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주하는 남성성 - 폭력과 가해, 격분과 괴롭힘, 임계점을 넘은 해로운 남성성들의 등장
한국성폭력상담소 기획, 권김현영 외 지음 / 동녘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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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성폭력상담소가 기획한 <폭주하는 남성성>은 최근 사회적 이슈를 바탕으로 남성성에 내재된 구조적 폭력성을 비판적으로 조명한 책이다. 이 책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칼부림 사건, 강간치상 혹은 강간살해 사건, 사이버레커와 딥페이크 등의 범죄를 다루며, 문제가 여러 소수의 ‘괴물’들에게만 국한되었다는 프레임을 비판한다. 대신, 문제적 남성성을 만들어낸 정치, 교육, 언론, 온라인 시스템 등 사회 구조를 파헤치고, 그 구조를 해체해야 한다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촉구한다.


책에서 다뤄진 수많은 논리 중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안티페미니즘과 혐오 정치가 어떻게 남성들로 하여금 성적 폭력을 정당화하는가에 대한 내용이었다. 안티페미니즘은 단순한 개인 감정에 그치지 않는다. 우익 정치 노선은 이 정서를 정치적 무기로 삼아 정권을 획득하기에 이르렀고, 이는 대한민국 정치 속에서 분열과 혐오를 더욱 심화시켰다. 특히 여성의 인권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남성혐오로 왜곡되고, 사회적 소수자를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역차별이라는 프레임으로 반박받는 2020년대의 흐름은 우려할 만하다. 이러한 흐름은 스토킹, 딥페이크, 레커 콘텐츠, 벗방 시장의 확대로 이어져 여성 폭력의 문제를 구조적으로 심화시켰다.


그렇다면 남성의 폭력성은 어떻게 정치화되는가? 저자들은 지난 정권과 선거 과정에서 안티페미니즘이 기회주의적 방식으로 활용된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예를 들어,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공약은 단순한 정책 제안이 아니라 안티페미니즘 정서를 자극해 유권자를 결집시키는 정치 전략이었다. 이처럼 구조적으로 정치화된 남성성은 현실 속 여성들의 이미지를 왜곡하고 억압하며, 나아가 혐오를 부추기는 도구로 작용한다. 이는 남성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이슈로 확장된다.


저자들은 현재의 젊은 남성들이 전통적 가부장적 능력을 획득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분석한다. 소위 ‘루저 그룹’이라 불리는 일부 남성들은 강하고 성공적인 남성성 구축에 실패한 자신들의 좌절을 여성 탓으로 돌리기 쉽다. 국가와 경제 체제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지만, 타인을 탓하는 일은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다. 여기서 여성은 일종의 희생양이 된다.


더 나아가 여혐의 구조를 분석할 때, 이 사회는 여성들을 성녀와 창녀로 나누어 타자화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전통적 모성에 충실한 여성은 성녀로, 성적 자기 결정권을 강조하거나 자유로운 성적 표현을 지지하는 여성은 창녀로 구분되며, 후자를 공격하는 폭력은 정당화된다. 이 과정에서 여성의 몸과 정신은 채널 조회 수나 수익을 유발하는 도구로 소비된다. 플랫폼 자본주의 속에서 여성 폭력은 소비 취향이 되고, 성적 착취는 새로운 수익 모델로 자리 잡는다. 여성의 동의는 강요된 명분으로 사용되며, 남성의 욕망은 타인의 고통을 부추기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따라서 이 책은 성폭력을 단순히 몇몇 소수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 저자들은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통해 남성들이 여성을 경쟁자로 인식하게 되는 과정을 설명하고, 페미니즘을 역차별로 간주하게 되는 학습 과정 또한 설득력 있게 소개한다. 피해자 서사는 남성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자극하며, 그 결과 여혐 범죄는 단순한 범법 행위를 넘어 정치화되고, 감정적 폭력으로 자리잡는다.


