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꼭 씹어 먹는 국어 5 - 다양한 글 맛있게 먹기 특서 어린이교양 7
박현숙 지음, 이영림 그림 / 특서주니어(특별한서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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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지 못하는 아이들 앞에서, 읽기를 다시 설계한 책

사교육 현장의 수학강사가 바라본 독서교육 실천서의 한 사례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순수한 독서 취향이라기보다 현장의 문제의식 때문이었다. 10년 넘게 수학을 가르치며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두드러지게 느끼는 변화는, 많은 아이들이 더 이상 문제를 풀기 전에 문제를 읽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읽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무엇을 묻는지 파악하지 못한다. 조건과 질문을 구분하지 못하고, 문장을 끝까지 따라가지 못하며, 무엇보다 이 문제에서 나에게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묻지 않는다. 이 현상은 계산 능력이나 공식 이해의 문제가 아니라, 명백히 문해력과 사유 능력의 문제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책이 문해력의 위기를 통계나 이론으로 압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초반부에서 글을 잘 쓰는 아이 보라를 질투하는 동우와 성민이라는 서사 장치를 배치한다. 이 구성은 단순한 흥미 유발을 넘어, 독자의 위치를 자연스럽게 이동시킨다. 성취한 아이가 아니라, 뒤처졌다고 느끼는 아이의 시선에서 이야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는 독서교육서로서 의외로 중요한 선택이다. 많은 교육서는 이미 읽고 쓰기를 잘하는 독자를 전제로 삼는다. 그러나 실제 교육 현장에서 마주하는 다수의 아이들은 못해서 싫어진 상태에 가깝다.

 

동우와 성민의 서사는 글쓰기나 독서가 타고난 재능의 문제가 아니라, 경험과 훈련의 문제임을 보여주는 장치로 기능한다. 특히 이들이 처음부터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고, 어색함과 반감을 거쳐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은 과장되지 않게 묘사된다. 이 점에서 이 책은 독서교육을 이상화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글을 싫어하는 이유를 성격이나 태도의 문제로 환원하지 않고, ‘어떻게 실패해왔으며, 어떻게 극복해가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저자들은 독서의 목적을 잘 쓰기정답 맞히기가 아니라, 생각을 구조화하는 경험으로 재정의한다. 그리고 이 정의는 후반부에 제시되는 다양한 독후활동 템플릿을 통해 구체화된다. 요약, 인터뷰형 글쓰기, 찬반 토론, 질문 만들기, 감정과 생각 구분하기 등으로 구성된 활동들은 단순한 예시가 아니라, 실제 수업이나 가정 학습에서 바로 활용 가능한 형태로 제시된다.

 

이 책의 독후활동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결과보다 과정을 중심에 둔다는 점이다. 활동 대부분은 하나의 정답을 향하지 않는다. 대신 왜 그렇게 생각했는가”, “다른 선택지는 무엇이 있는가”, “처음 생각과 지금 생각은 어떻게 달라졌는가와 같은 질문을 반복적으로 요구한다. 이는 수학 교육에서 말하는 사고 과정 평가와 유사한 구조를 가진다. 문제를 맞혔는지 다, 어떤 경로로 접근했는지를 되묻게 하는 방식이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이 책이 아이들에게 잘 말하라거나 논리적으로 써라고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문장 틀이 먼저 주어지고, 그 틀 안에서 생각을 채워 넣도록 유도한다. 이는 글쓰기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크게 낮춘다. 현장에서 느끼는 바로는, 아이들이 글을 싫어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부터 써야 할지 모르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이 책의 템플릿은 그 막막함을 구조로 해소한다.

 

하지만 중립적인 시선으로 보았을 때, 이 책이 모든 독서교육 문제의 해답을 제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활동 중심의 구성은 지도자나 보호자의 개입을 전제로 하며, 완전한 자기주도 학습서로 사용하기에는 한계도 있다. 또한 템플릿 기반 활동이 자칫 형식화될 경우, 사고가 틀에 갇힐 위험도 존재한다. 다만 이 책은 그러한 위험을 인지한 듯, 활동 이후의 되돌아보기다시 질문하기를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이는 형식을 목적이 아니라 도구로 한정하는 장치로 읽힌다.

 

수학 강사의 시각에서 특히 주목한 분은, 이 책이 문해력을 국어 과목의 전유물로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다. 읽고 생각하고 말하는 능력은 모든 학습의 기초이며, 수학 역시 예외가 아니라는 메시지가 곳곳에 드러난다. 실제로 문장제 문제에서 아이들이 겪는 어려움은 계산 이전에 조건 해석과 질문 파악에서 발생한다. 이 책에서 제안하는 독후활동, 질문 만들기, 주장과 근거 구분하기, 관점 바꾸기는 그대로 수학 수업에 이식해도 무리가 없다.

 

이 책의 가장 큰 유익함은 독서교육을 잘하는 아이를 더 잘하게 만드는 기술에 있지 않다. 생각하는 경험을 다시 설계하는 작업으로 다루었다는 점에 있다. 초반의 서사적 접근으로 독자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후반의 실전형 템플릿으로 교육 현장에서의 활용 가능성을 높인 구성은 의도적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의도는 충실하게 구현되었다.

 

읽고 쓰는 것을 싫어하는 아이들, 무엇을 묻는지도 모른 채 문제 앞에 멈춰 서는 아이들을 마주하는 교육자라면, 이 책은 하나의 참고 가능한 실천 모델로 기능할 수 있다. 과도한 처방이나 낙관 없이, 현재의 문제를 직시한 뒤 어떻게 다시 시작할 것인가를 고민한 흔적이 분명한 책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독서교육에 관심 있는 교사나 강사, 보호자에게 하나의 현실적인 자료집이자 사고 훈련서로 읽힐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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