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열 명의 손님들이 저택 도처에서하나씩 살해되고, 점점 줄어가는생존자들은 응접실에 모여 상황을공유한 뒤 공포에 질려 각자의 방으로흩어진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크리스티의 모든 작품 중 저택이 가장극단적인 형태의 고립성을 띠고 연극무대에 가깝게 활용된 소설로, 응접실은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무대의 중심이되고, 이곳에 모여 서로를 불신하면서도의지할 수밖에 없는 생존자들은 치열한심리극을 벌이는 배우가 된다.
이상적인 가정집은 빛과 공기가최대한 많이 들어오고 외부 전망이 훤히보이면서 동시에 외부로부터 바라보는시선 앞에서 실내를 최소로 노출한다는모순적 목표를 달성하려 한다. 한편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은 일탈하지않도록 끝없이 남성의 감시하에 놓여야하지만 동시에 남성의 폭력적인 시선을받지 않도록 감춰져야 한다는 모순적위치에 존재한다. 부르카나 베일 등여성의 몸을 감추는 장치는 여성 억압의상징이기도 하지만, 또 거꾸로 부르카를입은 여성을 바라보는 남성은 여성을시선 아래에 두고 정체를 파악하고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불안을 느낀다.
타자는 타자화될수록 알 수 없는 존재가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