<폭주하는 남성성>은 독자들에게 성폭력을 단순한 물리적 행위가 아닌 구조적이고 정치적인 문제로 이해할 것을 촉구한다. 극단적인 범죄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이제 질문해야 한다. 왜 이 사회에는 여혐 범죄가 만연한가? 문제를 구조적으로 접근하며, 잘못된 남성적 구조를 해체해야 할 책임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몫이다. 변화는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성을 뛰어넘은 공감과 연대를 통해 가능할 것이다. 혐오와 분열을 조장하는 구조 속에서 우리는 더 이상 정치적 장기말로 머무르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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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움직이는 10가지 방정식
데이비드 섬프터 지음, 고현석 옮김 / 흐름출판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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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셤프터의 <세상을 움직이는 열 가지 방정식>은 스웨덴의 응용 수학자인 저자가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중요한 결정들에 대해 다양한 방정식으로 설명을 시도한 대중 교양서이다. 




이 책은 인생의 비밀 코드를 해석하는 열 개의 열쇠란 부제 아래, 베팅 방정식, 판단 방정식, 신뢰 방정식, 기술 방정식, 인플루언서 방정식, 광고 방정식, 보상 방정식, 학습 방정식, 보편 방정식 등, 열 개의 챕터로 나누어 독자로 하여금 수학적 사고로 연실을 이해하도록 유도한다. 이와 같은 방정식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개인 수준에서도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방정식의 변수들을 스포츠 배팅, 금융 트레이딩, SNS 추천시스템, 곤충의 행태 조사까지 전방위적인 예시를 통해 설명, 증명해내는 논리적인 구조가 몹시 흥미진진하였을 뿐더러, 방정식으로 삶의 판단 근거를 수식으로 정량화 가능하다는 점을 책을 통해서 보여주려는 시도가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눈길이 간 파트는 단연 보상 방정식이었다.  




 나는 올해로 12년차 사교육 수학 강사이다. 매년 많게는 수 백명의 학생들을 지도하고, 적게는 수십 명의 학생들을 보곤 한다. 그 가운데에는 재수생도, 검정고시생도, 외고 과고의 수재들이나 소위 수학을 포기한 수포자들도 포함되어 있다. 시대가 바뀌며 공부와 입시의 성공이 인생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수학 공부의 중요성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작금이지만, 내가 매년 공통적으로 절감하게 되는 깨달음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수학은 보상이 보이지 않으면 반복하기 유난히 어려운 과목이라는 점'과 아이들이 수포자의 길로 접어드는 까닭은 '수학이 어렵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아무리 해도 바뀌지 않을 것 같다는 인식' 때문이라는 점이다. 상위권을 주로 대상으로 하는 대형 학원에서 이례적으로 하위권 반을 맡아 재수 없이 몇 년 연속으로 소위 서울 명문대라고 하는 대학에 성공적으로 진학시키는 이례적인 커리어로 사교육계에서는 수포자의 동앗줄이 되어온 내가 오랜 회의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 직업을 놓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저 깨달음 때문이기도 하다. 




강화 학습에서 말하는 보상 방정식을 줄글로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고 그에 따라 보상을 얻으면, 그 행동을 다시 선택할 확률이 높아진다. 저자는 이 간단 명료한 진리를 Qt+1=(1-α)Qt+αRt 이런 방정식으로 표시한다. 저자는 책에서 게임과 곤충의 생태를 중심으로 이 방정식에 접근했지만, 나는 이를 수험생의 학습과 관련하여 읽을 수밖에 없었다. 입시 수학을 다루는 내 입장에서 이 방정식의 변수는 다음처럼 치환할 수 있다. Qt는 현시점의 공부상태, Qt+1은 미래시점의 기대(즉 학생이 오늘 풀었던 문제 상태에서 내일 또 문제를 시도할 가능성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R은 학습자가 받을 보상으로, 점수 향상, 내지는 교사의 칭찬, 성공체험 등이 될 것이고, 미지수 알파는 보상의 질을 좌우하는 매개변수이다. 사람의 만족도에 관여하는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은, 예측보다 더 나은 보상 사건이 발생할 때만 활성화되는 까다로운 특징이 있기 때문에, 저자는 방정식에서 만족의 질을 세월의 흐름에 따라 감가상각되는 빌딩처럼 조절하는 매개변수 알파가 필요함을 설파한다. 




