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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세스 - 지금 시작하는 목표 설계의 비밀
하이디 그랜트 할버슨 지음, 장원철 옮김 / 북파머스 / 2025년 11월
평점 :
석세스(Success) — 실패의 구조를 해부하고, 장기 목표를 다시 설계하기 위해 필요한 심리학적 지도를 얻다
올해는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었던 가장 중요한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는 점에서 깊은 좌절과 번아웃의 해였다. 그러나 실패의 순간은 언제나 자기 이해의 중요한 출발점이 되며, 바로 그 지점에서 〈석세스〉는 매우 적절한 타이밍에 도착했다. 이 책은 단순 동기부여 지침을 넘어, 목표 설정·실행·지속의 전 과정에서 인간이 흔히 범하는 인지 오류와 심리적 함정을 구조적으로 파고든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내 실패가 “운”이나 “능력 부족”이 아니라, 학술적으로 충분히 설명 가능한 패턴의 결과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다.
나는 본래 추상적 사고에 치우친 사람이다. 목표를 설정할 때 구체적 시나리오를 그리기보다는, 상징·이미지·미래 비전을 먼저 떠올리는 편이고, 감정적 동력, 즉 어쩐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에 강하게 의존한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정서 기반 동기화(Affect-driven motivation)’라고 부른다. 긍정적인 감정은 단기적으로 행동을 촉진하지만, 지속성·정확성·오류 교정 과정에서는 오히려 장애가 되기 쉽다.
책에 기술된 바에 따르면 나는 다음과 같은 성향을 지니고 있다.과도한 낙관주의적 편향(Optimism bias): “잘 될 것 같은 기분”이 근거를 압도해 버리는 경향과 간극 인지(Gap Perception)의 약화: ‘이상적 나’와 ‘현실의 나’ 사이의 현실적 거리 측정 실패, 그리고 평가형 목표(Evaluation goal) 선호: "합격"이라는 이분법적 지표에 과도하게 의존, 정확성보다 속도 중시: 빠른 진도, 빠른 성취, 빠른 변화에 목표를 설정하는 경향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성향은 장기 플랜, 특히 1년 이상 지속되는 고강도 학습 목표에서는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성공 심리학은 장기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초기 기대치의 현실화”와 “간극의 정확한 측정”을 강조한다. 그런데 나는 이 지점을 사실상 무시한 채 감정적 낙관의 에너지로 장기전을 수행하려 했다.이는 결국 필연적으로 과로 → 통제력 붕괴 → 미루기 → 자기혐오 → 번아웃이라는 악순환 회로를 촉발했다.이 책의 학술적 강점은 바로 이러한 심리적 패턴을 인지과학적 모델로 설명한다는 점이다.
이 책이 제시하는 핵심 이론 중 하나는 ‘자기적합적 목표(Self-concordant goals)’이다.즉, 목표 자체가 ‘사회적 기준’이나 ‘평가받기 위한 기준 기반 목표’가 아니라, 나의 정체성·가치·능력 구조와 일치해야 한다는 점이다.나는 올해 수의대 준비를 하면서“합격이라는 성과를 통해 무가치함을 극복하고 싶다”는 형태의 평가 기반 목표(Evaluation goal)를 설정했다. 그러나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평가 기반 목표는 다음과 같은 부작용이 크다. 압박감 증대에 따른 자기통제력 감소, 스트레스 반응 활성화에 따른 목표 수행 지속력 저하, 단기 보상에 의존함으로써 장기적인 동기 붕괴, 마지막은 자기 비난 루프 강화이다.
반면 성장 기반 목표(Growth goal)는 “어제보다 문제 하나 더 깊게 이해하는 것”“매일 작은 학습 루틴을 완성하는 것”처럼 행동 기반으로 세분화된 목표이다.나는 성장형 목표를 설정했다고 생각했으나, 실제로는 평가형 목표의 포장된 형태에 불과했음을 이 책을 통해 깨달았다.
여기서 이 책은 매우 학술적인 입장을 취한다. 그래서 “행동 실패는 의지의 실패가 아니라, 설계의 실패다.”라는 저자의 주장이 심리학적 이론과 뇌과학과 행동과학에 기반하여 설득력이 높게 느껴졌다. 내 수험 실패를 불러온 다음 요인들, 피로 누적,감정 변동성,즉각적 보상에 대한 의존, 추상적 계획의 반복,에너지 저하에 따른 자기통제력 붕괴, 이 모든 것은 인지과학적으로 예측 가능한 현상이었다.
하지만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장기 목표의 실패는 대부분이‘시동동기(Initiation)’가 아닌‘지속동기(Maintenance)’에서 발생한다는 심리학적 통찰이었다. 안타깝게도 나는 시동동기는 강하다.새 계획을 세우고, 야심적 목표를 만드는 데에는 뛰어나다.하지만 지속 단계에서 감정 기복과 피로 누적으로 인해 흐름을 잃곤 했다.
이에 대해 이 책이 제안한 해결책은 매우 실용적이었다. if-then 실행 계획(Implementation intention), 상황 단서 기반 습관 설계,에너지 관리 기반 행동경제학적 방법,장기 플랜의 ‘인지적 재보정’이 부분은 실제로 수의대 준비라는 장기전에서 결정적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느꼈다.
장기전에서는 누구나 다음과 같은 오류에 쉽게 빠지곤 한다. 지금의 나를 미래에도 동일한 수준으로 예상하는 오류(선형성 착각), 과대기대 후 좌절하는 진폭 모델, 초기 의욕이 지속될 것이라는 감정적 착각, 미래의고난을 과소평가하는 낙관적 편향. 하나 같이 내가 겪은 문제점들이었다. 특히 나는 ‘속도’를 동력으로 삼기 때문에, 장기전에서는 이 성향이 오히려 번아웃을 가속화하는 독으로 작용했다.
이 책은 단순한 동기부여를 주는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이 책은 ‘성공의 심리학’이라는 학문적 렌즈로 내가 겪은 실패를 객관적·구조적·인지과학적으로 재해석하게 만들었다.
나는 지난 1년 동안 나 자신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했고,너무 빠른 속도를 요구했고,내 성향의 심리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채 감정의 힘으로만 달렸다. 그러나 장기전에서 중요한 것은 감정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설계·현실적 목표·심리적 기술이라는 점을 이 책은 반복해서 강조한다.내년은 단순히 “더 열심히 하는 해”가 아니라, 더 효율적으로, 더 정확하게, 더 자기 이해 중심적으로 살아야 하는 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석세스〉는 그 설계를 위한 학술적 지도를 제공해 준 책이다.올해의 실패를 뼈아프게 돌아보던 내게, 이 책은 인지구조를 짜는 데 필요한 교과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