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꼭 씹어 먹는 국어 4 - 설명하는 글 맛있게 먹기 특서 어린이교양 6
박현숙 지음, 박기종 그림 / 특서주니어(특별한서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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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아이들이 글을 읽지 못한다는 말은 교실에서 이제 추상적인 탄식이 아니다. 사교육 현장에서 매일 마주하는 현실은 더 구체적이다. 문장제 수학 문제를 풀지 못하는 이유가 계산 능력의 부족이 아니라, 무엇을 묻고 있는지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에 가깝기 때문이다. 조건을 읽지 못하고, 상황을 상상하지 못하며, 문장의 논리적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읽기 능력의 붕괴가 곧 사고 능력의 붕괴로 이어진다는 문제의식, 그리고 그 원인을 설명하는 글을 읽지 못하는 데서 찾겠다는 진단 하에 저자는 이 책을 집필한 것으로 보인다.

 

저자가 제안하는 해법은 명확하다. 설명문을 읽는 방식을 구조적으로 훈련하자는 것이다. 중심 내용을 찾고, 단락의 역할을 구분하며, 원인과 결과를 정리하고, 요약과 재서술을 반복함으로써 글의 뼈대를 이해하도록 돕는다. 감상이나 느낌 위주의 독해가 아니라, 설명 방식과 논리 구조를 인식하는 읽기를 목표로 삼는다. 이 접근은 방향성 면에서는 설득력이 있다. 뇌과학 연구에서도 정보를 의미 단위로 묶어 재구성하는 과정이 작업기억과 장기기억의 연결을 강화한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고, 교육학적으로도 설명문 구조 인식은 읽기 이해도의 핵심 요소다. 특히 수학과 과학, 사회 과목에서 요구되는 읽기 능력은 문학적 감상이 아니라 이런 구조적 이해에 가깝다.

 

실제 현장에서 이 책의 장점은 분명하게 드러난다. 아이들에게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일 것이다. 중심 문장이 무엇인지, 중요한 정보는 어디에 놓이는지, 설명이 어떤 방식으로 전개되는지를 반복적으로 훈련하게 하는 구성은 불안한 학습자에게 안정감을 준다. 무엇을 하면 되는지가 분명할수록 아이들은 덜 흔들린다. 예측 가능한 학습 루틴은 정서적 부담을 낮추고, 사고를 시도할 최소한의 여지를 만들어준다. 이 점에서 이 책은 사교육 현장에서 충분히 실용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바로 그 실용성이 동시에 위험 요소로 보이기도 했다. 책에서 제시하는 많은 질문과 활동들이 자칫하면 사고를 유도하는 장치가 아니라, 답의 형식을 외우게 만드는 틀로 굳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심 내용을 찾아보세요”, “이유를 정리해 보세요”, “한 문장으로 요약해 보세요라는 지시는 분명 유용하지만, 그 질문이 왜 필요한지, 무엇을 생각하라는 것인지를 함께 다루지 않으면 아이들은 곧바로 형식만 모방한다. 실제로 아이들은 중심 내용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제일 중요한 문장이요라고 답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는 말이다. 그 문장이 왜 중요한지, 다른 문장과 무엇이 다른지까지 사고가 이어지지 않으면 독해는 표면에서 멈춘다. 이 경우 뇌는 의미를 생성하지 않고, 용어만 저장한다. 메타인지적 언어만 남고 사고의 연결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또 하나의 문제는 설명문 훈련이 갖는 정답 지향성이다. 책의 많은 활동은 올바른 중심 내용’, ‘맞는 요약을 전제로 한다. 시험 대비라는 목적에서는 자연스러운 선택이지만, 사고 훈련의 관점에서는 긴장을 요구한다. 독해력이 약한 아이일수록 틀릴까 봐 말하지 않으려 하고, 스스로 해석하기보다는 답처럼 보이는 문장을 고르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렇게 되면 읽기는 점점 안전한 선택의 문제가 되고, 사고는 위축된다. 교육학적으로 보자면 이는 인지적 위축 상태에 가깝다. 생각을 확장하기보다, 실수하지 않는 전략이 학습된다. 이 상태에서는 독해 연습은 될 수 있어도 사유는 자라기 어렵다.

 

또 다른 우려 요소는 읽기의 목적이 지나치게 기능적으로 제시된다는 점이다. 설명하는 글을 읽으면 성적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은 설득력이 있지만, 아이의 입장에서 왜 이걸 해야 하는지가 몸으로 이해되지 않으면 훈련은 쉽게 소진된다. 뇌는 의미를 느끼지 못하는 반복에 빠르게 저항한다. 설명문을 읽는 이유가 점수나 수행 과제로만 남아 있을 때, 학습은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설명하는 글 읽기가 살아 움직이려면, 아이 자신의 언어로 말해보고, 자신의 생각이 글과 어떻게 만나는지를 경험하는 과정이 함께 필요하다.

 

그래서 이 책은 그 자체로 완결된 해답이라기보다, 잘 정리된 도구에 가깝다.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사고를 키우는 장치가 될 수도 있고, 또 하나의 암기 과제가 될 수도 있다. 사교육 현장에서 이 책을 사용할 때 중요한 것은 정답을 묻기 전에 반드시 생각의 경로를 말하게 하는 훈련일 것이다. 왜 그렇게 읽었는지, 다른 선택지는 왜 배제했는지, 그 판단의 과정을 언어로 풀어내게 해야 한다. 중심 내용을 고르게하기보다 만들게하고, 틀린 요약을 지우기보다 왜 그렇게 이해했는지를 함께 분석해야 한다. 설명문 훈련을 수학·과학 문제와 연결해, 글의 구조가 실제 사고에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체감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저자는 분명 독해력 붕괴를 막고 싶었을 것이다. 사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의 문해력에 대한 공포를 늘 느끼는 내게 그 문제의식은 진지하고, 방법 또한 상당 부분 타당하다. 다만 설명하는 글을 가르친다는 일은 언제나 위험을 동반한다. 그것이 사고를 여는 열쇠가 될 수도, 사고를 대신해 주는 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책의 성패는 교재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매개로 어떤 질문이 던져지는가에 달려 있다. 읽기를 가르친다는 것은 글을 이해하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 아이의 생각이 움직이도록 돕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품고 있다. 그리고 그 양면을 인식한 채 조심스럽게 다루는 사람에게, 이 책은 제 가치를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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