나는 직업 특성 상 자동으로 방정식을 치환하여 읽었지만, 물론 학생들은 본인의 뇌에서 발생하는 현상을 이렇게 복잡하게 계산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어떤 문제를 접근하여 스스로 풀었다는 것을 인식한 순간, 보상 시스템이 작동하고 학습 루프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초 학력이 낮은 학생일수록 본인에 대한 기대치가 낮거나 없는 경우가 많아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때의 보상을 크게 느끼는 경향이 많았고 이 방정식의 흐름이 내가 수많은 수포자를 더이상 수학이 무섭지 않은 과목으로 이끌게 된 가장 강력한 유인책이 되었음은 부정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모든 케이스가 이렇게 간단하게 흘러가지는 않는다. 학습 결손이 발생한 수많은 학생들은 문제에 도전해도 풀지 못한다. 교재의 개념을 정리해도 전혀 문제에 적용할 수가 없다. 그들 스스로는 열심히 했노라 주장하나, 모의고사 성적은 변화가 없다. 방정식 상의 종속 변수인 보상기대치 Qt+1가 점점 하락한다. 이 상태가 위험한 까닭은 이와 같은 시점이 반복 시행될 때, 우리의 뇌는 해당 학습을 '비효율적인 선택'으로 간주하게 된다는 점이다. 아이들은 수학 숙제, 수학 문제풀이를 기피하게 되고, 그 결과는 절망적이게도 또 한 명의 수포자의 탄생으로 이어진다. 이와 같은 악순환을 방비하기 위해 내가 설정한 강사로서의 나의 역할은 보상 설계자였다. 개념설명 과정에서도, 문제풀이 과정에서도 내가 가장 집중하여 노력하는 바는 '수학 학습으로부터 배신감을 느끼지 않도록 단계별 보상을 제공'하는 것이다. 언제든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주전부리를 제공하여 수학학원에 오는 것 자체의 진입장벽을 낮춘다. 개념 이해 단계에서 본인의 말로 정리하는 과정을 거치게 함으로써 무비판적인 암기가 아닌 이해를 유도하고, 즉각적인 칭찬 피드백으로 응한다. 가장 쉬운 문제부터 풀게 하고, 문제의 정답과 무관하게 풀이의 논리성을 강조하며, 아이의 긍정 강화를 위한 섬세한 피드백을 제공한다. 숙제의 동기부여를 제공하고, 숙제 완성도와 수업 참여도에 따라 칭찬 스티커를 발급하여 성취도에 따라 스터디 플래너를 포함한 각종 학습 도구를 선물로 제공하여 수학 학습과 보상 간의 시간 간극을 최대한 좁힌다. 그렇게 것 봐, 너도 할 수 있잖아! 라는 인식을 끊임없이 심어주는 것, 그렇게 공식 암기와 기본 예제 풀이부터 유형 학습을 거쳐 최종적인 모의고사와 기출 문제 확장까지, 촘촘히 보상 루트를 설계하여 끊임없이 작은 성공 체험을 경험하게 만든다. 




보상 강화 학습은 인공지능에 쓰이는 학습 모델이라고 듣기도 했지만, 이 단순한 방정식은 뇌가 특정 행동을 반복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뼈대이기도 하다. 입시 수학 강사로서 내 사명은, 아이들이 수학에 배신을 당한 채 수학을 외면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수학이 힘든 이유는 보상이 지연되는 대표적인 과목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수학 학습은 결국은 감정일지도 모르겠다. 수학 학습의 성공 경험은 문제 해결 결과를 뇌가 보상으로 인식하게 하여, 이를 학습에 대한 긍정적 감정으로 치환하고, 지속적인 학습 동기를 유도하는 매커니즘으로 작용한다. 같은 맥락에서 내가 접한 한 문제의 성공 체험이 사람의 감정을 건드려서 문제풀이라는 선택을 지속하게 한다면, 어찌 감정이 공식보다 먼저 학습된다고 말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단지 보상 방정식, 한 파트만이라도 모든 교육자가 반드시 읽어야 할 수학책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교육 현장에서 본 방정식은, 내 방식에 대한 확신을 더해주었다. 




