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HEAL 치유 - 최고의 힐러는 내 안에 있다
켈리 누넌 고어스 지음, 황근하 옮김 / 샨티 / 2020년 10월
평점 :
샨티 출판사에서 나온 신간 <치유 - 최고의 힐러는 내 안에 있다>를 읽었다.
평소 샨티 출판사 책을 좋아하는데, 서평단 신청을 받길래 바로 신청을 했고 감사하게도 책을 선물 받게 되었다.
책이 대략적으로 어떤 주제를 다루고 있는지는 미리 찾아본 덕분에 알고 있었지만, 책을 읽는 내내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면서 마음이 행복과 희망으로 가득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나 역시 외부 세계의 자극에 무의식적으로 즉각, 반응해왔다.
지하철에 사람이 많으면 '아, 정말 지긋지긋하다. 빨리 서울을 떠야지.' 하며 저항했다.
누군가 나를 지적하거나, 험담할 때, '내가 뭘 잘못했길래?' 억울해하고 화를 내며 저항했다.
예상치 못한 '불행'을 겪을 때, '내 삶은 왜 이렇게 불행할까?' 운명의 가혹함을 탓하며 저항했다.
그리고, 생전 처음, 포항에서 심한 지진을 겪고 나서 나는 완전히 무너지고야 말았다.
포항에서 지진이 심하게 일어났을 때 나는 원룸에서 혼자 살고 있었다.
평화로운 오후, 집에 있는데 갑자기 땅이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집 안에 있는 물건들이 와르르 다 쏟아졌다.
책이 떨어지고, tv가 떨어지고, 커피잔이 쏟아졌다. 나도 모르게 크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공포감으로 온몸이 덜덜 떨렸다. 밖으로 뛰어나와 근처 초등학교로 향할 때도 다리가 덜덜 떨리며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통신도 잠시 멈추어서 엄마와 전화도 하지 못한 채 두려움에 덜덜 떨고만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죽음이란 존재를 느꼈다. 죽음을 처음 마주했을 때는 죽음을 도저히 '알' 수 없어서 두려움의 크기도 무한정 커져만 갔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잘 살아 있었고, 지진은 지나갔지만, 이후에도 나는 상상으로 계속해서 지진을 겪었고, 여러 번 죽었다. 도저히 원룸에서 혼자 있을 수 없어서 서울 집으로 바로 올라왔고, 2주일의 시간을 가족들과 함께 지내며 요양했지만, 트라우마는 도저히 사라질 기미가 없었다.
밤에 잠을 자지 못했고, 낮에 피곤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지듯 잠에 들었다.
밥을 먹어도 소화가 되지 않고 계속해서 속을 게워내야만 했다.
자꾸 집이 흔들리는 것 같아 불안에 떨었고 '지진이 일어난다면 아파트가 어떻게 무너지게 될까, 어떻게 대피해야 할까' 끝없이 상상하며 힘들어했다. 나는 하루하루를 재난 속에서 살아갔다.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현실은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는데도 나의 몸은 이미 재난을 몇 차례나 겪고 있었다. 몸이 쇠약해졌고, 웃음을 잃어갔고, 불안과 두려움으로 마음이 가득 찼고, 아무런 일도 할 수 없었다. 두통과 소화불량이 심해졌다.
가족이 곁에 있어도 위안이 되지 못했다. 나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만 했다.
그러다 어느 날 유튜브를 통해 요가를 하게 되었다. 놀랍게도 요가를 하는 20분 동안 나는 생각을 멈출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이 너무나 편안했다. '편안함'의 상태, 가 너무 낯설어서 눈이 번쩍 뜨였다. '이 상태는 뭐지?' 싶었다.
요가가 끝나면 다시 과거, 미래에 대한 생각과 상상으로 몸과 마음이 소진되었지만, 요가를 하는 순간만큼은 몸의 흐름에 집중해야 하므로 생각이 중단되었다. 조금이라도 생각을 멈추고 싶었던 나는 아침저녁으로 요가를 따라 했다.
