

저자는 단순히 한 종의 복원이 중요하다는 과학적 논리를 넘어, 인간으로 인해 사라져가는 생물종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는 결국, 우리가 호랑이를 보호해야 하는 이유가 한 종의 생존을 도모하기 위함이 아니라, 우리가 속한 생태계 안에서 서로 연결된 삶을 지켜내기 위함이라는 메시지로 이어진다.

 

책 곳곳에 담긴 보존 생물학자이자 필드 과학자로서의 저자의 개인적 경험이 녹아들어 있다. 저자의 현장 경험은 이 책을 더욱 설득력 있고 생동감 있게 만든다. 암 연구자가 되기를 꿈꾸던 저자가 우연히 한 표범과 마주한 경험은 그의 인생 경로를 완전히 바꾸었다. 이후 보전생물학자로서의 길을 선택한 그는 영국과 미국 유학, 라오스, 인도네시아, 중국, 벨리즈 등의 다양한 현장에서 활동하며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과업과 마주했다.

 

책에서는 저자가 현장에서 겪은 좌절과 실패,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려는 이야기가 진솔하게 펼쳐진다. 국경과 문화를 넘어 야생동물과 인간의 공존을 위해 노력하며, 과학적 업적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얻은 인문적 통찰까지 담아낸 점이 매우 인상적이다. 이는 보전생물학을 단순히 과학 연구로 국한시키지 않고, 지구의 생명체를 향한 연대의 노력으로 확장시키는 데 기여한다.

 

이 책은 생물다양성의 파괴가 단순히 특정 종의 멸종으로 끝나지 않음을 강조한다. 자연을 구성하는 모든 생명체는 서로 밀접하게 얽혀 있으며, 한 종의 소멸은 생태계 전체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도 우리는 생태계를 균형 있게 유지하려는 노력보다, 경제적 가치와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자연을 무분별하게 훼손해 왔다.

 

책에서 저자는 "알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보호하고 싶어진다"는 단순한 진리를 언급한다. 이는 야생동물뿐만 아니라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에 적용된다. 저자가 강조하는 공감의 감각은 인간이 자연을 대상화하거나 통제하려는 태도에서 벗어나, 자연의 질서를 존중하며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데서 시작된다. 이는 단순히 생태계 보호를 넘어선 이야기다. 결국 이는 인간이 자연 속에서 하나의 구성원임을 인식하고, 서로를 이해하며 생태적 책임을 다하라는 메시지로 귀결된다.

 

이 책의 가장 탁월한 점은 추상적 메시지에 머무르지 않고, 독자들이 현실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작은 행동을 촉구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모든 좋은 것은 언젠가 멸종한다"는 체념적 태도를 경계하며, 느리고 작더라도 구체적인 노력이 이어질 때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국립공원과 DMZ 같은 야생동물 서식지를 보호하려는 노력이나, 차량 속도를 줄여 로드킬을 방지하는 작은 행동조차도 공존을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 될 수 있음을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또한 야생동물뿐 아니라 반려동물과 인간 사이에서의 공생 역시 생태적 감각을 키워가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우리 삶 속에서 동물들을 감정 있는 생명체로 대하고, 그들과의 상호 작용을 통해 책임과 사랑을 실천하는 일 역시 생태계를 배우는 일종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저자는 독자들에게 생태계 전체를 거대한 나와 연결된 공동체로 바라보도록 독려한다.

 

현재 인류가 직면한 생물다양성과 생태계의 위기는 기후 위기와 맞먹는 절박한 문제이다. 하지만 문제의 심각성에 압도되거나 체념하기보다는, 이 책은 작고 느리더라도 구체적인 행동과 용기로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단순히 보전생물학자의 전문적 활동이 아니라, 인간이 자연의 일부로서 생태적 관계를 바로 세워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호랑이는 숲에 살지 않는다>는 과학적 사실과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자연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통찰력 있게 풀어낸 책이다. 이 책은 지구의 생태계가 우리가 함께 살아가야 할 공간임을 상기시키며, 우리의 일상에서 공존을 실천하는 방법을 일깨운다. 멸종 위기종을 지키는 일, 더 나아가 생태계를 보존하려는 노력은 사실 저자와 같은 생물학자들만의 과업이 아니다. 이 책은 우리 모두가 생태적 연대의 일부임을 상기시키며, 독자로 하여금 더불어 사는 삶의 방식에 대한 작은 용기를 불러일으킨다.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이 단순한 사실이다. 우리는 자연 없이는 존재할 수 없으며, 생태계의 균형과 조화는 곧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다는 것이다. 호랑이는 숲에 살지 않는다는 우리 시대가 반드시 읽어야 할, 그리고 마음으로 새겨야 할 책이다.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일이 곧 인간을 지키는 일이라는 이 책의 메시지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울림으로 전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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