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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매도 불변의 법칙
이상준.지훈.이윤구 지음 / 원앤원북스 / 2025년 9월
평점 :
대한민국 가계 자산의 70% 이상이 부동산에 묶여 있다는 통계는 이제 상식이 되었다. 집 한 채가 노후 보장, 교육 자금, 상속 계획을 동시에 책임지는 구조 속에서 부동산은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 가계 재정과 사회적 지위의 핵심 축이 되었다. 이 때문에 부동산 시장의 작은 변동도 사회 전체로 퍼져나가며 전 국민의 불안을 증폭시키곤 한다.
주택 가격 급등기마다 반복되는 ‘영끌’과 ‘패닉바잉’, 그리고 하락기에 찾아오는 공포 매도는 단순한 시장 변동이 아니라 한국적 부동산 의존 구조의 필연적 결과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동안 출간된 수많은 부동산 서적은 매수에만 초점을 맞췄다. 사후 관리와 매도 전략은 부차적 주제로 밀려나 있었다.
이런 현실에서 『부동산 매도 불변의 법칙』은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 이 책은 ‘사는 것만큼 파는 것이 중요하다’는 명제를 내세우며, 부동산 자산의 출구 전략을 사회적·경제적 생존의 관점에서 새롭게 조명한다.
3명의 저자들은 부동산을 매도하는 과정을 결정 → 협상 → 세무 → 사후 관리라는 네 단계로 체계화한다. 이 흐름은 단순한 매매 절차가 아니라 가계 재정의 재구성과 위험 관리의 프로세스로 다가왔다.
매도결정 단계에서는 금리 사이클과 시장 흐름을 읽는 거시 경제 분석과, 1세대 1주택 비과세 요건이나 종합부동산세 절감 같은 미시 전략을 병렬적으로 검토한다. 계약 및 협상 단계에서는 특약 조항의 의의와 실무에서의 활용 전략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계약금 반환 규정 문서화 등의 실무적인 조언으로 분쟁을 예방할 것을 당부한다.
세무 신고 단계는 단순한 절세를 넘어, 가계 현금 흐름과 장기 투자 계획을 새로 설계하는 단계로 제시된다.
주거와 자산이 결합된 한국에서 매도는 곧 가족의 미래 설계와 직결된다. 따라서 매도를 단순화 유동성 확보 정도가 아니라 적극적인 생존 전략으로 바라보라는 시각은 오늘날 부동산 의존 사회가 반드시 새겨야 할 통찰이다.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은 과도한 정책 의존성, 세대 간 부의 계승 수단이자 투기와 실수요가 교차한다는 점에서 몇 가지 특수성을 지닌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LTV, DTI 등 대출 규제와 보유세·양도세의 변동이 시장의 흐름을 좌우한다. 실제로 지난 문재인 정권 말기 실패한 부동산 정책은 대한민국 부동산 경기의 극단적인 투기성을 불러왔고, 영끌과 다수의 하우스 푸어를 양산해 냈다. 또, 부동산이 부모 세대의 자산 증식 수단이자 자녀 세대의 출발점이 되는 구조에서, 매도는 곧 부의 세대 이전의 핵심 전략이 된다. 마지막으로 주거 안정이라는 목표와 투자 수단이라는 목표가 하나의 부동산이라는 물건에서 공존하기에, 실제로 실무에서 벌어지는 거래는 투자와 거주 목적을 구분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부동산 매도 불변의 법칙』은 이러한 한국적 맥락을 정면으로 다룬다.세 명의 저자가 투자·세무·법률이라는 각기 다른 전문성을 결합해, 한국 시장의 제도적 특수성과 인간의 심리적 함정을 동시에 설명한다.이는 부동산을 단순히 개인의 ‘재테크’ 차원이 아니라 정책·세대·사회 구조와 맞닿은 현상으로 읽어야 한다는 사회과학적 시각과 맞닿아 있다.
한국의 부동산 담론은 오랫동안 ‘사는 법’에 치우쳐 있었다.분양가 상한제, 청약 가점, 개발 호재 같은 키워드는 넘쳤지만, 매도 시점과 절차를 체계적으로 설명한 대중서는 드물었다.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매도 과정에서 불필요한 세금을 내거나 계약 분쟁을 겪고, 시장 타이밍을 놓쳐 큰 손실을 감수해왔다.
이 책은 매도 전략을 투자의 필수 영역으로 끌어올린다. 매도는 개인의 재산을 지키는 차원을 넘어, 한국 사회 전체의 부동산 리스크를 낮추는 공적 효과를 가진다. 시장참여자가 합리적으로 매도할수록 부동산 가격의 급등·급락은 완화되고, 세제 왜곡과 투기적 거래 역시 줄어든다.
즉 『부동산 매도 불변의 법칙』은 개인의 재무 안전망이자 한국 부동산 시장의 건전성을 높이는 시민적 교과서이기도 하다.
한국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OECD 평균을 크게 웃돈다. 이는 단순한 투자성향이 아니라 기타 금융 자산의 사회적 안전망 부족과 자산 불평등이 낳은 구조적 기형의 상징이다. 이 책이 제시하는 실천적인 매도 전략은 가계 자산의 재분배와 경제적 유연성의 확보를 뒷받침한다는 측면에서 한국 사회의 취약 구조를 보완한다. 부동산이 한국 가계 자산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한, 합리적 매도 전략은 곧 재정 민주주의의 실천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부동산 공화국의 불안한 균형을 조금이나마 바로잡는 시민적 지침서이자, 다음 세대에게 건강한 자산 문화를 물려주기 위한 필수 교과서이다.
“사는 것만큼 파는 것이 중요하다.”이 한 문장은 부동산 투자와 한국 사회를 동시에 꿰뚫는, 그리고 이 책의 가장 강력한 메시지다. 한국 사회가 부동산 매도 기술을 ‘개인 재테크’가 아닌 공적 교양으로 익힐 때, 우리는 비로소 부동산 의존 경제의 구조적 불안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