일상적인 의사결정을 수학화 시키는 이 교양서는, 다만 수치의 정량화 뿐만 아니라 수학 도구가 사회 변화를 일으키는 데에는 윤리적 책임이 전제되어 있다는 점을 분명히 짚고 간다. 과도한 정보와 편향에 기댄 알고리즘으로 인하여 사고의 편협한 강화가 보편화된 분열의 시대에 편견 없는 판단을 위한 필수 사고법을 제시하는 이 책은 현대인에게 귀중한 자산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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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도의 가격 - 기후변화는 어떻게 경제를 바꾸는가
박지성 지음, 강유리 옮김 / 윌북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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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도의 가격: 기후변화는 어떻게 경제를 바꾸는가'

 

기후 위기를 경제적 관점에서 분석한 사회과학 도서인 '1도의 가격'은 지금 우리가 직면한 기후 변화의 문제를 비관적인 경고나 낙관적인 희망이 아닌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며 적응 전략을 제시한 책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기후 변화의 피해는 단순히 수치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며,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우리의 삶을 파괴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기후 위기가 우리 사회 전반에서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구조적인 문제라는 사실을 직시하고, 전 세계가 이에 대해 정책적, 제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가 기후 변화를 '느린 연소'에 빗대어 표현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폭염이나 연기와 같은 덜 극단적인 방식으로 기후 위기가 드러난다고 해서 그 파괴력이 약해지는 것은 아니다. 이런 변화는 인적·물적 자본을 손상시킬 뿐 아니라,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구조적인 문제로 이어진다. 한편, 저자는 기후 변화의 충격이 단지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우리의 삶특히 교육, 노동, 안전에 직결된 문제라고 힘주어 말한다.

 

이 책의 여러 내용 중에서도 기후 위기와 교육 인프라 간의 상관관계를 다룬 부분이 개인적으로 가장 충격적이었다. 폭염과 학습 성과 저하의 관계를 다룬 저자의 설명은 정말 놀라웠다. 저자는 1도 상승이 아이들의 학습 능력과 인지 기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쳐 학업 성과, 집중도, 시험 성적 등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피해를 초래한다고 주장한다.

 

나 역시 더운 날 냉방이 제대로 되지 않는 환경에서 아이들이 문제 풀이 능력이나 학습 효율이 확연히 떨어지는 것을 본 적이 있지만, 더위가 반복될수록 누적 학습 성과가 하락하고, 진학률과 미래 소득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은 뜻밖이었다.

 

저자는 기후 변화로 인해 교육 불평등이 심화하고, 결국 경제적 불평등으로 연결된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경각심을 일깨운다. 특히 폭염으로 인한 일상적인 피해의 충격이 노후화된 교육 인프라, 열악한 냉방 시스템, 돌봄 공백 같은 문제를 겪는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큰 피해로 다가간다는 저자의 분석은 매우 날카로웠다.

 

실제로 많은 교육 단체에서 지역별 냉방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 떠올랐다. 예컨대 냉방 시스템이 부족한 학교를 지원하기 위한 캠페인, 폭염 대비 시간표 조정, 교육 사각지대에 놓인 학생들을 후원하기 위한 펀드 조성 같은 노력들은 기후 변화 대응의 일환이면서도 사회적 불평등 완화를 위한 중요한 발걸음으로 보인다. 저자는 책을 통해 1도 상승이 단순한 날씨 변화가 아니라, 기회 구조의 고착화를 불러오는 심각한 문제임을 강조한다.

 

이 책은 우리에게 불편하지만 반드시 마주해야 할 메시지를 준다. 기후 변화가 가장 먼저 타격을 입히는 곳은 아이들의 교실이라는 사실이다. 시원한 에어컨 아래 시험을 보는 우리가, 더위 속에서 기회의 평등조차 박탈당하는 소외 계층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저자는 우리가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아이들의 학습 환경을 개선하고, 평등한 교육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모두가 합심해 노력해야 한다고 설득력 있게 말한다. 시원한 교실은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누려야 할 기본권이며, 공정한 경쟁을 위한 출발점이다.

 

기후 변화의 사회적 비용을 경제, 교육, 불평등 등 다양한 관점에서 날카롭게 탐구하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한다. '1도의 가격'은 우리가 기후 변화 앞에서 생각해야 할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는 중요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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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는 어떻게 말하는가 - 공감 관계 소통 설득 … 무례한 사람도 내 편으로 만드는 4단계 대화 수업
최지훈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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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환경에서도 적용되는 말하기의 원칙!>

 

최지훈 강사님의 저서 <프로는 어떻게 말하는가>는 단순히 말을 잘하는 기술을 넘어, ‘잘 말하는 태도에 대해 깊이 있게 탐구한 화법서이자 관계 개선과 소통 능력을 보강해주는 자기 계발서로 평가된다. 이 책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화자의 윤리에 대한 논의와 말하기를 통해 관계를 맺는 방식에 관한 철학적 사유다. 저자는 말이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이 아니라, 사회적 개체로서 인간의 존재 방식을 구현하며 신뢰를 구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본다. 이를 통해 그는 프로의 역할을 말로써 관계를 설계하고, 말로서 책임을 다하는 태도로 재정의한다.

