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열람식 신착도서 코너에 읽을만한 책이 있나 살펴보던중 발견하고 대출한 책이다. 오랜만에 이토 준지의 만화를 읽었는데 감회가 새로웠다. 토미에라는 걸출한 데뷔작으로 이름을 알린뒤 공포만화계의 거장으로 인정받는 이토 준지의 작품은 수 많은 팬들을 만들었을 뿐더러 영화나 기타 다른 작품의 소재로 많이 활용된걸로 알고 있다.정의가 승리한다거나 나쁜 놈이 벌을 받는 권선징악은 그의 만화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그저 공포의 근원과 현상에 대해 아무런 설명조차 없이 그냥 이미지로 형상화할 따름이다. 그리고 공포는 공포 그 자체로 받아들여진다. 사실 기괴나 미스터리한 현상에 인과관계가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이 책은 이토 준지가 가장 왕성하게 활동했던 1990년부터 2003년까지의 작품중 엄선된 단편들이 연대순으로 엮어진 작품집이다. 400페이지 정도의 비교적 두툼한 두께에 총 9편의 작품이 실려있어서 이토 준지의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읽는 기쁨을 선사한다.각 단편의 권말에는 작가가 집필 당시의 기억을 되살린 작품해설과 그의 아이디어 노트에서 발췌한 메모와 러프한 스케치가 실려 있다.자작해설에는 원작과 다소 상이한 최초 아이디어가 스케치 형식으로 적혀있으며,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전의 스토리 초안과 이야기가 디벨롣되는 방향을 즐길 수 있다. 아울러 저자의 육필과 스케치를 보는건 덤이다.단펴들중 글리세리드가 가장 인상에 남았다. 도심 외곽 어느 허름한 식당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소재로 한 작품인데, 끈적 끈적한 기름기와 오빠, 아버지, 딸등 세명의 가족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무척 불쾌하고 찝집하게 그린 작품이다. 아울러 패션 모델 그리고 온 몸에 구멍이 송송 뚫리는 이미지를 형상화한 작품등 역시 이토 준지야라고 생각하는 작품들로 엄선되어 있는 작품집이다.공포만화를 보는 이유는 단순하다. 늘 반복되는 삶의 순간들속에서 뭔가 반짝하고 스쳐지나가는 쾌감을 즐기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공포영화를 보는 이유와 동일하다. 곤지암이라는 한국산 공포영화의 입소문이 돌던데 어떻게 나왔는지 무척 궁금하다.