그리고 아주 조금,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마음과 나를 동일시했을 때에는 보이지 않았던 마음의 정체가 조금 떨어져서, 시간이 지나고 돌아보니 서서히 보였다.
그곳엔 실제(reality)가 없었다. 모두 내 마음이 지어낸 이야기였고, 이야기는 그 모습을 계속 달리하며 신기루처럼 너울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치유가 필요한 상태, 즉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다면, 그것은 물리적, 화학적, 정신적으로 불균형한 상태에 있다는 신호다. 이 책은 정신적 균형을 강조하여 이야기한다. 보통 건강과 관련한 책들이 식생활과 운동을 강조하는데 반해, 이 책은 마음의 건강, 정신의 건강을 몸의 건강보다 우선해서 이야기한다는 점이 독특하다.
1년 전, 요가 공부 수업을 시작할 때 요가 선생님께서는 우리에게 "요가의 목적은 명상에 있습니다"라고 말씀하셨다.
요가는 몸의 균형, 몸의 건강을 위한 '운동'이라고 생각해왔던 나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눈을 감고 가만히 앉아 있는 명상은 지루했고, 졸렸고, 잡생각이 끊임없이 떠오르며, 다리가 저리고 어깨가 저리는 따분한 일이었다.
그런데 요가가 명상으로 가는 길이라니, 명상이 그렇게 대단한가? 의문이었다.
1년 동안 나는 꾸준히 요가를 수련하고, 요가를 공부하고, 마음공부를 하고, 그리고 2달째 명상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이제는 선생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요가는 명상을 위한 도구다. 몸을 바르게 사용하는 훈련을 함으로써 마음을 바르게 사용하는 훈련을 하는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몸이 마음을 돕고, 마음이 몸을 돕는다.
그리고 마음을 바르고 건강하게 사용할 수 있을 때 나의 몸, 마음, 영혼은 비로소 조화를 이루며 '건강'을 이루게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잘 '있는' 상태, 건강(well-being)이란 조화로운 상태를 의미한다.
따라서 나는 요가를 단순히 몸의 근육을 기르는 운동으로 여기지 않는다. 그보다는 몸 내부에서 느껴지는 에너지의 흐름을 세심하게 따라가며 규칙적인 호흡을 의식하고 마음이 잠잠해지며 마음과 몸이 하나 되어 조화롭게 지금 이 순간에 머무는 것을 온전히 느낀다. 그렇게 요가를 하고 있으면 한 폭의 부드러운 춤을 춘 것 같다.
운동으로 요가를 바라보았을 때는, 힘든 동작을 할 때 저항감이 생겼고, 해치워야 한다는 마음으로 요가 동작에 임했다. 힘든 동작이 끝나면 해치웠다는 마음으로 힘이 쭉 빠졌다.
그런데 부드러운 춤을 추듯이 요가를 하는 지금은, 요가 시간이 그저 편안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충만하다.
몸으로 하는 명상이 된 것이다.
생활 속에서 하는 명상을 중요하게 여기며 살아가는 하루하루를 보내며, 나는 어쩌면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부정적인 감정에 에너지를 빼앗기는 일이 거의 없어졌다. 어떤 일을 '문제'라고 여기던 태도를 내려놓았기 때문이다.
물론 오랜 연습과 훈련의 과정이 필요하다. 쉽게 변하지 않는 오랜 습관을 반복하며 좌절하기도 자책하기도 했다.
그러나 매일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고 믿고 연습을 놓지 않으면, 시간의 도움을 받아 습관은 좋은 방향으로 반드시 변하게 된다.
좋은 습관으로 바꾸기 위해 연습해야 할 것은 내가 지금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알아차리는' 일이다.
이것이 바르고 유익한 생각인지, 말인지, 행동인지 순간순간 알아차려야 한다.
우리는 쉽사리 부정적인 반응으로 향하곤 하지만, 우리는 순간 알아차리고, 익숙한 반응으로 향하기를 멈추도록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긍정적인 반응을 선택할 수 있다.
긍정적인 반응이란 무엇일까.
바로 '감사'이다.
