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질문에서 소설이 시작됐다. 이 소설은 내게 언젠가는, 어떻게든 써야 할 빚이었다. 기회는 우연하게 왔다.
대학 선배가 광주 인근에 있는 어느 병원의 폐쇄 병동에 들어갈 기회를 주선해 주었다. 나는 병동 사람들에게 당황스러울만큼 환대를 받았다. 버킹엄 궁전에서 자랐다는 한 공주님은나를 ‘엄마‘ 라고 부르며 졸졸 따라다녔다. 나는 자동으로 여왕님‘ 이 되는 호사를 누렸다. 자동 여왕‘ 이 평민으로 돌아가던 날, 일부 국민들은 화끈한 송별회를 열어줬다. 주스 잔을부딪치고, 노래를 부르며, 오징어 다리와 아이스케키를 입에문 채 기차가 되어 병실을 돌았다. 그들이 떠나는 내게 속삭인 말은 우리 한을 풀어 달라‘ 였다.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아무런 약속도 할 수가 없었다. 사실은 작별의 말조차 제대로하지 못했다. 그때에는 할 수 없었던 말을 지면을 빌려 전하고 싶다. 당신들이 없었다면 이 소설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것이라고, 잊을 수 없는 여름이었노라고,
- 작가의 말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앞에서 우리는 악행의 원인을 ‘나쁜 씨앗‘로만 돌릴 수 있는 사례가 얼마나 드문지 확인했다. 물론 ‘나쁜 유전자‘와 ‘다른 요인들이 결합된 중간그룹에 해당하는 부류도 있다. 성인기 내내(더 거슬러 가면 10대 때부터) 폭력행위나 사회적으로 반감을 일으킬 행동을 반복적으로 저지른 이들이 여기해당한다. 이들은 "1년 내내 악함을 드러내는 부류다. 이 중에 일부는 어렸을 때 부모의 무관심이나 학대를 경험했다. 또 어떤 이들은 좋은 가정에서자랐는데 결국 살인자가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심장을 쏴라》는 정신병원에 갇힌 두 남자의 탈출기를 그린 감동적인 휴먼드라마이다.
거듭 탈출을 꿈꾸고 또 시도하지만 늘 그 자리에 머무는 일상에 대한 은유처럼 소설은 진지한 의문을 기슴에 품게 만든다. 폭넓은 취재를 바당으로 한 치밀한 얼개, 한 호흡에 읽히는 문장, 간간이 배치된 블랙 유머 등도 인상적이었다. 내면화되지 않은 문체는 오히려역동적인 행동을 묘사함으로써 그 움직임 속에 심리를 담아내는 미덕으로 읽힌다. 발자크소설처럼, 소설적 상황과 등장인물들과 친해지기만 하면 그다음부터는 몰입하여 읽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소설은 마치 바위를 산꼭대기까지 밀어 올리듯 주인공과 독자를 몰아붙이지만 일단 꼭대기에 다다르기만 하면 나머지 길은 흥미진진하고 가속도가 붙는 활강장이 된다. 소설의 막바지, 주인공의 내면 깊은 곳에 닿아 그곳에 눌러 두었던 무서운 진실과 만나는 대목은 가슴 서늘한, 뜨거운 감동을 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후 열 명의 손님들이 저택 도처에서하나씩 살해되고, 점점 줄어가는생존자들은 응접실에 모여 상황을공유한 뒤 공포에 질려 각자의 방으로흩어진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크리스티의 모든 작품 중 저택이 가장극단적인 형태의 고립성을 띠고 연극무대에 가깝게 활용된 소설로, 응접실은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무대의 중심이되고, 이곳에 모여 서로를 불신하면서도의지할 수밖에 없는 생존자들은 치열한심리극을 벌이는 배우가 된다.

이상적인 가정집은 빛과 공기가최대한 많이 들어오고 외부 전망이 훤히보이면서 동시에 외부로부터 바라보는시선 앞에서 실내를 최소로 노출한다는모순적 목표를 달성하려 한다. 한편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은 일탈하지않도록 끝없이 남성의 감시하에 놓여야하지만 동시에 남성의 폭력적인 시선을받지 않도록 감춰져야 한다는 모순적위치에 존재한다. 부르카나 베일 등여성의 몸을 감추는 장치는 여성 억압의상징이기도 하지만, 또 거꾸로 부르카를입은 여성을 바라보는 남성은 여성을시선 아래에 두고 정체를 파악하고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불안을 느낀다.
타자는 타자화될수록 알 수 없는 존재가되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에 동의한다. 그러나 "악"이라는 말은 그런 부류에 관례적으로 적용되는 단어가 아니다. 오만하다, 탐욕스럽다, 추악하다, 비양심적이다…… 이런 수식어가 다 해당되지만, ‘악하다‘는 아니다. 악한 부류에 들려면 다른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무언가 특별한 쪽으로 대중을 자극하는, 충격적이고 끔찍한 요소가 있어야 한다. 그 요소를 알아내기 위해 우리가 살펴봐야 할 것들을 크게 두 카테고리로 나누어 보았다. 하나는 범행의 성질이고 다른 하나는 희생자의 특징이다.

정신질환은 보통 "디인성" 이다.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유발된다는 뜻이다. 소위 중증 정신병, 즉 정신분열증과 조울증은 유전적 요인이 결정적으로 작용해 발병한다. 이러한 병을 일으키는 ‘위험 유전 인자‘가 각각 따로 있는데, 어떤 경우에는 여러 가지 유전자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병이 임상적으로 식별 불가능한 형태로 발현되기도 한다. 유전자의 작용이 그만큼 강하지 않아서일 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우성 유전자가 이상 유전자의 효과를 약화시켰을 수도 있다. 여기서는 정신질환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유전 인자에 초점을 맞추도록 하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