 

이 책은 공감, 관계, 소통, 설득 네 부분으로 나뉘어 있으며, 말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라는 점을 강조한다. 따라서 말 잘하는 기술을 배우기 이전에 관계를 이해하고 타인에게 공감하며 적절한 시점에 필요한 말을 친절하게 표현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책 전체에 걸쳐 저자는 화려한 화술이나 과시적 표현이 아닌, 신뢰를 바탕으로 한 관계에서 비롯되는 말의 본질을 탐구한다. 성공적인 영업 사원이자 유능한 커뮤니케이터로서 저자는 말의 성패가 기술이 아닌 관계로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이 점은 독자에게 바른 말보다 공감하는 말, 화려한 수사보다 이해가 잘 되는 말, 화자가 말한 내용보다 청자가 받아들인 말에 주목할 필요성을 일깨운다.

 

저자가 강조하는 상대가 받아들인 나의 말의 중요성은 대면 커뮤니케이션 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의 비대면 소통에서도 더욱 중요한 함의를 가진다. 현재 사회는 유튜브, 뉴스레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X와 같은 수많은 비대면 채널이 확산됨에 따라, 단방향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일반화된 시대다. 이러한 채널에서 말은 개인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유효한 도구로 자리 잡았다.

 

그렇다면 대화의 프레임인 공감, 관계, 소통, 설득을 비대면 환경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 보았다. 먼저, 공감은 화자가 듣는 이를 헤아리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비대면 환경에서는 표정과 톤이 절제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말의 표현과 어휘 선택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저자가 강조한 바와 같이 섣부른 판단, 강요, 비교를 지양하고 의견과 감정을 표현할 때에는 나의 생각은...’ 식의 메타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에서는 리액션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를 경험적으로 드러낸 실제 사례 중 하나로, 유명한 인터넷 국어 강사가 인터넷 강의를 처음 촬영한 날 리액션 없는 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움을 토로했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이러한 비언어적 피드백의 부재 속에서 화자는 보이지 않는 청자에게 라포를 형성해야 한다. 오해를 줄이고 신뢰를 쌓기 위해 메타 피드백이나 명확한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소통의 측면에서는 상대가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명확하고 구조화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능력이 핵심이다. 이는 현대적 커뮤니케이션 채널에서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 화제가 되었던 이슬아 작가님의 <인생을 바꾸는 이메일 쓰기>가 좋은 예다. 이 책은 효율적이고 전달력 높은 메시지가 현대 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독자들에게 일깨워준다. 이처럼 각종 비대면 채널은 대중적으로 편하게 느껴지는 프레임과 양식이 존재하며,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메시지 전달 성공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설득은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보인다. 구독과 팔로우라는 행동 자체가 설득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채널의 목적과 방향성을 명확히 담은 메시지를 통해 잠재 구독자가 스스로 행동하도록 유도하는 점은 현대 사회에서 설득의 본질을 보여준다. 당위를 강요하거나 무례한 태도로 접근하기보다는, 신뢰를 기반으로 상대가 자발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인 설득 방법이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눈앞의 상대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청자에게도 닿을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태도를 일깨워준다. 공감하는 마음으로 시작하여 설득이라는 목표를 향해 흐르게 하는 대화 방식과 화자의 말을 윤리적으로 구조화하는 태도는 비대면 환경에서도 신뢰와 진정성을 담은 울림을 전달할 수 있다. 화려한 스킬보다 소통의 본질에 집중해, 좋은 말의 태도를 일깨워주는 책으로서,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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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보는 너에게
이우연 지음 / 비선형프레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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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연 작가님의 『나를 보는 너에게』는 청소년기의 애착과 소외의 문제를 섬세하게 조명하며, 현실과 꿈 같은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소설이다. 작품은 단순히 청소년기라는 특정 시기에 국한되지 않고, 현대인의 관계와 소속감 문제를 부각시키며 깊은 공감과 고민을 유도한다.