나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많이 극복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나를 오랫동안 많이 힘들고 괴롭게 했지만, 동시에 죽음이란 무엇인지 깊이 공부할 수 있게 해주었고 죽음을 건강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이끌어주었다.
요가를 하며 내 안에 시끄러운 라디오가 틀어져있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 라디오 소리를 하나하나 들여다보면서,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상상인지 알아차렸다.
내 안에 윙윙-거리고 있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미래에 있을지도 모를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상할 때 생기는 것이었고, 있는 그대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저항'에서 비롯한 것이었다.
나는 지금 이 순간, 현재에 머무르는 연습을 했고, 미래를 상상하지 않는 연습을 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어떤 일이 일어나든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수용의 자세를 연습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지금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죽음이 있기에 제한된 삶이 아름답다는 생각에 이르렀고, 감사함으로 마음이 충만해졌다.
그리고 삶이라는 선물이 주어진 오늘 하루에 감사하며, 살아 있는 동안 나 자신이 최대한 활용될 수 있게끔 유익하게 살고 싶다는 열정이 생겨났다.
'죽음'을 건강하게 탐구한 책들을 읽으며, 죽음이란 그저 한 세계에서 다른 한 세계로 이동하는 자연스러운 흐름임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슬퍼할 이유도, 두려워할 이유도 없다.
나는 어떤 세계에서 지금 이 세계로 온 것이고, 죽음을 통해, 또 다른 세계로 이동할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이 세계에 내가 온 이유는 무엇일까, 목적은 무엇일까, 나의 임무는 무엇일까,
생각의 흐름은 그렇게 이어졌다.
요즘의 나는 감사와 열정이 충만한 상태로 살아가고 있다.
요가 선생님께서 요가 공부를 시작할 때 제일 먼저 내 준 숙제가 자신의 상칼파를 설정하는 것이었다.
상칼파는 자신이 원하는 것, 자신이 되고 싶은 것, 자신이 이루고 싶은 것에 대한 굳은 결심 또는 다짐을 뜻한다.
나는 오랫동안 고민하고, 조심스럽게 '사람들의 치유를 돕는 안내자'라는 목표를 세웠다.
상칼파를 설정할 때에는 이렇게 연약하고 흔들리는 내가 어떻게 사람들을 도울 수 있을까, 회의적인 태도로 시작했지만,
매일매일 수련의 끈을 놓치지 않고 내면의 힘을 믿고 공부하고, 실천하고, 돌아보고, 마주하고, 보듬어주며 성장하는 시간이 쌓이다 보니,
나는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자라있었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삶의 흐름이 나를 이끌어가고 있다.
나로 하여금, 예전의 나답지 않게 말하게 하고, 도전하게 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하게 만든다.
더 이상 저항하지 않고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선택하며 살아가고 있다. 어제보다 오늘 더, 생기롭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나는 지금 건강하다.
나는 외부 세계의 어떤 자극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그저 있는 그대로, 현실을 받아들이기만 하면 될 뿐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흔들리더라도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나에게 주어진 현실은 모두 선물이라는 믿음도 있다.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우리는 다른 현실을 살아가게 된다.
저항한다면, 현실은 괴로워질 것이고, 감사함으로 수용한다면, 현실은 아름다워질 것이다.
마음의 힘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이를 알아가고자 노력하며, 마음을 고요하고 잠잠하고 평온하게 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한 이후로,
나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다른 사람이 되었다.
삶의 다방면에서 치유가 일어났고 다가오는 현실이 평화로워졌다.
더 나아가 그동안의 나의 경험을 통해 다른 사람을 돕고 있다.
그때 참 힘들었는데, 그 힘든 경험을 통해 다른 사람의 고통에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고 구체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하게 느껴진다.
어떤 경험도 쓸모없거나 하찮지 않다는 것을, 모두 귀하게 쓰일 수 있다는 것을 느낀다.
고통을 지혜롭게 극복하면, 그 여정은 나에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마음의 힘을 진지하게 풀어낸 이 책을 추천한다. 읽는 내내,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에너지에 내 마음도 행복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