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투르니에의 에세이 <소크라테스와 헤르만 헤세의 점심(<생각의 거울>이라는 제목으로 재간)>에 실린 두 번째 글, ‘사랑과 우정’에 깊은 통찰력이 실려 있어 조금 묶어놓는다. 기본적으로는 말 그대로 타인과의 관계에서 사랑과 우정의 차이에 대한 두 페이지짜리 짧은 글이지만,  투르니에가 ‘현대 사회’라는 단어를 언급한 것은 이것을 현대 사회의 긍정적인 사고방식에 대한 비판적 시선으로 읽을 수 있게 한다. 그는 여기서 사랑이 우정보다 우월하다는 시각을 조목조목 반박한다. 생각해보면 자기계발서 시장이 축소되긴 했어도 아직까지 ‘성공’만큼이나 일에 대한 ‘사랑’과 ‘열정’은 많은 사람들이 강조하는 것인데, 이제는 정말로 그에 앞서 상호 존중을 근거로 하는 ‘우정’을 강조해야 하지 않나 싶다. 공자와 같은 옛 성현의 말씀이 오늘날 의미를 갖는 지점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우정과 사랑의 가장 커다란 차이점은, 상호성이 없는 우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당신은 당신에게 우정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에게 우정을 느낄 수 없다.(…..) 반면에 사랑은 서로 나눌 수 없다는 불행으로부터 자양을 취하는 것처럼 보인다. - P22

경멸은 우정을 죽여버린다. 반면에 사랑의 격정은 사랑하는 대상의 어리석음, 비겁함, 천박함 따위에 관심이 없다. - P23

사실 현대 서구 문명은 사랑에 지나치게 많은 것을 걸고 있다. 이 덧없는 열정 위에다 어떻게 감히 한 생애를 건설할 수 있겠는가? 라 브뤼예르는 일찍이 "우정은 시간이 갈 수록 굳건해지지만, 사랑은 점점 더 약해진다"라고 말한 바 있다.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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