작품의 중심에는 소리와 은하라는 두 명의 십대 소녀가 있다. 이들은 언뜻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인물처럼 보이지만, 내면에는 깊고도 묵직한 고독을 품고 있다. 둘은 학교의 현행 분반 체제 속에서 강제로 같은 공간을 공유하게 되며,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서로에게 의지하면서도 복잡하고 위태로운 관계를 형성해 나간다. 작가는 이러한 관계를 섬세한 필치로 그려내며, 청소년기의 교우 관계가 주는 심리적 갈등과 소외감을 생생히 전달하고 있다. 특히 학기 초 친구 관계 형성 과정에서 느끼는 긴장감과 스트레스, 심리적 결핍에 대한 묘사는 독자로 하여금 자신만의 과거 경험을 떠올리기 충분하다. 작품은 이러한 관계를 중심으로 현대 사회의 인간관계와 소속감 문제로 확장시킨다.

소설 속 두 인물의 관계는 표면적으로는 서로에게 곁을 내어주고 위로의 대상이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실체는 매우 불안정하다. 소리와 은하의 관계는 십대의 우정이 지닌 복잡성을 함축적으로 드러낸다. 서로를 또 다른 자아로 받아들이려는 강렬한 동경과 집착은 이들의 관계를 더욱 위태롭게 만든다. 소리에게 은하는 벗어나고 싶으면서도 절대로 떠날 수 없는 존재로, 그녀에게 심리적 안정과 소속감을 주는 동시에 정서적 불안을 증폭시키는 원인이 된다. 소리는 은하와 유지하는 관계 속에서 점차 의존하게 되며, 은하가 떠나는 것을 두려워한다. 이는 은하가 소리에게 대체 불가능한 존재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작품은 이들의 관계를 통해 현대 사회에서의 인간 소외와 피상적인 관계를 흥미롭게 반영한다. 예컨대, SNS로 대표되는 온라인 관계와 소속감 문제는 독자들에게 깊은 성찰을 불러온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연결되어 있다는 허상을 믿고 있지만, SNS 속 관계는 종종 피상적일뿐더러 진정한 소속감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통계에 따르면 SNS에서 명목상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은 수천, 수만 명에 이르지만, 이들 중 실제로 소통하거나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소설은 이러한 기만적인 연결 구조를 은하와 소리의 관계에 빗대어 현대인의 고독감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또한 흥미로운 점은 주인공 소리가 극심한 감정적 동요를 겪으면서도 은하 외에는 누구에게도 구원을 요청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녀는 단 한 사람의 이해와 공감만으로 충분하다고 믿는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인간관계의 단절과 감정적 고립이 발현되는 한 가지 형태라고도 볼 수 있다. 나아가, 소설은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서 고독을 품을 수밖에 없는 현대인의 심리를 섬세히 탐구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반려동물과 같은 존재를 통해 조건 없는 유대를 갈망하며 고독을 해소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은 어쩌면 이러한 맥락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작품 속에서 두 소녀의 관계는 단순히 개인적인 관계 문제가 아니다. 이는 현대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는 하나의 은유적 장치로도 읽을 수 있다. 고독과 소외, 연결과 단절이라는 모순적 요소들은 결국 현대인의 심리를 제어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이 소설은 관계의 부재로 인해 나타나는 정서적 결핍, 사회적 단절, 불안과 공허 등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질병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암시한다. 신뢰와 유대가 결여된 사회에서는 안정적 협력과 공감이 자리 잡기 어려우며, 이는 결국 사회적 비용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나를 보는 너에게』는 이러한 문제들을 차분히 성찰하며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누군가 곁에 존재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서로 다정한 시선과 관심을 지속적으로 기울이는 것이야말로 인간 소외를 해결할 첫걸음이 될 것이라는 점을 암시한다. 작품 속 은하가 소리의 곁에서 “옆에 앉아도 되냐”고 물었던 순간이 소리에게 기적처럼 느껴졌던 것처럼, 누군가가 나의 곁에 있다는 단순한 사실의 인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상기시킨다.

결론적으로, 『나를 보는 너에게』는 단순히 청소년기의 이야기를 다루는 소설에 그치지 않고, 현대 사회의 관계와 인간 소외 문제를 성찰하는 작품이다. 존재의 고독과 소속감에 대한 이 질문은 시대적이고도 보편적인 의미를 가진다. 독자들은 이를 통해 자신과 사회의 관계를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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